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어렵고 힘든 일에 빠졌을 때

전 아무 힘도 되지 못하겠지요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에요

 

그대가 어렵고 힘든 일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길 바라요

 

그대에게 힘을 주는 게 있기를,

언제나 기도할게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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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18 0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의 이 시도 힘이 되어요 ^^ 참. 친절하고 따뜻한 시. 감사해요!

희선 2021-06-19 02:25   좋아요 1 | URL
han22598 님 해주신 말씀도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한국은 주말이에요 거기도 곧 주말이 찾아오겠지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06-18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읽고 김광진의 <진심>이란 노래가 떠올랐어요 ㅎㅎ ˝그대를 지켜주는건 그대안에 있어요. 강해져야만 해요˝ 이런 가사인데 좋아요 ^^

희선 2021-06-19 02:29   좋아요 1 | URL
그 노래 못 들어봤던가 하고 찾아서 들어보니 들어본 적 있는 거네요 노랫말은 자세하게 몰랐네요 자신을 지키는 건 자신 안에 있겠지요 그걸 알면 좋을 텐데, 가끔 그걸 다른 데서 찾기도 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6-18 1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의지(마음)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냥 옆에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 힘을 보탤 수 있을 뿐인 것 같아요.

희선 2021-06-19 02:31   좋아요 1 | URL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겠지요 페크 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한테 힘이 될 거예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다니...


희선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문학과지성 시인선 543
김행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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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잘 생각날 때도 있지만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꿈을 꾸다가 잠깐 깨고는 괜찮은 꿈이었어 하고 다시 자고 일어나면 그 꿈이 생각나지 않기도 해요. 자면서 꿈 잊어버리지 않아야지 하면 정말 잊어버리지 않기도 해요. 꿈은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건지, 생각이 만들어내는 건지. 둘 다일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안 좋은 꿈 꿨어요. 그건 제가 걱정하는 일이었어요. 걱정이 똑같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안 좋은 꿈은 잊고 좋은 꿈만 기억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나 반대가 되는군요. 기억도 다르지 않네요. 전 꿈꾸는 거 좋아해요. 꿈이 생각나면 잠을 깊이 못 잔 거겠지만. 꿈을 이어서 꾼다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그런 일 딱 한번 있었어요. 한동안 학교 다니고 시험 보는 꿈을 꿨는데 이제 그런 꿈 안 꾸는군요. 차라리 그게 나은데. 그 꿈에서 저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문제 못 푼다 해도.

 

 

 

 네가 나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곳들이 궁금해.

 너는 어디에 있는 나를 기억할까.

 너의 상상력은 나를 어디까지,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나를 상상하는 너를 상상하면 나는 네 둘레를 하염없이 맴돌 수 있을까. 너를 상상하는 나를 상상하면 너는 내 꿈으로 걸어 들어올 수 있을까.

 너는 나를 물끄러미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한참을.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중얼거렸지.

 미안합니다, 너는 사람을 잘못 봤다고 몹시 부끄러워했어.

 내가 사람 모양을 하고 있구나, 그때 난 생각했지.

 너는 왜 부끄러울까.

 

 그때 너는 다른 시간 속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그때 나는 너의 등 뒤에서 비처럼 쏟아졌다.

 내가 비 모양을 하고 있구나, 그런데 내 모습이 그렇게 변한 걸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 머리 위로 검은 우산이 둥실둥실 떠다니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거의 젖지 않았어.

 그리고 너는 그날 우산도 없이 빗속에서 나를 찾으러 어딜 그렇게 그렇게 쏘다녔을까.

 

 -<의식의 흐름을 따르며>, 20쪽~21쪽

 

 

 

 이 시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걸까요. 꿈속에서 만난 건지. 어쩐지 시가 꿈 같네요. 김행숙 시인 시집은 처음입니다. 이번이 여섯번째 시집인 듯한데. 지금까지 이름도 몰랐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이름 아는 작가 있기도 하잖아요. 언젠가 황인찬 시인이 라디오 방송에서 김행숙 시인 시를 읽어줬어요. 이름을 그때 안 건 아니지만, 그걸 들으니 새로 나온 김행숙 시인 시집 한번 보고 싶더군요. 그 시가 담긴 시집을 봐야 했을지도. 한달에 시집 한권 보기는 잘 못합니다. 보려고 사둔 시집은 여러 권인데. 꿈은 알기 어려워요. 자기 꿈이든 남의 꿈이든.

 

 

 

 잘 아는 길이었지만……

 우리가 아는 그 사람처럼

 알다가도 모를 웃음처럼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었어요.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눈을 감지 못하는 마음이었어요.

 나는 전달책 K입니다.

 소문자 k입니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는데

 왜 가는지는 모릅니다.

 오늘따라 나는 울적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이럴 때 나는 내가 불편합니다.

 

 만약 내가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라면

 누군가가 나를 주워 주머니에 숨길 때 그 마음을

 누군가가…… 누군가를 쏘아보며 나를 집어 던질 때 그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내가 알면 뭐가 달라지나요?

 

 평소에도 나는 나쁜 상상을 즐겨했습니다.

 영화 같은

 영화보다 더 진짜 같은

 

 그러나 상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의 모든 상상이 비껴가는 곳에서

 나는 나를 재촉했습니다.

 한 명의 내가 채찍을 들고

 한 명의 내가 등을 구부리고

 

 잘 아는 길이었는데

 눈을 감고도 훤히 보이는 길이었는데……

 안개가 걷히자

 거기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두 눈을 활짝 얼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68쪽~69쪽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네요. 길을 잃었다는 말이 나오다니. 이 시 다기 보기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스트레이(stray)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 말 들어본 말인데 무슨 뜻이더라 했습니다. 바로 떠올렸느냐 하면 그러지 못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말하는 걸 듣고서야, ‘맞아’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스트레이 쉽이 생각났습니다. 이건 어디에 나오는 말일까요. 소세키 소설 《산시로》지요. 하루키도 쓴 적 있던가 했는데 그건 모르겠네요(《양을 쫓는 모험》이 그거던가). 이 시 마지막에서는 시체가 기다렸네요. 나였는데 우리가 되다니. 그건 나와 나일까요. 시체도 자기 자신이 아닐지. 제 마음대로 생각했군요. 아직도 꿈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밤에만 꿈을 꿀까요. 잠은 밤에만 자지 않는군요. 낮에 자면 더 이런저런 꿈을 꿀지도 모르겠습니다. 온다 리쿠는 꿈은 바깥에서 온다고 했는데. 전 아침, 낮도 좋지만 밤을 더 좋아해요. 그때 깨어있는 게 좋아요. 다른 사람은 잠들고 조용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침이 오기 전에 자야 할 텐데. 잠을 잘 때만 꿈꾸지 않아요. 깨었을 때도 꿈꿔요.

 

 김행숙 시인은 카프카를 좋아하는가 봐요. 카프카나 그레고르 잠자 이야기를 시로 쓰기도 했습니다. 잠자는 성이지만, ‘잠 자’ 하는 말로 봐도 괜찮지 않을지. 이런 말장난을. 카프카가 쓴 소설은 꿈 같지 않나요. 이야기는 어떤 것이든 꿈 같군요. 이야기를 쓰는 것뿐 아니라 읽는 것도 꿈으로 들어가는 거네요. 이런 생각하니 멋집니다. 여기 담긴 시는 꿈 같습니다. 현실을 나타내는 말도 있을지 모를 텐데 제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시를 만나는 건 괜찮아도 시를 말하기는 어렵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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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7 0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꿈꾸면 기억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하나도 안나더라구요 ㅜㅜ 이 시들 좋네요~! 하루키의 소설은 <댄스댄스댄스> 아닐까 싶네요. 6구?의 백골이 나오는데 ㅋ

희선 2021-06-18 00:44   좋아요 1 | URL
예전에 꿈을 적었던 적도 있는데, 그때 쓴 거 보니 이런 꿈을 꿨나 하기도 했어요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오래됐지만 기억하는 꿈은 편지를 받고 읽지 못한 거예요 깨고 나니 아쉽더군요 꿈은 덧없기도 해요 사는 것도 그렇다고 하지만... 하루키 소설 《댄스댄스댄스》는 못 봤습니다 그것뿐 아니라 못 본 거 더 있군요


희선
 

 

 

 

 어릴 때부터 난 만화영화 좋아했다. 만화영화는 어린이만 보는 게 아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이런 말을 하다니. 늦은 밤에 만화영화 보는 게 얼마나 좋은데. 어릴 때 난 왜 밤에는 만화영화 안 하나 했다. 지금 생각하니 케이블 방송에서는 했을지도.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은 지상파 방송밖에 안 봤다. 지금 딱 하나 보는 <복면가왕>은 컴퓨터로 방송국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방송(on air)으로 본다.

 

 만화영화에는 주제곡이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 만화영화를 해줄 때 주제곡을 새로 만들어서 보내줬다. 그것도 앞에 노래만. 케이블 방송에서는 노랫말을 한국말로 바꾸기도 하고 그대로 내 보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일본 사람 이름을 한국 사람 이름으로 바꾸기도 하는구나. 어릴 때는 그런 거 보고 한국 만화영화로 생각했던 것 같다. 자라고 나서 그런 게 일본 만화였다는 걸 알았다. 지금 아이들은 예전 아이들과 다르게 자신이 보는 만화영화가 일본 만화영화인지 알겠다.

 

 내가 주로 듣게 된 일본 노래는 만화영화 주제곡이다. 한국에서 만든 만화영화 주제곡은 어쩐지 동요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릴 때는 그런 거 좋아했구나. 만화영화 주제곡 듣기도 했으니. 일본 만화영화 주제곡은 가수가 하기도 하고 성우가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성우면서 가수인 사람 많다(얼마전에도 한 말). 배우면서 가수인 사람도 많구나. 만화영화 주제곡은 나중에 싱글 음반으로 나온다. 일본 만화영화는 시작할 때뿐 아니라 끝날 때 노래도 있다. 모든 만화영화가 그런 건 아니구나.

 

 노래를 듣다가 괜찮으면 노랫말 찾아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찾으면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긴 것도 나오지만, 난 일본말만 적힌 걸 찾고 싶었다. 예전에 일본 사이트에서 노랫말이 있는 홈페이지 여러 곳 찾았다. 그런 곳은 글을 복사할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노랫말 복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노랫말을 복사한 건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겨보고 싶어서였다. 그런 거 많이 못 해 봤다.

 

 

http://www.littleoslo.com/lyj/home/

https://www.lyrical-nonsense.com/

https://j-lyric.net/

 

 내가 일본 노래 노랫말 찾는 곳이다. 혹시 나처럼 일본말만 나오는 노랫말 찾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해서. 내가 말 안 해도 벌써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하는 말

 

 이걸 쓰고 나서 알았다. 뭐냐 하면 구글 재팬에서 노랫말 찾으면 바로 나온다는 거(구글 재팬이 아니어도 괜찮을지도). 평소에는 구글에서 안 찾는데, 일본에서 나온 책이나 작가 그런 거 찾을 때 구글을 쓴다. 얼마전에는 네이버에서 찾아도 나온다는 거 알았다. 아니 나도 잘 모르겠다. 찾던 데서 안 나오면 다른 데서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지.

 

 밑에는 얼마전에 다시 들은 노래다. <기동전사 건담 SEED 데스티니>에 나온 노래다. 데스티니는 한글로 쓰다니. 이 노래는 몇해 전에 한국말로 옮겨 보기는 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는 곳이 한 곳 있다. 일본말 잘 아는 사람은 그거 틀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 건담 시리즈는 ‘시드’와 ‘시드 데스티니’ 두 가지다. 여기에서 말하는 건 평화. 아주 짧게 말하다니. 많은 사람이 죽은 다음에야 싸우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그전에 알아야 할 텐데.

 

 

 

희선

 

 

 

 

 

 

 

君は僕に似ている(넌 날 닮았어) - See-saw

https://youtu.be/ORW1BKBe0DE

 

 

 

君は僕に似ている(넌 날 닮았어)

 

 

작사 : 石川智晶(이시카와 치아키)

작곡 : 梶浦由記(카지우라 유키)

노래 : See-saw

 

 

 

君の姿は僕に似ている

静かに泣いてるように胸に響く

 

네 모습은 날 닮았어

조용히 우는 듯 가슴에 울려퍼져

 

何も知らない方が幸せというけど

僕はきっと満足しないはずだから

うつろに横たわる夜でも

僕が選んだ今を生きたい それだけ

 

아무것도 모르는 게 행복하다지만

난 분명 만족하지 않을 거야

공허하게 가로놓인 밤에도

내가 바란 지금을 살고 싶을 뿐

 

君の速さは僕に似ている

歯止めのきかなくなる空が怖くなって

僕はいつまで頑張ればいいの?

二人なら終わらせることができる

 

네 속도는 나와 비슷해

멈출 수 없는 하늘이 무서워졌어

난 언제까지 힘내면 돼?

둘이라면 끝낼 수 있어

 

どうしても楽じゃない道を選んでる

 

어떻게 해도 편하지 않은 길을 가

 

砂にまみれた靴を払うこともなく

こんな風にしか生きれない

笑って頷いてくれるだろう 君なら

 

모래투성이 신을 털지도 못하고

이렇게밖에 살지 못해

너라면 웃으며 고개 끄덕여주겠지

 

君に僕から約束しよう

いつか僕に向かって走ってくる時は

君の視線を外さずにいよう

きっと誰より上手に受け止めるよ

 

내가 네게 약속할게

언젠가 나한테 달려올 때는

네 눈길 피하지 않도록

꼭 누구보다 잘 받아들일게

 

君の姿は僕に似ている

同じ世界を見てる君がいることで

最後に心なくすこともなく

僕を好きでいられる

僕は君に生かされてる

 

네 모습은 날 닮았어

같은 세상을 보는 네가 있어서

마지막에 마음도 잃지 않고

날 좋아할 수 있어

네가 날 살려(나는 너 때문에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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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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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셰어하우스 플라주》(혼다 데쓰야)를 보면서 무슨 말을 쓸까 먼저 생각했어요. 요새 책을 천천히 봐서 전보다 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책을 다 본 다음에 생각해도 괜찮은데, 왜 먼저 어떻게 쓰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보다보니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더라구요. 집중도 못한 느낌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저랑 다르니 모르는 거군요. 저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해도 알기 어려운 면이나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겠지요. 저는 죄를 짓고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 마음 잘 모릅니다. 제가 그런 처지가 아니니까요. 아니 지금 생각하니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하네요. 엄청난 잘못은 아닐지라도 작은 잘못은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네요. 겸손해야 할 텐데.

 

 플라주라는 곳은 아래층은 카페 겸 술집이고 위층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 세 들어 사는 곳으로, 여기는 문이 없어요. 세상은 죄 지은 사람한테 엄한 잣대를 댑니다. 죄를 짓고 형을 살고 나와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세상은 그걸 제대로 보지 않지요. 저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한번 어떤 잘못을 저지르면 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멀리 할 것 같아요. 그런 마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예 모르고 시작하면 괜찮을지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을 겪어보고 나중에 알게 되면, 예전과 다른 사람이다 여길지도. 그건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은 사람은 예전 일을 알게 되면 아주 달라지기도 하지요. 죄를 지었던 사람이 다시 죄를 짓는 건 그럴 때가 아닐까 싶어요.

 

 죄를 짓기 전에 한번 생각하면 참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요시무라 다카오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서 딱 한번 각성제를 하고 집행유예를 받았어요. 그것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카오가 살던 곳에 불이 나고 지낼 곳이 없어져요. 그때 다카오는 이 플라주에 들어가요. 거기에는 다카오까지 여섯 사람이 살았어요. 모두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다카오는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됐어요. 어느 날엔가는 예전에 일하던 곳 사람을 만나요. 그 사람은 다카오 때문에 회사에도 피해가 있었다고 말하고 다카오한테 예전에 했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라고 해요. 차갑게 들리는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죄를 지으려다가 참는 건 자신이 죄를 지었을 때 자신뿐 아니라 둘레 사람한테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카오는 자신 때문에 회사나 회사 사람이 안 좋았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분명 한사람 목숨을 빼앗았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 나라는 법치국가다. 설령 죄를 지었다 해도 제대로 벌을 받으면 용서해주어도 좋지 않은가. 그 사람이 제대로 갱생했는지 어떤지, 재범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 그건 또 다른 문제일 터다. 일단 벌을 받은 사람한테는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 그 정도는 사회가 보장해 주어도 좋지 않은가. (346쪽~347쪽)

 

 

 앞에 옮긴 말은 셰어하우스 플라주를 만든 준코가 한 생각이에요. 준코 아버지는 잘못해서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요. 준코 아버지는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다른 죄도 무겁기는 하지만 잘못해서 사람을 죽게 하면 그것도 무거운 죄지요. 벌을 받았다고 해서 그게 끝은 아니다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심판할 수 없는 거겠지요. 죄를 뉘우치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죄인이다 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준코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전과자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했어요. 세상에 플라주 같은 곳이 많다면 좋을 텐데 싶네요.

 

 죄는 한번 지으면 씻기 어려워요. 죄를 지은 사람은 그걸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뿐 아니라 많은 사람 마음도 바뀌어야 하지만. 한번 진 십자가는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제 생각 엄격한 건지도. 그래도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죄를 뉘우치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 믿어야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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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5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범죄 경력자의 셰어하우스라니 특이한 내용이네요. 제가 읽고 있는 책이랑 왠지 느낌이 비슷한거 같아 흥미롭네요~!!

희선 2021-06-17 00:00   좋아요 1 | URL
범죄를 지은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방 구하기도 어렵겠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방을 빌려줘도 나중에 죄를 지었다는 걸 알면 거의 쫓겨나잖아요 여기에는 문이 없는 게 별납니다 어쩌면 다시 죄를 짓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게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1-06-15 1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혼다 데쓰야 한동안 레이코 형사 시리즈물 독파 했었는데
언젠가 부터 안찾아 읽게 되었네요.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사회, 세상은 죄인을 어떻게 처벌 한후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어 야 할지 이책 쉽게 읽기 힘든 책인 것 같습니다.

희선 2021-06-17 00:05   좋아요 2 | URL
히메카와 레이코, 예전에 일본 드라마 <스트로베리 나이트> 봤어요 그 드라마에 나온 사람이 바로 다케우치 유코였네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생각나서... scott 님 글 보고 알았던 것 같습니다 몇해 전에 다시 그 드라마 만들었더군요 저는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몇 권밖에 못 봤습니다

죄를 지었다 해도 형을 마치면 살아야 할 텐데, 사회나 세상은 그런 사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네요 이런 건 앞으로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희선
 

 

 

 

같은 세상에 살아도

너와 난 만날 수 없을 거야

 

만나지 못해도 괜찮아

만나지 않는 게 나아

 

그저 네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기뻐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

저세상에 간다면

그때 만나

 

넌 거기서,

난 여기서,

잘 지내자

 

 

 

 

*이 글 차례가 오다니, 왜 썼을까 싶은 글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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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5 0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날 그날 쓰시는게 아니라 미리 써놓은 시가 있는거군요~! 만나지 못해도 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

희선 2021-06-16 23:58   좋아요 1 | URL
거의 고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바로 쓴 걸 올리는 것보다 시간이 조금 지난 게 나은 듯하더군요 쓸 때 감정과 시간이 지난 뒤 감정이 달라질 때도 있어서 그걸 어떻게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어떤 건 창피해도 올리는군요 잘 못 썼다 해도 버리지 못합니다 만나지 못하면 못하는대로 사는 것도 괜찮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