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2021년에는 댓글을 쓰고 나면 시간이 훌쩍 흐른 걸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글을 보고 댓글을 써도 시간이 많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가 한해 동안 쓴 댓글 숫자를 보고 아주 많이 썼다는 걸 알았습니다. 2021년에는 지난해보다 많이 썼다 생각했는데, 그냥 조금 많이 썼겠지 했어요. 지난해에는 195개였는데 2021년에는 1020개예요(서재 활동은 서재 연말 통계에 있어요). 이건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일 거예요. 제가 지난해보다 댓글을 다섯 배쯤 더 썼던 거였어요. 쓸 때는 몰랐는데 숫자를 보고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한 거야 했습니다. 글로 말하는 것도 조금 힘들게 여깁니다. 바로 말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뭔가 말하고 나서도 괜찮을까 내가 쓴 댓글을 보고 기분 나쁘지 않을까 하기도 합니다. 글 읽는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고 댓글도 천천히 씁니다. 할 말이 바로 떠오르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글로는 말을 아주 많이 한 해였네요. 실제 하는 건 아니어도 좀 지치기도 합니다. 저보다 훨씬 많은 댓글을 쓴 분도 있을 텐데, 1020개 쓰고 힘들다고 하다니, 지금은 십이월이어서 1020개보다 늘었겠습니다. 이건 다음해에 쓴 댓글 숫자에 들어가겠네요. 이런 것도 생각하다니.
저는 컴퓨터로 서재에서 글을 보고 쓰는데 많은 분은 북플에서 쓰시더군요. 가끔 늦은 시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써도 괜찮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그거 알림이 온다는 말을 봤어요. 그거 꺼뒀죠. 꺼두세요. 저는 늦은 밤에 쓰니. 저 때문에 잠이 깨면 미안하잖아요. 앞으로도 늦은 밤에 쓸 겁니다. 좀 빨리 읽고 쓰면 좋을 텐데. 집중해서 보고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생각은 날마다 하면서 그러지 못하는군요.
어제 밤 여덟시 조금 넘어서 밖에 나갔더니 달이 보이더군요.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그때 나갔다 왔어요. 은행 ATM 기계죠. 뭘 사려고 하는데 돈이 모자랄 듯도 해서. 저금 하고 나니 모자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서 달도 보고 괜찮았습니다. 집에 와서 달력을 보니 18일이 보름이었어요. 18일에는 흐려서 달이 보이지 않았을 듯합니다. 둥근달을 보름 전날과 보름 다음날 봤네요. 달을 본 거 생각하면서 달만은 여전히 잘 보여서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달은 보려고 하고 볼 때보다 우연히 보면 더 반가워요. 초생달도 둥근달도. 과학으로 생각하면 달이 지구 사람을 바라볼 수 없겠지만, 달은 부드러운 빛으로 지구를 감싸주고 따스하게 지구나 지구 생물을 볼 듯도 합니다. 지금은 다른 빛 때문에 달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지만. 오늘도 달이 클 테니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서 달 한번 보고 오세요. 달이 반겨줄 겁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