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지나 닿은 곳엔

버스 한대가 있었지


어디선가 사람이 나타나

차례로 버스에 올랐어


사람이 자꾸 타도

버스엔 빈 자리가 있었는데

어느새 자리가 다 찼어


버스는 하늘로 떠오르고

구름을 헤치고 나아갔어


안개 같은 사람들은

희미하게 웃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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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

──소나무





언제나 푸른 빛을 내는

네 마음은 바래지 않네

내 마음도 바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넌 꿋꿋하게 서 있지

여전히 푸르게


푸름은 네 자랑이야

나도 자랑할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늘 푸르러서 다행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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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1-10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먹어가지만 우리도 마음속에 싱싱함을 간직하기로 해요.ㅋㅋ 늘 싱싱하게...

희선 2024-01-11 23:54   좋아요 0 | URL
나이하고 마음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조금 달라지는 건 있을지 몰라도 많이 바뀌지 않기도 하네요 철이 없네요 마음은 싱싱하게...


희선
 
북샵
피넬로피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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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는 건 쉽지 않지. 여자 혼자 사업을 하려면 더 힘들어.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이 책 《북샵》 배경인 1959년 작은 바닷가 마을 하드버러에서는 더했을 것 같아. 작은 바닷가 마을이니 거기 사는 사람은 뭔가 문화생활을 할 게 있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그건 책방(서점)은 아니었어. 그런 때 남편이 죽고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플로렌스 그린은 하드버러에서 책방을 하려고 했어. 지은 지 500년이나 된 굴 창고가 딸린 올드하우스에서. 올드하우스는 처음에도 이 이름이었을까. 오래 가기를 바라고 지은 이름인지.


 올드하우스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어. 마을 사람은 거기에 책방이 들어서길 바라지 않고 센터, 뚜렷하게 말해서 예술 센터로 삼으려고 했어. 이건 하드버러에서 힘이 있는 사람 가맛 부인이 한 말이야. 올드하우스를 그냥 뒀을 때는 언제고 플로렌스가 올드하우스를 사고 책방을 하려고 하니 그런 말을 하다니. 마을 사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가맛 부인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건지. 가맛 부인 말이라면 마을 사람이 다 따를지도 모르겠어. 하드버러는 작은 마을이고 어떤 일이든 다 알기도 하는 곳이야. 그런 곳 별로일 듯해. 한국에는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곳이 있다고 하지. 모두 잘 알면 좋을까. 난 별로야.


 플로렌스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올드하우스를 사. 거기에는 유령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는데, 가끔 소리가 났어. 폴터가이스트 현상이야. 사람들은 그걸 래퍼라 했어. 그런 소리가 들리는 건 건물이 오래돼서인 것 같은데. 1959년엔 유령을 믿는 사람 많았겠지. 영국은 코난 도일이 나고 산 곳이기도 하지. 코난 도일은 심령술에 빠지기도 했다잖아.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올드하우스를 잘 알아봤다면 건물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플로렌스도 그걸 래퍼로 생각했군. 여러 사람이 별로 반기지 않은 책방이었지만 플로렌스는 꿋꿋하게 책방을 열어. 책방 이름은 ‘올드하우스 서점’이야. 그 집 이름을 그대로 썼군. 지금이라면 좀 더 다른 이름으로 지었을까.


 책방 일은 할 게 많지. 플로렌스를 도와 책방에서 일하는 아이가 있었어. 열살인 크리스틴 기핑이야. 기핑 집에는 아이가 여럿이어서 그렇게 됐어. 옛날에는 어린이가 일을 하기도 했지. 1959년 한국도 다르지 않았을 것 같군. 그때 한국은 전쟁이 끝나고 여섯해가 지났을 때군. 크리스틴은 어렸지만 일을 잘 했어. 플로렌스가 책방을 연다고 했을 때 좋게 여긴 사람도 있었어. 명문가 후손 브런디시였어. 브런디시는 자기 집인 홀트하우스에서 잘 나오지 않았지만. 플로렌스가 책방에 나보코프 소설 《롤리타》를 두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을 들어주기도 해. 그건 편지를 써서 말했어. 작은 마을이니 사람이 적을 텐데 플로렌스는 그 책을 250부나 사. 그렇게 많이 사다니. 책이 좀 팔리기는 했을까. 조금은 팔렸기를.


 이 책 《북샵》은 아주 현실을 말하는 이야기야.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희망을 말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쉽게도 여기에는 그게 없군. 아니 꼭 그렇지는 않나. 플로렌스는 가맛 부인한테 지고 말아. 올드하우스 땅 보상금이라도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도 못 받고 가게도 책도 다 잃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했거든. 브런디시는 플로렌스를 도우려 했는데, 가맛 부인은 브런디시가 다른 말을 했다고 해. 플로렌스는 브런디시 마음을 제대로 모르고 하드버러를 떠나. 플로렌스가 하드버러를 떠나도 살아 있으니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지. 그러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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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바람아

넌 어디로 가니


넌 오기도 가기도 하는구나


더운 사람은 네가 땀을 식혀주어 기쁘고

꽃은 씨앗을 멀리 옮겨주어 기쁘고

젖은 빨래는 물기를 날려주어 기쁠 거야


넌 늘 기쁨을 주고 싶을지도 모를 텐데

가끔 나무를 꺾고

벼를 쓰러뜨리고

과일을 떨어뜨리기도 해

알아, 그런 네 진심이 아니지


바람아, 바람아

넌 너일 뿐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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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0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문학동네 시인선 158
신용목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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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나오고 얼마 안 됐을 때 샀는데, 좀 늦게 만났다. 신용목 시인 시는 여전히 어렵구나. 다른 사람 시도 어렵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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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1-10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가 어렵더라고요. 그게 시의 매력이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게 뭘까? 뭘 뜻하는 걸까? 하면서 상상력의 날개를 펴게 하는 것, 그게 시의 맛이라고 여기는 거죠. ㅋㅋ

희선 2024-01-11 23:51   좋아요 0 | URL
시에서 나타내는 게 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 봐도 괜찮다고도 하더군요 아니 꼭 그걸 쓴 사람이 말하는 걸 알아내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알아내면 시인은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