이래 저래 음악 듣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새벽에 잠에서 깻을 때는 오히려 인터넷 다시듣기로 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을 듣게 된다. 예전에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모 여자 아나운서가 같은 제목으로 방송을 했다. 새벽 2시경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전화질에 시간가는 줄 몰랐기 때문에 일단 TAPE에 녹음해 놓고 전화는 전화대로 하면서 녹음은 낮에 공부하면 듣곤 했다. 가끔 TAPE 뒤집는 걸 잊어서 그냥 앞면만 녹음된 것도 있다. 예전에 이사할 때 우연히 그 당시 녹음했던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모노녹음연주를 들으며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에 살짝 웃음지었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음반도 귀하고, 또 돈도 없던 시절이라 90분짜리 TAPE 하나 사서 좋아하는 심야 방송 녹음해서 듣곤 했다. 중 3때는-특히 방학기간 중- 항상 TAPE을 오디오 데크에 장전시켜 놓고 노래를 소개할 때 쯤 녹음하곤 했다. 김기덕, 이종환,김광환 등등등 

이후 심야시간에는 주로 전영혁의 프로그램을 앞부분만 듣다가 잠들기 전 녹음버튼을 누르고 잠들곤 했다. 이 경우 특히 TAPE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1부만 녹음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좀 고생하고 아쉬워하면서 들었던 음악들이라서 더 소중했던 것 아닌가 싶다.  

요즘은 어디가나 어떤 음악이든 클릭 몇 번에 쉽게 찾아들을 수 있다보니 그만큼 또 음악에 대한 아쉬움도 적어진다.    

음악 

              -이성복

비 오는 날 차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최근 나를 만족시킨 음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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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반독보심화 (江畔獨步尋花) 
  
                          두보
 
강상피화뇌불철 (江上披花惱不撤)
무처고소지전광 (無處告訴只顚狂)
주멱남린애주반 (走覓南隣愛酒伴)
경순출음독공상 (經旬出飮獨空床)  

강가 온통 꽃으로 화사하니 이를 어쩌나.  

알릴 곳 없으니 그저 미칠 지경 

서둘러 남쪽 마을로 술친구 찾아갔더니 

그 마저 열흘 전에 술마시러 나가 침상만 덩그렇네 

---------  

출근길에 벚꽃이 이제 피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이면 절정을 이룰 듯 하다.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는 것도 고독함을 가중 시킨다.  

발레리나 폴리나 세이오노바의 몸짓을 보면 벚꽃의 궤적이 생각나고,또한 오래전 두보거 보았을 꽃이 만발한 강둑도 떠오른다.   

아름다운 봄이 시작되었다. 벚꽃 강둑 위로 출근하니 이것도 작은 행운이다. 잠시나마 창 밖의 한 조각의 햇살과 당신 뒤의 가장 커다란 하늘과 발긋발긋 솟아오르는 작은 봄의 아기들에 시간을 할애할 일이다.  

예찬이는 오늘 감자 심으로 갔는데 그 녀석 보고 싶다. 고슬고슬한 새 흙 만지고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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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오늘 우연히 거기 출연한 데이비드 오라는 청년과 관련된 기사를 보다가...깜짝.... 

거기서 고은희라는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청년의 어머니가 바로 고은희 씨라는 것이다. 

고은희.이정란의 <사랑해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어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차분하고 그 단아한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이문세의 명반 <이문세 4집>의 '이별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이후 이정란씨는 솔로로 독립하고 간혹 TV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했던 '사랑해요'의 그 첫음을 노래하던 젊은 여인은 어디갔을까? 가끔 가을 무렵 라디오에서 <사랑해요>라는 노래가 나오면 오래전 TV에서 봤던 그녀를 생각했다.(당신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몇 십년이 지나고 나서야  오늘에야 그녀가 노래를 접었고, 평범한 은행원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결국 그녀의 아들을 통해 다시금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던 팬으로서 얼마나 반가운지....데이비드 오라는 청년이 노래하는 모습도 유투브를 통해 봤다. 경쟁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그래서 처절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란게 순위를 매기는 매커니즘이다 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순위는 경마장에서나 매기는 것이지 음악에서는 아니다. 밥 딜런이 이런 오디션에 나오면 몇 등이나 하겠는가?  

어쨋든 그녀의 팬으로서 나는 데이비드 오를 응원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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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바른 곳에는 이미 목련과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출근길 강변에 아가들 뺨처럼 붉게 달아오른 벚꽃 가지들 사이로 성질 급한 녀석들은 이미 빵 하고 터졌다. 다음 주 가 되면 벚꽃 터널 아래로 출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우 독특한 <겨울나그네>음반이다. 평단과 팬들에게 그다지 높은 관심을 끌 것 같진 않지만 가끔씩 미묘한 차이만을 비교해야 하는 클래식 음반 사이에서 이런 독특한 시도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알라딘 소개글을 옮겨 놓는다. 

   "보스니아 출신의 가수이자 여배우인 나타샤 미르코비치-데로가 허디거디 반주에 맞추어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부르는 이색적인 음반이다. 록큰롤과 재즈 가수로 시작했지만 정식으로 음악학과 성악을 공부하고 현대 오페라, 바로크 오페라, 민요, 재즈를 비롯해서 다양한 무대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가고 있는 미르코비치-데로는 이번 음반에서 월드 뮤직에서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마티아스 로이프너의 허디거디와 함께 노래한다. 전통적으로 거리의 악사와 연관이 있었던 허디거디는 <겨울나그네>의 가사에 등장하는 허디거디와 관련해서 묘한 현실감을 주며, 클래식도 아니고 재즈도 아닌 미르코비치-데로만의 독특한 음성은 내면의 절망을 노래하는 이 가곡집에 묘한 음영을 던져준다" 

허디거디? 이런 악기가? 허디거디? 이 말을 들었을때 입안을 돌던 말은 가수'우디 거스리'였다. 왠지 비슷한 뉘앙스 때문이었겠지. 악기 이름이 왠지 '바람'같은 것과 관련이 있어 보였는데 아무래도 <겨울나그네>에 나오는 '풍신기'라는 곡이 만든 연상같기도 하다. 일종의 아코디언 아닐까 생각했다. 바람을 넣어서 동작하는.

허디거디를 찾아보았다. 

 "악기의 한쪽 끝에 달린 나무 손잡이로 송진가루를 묻힌 나무 크랭크 축을 돌림으로써 활로 현을 마찰하는 것을 대신한다. 현의 스토핑(stopping:현의 특정 지점을 눌러 음높이를 정하는 것)은 왼쪽 손으로 누른 짧은 나무 키[件]들이 1, 2개의 선율현에 연결됨으로써 이루어지며, 스토핑하지 않는 지속저음 현(4개까지 달려 있음)들을 부르동(bourdon)이라 부른다. ..... 허디가디라는 이름은 때로 거리의 악사들이 손으로 작동시켜 연주하는 배럴 오르간, 배럴 피아노 등과 혼동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배럴 오르간도 찾아보니...대략적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도 백문이 불여일견. 

유럽에서는 19세기-20세기 초까지 거리를 중심으로 널리쓰였다니 그 쪽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악기일 것 같다. 유럽 여행에서도 한 두 번은 만나봤음직 하다. 나는 아시아를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앞서 소개한 음반의 두 주인공이 연주하는 겨울나그네의 '보리수' 들어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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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물론 생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아지기 위해서다. 수난을 당해도 무방하나 그것은 장래의 모든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다. 마땅히 싸워야한다. 그것은 개혁을 위해서이다. 

다른 사람의 자살을 책망하는 사람은, 사람을 책망하는 한편, 반드시 그 사람을 자살의 길로 내몬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도전해야 하며 공격해야 한다. 

 만일 어둠을 만드는 주범의 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그쪽을 향해서는 화살 한 개도 쏘지 않으면서, 단지 '약자'에 대해서만 시끄럽게 떠벌릴 뿐이라면, 그가 제아무리 의로움을 보인다 할지라도, 나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정말 참을 수 없게 된다. 사실 그는 살인자의 공범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루쉰,<꽃테 문학> ...친리자이 부인일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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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을 생각하며 얻은 생활규범 한가지는;

'애들은 애들끼리,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얼마나 명징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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