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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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수워져.'
작가의 글은 쉽게 친해지기가 어렵다. 그녀가 풀어내는 진실이 불편해서도 이지만 그녀의 표현방식이 글을 읽고 있음 왠지 공감각이 무시되면서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전작 <저지대>를 읽으며 느낀 느낌이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응축된 시적 표현' 이라기 보다는 도마위에서 잘게 잘게 난도질 당한 짤막한 표현속에 독재치하에서 그녀가 겪어야 했던 '진실' 이 숨김없이 드러나 더욱 섬짓하다. 

이 글은 차우셰스쿠의 독재치하에서 세상을 떠난 두 친구 '롤프 보세르트' 와 '롤란트 키르시' 를 위해서 쓴 작품이라고 했듯이 이 작품속에서 그녀의 친구인 롤라의 자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학기숙사 방을 '네모' 로 표현해 놓았듯이 그들은 억압과 감시 불안속에 생활을 해야만 했다. 체육교사에게 강간을 당한 후 그녀에게 일기를 남겨 놓고 그녀의 벽장에서 내 허리띠로 목을 메어 자살을 한 롤라, 대학에 다니는 동안 러시아어를 전공하려 했던 그녀,' 뭔가를 소원한다는 게 어렵지 목표는 훨씬 쉽다.' 라고 쓴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마음짐승이란 할머니의 자장가를 빌어 풀어내진다. 롤라가 죽은 후 알게 된 세 명의 남자 에드가와 쿠르트 그리고 게오르크와 '나' 가 겪은 루마니아 독재치하의 실상은 숨막히듯 갑갑하다. '아직도 그녀는 루마니아에서의 삶에서 어떤 것이 연출된 것이고, 어떤 것이 우연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라는 말처럼 연출된 것인지 아님 우연인지 모르는 억압된 생활속에서 그들은 독일로 망명을 하게 된다.

억압된 '네모', 비상구가 없는 네모처럼 그들의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트렁크마져 그들의 감시대상이 된다. 롤라가 남긴 일기장을 트렁크에 넣어 둔 후 이틀뒤에 없어진 것을 알게 되면서 트렁크 속 마져 안전하지 않음을 알고 철저하게 자신의 보호망을 만드는 그녀, 세 명의 남자친구와 함께 여름별장에서 그들이 읽는거와는 차원이 다른 지식과 접하며 망명의 길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그마져도 너무도 벽이 높다. 독일로 망명을 한다고 해도 그들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디를 가나 개 같이 따라다니는 경감 프옐레, 그를 견뎌내지 못하고 친구들이 하나 둘 시체로 발견된다. 아니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는지 죽음이 강요되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런 억압된 현실이 너무도 갑갑하다. 

'오늘도 실컷 뛰어놀았으니, 이제 네 마음짐승을 쉬게 하려무나, 노래가 끝나면 할머니는 아이가 깊이 잠들었다고 믿는다. 할머니는 말한다.'  '말을 함녀서 나는 혓바닥에 뭔가 버찌 씨처럼 남아 있는 것을 느꼈다. 진실은 내가 숫자를 센 사람들과 내 뺨 위의 손가락을 기다렸다.' '책이 오는 그곳, 독일에서는 모두 생각을 한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우리는 종이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리고 버릇처럼 손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사는 나라의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처럼 손이 까매지지 않는 게 신기했다.' '그들이 창틀에 있던 화분에서 꽃을 뽑아내고 흙을 손으로 부쉈다. 에드가의 아버지가 말했다. 흙이 싱크대 위로 떨어졌지. 그들의 손라가 사이에 실뿌리가 매달렸다. 대머리가 오래책을 한 자 한 자 읽었다. 브라질식 간 요리, 닭 간에 밀가루 입히기. 에드가의 아머니가 번역을 해주어야 했다. 당신들은 소 눈알 두개가 둥둥 뜬 수프 맛을 보게 될 거야, 대머리가 말했다.' 삶에 자유란 없다. 창가의 작은 화분마져 뿌리 채 뽑혀 그들의 손아귀에서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무언가 숨겨진 것은 아닌지. 그런 속에서 생각마져 박탈당한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독일로 망명을 해도 감시와 억압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졌다. ' 나는 그 나라를 떠났다. 나는 독일에 있었고 경감 프옐레는 멀리서 전화와 편지로 목숨을 위협했다. 편지 윗부분에는 두 개의 손도끼가 교차되어 있었다. 편지마다 누구 것인지 까만 머리카락 한 올이 들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난 영화가 있다 <타인의 삶> 누군가 내 삶을 엿보고 감시하면서 꼬투리를 잡으려 하고 있다면 그 삶이 진실에 오롯이 다가갈 수 있을까. 연극배우처럼 각본대로 움직이듯 하면서 서로를 감시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녀의 글에서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날것의 비린내가 확 인다. 시궁창을 뒤지고 다니는 개처럼 그들의 뒤를 바짝 쫓고 다니는 경감 프옐레,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친구들은 하나 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고 그녀는 그런 슬픈 진실을 고발하듯 긴 글이 아닌 짤은 시적 표현으로 더욱 '진실' 을 뚜렷하게 만들었다. 담아 두면 불편하고 뱉어내면 정말 웃으어지는 진실, 그녀 안에서 할머니의 자장가처럼 이젠 편히 잠을 자고 있을까 진실들이.

차우셰스쿠의 독재치하인 1970,80년대의 숨막히는 진실, 우리 또한 그 시기에 비슷한 억압의 시기를 거쳤기에 불편함은 읽는 순간 쉽게 녹아 내린다. '우리를 끝내 구해준 것은 인내였다. 그것만큼은 우리를 놓아 버려선 안 되었다. 찢기더라도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줘야 했다.' 역사의 진실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참 대단한 듯 하다. 사실그대로의 날것인 불편한 진실을 양념을 뿌리지 않고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하며 독자에게 내어 놓아 맛을 보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면도 있다. 모두가 똑같은 맛을 알아차리는 것도 아니고 평가는 주관적이라 가지각색이겠지만 그녀가 토해내는 진실은 불편하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무언가 묘한 맛이 숨어 있는 '날것 그 자체' 이다. 할머니의 자장가처럼 이제 마음짐승을 쉬게 할 때인듯 하다. 그녀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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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빠진 록 스타 - 프란츠 퍼디난드의 거침없는 세계음식기행
알렉스 카프라노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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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먹을 수 있을 수 있어! 난 록 스타니까!' 록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가 세계 투어 중에 만난 별별 음식 에세이다. 스코틀랜드 4인조 록 밴드라는데 그들의 이름도 그룹도 내겐 생소하다. 하지만 출판사가 좋아서 선택하는 책도 있고 왠지 모르게 끌리는 책도 있다. 여행이란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요즘은 맛기행을 떠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맛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내가 있는 현재의 것과 낯설거나 조금은 새로운 것과 만남이라 더 신선하고 첫만남이 짜릿하겠지만 그게 음식에서 얻는 것이라면 더욱 잊을수가 없다. 맛과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잊지를 못한다고 하니 세계 투어를 다니면 경험한 새로운 맛기행에 보컬 알렉스 카프라노스의 경력을 보면 요리사, 바텐더, 배달원, 대학강사등 이채롭기도 하고 요리와 관련한 일들을 많이 했기에 좀더 남들보다는 '맛' 에 다가가는 감각이 다를듯 하다.

이 책을 펼치며 제일 먼저 한국에서는 무엇을 맛보았을까 하고 찾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가 간곳은 인천, 그곳에서 재래시장에 들러 시장에서 보고 느낀것과 음식에대한 것을 써 놓았는데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재밌다. 그가 맛 본 '김치만두와 김치전' 의 느낌은 '매콤하게 발효시킨 배추가 감각을 자극한다. 금세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습기가 많은 날에 김치 요리를 먹으면 마치 온 몸에 서늘하고 축축한 옷을 껴입은 느낌이 들어 상쾌하다.' 라고 표현을 해 놓았다. 익숙하지 않은 매운 고추의 맛, 매운것을 먹고 땀을 쭉 흘리고 나면 우리가 상쾌하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 또한 상쾌하다고 해 놓았으니 조금은 김치의 맛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까. 좀더 다양한 우리의 음식을 맛보고 표현을 해 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다른곳도 아닌 재래시장을 들러 시장분위기와 상인들, 살아 있는 삶의 현장에서 그가 매콤함 맛에 빠져 돌아갔다는 생각을 하니 역시 '맛에 빠진 록 스타' 라는 말이 나왔다.

어린시절이나 그외 외갓집이나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음식과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나 또한 어린시절 추억중에 외갓집에 가서 외할아버와 천렵을 하고 잡아온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마당 한 가운데에서 멍석을 펴고 그 위에서 여름밤 모기들에게 흡혈을 당하며 얼큰하게 먹던 매운탕에 들어 있던 애호박 맛이며 시래기맛을 잊을 수가 없다. 매운탕을 잘 끓이시는 엄마와 외할아버지 덕분에 외가댁에 가면 늘 매운탕을 먹었고 외할아버지는 매운탕에 탁주를 한 잔 하시며 걸걸하게 취하시어 부채를 부쳐주시곤 했다. 탁주의 그 시큼털털한 냄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전직 요리사와 바텐더의 경험이 있는 록 스타가 잊을 수 없는 맛과 향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가 폴과 함께 하여 폴이 굴을 처음 접하는 부분은 너무 재밌었다. 카사노바에겐 정력제였던 바다의 우유인 굴이 폴에겐 '질감.입에서 씹히는 맛이 정말 끔찍했어. 오징어처럼 질기면서 모래 알갱이가 씹히는 느낌이랄까. 맛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어. 이런 끔찍한 것이 입안에 있다고 생각하니 빨리 뱉어내고 싶더라고.' 하는 표현처럼 자신의 맛 기행 뿐만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한 이들의 재밌는 체험도 읽을 수 있는데 누구나에게 처음접하는 음식은 '도전' 이다. 그 도전에서 성공을 한다면 대단한 숨겨진 맛을 찾을 수 있지만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그 음식은 정복의 대상목록에 다시금 올라야만 한다. 

미식 모험가에서 닭모래집 맛보기에 대한 것을 읽으며 내가 무척이나 닭모래집을 좋아해서인지 인상깊게 읽었는데 닭모래집샐러드를 먹는 순간에 비둘기가 르노자동차에 깔리는 것을 목격하고 먹는다면 그 맛을 어떨까 상상이 안갔다. 닭모래집은 쫄깃하면서도 그 씹는 맛이 좋은데 샐러드로 하면 어떤 맛이 날지 정말 궁금했다. 처음 경험하는 음식인데 그 끔찍한 상황을 목격했으니 더이상 그에겐 닭모래집샐러드는 더이상 먹고 싶지 않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음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이렇듯 그의 맛기행은 요리에 대한 레시피가 아니고 맛을 느끼며 함께 한 이들에 대한 추억이나 그외 신선한 충격을 그 나름 감칠맛나게 표현을 해 놓았다. 록스타인데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전직인 요리사나 바텐더와 가까운 '음식기행' 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가 더 세세한듯 하면서 잊고 있던 아니면 기억속에 저장된 추억들이 음식과 함께 나오니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일까 실망하는 것도 종종 보여지기도 하고 허름하거나 별 볼일 없는 것에서 진짜 맛을 만나는 이야기도 숨겨져 있다. ' 나는 도시 구석구석을 오가는 지름길을 택시 기사 못지않게 잘 알았고 하루에 10파운드의 급료를 받았지만, 사실 내가 그곳에서 일했던 진짜 이유는 저녁 영업이 끝나고 무료로 제공되는 카페 요리 때문이었다. 로큰롤 밴드의 일원으로 미국을 돌아다니다면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음식은 추억이다. 그 음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나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해준다.
음식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한듯 하다. 음식이 맛이 없어도 정말 좋은 가족이나 그외 가까운 사람들과 한다면 그 맛은 배가 될 것이다. ' 지금도 완두콩 푸딩을 즐겨 먹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런 음식이 있다. 음식은 시간이 흐르고 맛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와 유사하거나 비슷한 음식이 나오면 과거의 추억과 함께 그 음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분위기도 중요하고 맛도 중요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좋은사람들과 좋은 추억으로 먹은 음식이라면 맛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그 음식은 영원히 잊지 못하고 각인될 것이다. 단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나 추억 그리고 그 풍경과 맛은 음식이 있어 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기억될 여행으로 남겨질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이 아닌 익숙한 맛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곳을 여행한다면 그곳의 특색음식은 한두번 맛본다면 여행지가 더 오래도록 기억되고 추억이 더 깊게 남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그가 들려준 세계맛기행이야기는 생소함도 있었지만 음식을 표현한 신선함은 좋았다. 음식을 글로 그려 놓은 듯한 표현들이 음식을 새롭게 보게 만들었으며 언젠가는 이런 맛기행을 한번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져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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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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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자신의 삶에 만족을 하면서 늘 웃으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기만족 보다는 불만족으로 인하여 '꿈' 이라는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이가 더 많을 듯 하다. 나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가슴에 무척이나 와 닿는다. 꿈을 꾸기엔 누군가는 늦은 나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아직도 꿈을 꾸고 있고 날마다 작지만 '꿈' 을 꾸고 있다. 이루어지는 꿈도 있고 무산되어 다시 꾸어야 하는 꿈도 있지만 하루를 무지개처럼 놀라운 세상으로 바꾸어주는 꿈이 있기에 어쩌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녀석들은 이제 내게 너무 익숙해져서 내 일과시간을 훤히 꿰뚫고 있지.' 여행을 하고 싶어서 양치기가 된 소년 산티아고, 갇힌 공간에서 신을 찾기 보다는 책을 읽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도 하고 돈을 벌면서 여행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산티아고는 두번의 똑같은 꿈을 꾸게 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알고 싶어진다. 점성술가를 찾아가 자신의 꿈풀이를 부탁하지만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한 그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허름한 노인은 그의 꿈을 너무도 정확히 맞추기도 하면서 그의 모든것을 알고 있는것처럼 술술 말한다. 그의 꿈을 이루려면 '피라미드' 가 있는 이집트로 가는 방법뿐. 그는 '예' 와 '아니오' 를 뜻하는 보석 두개를 주면서 그에게서 꿈풀이 값으로 양 여섯마리를 가져간다. 양치기를 하면서 책에서 얻지 못하는 어느정도의 지식을 체득한 그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멀고 먼 여행을 선택, 이집트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게 바로 세상이지.' 꿈이 너무 빨리 실현된다면 삶의 이유가 있을까. 그가 존재한다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일텐데 이룰 꿈이 없이 모두 이루었다면 살아야 할 존재가치가 있을까? 꿈은 빨리 실현이 되지 않기에 꿈인지도 모른다. 스페인에서 아프리카로 향한 산티아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그의 마음을 너무도 쉽게 알아주는 이를 만났다고 생각을 했는데 꿈을 너무도 빨리 이룰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그의 전세산을 도둑에게 빼앗기고 만다. 빈털털이가 되고 만 산티아고, 피라미드는 보지도 못했는데 다시 양치기로 돌아가야만 할까. 그의 수중엔 낡은 배낭속에 든 '예' 와 '아니오' 를 나타내는 보석과 책 한 권 그리고 낡은 옷 뿐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생각을 하며 꿈을 향한 '전진' 을 계속한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꿈을 이루기 위하여 그 과정을 보지 못한다면 그 꿈이 그리 중요할까. 빈털털이가 된 산티아고는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한다. 길을 가다가 먹을 것을 얻기 위하여 크리스탈 가게에 있는 크리스탈을 닦아 주고 그 댓가로 먹을 것을 얻게 되지만 크리스탈 가게 주인은 복덩이를 얻은 것처럼 방금전까지도 접을까 하던, 파리를 날리던 가게에 그가 들어서면서 손님이 들고 물건이 팔리는 것을 보면서 그를 채용하게 된다. 피라미드 보다는 양치기로 돌아갈 양을 살 돈을 벌기 위하여 일을 하는 산티아고, 그는 지금까지 가게 주인이 생각하지 못한 크리스탈 그릇을 반짝반짝 닦아 놓는다거나 밖에다 진열대를 만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다거나 크리스탈에 차를 담아 파는 일등으로 그도 가게도 번창을 하여 모두가 흡족하지만 그는 아직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미지의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그것이 바로 만물을 움직이는 원리야. 연금술에서는 그것을 '만물의 정기' 라고 부르지. 사람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랄 때 만물의 정기에 가까워지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굼긍의 힘이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크리스탈 가게에서 돈을 많이 번 산타이고는 고향에 지금 돌아간다면 예전보다는 더 풍족한 양치기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가 꿈속에 보았던 피라미드를 찾아 사막을 건너는 여행을 하게 된다. 사막여행에 함께 한 동행이 '연금술사' 를 찾아간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는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 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가 지금 떠나는 여행 또한 어쩌면 보물을 찾기 위한 여행이니 양치기에서 많은 보물로 인하여 그의 삶은 연금술처럼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막여행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족간의 싸움도 있고 오아시스를 만나기 위하여 기나긴 여행을 하며 밤을 이겨내기도 해야 한다. 가까스로 오아시스를 만나고 그곳에서 자신의 '사랑' 을 만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피라미드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나는 산티아고, '그는 과거의 교훈이나 미래의 꿈을 살아내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었다.' 사막속에서 오아시스를 본 그는 자신의 삶 속에 감추어진 오아시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늘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은 거에요.' 사막의 모래언덕에 바람이 분다고 사막이 사라질까.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다시 다른 모래언덕이 생길지언정 사막은 사막으로 남는다. 모래바람을 이겨내기도 하고 밤엔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하여 불도 떼지 못하면서 추위와 싸우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복장을 갖춘 무사들을 만나서 전재산을 털리기도 하지만 그는 무사히 사막을 빠져 나올 수 있었고 피라미드 앞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의 꿈 속에서처럼 보물을 찾지는 못하는 산티아고, 그가 온갖 시련을 견디어 내며 양치기에서 바다를 건너 전재산을 빼앗기고 빈털털이가 되었어도 굴하지 않고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을 하여 많은 돈을 벌게 되고 사막을 건너며 연금술사에 대한 이야기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모든 것은 손에 든 모래처럼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빠져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산티아고, 하지만 그는 단단해졌고 많은 경험과 지금 그가 이순간 존재하게 된 지금까지의 '연결고리' 와 같은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고 자신의 노력에 의하여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이 아닌 자신을 꿈을 이룰 수 있는 단단한 연금술로 자신의 자아 변화를 할 수 있는 '연금술사' 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은 산티아고는 보물도 얻고 그의 새로운 꿈을 이룰 수도 있게 된다.

'그들은 단지 금만을 구했네. 자아의 신화, 그 보물에만 집착했을 뿐 자아의 신화를 몸소 살아내려고는 하지 않았지.' 모두가 '금' 이라는 결과물을 얻으려고만 했지 자신이 금이 되기 위하여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달랐다. 좋아하는 여행을 하기 위하여 신학을 포기하고 양치기를 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꿈을 쫓아 아프리카로 향했고 빈털털이에서도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을 얻어 많은 재산을 모으기도 했다. '위기가 곧 기회' 라는 말이 있다. 넘어졌다고 넘어져서 울기 보다는 그 바닥을 치고 일어선다면 더 강해질 수 있다. 꿈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면 꿈을 이루지는 못해도 꿈 가까이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곧 자신이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연금술에 대한 코엘료식 '연금술' 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다. 다른 책에 비해 접어 놓은 곳도 많고 밑줄 친 부분도 많다. 산티아고가 '희망' 을 버리지 않고 '희망' 을 향하여 전진하고 노력하였듯이 내일을 희망차게 맞을 '희망' 하나 간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 묻게 만들며 좀더 현실에 충실하게 만들면서 잃어버릴 뻔한 꿈을 일깨워준다. 삶은 아직 진행형이라 꿈도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한다면 무지개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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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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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보다 먼저 드라마로 만났던 작품이라 그런지 소설을 읽는 중에 드라마속 등장인물들이 오버랩 되어 더욱 속도감있게 읽은 듯 하다. 남자보다 쇼핑을 즐기는 여자이면서 누구보다 치열하다는 패션잡지 에디터로 살아남기 위하여 15cm 하이힐도 마다하지 않고 소화를 해 내야 하는 여자, 밥보다 카페인이 든 커피를 즐겨 마시고 가끔 담배로 시름을 날려 버릴 수 있는 21 세기 창작물인 '스키니 진' 을 입기 위하여 운동이나 그외 다른 것으로 다이어트를 하기 보다는 속전속결 처럼 '제니칼' 이란 약을 써서 옷에 몸을 맞추어 보려 하다가 남자 앞에서 망신을 받는 여자, 이 여자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며 치열한 그 삶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명품녀, 된장녀' 하곤 거리가 먼 나이지만 그래도 가끔 들었던 세계의 이야기를 소설로 접해서인지 신선했다. 어쩌면 소설속에서 여자들이 그녀들만의 능력으로 그 세계에서 인정을 받으며 치열함속에서 살아남으러 발버둥치는 것이 '하이힐' 만큼이나 위태롭고 위험성이 따르기도 하고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는 스릴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있었다. 

패션과 연애인 잡지, 그 속에 주목할 것은 먼저 '소문' 이었다. '소문의 진실 여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문이란 단지 우리들의 행복한 오락이기 때문이다. 인생엔 신문에서처럼 '바로잡습니다' 코너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문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진화를 한다.' 라는 말처럼 남자와 한번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전한 말이 와전되어 여자가 임신을 하고 그들이 결혼을 하고 거품은 점점 늘어나 어떻게 바로잡을수도 없이 커져 나가기도 하고 서정 또한 소문의 도마위에서 한참을 도마질을 당해야 하기도 했다. 옆에서 '쿵' 소리만 나도 너무도 멀리까지 파문이 번지며 여운을 남기는 그 세계에서 그녀가 살아 남는 길은 오직 '열심히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리고' 이다. 그런 그녀에겐 아픔이 하나 있다. 쌍둥이 언니중에 한 명이 성수대교 붕괴로 인하여 한강에 빠져 죽은 것, 만약에 언니들과 그녀가 어릴때 수영만 잘 배웠어도 아니 언니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웃지만 않았아도 수영을 배웠다면 언니가 죽는 일은 없을 것인데 그녀가 맥주병처럼 물에 가라앉는 언니를 보고 웃어서인지 언니는 수영을 배우지 못하고 성수대교붕괴와 함께 그녀 곁을 떠나고 만다. 가족 모두에겐 아픔이지만 그녀에겐 더한 아픔으로 자리한 언니와 7년전 맞선 자리에서 5분을 만나고 헤어진 남자가 있다. 그는 온다는 말도 없이 간다는 말도 없이 그녀 곁에서 떠나고 말았다. 왜 모두 그녀 곁을 떠나는 것일까.

그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듯 일에 매진하여 자신을 잃어버리듯 하면서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깐깐한 박기자 선배에게 핀잔을 듣는 것이 일상이다. 세 번이나 사표를 썼지만 아직도 자신의 딜레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에디터 일을 하는 그녀는 인터뷰 안하기로 유명한 연애인과 인터뷰도 성공적으로 마감하고 '닥터 레스토랑' 이나 그외 일들이 원만하게 잘 풀려 나간다. 그러다 우연처럼 만난 남자, 7년전 5분간의 맞선을 본 남자 우진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취재를 위해 만나다 보니 그는 오래전 그녀의 추억속의 남자, 그녀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었던 장본인이며 그녀의 곁에서 지금까지 그녀를 지켜보듯 그녀의 모든 글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남자,  의사였는데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 칼이 음식을 다루는 칼로 바뀌었는지 몹시 궁금하다. 일로서 만나던 그들은 점점 깊어져 가고 소문을 무시하면서 지난시절의 아픔까지 치유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그녀,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부엌은 여자들의 판타지 공간이다.' 요리사는 청력보다 시력이 좋아야 해요. 욕을 먹더라도 곁눈질로는 선배의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봐야 하니까.' 여자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부엌이야기인 '요리' 가 가미된 소설이라 여자들이라면 공감을 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일터에 나가기 위하여 전투복장을 갖추듯 '하이힐' 을 신고 '스키니 진' 을 입고 때론 명품녀처럼 때론 폭탄맞은 머리를 하고 전장인 일터로 향하기도 하는 서정, 그녀는 일과 요리 그리고 그녀에게 딱 맞는 남자 우진을 그녀만의 스타일로 잘 요리를 한다. 모든 부분에서 성공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엔 그녀만의 노력인 '또각또각' 하이힐 자국처럼 날마다 전쟁을 치루듯 한 피와 땀의 베인 노력이 있겠지만 누구보다 타고난 끼와 능력이 있었던 듯 싶다. 그때그때 처세술 또한 뛰어났던 그녀,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스키니 진을 과감하게 벗어 버리듯 그런 옷은 입지도 말라는 식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그녀만의 당당함이 있었기에 일과 사랑 모두에서 살아남지 않았나싶다. 모두가 '예스' 를 외친다고 나 또한 '예스' 를 외칠 필요는 없다. 때로 '노'가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나 혼자라도 '노' 를 외치며 자신만의 열정을 표현해 낸다면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해 낼 수 있음을 '희망적' 으로 그녀낸듯 하다. 

'돌멩이가 금이 되듯 요리도 늘 연금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연금술이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만나서 벌어지는 이 놀라운 연애의 장, 이토록 깊은 이해가 이토록 깊은 오해와 절망 위에서 솟아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깊이 안도했다.'  '당신이 믿어야 될 건 눈앞에 있는 사람이지 소문이 아니야. 음식도 똑같아. 재료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면 제대로 된 요리가 만들어지지 않거든.'  사랑의 연금술, 서정과 우진은 오해로 빚어져 7년간의 공백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 오해를 요리라는 재료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또 다른 창작물로 태어나는 연금술처럼 사랑을 이루어 낸다. 일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서정이 7년전 오분간 만나고 헤어진 남자와의 오해를 풀면서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그들이 사랑을 매개체로 '요리' 를 들어서인지 더욱 여자에겐 공감이고 부드럽고 다정하고 따듯하고 포만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드라마로 먼저 만난 선입견 때문에 조금 걱정을 했는데 소설은 소설만의 매력으로 좋았다. 그래도 간간이 드라만의 여운이 남아 있어 간극이 있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모두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보지만 나만의 스타일로 뭔가 여운이 남고 향기가 나는 삶을 살아봐야 겠다고 느낀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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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거기에 대해서는 말할 게 없다. 진짜 존재하는 것은 현재뿐이고, 과거와 미래는 단지 현재를 좀먹을 뿐이다. 그건 아무것도 주는 것 없는 날 강도에 불과해.' 열 다섯살의 소녀와 할아버지의 이별여행, 아직은 죽음을 받아 들이기에 너무도 어린 나이고 인생이 무엇인지 알기에도 어린 소녀와 할아버지의 공감은 '수영' 이다. 손녀가 수영하는 것을 꼼꼼히 챙기는 할아버지에게 어느날 갑자기 심장발작이 일어나고 과거와의 단절속에 살던 할아버지는 오래전 계획해 놓은 휴가를 그 아픈 중에도 진행을 한다. 유년의 추억이 깃든 고향,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화재로 잃은 부모님과 추억을 그동안 담 쌓고 살아온듯 뒤돌아보지 않고 지내왔지만 실은 그 모든것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자신의 마지막을 알고는 고향을 찾아 과거와 재회를 하려는 할아버지가 마지막 완성하려던 그림, 그 그림속의 '리버보이' 를 찾아 소녀는 할아버지가 그토록 가슴에 묻어 두었던 강을 만난 후 자신 또한 그 강에서 리버보이 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날 그녀는 리버보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아픈 중에도 손에 놓치 않던 그림, 그 그림의 제목은 리버보이라고 했지만 그림속에는 숲과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하여 바다로 향하는 강이 있을 뿐 수영을 하는 '리버보이' 는 없었다. 그 리버보이는 과연 누구일까? 고향집에 화재가 나고 그 화재로 인하여 부모님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잃은 할아버지는 그 후로 고향과 그 모든 것을 찾지 않고 살았다.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듯 현재에 안착하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아픈중에서 고향으로의 휴가를 미루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소녀는 강가를 거닐다 갑자기 한 소년을 만난다. 수영반바지만 입은 소년은 그렇게 소녀 앞에 나타나 소녀를 강에 끌어들이듯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병색은 날로 깊어 가고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그곳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친구에 의해 들어난 할아버지의 과거와 조우를 하면서 소녀는 점점 리버보이와 강에 깊숙히 빠져든다.

'아마도 이러셨겠지. '화가는 그림을 설명하는 게 아니다. 그림마다 독특한 생명이 있고, 시가 그렇듯이 자신만의 언어가 있어. 그걸 이해할 수도 있고 이행하지 못할 수도 있는 법이야.' 할아버지가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해 내려던 그림인 '리버보이' 는 무엇일까? 할아버지가 표현해 내려던 '언어' 는 무엇인지 그 언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며 할아버지를 이행하게 되는 열 다섯살 소녀, 할아버지의 꿈은 그 강을 헤엄쳐 바다까지 나가고 싶었다.하지만 화재와 함께 모든것을 잃고 말았다. 그 꿈을 이루듯 할아버지는 그림으로나마 자신의 꿈을 표현해 내려 하였지만 심장이 말을 듣지 않고 팔마져 자신의 것이 아닌양 기운을 잃었다. 그 팔에 손녀딸인 소녀가 힘이 되어 둘은 '리버보이' 를 간신히 완성해 나간다. 하지만 그 그림속엔 여전히 리버보이가 없다. 어느날 찾아온 알프레드 할아버지는 제스에게 그 그림이 소년의 얼굴을 그린 것이라 말해준다. 비로소 보이는 '리버보이' ,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강의 일생에 대해서 알프레드 할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제스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 들이게 되면서 언젠가 할아버지가 이루고자 했던 꿈인 바다에 까지 이르는 길까지 강을 헤엄쳐 보고 싶어한다. 

알프레드 할아버지 때문에 강의 일생과 할아버지의 일생을 깨달은 소녀는 강으로 향하여 끝없이 헤엄쳐 나가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계신 병원까지 헤엄치듯 그렇게 있는 힘을 다하여 헤엄을 치던 소녀는 바다에 이르는 곳까지 오면서 자신이 처음으로 오랫동안 헤엄을 친 것과 결코 두렵지 않고 할아버지와 함께 하듯, 리버보이와 함께 하듯 한 수영을 하면서 할아버지가 편안하게 돌아가신것을 알아차린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게 된 제스, 그녀의 이야기를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청소년기에 받아 들이기 힘든 '죽음' 에 대하여 어린이도 아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소녀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성장을 하는 과정을 환상적이면서 감동적으로 그린 이야기는 책을 읽는 순간, 나의 아버지 또한 중병으로 인하여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고 사춘기의 딸들이 그런 할아버지를 보면서 삶과 인생에 대한 눈이 커졌다는 것을 알게 되서인지 소설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을 떠나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받아 들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 또한 시한부 삶을 살고 계신 친정아버지 때문에 나와 가족이 받아 들여야 할 고통으로 인하여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스가 할아버지의 과거와 죽음과의 좋은 이별을 하여 자신안에 평생을 칼칼한 목소리로 남들과 스스로를 꾸짖었던 꼬장꼬장한 노인에서 심장병 발병이후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으로 그리곤 '리버보이' 란 그림을 통해 만난 결코 실패자가 아닌 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통해 한사람의 인생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성장통이 강의 일생처럼 처음 시작은 작은 발원지로 시작을 하였지만 어느새 우여곡절의 흐름속에 바다에 이르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처럼 표현된 소설은 나의 이야기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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