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 가족과 행복했던 추억 하나를 얘기해 줘




 없어. 이 말을 바로 하다니.


 이번주는 시작부터 어려운 물음이군. 잘 생각해 보면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없는 것 같아. 슬프군. 슬퍼도 어쩔 수 없지. 실제 그런 걸 어떻게 하라고.


 식구와 잘 지내는 게 좋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 아주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워. 우울하고 슬픈 날이 많아던 것 같아. 그런 걸 뚜렷하게 말하기도 어렵고.


 좋은 일 아주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생각이 안 나.


20240122








245 누군가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라고 하면 뭘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




 없어요. 별로 행복하고 싶지 않아요. 행복이 대체 뭔가요.


 언제부턴가 행복이라는 말이 넘쳐나는 것 같은데, 저는 이 말 별로 안 좋아합니다. 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행복이 뭔지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행복보다 저는 즐거운 게 더 좋습니다. 즐겁게 사는 게 그것과 이어질지도 모르죠. 이 말 쓰는 것 자체도 안 좋아해서. 거의 안 씁니다. 앞에 여러 번 썼네요. 어쩌다 보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해주는 것보다 자신이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거의 자신이 해야 더 낫지 않나요. 그러면서 저는 하는 거 별로 없군요. 바라지 않아서기도 하고 게을러서기도 하네요. 게으르고 잘 할 것 같지 않아서군요.


20140123








246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뭐가 하고 싶어?




 하고 싶은 거 없다.


 사흘 동안 없다고 쓰다니. 이번 주 물음 왜 이래. 지난주에 봤을 때부터 난 쓸 게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 다른 이야기라도 지으면 더 나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참 바보 같군.


20240124








247 살면서 꼭 지켜야 하는,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어?




 나흘째예요. 저와 한 약속 없습니다. 지켜야 하는, 그런 거 생각하지 않았네요. 그런 거 생각한 적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엔 뭔가 생각한 것 같기도 한데. 새해가 오면 정리를 해야지, 하는 거 저와 한 약속일지도 모르겠네요. 못 지켰습니다. 해마다. 지금도 여전히.


 꼭 지켜야 하는 건 자기 자신과 하는 약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도 쉽지 않죠. 하나 있을지도.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지 않기. 이렇게 생각하지만, 정말 피해를 주지 않았는지 어땠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과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에요. 다른 사람 마음을 다 맞춰주기 어렵겠지요.


 제가 싫은 건 다른 사람한테도 하라고 하지 않기. 이건 사람마다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0125








248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감사 편지를 쓴다면?




 나와 편지를 나누어준 친구 S에게




 중학생이 되고 S 너와 내가 어떻게 하다 편지를 나누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때 너와 편지를 나누어서 난 지금도 편지를 써. 넌 어때.


 그때 넌 책도 많이 읽었겠지. 그런 거 좀 물어볼걸, 왜 책은 하나도 안 물어 봤을까. 지금 생각하니 아쉽네. 여러 해가 더 지나고 내가 책을 읽게 되기는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라도 읽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어.


 좀 이상한 나여서 미안해. 편지에는 여러 가지 말을 쓰면서 실제로는 말을 거의 안 했잖아. 그건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편지 나눠줘서 정말 고마워.


 S야 늘 건강하게 지내.


20240126









 그저께 글을 쓰면서 보니 마이리뷰가 TOP100이 됐더군요.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언제 될까 생각한 적은 있어요. 이대로 죽 가겠지요. 더 올라가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이리뷰100위 안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좋네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숫자로 된 거죠. 시간과 숫자.


 이번주에 쓰기 참 어려웠네요. 다 없다고 쓰려다 어떻게든 뭔가 쓰기는 했네요. 하나는 정말 짧게 썼지만. 저만 저런 거 쓰기 어려워할 것 같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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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4-01-28 0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달인 축하드려요 희선님^^

희선 2024-01-28 23:42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 님 고맙습니다 달인이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희선

페넬로페 2024-01-28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와 페이퍼 둘 다 탑 100 안에 드시는군요.
대단하세요
축하드립니다^^

희선 2024-01-28 23:44   좋아요 1 | URL
저는 많이 써서 된 거죠 그만큼 시간이 흐르기도 했네요 좋아요 덕도 있습니다 그게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희선
 
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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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만들어 낸 이야기속 먼 앞날은 그리 좋지 않다. 공기는 아주 나빠지고 사람은 돔을 만들고 그 안에 살지. 모두가 그 안에 사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 못 가진 사람은 돔 바깥에 살아야 해. 돔에 사는 사람은 바깥을 그리워하고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어. 바깥에 살기 좋은 곳이 있다는 소문이 있을지도 모르지. 이런 이야기 정말 있었던가. 나도 모르겠어. 이건 그저 내가 생각한 걸지도. 돔 바깥에선 살기 어려울 텐데. 살기 좋은 곳이 있을지. 시간이 많이 흐르면 돔 바깥은 달라질지도 모르겠어. 지금도 지구를 망치는 건 사람이야.


 지구를 생각하고 해야 할 것도 있을 텐데. 아니 지구를 생각한다면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건물을 새로 짓거나 새로운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것, 나무를 베는 것도. 왜 이런 말을 하느냐고. 이 소설 《랑과 나의 사막》은 49세기로 사람이 전쟁을 하다가 세상이 망한 느낌이야. 푸른 나무는 없고 사막만 펼쳐진. 사람은 많지 않고 조금만 사는가 봐. 소설 시작은 고고가 랑이 죽은 걸 말하는 거야. 고고는 로봇으로 2844년에 만들어진 거래. 그때는 전쟁이 일어났던 때고 고고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 이 말은 랑 친구인 지카가 했어. 물건, 로봇은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드는 걸까. 그러기는 하겠지. 사람은 왜 태어났는지 찾아야 하는 걸까. 사람이 태어난 데 다른 까닭은 없을 텐데.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찾는 건 괴롭잖아.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이건 살면서 생각하는 거겠군. 이런 건 그저 내 생각일 뿐이야. 소설과는 아무 상관없어. 이 이야기는 사람보다 로봇 고고 이야기거든.


 로봇은 함께 살던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은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살아가는군. 지카는 고고한테 자신과 떠나자고 하는데, 고고는 지난날로 돌아가는 곳으로 간다고 해. 다시 랑을 만나고 싶어서겠지. 고고 기억은 사람과 다르게 뚜렷하고 선명해. 그건 좋겠어. 고고가 사막을 걸을 때 어느 순간 랑과 있었던 일이 재생되기도 했어. 그건 랑이 고고 머리에 망치를 떨어뜨린 다음부터 생긴 문제였지만. 정말 사람과 비슷한 것 같군. 살다 보면 어떤 기억이 불쑥 떠오르기도 하잖아. 어떤 일이 기억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고고는 사막을 걸으면서 랑을 생각해. 그러다 모래 폭풍을 만나고 모래에 묻힌 사람을 구해. 사람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어. 드물게 보이는군. 고고가 만나는 건 사람만이 아니야. 트랙터가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로봇 알아이아이도 만나. 알아이아이는 누가 자신을 만들었는지 알고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아. 고고는 사막에서 죽은 사람도 봤는데, 그 사람은 알아이아이가 찾는 카일 같았어. 고고는 그걸 알아이아이한테 말하지 않아.


 사막이라고 하니 《어린 왕자》가 생각나는군. 고고가 마지막에 만나는 외계인 살리는 금빛 머리카락에 금빛 눈동자야. 어린 왕자도 금빛 머리카락 아니었던가. 어떻게 보면 어린 왕자도 외계인이야. 사막을 건너고 이런저런 걸 만나는 건 로봇 고고라는 걸 잊으면 안 돼. 자신은 감정을 모른다고 하는. 하지만 고고는 랑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가졌어. 이것도 자라는 이야기겠군. 로봇 고고가. 고고는 랑을 만날 수 있을지.


 세상이 어둡고 희망이 없으면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 걸까. 그건 소문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지난날로 돌아가는 곳이 있다는 말. 지난날로 가면 어떻게 될까. 고고가 돌아간다 해도 랑은 또 죽잖아. 그런 일이 일어나면 고고는 다시 지난날로 가려고 할지. 난 랑이 부러운가 봐. 랑을 그리워하는 고고가 있다는 게. 고고는 랑을 만나기 전에 부서질지도 몰라. 고고가 부서지지 않고 건강한 랑을 만나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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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잊어버린 거였지


넌 어디에 있어

내가 잊어버려서 미안해

네가 나타났으면 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조금이라도 모습을 나타내

부탁해





*집에서 사라지는 물건은 어디로 가는 건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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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26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에 보이게 사라지는 물건도 있어요.
여차해서 뭔가를 실수로 책장 뒤나 서랍장 뒤로 보내버리면~~
그저 담에 찾고 말리라는 결심만 해요 ㅎㅎ

희선 2024-01-27 23:22   좋아요 1 | URL
책장이나 서랍장 뒤로 떨어지면 꺼내기 어렵겠습니다 그때는 그걸 기억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지도... 어딘가 둔다고 뒀는데 안 보이는 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오기는 할지... 치우다 보면 예전에 찾던 게 나올 때 있기는 해요


희선
 
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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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십오초를 길다고 느낀 적은 없다. 죽을 때가 되면 십오초를 길다고 느낄까. 사람이 죽을 때 나타나는 주마등은 어느 정도나 시간이 걸릴지. 그런 일은 없어서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사고로 자신이 죽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지금까지 살아온 일이 짧은 시간 동안 죽 흘러갈지. 영화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런 게 나오는 일본 드라마도 있었다. 아니 주마등을 죽은 다음에 자신이 보는 거였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원작은 소설이었을 것 같다. 이 소설 《15초 후에 죽는다》에는 15초 뒤에 죽는다는 설정으로 네 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어느 순간엔 짧은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질 것 같다. <15초>에서 ‘나’는 시간이 멈추었을 때 자신이 어떤 일에 놓였는지 알게 된다. 그때 사람 크기 만한 고양이가 나타난다. 그런 게 나타나면 저승사자 같은 느낌이 바로 들기는 하겠다. ‘나’는 등에 총을 맞았고 앞으로 15초가 지나면 죽는다. ‘나’가 살 시간이 15초 남았다는 걸 알려준 건 고양이다. 고양이는 15초 동안 ‘나’한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한다. 그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다면 난 뭘 할까. 허둥지둥 하다가 십오초를 다 쓰고 죽을 것 같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한다. 범인을 밝히려는 걸까 했는데, 마지막엔 다른 일이 밝혀진다. 자신이 죽는다 해도 오해는 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좋은 뜻으로 한 일을 누군가는 잘못 알기도 하겠다.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살의를 느끼기보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드라마를 보다가 중간을 못 보고 마지막이 나오면 이건 뭐야 할 때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이야기 <이다음에 충격스런 결말이>에는 그런 이야기가 담겼다. 여기에서 십오초는 잠을 자다 일어나서 드라마가 끝나가는 걸 보고 다음에 무슨 일이 있겠어 했는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드라마에 나온 사람이 죽음을 맞았다. 자리를 비웠던 사람은 왜 그 사람이 죽는지, 십오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한다. 누나는 동생한테 그걸 알게 하려고 드라마에서 중요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어떤 건 착각하게 만들고. 이건 드라마를 죽 보면 알 수 있는 거였다. 그래도 보다 안 보다 한 사람은 깜짝 놀라겠지.


 세번째 <불면증>에선 죽는 장면이 자꾸 되풀이 된다. 뭐가 꿈이고 뭐가 현실인지 알기 어려운 거였는데, 어쩌면 둘 다 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고가 일어나고 어머니가 죽기까지 시간 십오초 동안 일어난 일을 되풀이해서 꾸는. 그러면서 다른 곳에도 가는. 거기에서는 어머니가 실제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그건 아주 잘못 본 건 아니었다. 자신이 죽는다 해도 뭔가를 알려주고 싶었던 어머니였구나. 아이는 제대로 못 들었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나. 앞으로 아이가 힘을 내서 살기를 바란다.


 마지막 이야기는 제목이 길다.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이다. 일본과 떨어진 섬 적토도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여기 사람은 모두 머리와 몸이 떨어져도 십오초 안에 붙이면 괜찮다. 머리와 몸이 십오초 동안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이런 게 왜 나왔을까 했는데, 읽어보니 이런 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한테 공격을 당한 가쓰로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갔으니 말이다. 친구인 고가 그걸 보고 가쓰로를 구하고 그러면서 가쓰로와 고는 머리를 바꿔 달기 바쁘다. 이걸 생각하니 얼마나 바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도모히로도 함께 한다. 이 이야기는 참 복잡하기도 하다. 복잡하면서 재미있기도 하다. 머리를 자꾸 바꾸는 걸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 텐데. 한 몸을 머리 둘이 왔다 갔다 하는 걸 생각하면 재미있겠지만, 실제 보면 무서울지도. 그래도 피는 안 나오니 좀 괜찮은가.


 몇해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지금 일이 일어났는데, 그때 일어난 일에는 다른 일이 있었다. 어떻게든 이야기는 좋게 끝나지만,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든다. 몸과 머리가 바뀐 사람. 모두가 살 방법은 그것밖에 없기는 했구나. 모든 주민 나이를 아는 순경 모로즈미가 대단하기도 했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알았지만, 그 모습 정말 무서웠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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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로 가려 했는지

잊어버리기도 해


중요하고,

소중했는데……


그럴 땐

천천히 가만히

마음 깊은 곳을 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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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6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