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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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자주 나오면 자주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몇달 만인데 이번에 나카야마 시치리가 쓴 새로운 시리즈 《표정 없는 검사》를 만났다.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에 검사가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에는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 아버지인 검사 미사키 고스케가 나왔다. 미사키 고스케는 도쿄 지검에서 이름이 잘 알려졌고, 여기 나오는 검사 후와 슌타로는 오사카 지방 검찰청 1급 검사다. 검사도 급수가 있나. 형사도 계급이 있기는 하다. 바깥 사람은 그걸 자세하게 모를 뿐이다. 좀 엉뚱하지만 ‘후와’라는 이름을 보고 잠깐 생각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만화 <스킵 비트>에 나오는 후와 쇼다. 본래 이름은 후와 쇼타로던가. 성이 같다고 후와 쇼를 떠올리다니. 후와 쇼는 가수다. 자신을 위해 애써준 여자아이를 거의 배신했다. 그 여자아이는 후와 쇼한테 복수하려고 자신도 연예인이 된다. 그 만화 보다가 말았다. 꿈을 말하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삼각관계가 나올 듯해서. 여기 나오는 검사 후와 슌타로는 후와 쇼와는 아주 다르다. 하는 일이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구나.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은 재미있어서 빨리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며칠이나 걸렸다. 내가 게을러서 그러기는 했다. 그것도 있지만 검사 후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그걸 알려고 집중해서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책을 보는 나도 후와가 무슨 생각하는지 몰랐는데, 옆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은 더 답답했겠다. 후와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사생활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 게 그렇게 이상할까. 여러 사람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일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은 말하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긴다. 일만 하면 되지 다른 이야기 해야 할까. 검사는 더할 것 같은데. 언젠가 부검사가 되기를 꿈꾸는 사무관 소료 미하루도 후와를 그리 좋게 여기지 않았다. 후와는 미하루를 보고 자기 사무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굴에 감정을 다 드러내서. 그 부분은 후와가 잘못한 것 같다. 모든 사람이 후와처럼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후와는 미하루한테 석달 동안 기회를 주기는 한다.

 

 나도 후와가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아서 책을 늦게 봤다고 말했으면서 뒤에서는 다른 말을 했다. 미하루도 처음에는 일하기 힘들겠다 하고 후와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다고 하다니. 후와가 처음부터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건 아니었나 보다. 후와가 실수한 일이 잠깐 나온다. 후와는 피의자와 말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고, 그 사람이 이끄는대로 말해서 한사람이 죽었다. 그 뒤로 후와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 이런 모습을 보니 형사인 와타세가 생각났다. 와타세는 죄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죽게 만들었다. 그 일 때문에 와타세는 다시는 죄없는 사람을 잡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동료도 적으로 돌렸다. 피아니스트인 미사키도 다른 사람한테 별로 마음 쓰지 않았는데. 이건 안 좋은 뜻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마음 쓰지 않았다는 거다. 후와도 그랬다. 후와가 한 일이 나쁜 건 아니었다. 후와는 그저 경찰이나 경찰청 잘못을 드러냈을 뿐이다.

 

 일본 소설을 보면 조직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조직을 지키려고 누군가 한 잘못을 숨겼다. 그건 경찰이든 검찰이든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후와는 검사로서 할 일을 했다. 조직에 매이지 않고. 그런 거 쉽지 않을 것 같다. 잘못하면 자신이 있을 곳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있을 곳을 지키려고 조직의 잘못을 눈감아도 괜찮을까.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을 거다. 검찰청은 수사 자료가 사라지는데도 그걸 고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일은 많고 그걸 할 사람이 적다고 했다. 그게 변명이 될까. 자료가 없으면 일어난 사건이 없어지기도 하고 공소시효가 지나기도 해서 범인을 잡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피해자는 얼마나 마음 안 좋을까. 범인을 잡는다고 피해자 마음이 괜찮아지지도 않을 텐데.

 

 검사는 한사람 한사람이 저마다 사법기관이다 한다. 이런 건 처음 안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 검사는 경찰이 잡은 피의자를 그대로 밀어붙이기도 하던데. 모든 검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검사도 수사하기도 한다. 경찰이 잘못할 수도 있으니. 검사는 경찰과 아주 가까우면 안 되겠다. 후와는 괜찮은 검사다. 그렇다고 모든 검사가 후와 같으면 재미없으려나. 사람은 다 다르고, 성격이 어떻든 자기 할 일을 잘 하면 되지 않나 싶다. 어떤 일이든 그렇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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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3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유명한 시리즈 소설인가 보네요. 저는 첨들어봐서 ㅜㅜ 표지 부터 표정이 없는게 보여요 ^^ 희선님은 거의 1일 1책 이시군요. 전 일본 소설을 맨날 읽은 작가 책만 읽어서 다양하게 읽어보고 싶네요😊

희선 2021-07-14 00:03   좋아요 1 | URL
나카야마 시치리는 나이가 좀 들어서 작가가 됐는데, 그 뒤로 거의 석달에 한권씩 책을 쓰고 냅니다 지난해는 작가가 되고 열해째였는데 거의 한달에 한권 내려고 한 것 같아요 코로나여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찾아보니 일본에서는 책이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책속 사람이 다른 책에도 나와서 나카야마 시치리가 만든 책속 세상 사람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거 쉽지 않을 텐데...

하루에 책 한권 보면 좋겠지만, 천천히 읽기도 하고 책 보는 시간이 얼마 안 돼서 그렇게 못합니다 글이라도 하루에 하나 쓰려고 하지만, 이것도 어쩌다 안 쓰고 어떤 달은 반도 못 씁니다

최은영 작가 새 소설 나왔더군요 이번에 나온 건 장편이네요


희선

새파랑 2021-07-14 00:32   좋아요 1 | URL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느낌이 드네요~ 책을 계속 찍어내는거 같은 느낌이 비슷한거 같아요~!!
최은영 작가님 책 너무 좋았는데 장편 나왔다니 읽어봐야 겠습니다 😊

희선 2021-07-14 00:47   좋아요 1 | URL
히가시노 게이고도 소설 많이 썼지요 일본에는 그런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한국에 일본 작가 책이 다 나오는 건 아니니, 잘 모르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반짝,

번뜩였어

그 빛은 아주 짧아서

잡기 어려워

 

쉽게 사라지는

번뜩임,

자기 걸로 만들려면

마음을 기울여야 해

 

번뜩임은 짧아도

놓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빛날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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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쓴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이 아는 사람 노래보다 제가 우연히 알게 된 일본 노래를 말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이름이 많이 알려진 아라시(嵐) 노래예요. 이렇게 말해도 아라시 모르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아라시라는 이름은 알았지만, 노래는 거의 못 들어봤습니다. 몇달 전에 다른 사람이 부른 아라시 노래는 들어봤지만.

 

 아라시 노래는 잘 모르지만, 아라시 한사람 한사람이 나온 드라마는 조금 봤습니다. 처음부터 아라시라는 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건 생각나지 않지만. 가장 많이 본 사람은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사람은 이름도 잘 모르는군요. 아라시는 오노 사토시(大野智), 사쿠라이 쇼(櫻井翔), 아이바 마사키(相葉雅紀), 니노미야 카즈나리(二宮和也), 마츠모토 준(松本潤) 이렇게 다섯 사람이에요.

 

 

마츠모토 준, 오노 사토시, 사쿠라이 쇼, 니노미야 카즈나리, 아이바 마사키

 

 

 

 드라마에 아라시에서 한사람이 나오면 그 드라마 주제곡은 아라시가 했던 것 같기도 해요. 늘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많이 했을 거예요. 그랬는데도 노래 흘려들었군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괜찮은 것도 있었을 텐데.

 

 며칠 전에 갑자기 나쓰메 소세키 소설 《마음》이 생각나서, 예전에 일본 사람이 이걸 오랫동안 읽은 영상이 있었다는 게 생각나서 찾아봤어요(성우였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때 본 건 못 찾고 제가 이름 아는 성우가 한 게 있어서 그걸 조금 들어봤습니다. 나중에 들어야지 하고 주소를 어딘가에 저장해둔 것 같은데 없어서 다시 찾아봤어요. 그때 아라시 노래도 나왔습니다. 어쩌면 다른 걸 봐서 다음에 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에 왜 아라시 노래를 들어봤느냐 하면, 2019년에 한 일본 드라마 《G선상의 당신과 나》를 볼 때 아라시인 니노미야 카즈나리 결혼 소식이 화면 위에 잠깐 나오기도 했어요. 그거 보고 일본은 연예인 결혼 소식을 드라마 할 때도 알려주나 하는 생각을 했군요. 제가 그 드라마 본 건 2019년은 아니고 2020년이었어요. 그때 찾아보니 아라시가 활동을 그만둔다는 말이 있었는데, 영상은 2020년에 한 공연이더군요. 공연이지만 관객은 하나도 없이 온라인으로 했겠지요. 국립경기장에서.

 

 노래 한번 듣고 제목 카이토カイト는 뭐지 하고 찾아보니 영어로 연(kite)이었어요. 일본말로 연은 타코(凧)인데. 이 타코라는 말은 발음이 같고 글자가 다른 말도 있습니다. 문어, 손에 박인 굳은살도 타코라 할 때 있던데. 말은 알아도 한자는 이번에 찾아보고 알았습니다. 노랫말을 찾아봤더니, 작사 작곡을 요네즈 켄시가 했더군요. 예전에 요네즈 켄시 노래 올리기도 했네요. 레몬, 카나리아(한국말로 옮기지 않았지만), 캄파넬라. 이런 것도 인연이라 해야 할까요.

 

 이번 노래 연(カイト)은 운동선수나 시대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를 응원하려고 만들었다 합니다. 2021년에 도쿄 올림픽 열리는군요. 제대로 될지. 관중 없이 한다는 말이 있던데. 아라시 노래는 유튜브에 잘 올리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건 CD 사서 노래 들어라 하는 거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올렸네요. 아라시가 처음 나온 날 기념일인 2020년 11월 3일에 한 온라인 공연 DVD는 2021년 7월 28일에 나온답니다. 어쩐지 광고 같네요.

 

 밑에 노랫말 한국말로 옮겼는데 그렇게 잘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보세요.

 

 

 

희선

 

 

 

 

 

 

 

カイト(연) - 嵐(아라시)

https://youtu.be/mTMs1S5td74

 

 

 

カイト(kite 연)

 


작사 : 요네즈 켄시(米津玄師)

작곡 : 요네즈 켄시(米津玄師)

노래 : 아라시(嵐)

 

 

 

小さな頃に見た 高く飛んでいくカイト

離さないよう ぎゅっと強く 握りしめていた糸

憧れた未来は 一番星の側に

そこから何が見えるのか ずっと知りたかった

 

어렸을 때 본 높이 날아가는 연

놓치지 않으려고 꽉 세게 쥐었던 실

꿈꾸던 앞날은 일등성 옆에

거기에서 뭐가 보일지 늘 알고 싶었어

 

母は言った「泣かないで」と

父は言った「逃げていい」と

その度にやまない夢と

空の青さを知っていく

 

어머니는 말했어 ‘울지 마’ 라고

아버지는 말했어 ‘달아나도 괜찮다’ 고

그때마다 멈추지 않는 꿈과

하늘의 파란색을 알아갔어

 

風が吹けば 歌が流れる 口ずさもう 彼方へ向けて

君の夢よ 叶えと願う 溢れ出す ラル ラリ ラ

 

바람이 불면 노래가 흘러 흥얼거리자 저 먼 곳으로

네 꿈이 이뤄지길 바라 흘러넘치는 라루 라리 라

 

小さな頃に見た 大きな羽のカイト

思い出よりとても古く 小さい姿でいた

憧れた未来は いつもの右ポケットに

誰も知らない物語を 密かに忍ばせて

 

어렸을 때 본 커다란 날개 연

기억보다 무척 낡고 작아 보였어

꿈꾸던 앞날은 평소처럼 오른쪽 주머니에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몰래 숨기고

 

友は言った「忘れない」と

あなたは言った「愛してる」と

些細な傷に宿るもの

聞こえて来る どこからか

 

친구는 말했어 ‘잊지 않겠다’ 고

당신은 말했어 ‘사랑한다’ 고

작은 상처에 깃드는 것

어디선가 들려와

 

風が吹けば 歌が流れる 口ずさもう 彼方へ向けて

君の夢よ 叶えと願う 溢れ出す ラル ラリ ラ

 

바람이 불면 노래가 흘러 흥얼거리자 저 먼 곳으로

네 꿈이 이뤄지길 바라 흘러넘치는 라루 라리 라

 

嵐の中をかき分けていく小さなカイトよ

悲しみを越えてどこまでも行こう

そして帰ろう その糸の繋がった先まで

 

폭풍 속을 헤치고 가는 작은 연아

슬픔을 넘어 어디까지고 가자

그리고 돌아가자 그 실이 이어진 끝까지

 

風が吹けば 歌が流れる 口ずさもう 彼方へ向けて

君の夢よ 叶えと願う 溢れ出す ラル ラリ ラ

 

바람이 불면 노래가 흘러 흥얼거리자 저 먼 곳으로

네 꿈이 이뤄지길 바라 흘러넘치는 라루 라리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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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2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희선님은 일본어 천채~!! 저는 아라시 그룹이름은 들어봤는데 음악은 안들어봤어요 ㅎㅎ 연(kite)하고 꿈은 잘 어울리는 단어 같아요👍

희선 2021-07-13 00:27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저는 말은 거의 안 해요 한다면 아주 쉬운 것밖에 못할 것 같네요 저도 아라시는 이름만 알고 노래는 이번에 제대로 들어봤습니다 아라시는 폭풍이라는 뜻이에요 연에 꿈을 적어 날려 보내는 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건 연등이던가요 연하고 연등은 아주 다른데...


희선
 
나의 작은 화판 - 권윤덕의 그림책 이야기
권윤덕 지음 / 돌베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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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때는 책을 거의 읽지도 않았지만, 그때는 그림책이 별로 없었을 거야. 전집 같은 건 있었을지도. 엄마가 공부하라는 뜻으로 책을 사준 적도 없어. 이런 말 처음 하는데, 난 초등학교 중학교 공부를 잘했어. 아니 공부를 잘했다기보다 시험을 잘 봤지. 공부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거든. 고등학교도 내가 사는 데서는 좋은 데 갔는데, 그때는 밤에 늦게 자서 공부시간에 졸고, 중학교 때와는 달라져서 잘 못했어. 난 공부하는 버릇 없었어. 그저 학교에서만 듣고 시험 때만 조금 했어. 그때는 잘 몰랐어. 공부는 혼자서도 해야 한다는 걸. 왜 이런 말까지 하게 됐는지 모르겠군. 이젠 돌아갈 수도 없는데. 우리 엄마는 나한테 공부를 시키려는 마음이 별로 없었어. 그냥 내가 알아서 하게 했고, 성적이 좋으면 좋아하기도 했어. 책 안 사줬다고 책 읽지 못했다고 하다니. 그때는 내가 책에 관심이 없었던 거겠지.

 

 고등학생 때 난 나중에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어.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고 그걸 하려고 애쓰는 사람 부럽기도 해. 이 책을 쓴 권윤덕도 다르지 않더군. 처음에는 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권윤덕은 그림을 놓지 않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고 공부했어.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 좋아하고 많이 그렸더군. 그렇다 해도 그림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어. 대학을 나온다고 바로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알고 그만뒀다면 지금 그림책 작가 권윤덕은 없었겠지. 난 권윤덕이 그림책 작가가 되고 스물다섯해째인 이제야 알았어. 세상에는 작가가 많으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쩐지 미안하기도 해. 내가 만난 그림책은 얼마 안 되기도 해. 이것도 핑계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이 갈 길을 찾으면 거기로 나아가려고 많이 애쓰지. 난 하고 싶다 생각했다가 바로 내가 어떻게 하겠어 하고 바로 그만둬. 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니군. 예전에는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난 작가 되기 어려울 것 같더라구. 작가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신이 좋아서 글을 쓰다보니 작가가 되는 사람도 있더군. 난 글 쓰는 게 좋기는 하지만 거의 나만 좋아서 쓰는 것 같아. 자기가 좋아서 쓰는 글을 다른 사람도 좋아하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을 천재라고 한다지. 이 말은 만화영화에서 만화가를 말한 거지만. 어떤 걸 쓰면 누가 좋아하리라는 것도 몰라. 가끔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썼다고 말하는 사람 보기도 했는데 난 그런 거 못해. 난 내가 안 되는 것만 생각했군. 많은 걸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어도 밀고 나가는 게 아주 없지는 않지만. 작가가 된다고 많은 사람이 아는 것도 아닐 텐데, 난 많은 사람이 날 아는 거 싫어. 인터넷 블로그에 글 쓰는 게 마음 편해. 또 내 이야기를 하다니.

 

 그림책을 생각하면 예쁜 그림 예쁜 색과 마음 따듯한 이야기가 떠올라. 세상에 그런 그림책만 있는 건 아닐 텐데. 권윤덕은 그림책 하나를 만들려고 아주 많이 애썼더군. 여기 담긴 그림을 보니 동양스런 느낌이 들어. 권윤덕은 그림을 뭘로 어떻게 그릴지 아주 많이 생각하고 좋은 걸 찾으려 했어. 그렇게 끈기있게 자기 생각을 가지고 해서 지금까지 왔겠지. 권윤덕은 한국 그림책 작가로는 거의 1세대라 하더군. 권윤덕이 어렸을 때는 한국 사람이 그린 그림책 더 없었을 것 같아. 그림책뿐 아니라 동화도. 동화작가는 예전에도 있기는 했지만. 내가 아는 옛날 동화작가 많지는 않아. 한때 동화 많이 보기도 했는데. 난 다 내가 좋아서 보는 거야. 어릴 때 못 봐서 나중에 본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어.

 

 권윤덕 첫번째 그림책은 《만희네 집》이야. 제목 들어본 것도 같은데 정말 들어본 걸까. 만희네 식구가 할머니네 집에 가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야기래. 이건 작가 이야기더군요. 만희는 작가 아이야. 만희는 어릴 때 자기 모습을 그림책에서 볼 수 있겠어. 그건 정말 멋진 일일 것 같아. 좀 쑥스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난 좋을 것 같아. 그림책은 그림을 잘 봐야 한다지. 지금까지 본 그림책 그림 그렇게 자세하게 보지는 않았어. 이건 만화책도 다르지 않군. 만화책에도 잘 보면 작가가 일부러 넣은 그림 있거든. 그런 거 찾으면 재미있기도 해. 어떤 때는 만화영화 보다가 이어지는 장면을 잘못 그린 거 보기도 했어. 그런 일은 영상에서 가끔 볼 수 있던가. 그림책은 그런 실수 없을 것 같아. 그림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일 테니. 아이는 작가가 그림책에 담아둔 걸 잘 찾을까. 난 잘 못하는 것 같아. 이런 말하니 그림책 자주 보고 싶기도 하군.

 

 아이한테는 좋은 것만 말해야 할까. 어릴 때부터 세상이 무섭고 안 좋은 게 많다는 걸 알면 세상을 안 좋게 바라볼지도 모르겠어. 난 아이한테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림책에도 그런 걸 담을 수 있겠지. 권윤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기도 했더군. 작가는 어릴 때 안 좋은 일을 겪었어. 그때는 자기 잘못이다 생각하기도 했나봐. 뚜렷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것 때문에 어린 시절을 어두웠다고 생각했어. 나중에 그림책을 그리려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는 어릴 때 안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는 걸 알게 됐어. 예전에는 그런 일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도 그때 바로 알려지지 않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알려졌지. 일본에서 그 그림책을 내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해도 그 그림책을 내준 일본 출판사가 있어서 다행이야. 일본에도 예전에 일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알고 사과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 그것뿐 아니라 역사를 제대로 알리려는 생각도 있겠어.

 

 역사는 중요하지.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역사 잘 몰라. 다 알기는 어렵다 해도 잘못된 건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이 책을 보니 권윤덕은 역사를 담은 그림책을 그렸더라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도 있고, 5·18 그리고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 그걸 어떻게 나타내야 할지 많이 생각하고 공부했어.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도 늘 공부하는 것 같아. 이건 작가라면 하는 거겠어. 난 어딘가에 가서 배우지는 못해도 책으로나마 배우려고 해야겠어. 이런저런 책을 봐야겠군. 거기에 그림책도 넣으면 좋을 텐데.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건 아니야. 누구나 봐도 괜찮은 게 그림책이야. 다른 나라에 살게 된 사람이 그림책만 봤다는 글 본 적 있어. 그건 어린이 눈으로 그림책 보는 거겠어. 글을 모르면 그림을 더 자세하게 보고 거기에 무엇이 담겼는지 알려고 할 거 아니야. 난 한국에 살아서 그러지 못하겠어. 어린이와 똑같이 생각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린이 마음은 잊지 않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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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10 06: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랑 아이가 권윤덕 작가 그림책 좋아합니다.
책소개 감사합니다. 챙겨서 읽어볼게요. 전 한국에 살면서 그냥 어른의 눈으로 그림책 봅니다. 그래도 좋은 책은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고요. ^^

희선 2021-07-11 23:47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으로 이 작가를 알았습니다 그림책 《만희네 집》은 어디선가 글을 본 것 같기도 한데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그림책 못 봤으면 어떤가 생각하는 게 좋겠지요 가끔 그림책 봐야지 한 적도 있는데, 요새는 잘 안 보는군요 좋은 그림책은 누가 보든 감동을 주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7-10 0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책은 그냥 제가 생각하는 그림책이 아닌가 보네요. 글을 모르면 그림을 더 자세하게 본다는 말에 완전 공감합니다~! 정말 그런거 같아요~!!!

희선 2021-07-11 23:48   좋아요 1 | URL
그림책을 그린 작가가 쓴 글이에요 자신이 그림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말해요 이 책을 보니 그림책 그리고 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여요 오랫동안 생각하고 만들더군요 그림에 여러 가지를 담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가 마음을 써서 넣은 걸 잘 못 알아볼 때가 더 많은 듯하네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7-10 0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보면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그림책은 두꺼운 책보다 훨씬 많은걸 생각하게도 해줘요. 권윤덕 작가 책은 못본 모양이에요. 찜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7-10 08:00   좋아요 3 | URL
아닙니다. 검색해보니 둘째랑 이 작가분책 몇 권 읽었네요. 저자 이름을 기억하게됐음요. 감사해요~~~^^

희선 2021-07-11 23:53   좋아요 1 | URL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책도 많더군요 어떤 그림책이 있는지... 그런 것을 보고 그림책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어쩌다 한번만 봅니다 행복한책읽기 님은 이 작가 책 보셨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름이 귀에 잘 익지 않기도 하지만, 한번 기억하면 잊어버리지 않겠지요 작가 이름보다 책 제목으로 기억할지도...


희선

mini74 2021-07-10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랑 만희네 집 신나벌레 난 이 옷이 좋아요 ㅎㅎ 다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참 좋지요 *^^*

희선 2021-07-11 23:55   좋아요 1 | URL
미니 님은 여기에서 말한 책 다 보셨군요 여기에서 작가는 지금까지 만든 그림책 이야기를 하기도 하네요 여기 나온 그림책도 한번 보고 싶기도 했는데, 언제쯤 볼지...


희선
 

 

 

 

그대 마음은 물러서

별거 아닌 일에도

눈물 흘리지요

 

울어도 괜찮지만

자꾸 울면

마음에 슬픔이 자리할지도 몰라요

 

슬픔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대가 웃기를 바라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그대에게 복이 많이 찾아오기를 빌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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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0 0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의 ‘복‘이 떠오르네요. 희선님에게도 복이 많이 찾아길 빌겠습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7-10 07:52   좋아요 2 | URL
ㅋ 저를 떠올려주셔 감솨!! 새파랑님은 복을 찾아들길 기다리기보다 찾아나서는 사람으로 느껴져요.^^

희선 2021-07-12 00:03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습니다 밑에서 복을 써서... 새파랑 님한테도 복이 잘 찾아갔으면 하네요 행복한책읽기 님 말씀처럼 새파랑 님이 복을 찾기도 하기를 바랍니다 복이라는 것도 자신이 애써야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7-10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웃으면 복이 와요. 넘 오랜만에 들어요. 마음은 무르다 는 표현에 고개 주억거렸어요. 무르니까 유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음요. 감솨!!^^

희선 2021-07-12 00:04   좋아요 1 | URL
잘 울면 잘 웃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 울고 많이 웃으면 그것도 좋겠지요 울지 않는 사람보다 우는 사람이 더 나을 듯합니다 실컷 운 다음 마음이 개운해지면 실컷 웃으면 되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