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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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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들어 올려주지 않으면, 무슨 수로 계산대에 손을 뻗을 수 있지? 누가 나를 옮겨주지 않으면, 무슨 수로 25센티미터 높이의 눈이 쌓인 주차장을 지나갈 수 있지?'  케빈은 다리가 없이 태어난 아이다. 그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뭉쿨했다. 두 할아버지가 나누는 이야기, 손자의 다리가 없음을 목마를 태웠을때 잡을 곳이 없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아기가 다리 없이 태어남에도 그 모든것을 '선물' 처럼 받아 들이고 장애아라기 보다는 장애를 어떻게 하면 '극복' 하며 살아갈지를 가르친 엄마와 그런 케빈을 위해 맥가이버가 되어야 했던 노동자 아버지의 이야기는 같은 부모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남들이 의식하는 것을 담은 사진으로 장식한 책 표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을까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슴 아프지만 그의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과연 정상인 나는 그보다 나을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산다는것은 장애보다는 '실행' 이 더 중요한것 같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 무엇이 있을까 하며 아버지와 함께 찾는 케빈의 '도전' 이 맘 아프면서도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레슬링이나 그외 운동은 그가 다리가 없기에 남보다는 뒤쳐질 수 있었지만 '스키' 는 그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운동이었던 것. 그를 가르쳐줄 강사 또한 너무도 인간적이고 그를 장애인으로 보기 보다는 스키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으로 간주하여 좀더 그에게 맞는 장비를 갖추어주기 위하여 노력하는 벅, 이나 그외 사람들 또한 편견없이 케빈을 대한 것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X게임에서 2위에 오른것이며 남들과 다르기에 자신의 발이 되어줄 '스케이트보드' 를 몸처럼 여겨 자신의 이름과 주소 스케이트보드를 타게 된 사연등을 적어 놓음으로 해서 도난을 방지하고 그 스케이크보드를 타고 세계여행을 즐기는 대단한 사진작가이며 도전적인 케빈, 그의 손에 박힌 굳은 살 사진이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보드를 타고 전날과 같은 루트를 통해 도시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실제로 찾고 있었던 건, 나를 지나치면서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던지게 될 사람들과 얼굴들이었다.' 어디를 가나 주목을 받는 그의 모습, 혹은 돈을 주기도 하고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땐 들어서 옮겨 주기도 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경찰이나 아이나 할아버지나 사제나 모두가 첫눈에 '놀라움' 을 표시한다. 처음엔 그 시선이 이상하게 여겨졌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 보려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을 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케빈, 우리보다 다리를 갖지 못했지만 다리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용감한 청년인듯 하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끔찍한 괴로움이었고, 나는 어설픈 미소를 띠며 그것을 참아내야 했다. 드디어 나는 그들의 시선을 이용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죽기 살기로 하고 있냐?' 
당신은 죽기 살기로 살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글쎄, 난 지금 죽기 살기로 살고 있을까?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희망하던 오늘을 난 죽기 살기로 살고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에게 하루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남과 다른 시선으로 남과 다른 시선을 받으며 남보다 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수 있는 일들을 척척 해 내는 그를 보며 '희망' 이란 노력하는 자의 것이란 것을 새삼 느껴본다. 무엇이든 피나는 노력을 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그가 X게임의 선수로 그리고 다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보드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듯 '안될거야' 보다는 ' 할 수 있다' 라는 '희망' 을 가지게 하는 그의 이야기에는 좌절보다는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단단한 청년의 노력과 꿈이 담겨 있어 더 가슴 뭉클하다. 남의 시선쯤이야 살아가는데 짐이 될 수 없음을, 그 또한 자신의 삶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사진' 으로 카타르시스를 준 케빈의 이야기를 읽고 '삶의 희망' 을 충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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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밤의 무지개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위대한 역사 그리고 영웅들
도미니크 라피에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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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혈병을 막을 신선한 야채를 심을 식료품 보급기지의 검은 땅’
2010년 월드컵이 열리고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무지개’ 속에 감추어진 파란만장한 역사를 잘 알지 못해 선택하게 된 책 ’검은 밤의 무지개’ 는 오늘날의 남아공에 대한 역사와 그 역사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야기식’으로 쓰여져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아픔을 간직한 우리이기에 그들의 아픔이 결코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았다. 상업적 패권 덕분에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식민지로 정복하여 재산을 불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던 네덜란드,반 리베이크, 칼뱅의 신학과 성경으로 무장한 그들이 동인도회사를 차리고 모험을 떠나다 만난 ’괴혈병’ 그 무시무시한 병을 이겨내기 위하여 신선한 야채가 필요했던 것. 신선한 야채를 심기 위한 땅으로 적합했던 남아프리카, 샐러드용 야채를 무한대로 보충해줄 수 있었던 땅은 점점 그들의 야욕을 불태우는 보급기지로 거듭난다.

’아메르스포르트호는 앙골라 출신 노예 250명을 운송하는 중이었다. 그중 많은 수가 난파로 사망했지만 150명 이상은 간신히 해안에 기어오를 수 있었다. 반 리메이크는 운 좋게도 생존자 중 하나였던 그들의 주인으로부터 노예를 사게 된다. 단번에 두 배의 인력을 확보하게 된 그는 경작지의 면적과 양과 닭 사육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릴 수 있게 되었다. 괴혈병은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희망봉으로만 가면 언제든지 야채와 당근과 신선한 육류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으니까!’  식료품 보급기지였던 그곳이 더 많은 인력이 보충되면서 야기되는 문제, 노예중에 젊은 여자들이 있어 혼혈아도 생겨나고 프리부르(자유농부)가 생겨나면서 인종문제와 영역다툼이 생겨나게 되었다. 괴혈병을 막기 위한 보급기지였던 희망봉은 그야말로 그 자체로서 완전한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해버려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원주민 코이코이족의 반란’
얼마 안 되는 이주민들이 원주민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차별하는 유색인종 차별법인 아파르트헤이트(분리,격리)는 많은 원주민들을 없애거나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어 주거지를 빼앗기도 하고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목초지와 가축과 자신들의 터전인 마을을 빼앗긴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지만 너무도 열세한 그들의 힘은 밀려나 점점 자신들의 땅을 빼앗기며 쫒겨나게 되었고 무시무시한 법 때문에 아파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백인과의 접촉을 ’두려움’ 으로 받아들인 그들에게 백인 여의사 ’헬렌’ 은 하느님과 같은 존재였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던 그들의 마을을 찾아 아픈 아이를 치료하고 그들의 마을에 학교도 세우고, 하지만 그 모든것이 더 두려웠던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벌하듯 하지만 ’희망’ 이 완전히 그들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대변인 ’넬슨 만델라’ , ANC(아프리카민족회의) 를 창설하여 아파르트헤이트의 반대운동에 나서 파란만장한 남아공의 역사처럼 질곡의 삶을 산 만델라에 의해 1991년 350여년에 걸친 인종분규를 종식시켰지만 그들에겐 아직 아픔이 베어 있다.

식료품 보급기지에서 다이아몬드의 엘도라도로 거듭나다.
선원들의 괴혈병을 막기 위하여 야채를 심을 식료품 보급기지였던 그곳에서 어느 날 ’다이아몬드’ 가 발견되고 그 땅은 예전의 아픔과 같은 몸살을 앓게 된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의 나라 남아프리카, 열한 살 에라스무스와 그이 아홉 살짜리 누이동생 루이사는 흙먼지 속에서 작은 돌맹이 하나를 발견한다. 조약돌에서 기묘한 광채가 나고 그 돌은 그냥 돌이 아닌 21.5 캐럿의 최상급 다이아몬드였다.  ’ 이 다이아몬드는 남아프리카의 위풍당당한 미래가 세워질 바위에 비교될 수 있으리!’ 그리고 또 하나의 다이아몬든인 ’남아프리카의 별인 83.5 캐럿의 다이아몬드는 염소를 몰고 가던 목동이 발견을 하게 되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다이아몬드는 그 목동에게 ’양 500마리,송아지 열한 마리,말 한 마리,장총 한 정.’ 의 값어치 밖에 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을 찾아 이주하는 사람들, 다이아몬드로 인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은 원주민이아닌 백인들이었던 것, 엄청난 다이아몬드와 황금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삶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

풍족한 목초지와 천연자원인 다이아몬드와 황금을 가지고 있지만 인종차별법인 아파르트헤이트로 인해 질곡의 삶을 살아야 했던 남아프리카,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희망> 이다. 그들이 아프리카 경제를 쥐락펴락 하듯 남아프리카 경제가 아프리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단다. 지난 역사의 흑백싸움이 아닌 그들의 색색이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를 이루듯 이젠 하나가 되어 <희망>을 일구는 일만 남았다. 헬렌과 크리스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그들의 손을 잡아 주는 이가 있었기에 오늘의 ’레인보우’ 를 가지된 남아프리카, 분리가 아닌 어우러짐으로 월드컵을 계기로 희망의 빛이 더 빛나길 바래본다. 흑인들을 없애기 위하여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던 부분을 읽을 때는 일제가 우리민족과 문화를 말살하기 위하여 했던 갖가지의 만행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그 모든것을 이겨내고 오늘날에 이르른 레인보우, 진정한 평화와 희망만이 그들이 일구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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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7시에 떠나네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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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은 순간순간 서로 교차하고 있다.’
중국여행에서 돌아온 날에 받은 세 통의 전화, 미란의 자살소식을 전해주는 언니와 자신이 출연한 라디오의 청취자한테 받은 전화.하진은 중국여행중 사진을 찍을 때 자신도 모르게 미란의 모습을 언뜻 보았다. 그런 미란이 자신의 손목을 그은것이다. 청취자라고 한 젊은 여자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남편을 잃었다. 누구에게 기대지도 못하고 하진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 그녀,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는 하진, 그녀 또한 청혼을 받았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상태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속에 누군가가 무언가 있는것 같지만 그녀는 한때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조카 미란이와 언니네, 잘 살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그들 속을 들여다보면 가족이지만 뿔뿔히 흩어져 버린 모래알 같다. 그런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잃어버리듯 했던 미란, 사랑하는 남자에게까지 사랑을 잃어버리고 결국 그녀가 선택한 길은 죽음이었다. 그녀 또한 자해를 하면서 그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이모인 하진처럼. 언니네와 미란 그리고 하진이 출연했던 라디오의 청취자인 여자와 하진 그들은 모두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들의 아픔은 ’기차’ 처럼 서로 연결되어 한방향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라고 적어 보냈어요..... 한번도 빠짐없이 그랬어요. 내가 7시가 아니라 8시라고 하여도 재킷을 가져다가 코앞에 디밀고 7시가 아니라 8시입니다. 라고 해도 메모지엔 늘 7라고 적어 보냈어요. 나중엔 나도 그 노래 제목이 꼭 기차는 7시에 떠나고가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였지요... 왜 그랬을까요?’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을 조카 미란과 함께 찾아 떠나보기로 한 하진은 자신이 예전에 자주 가던 다방과 그 다방에서 들었다는 노래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면서 들어나는 ’단서’ 들을 따라 뉴질랜드에서 제주도로 자신의 ’파편’ 을 찾아 떠나게 된다. 아픔을 간직한 조카 미란과 함께. 

’닳아진 조각보처럼 그와 여자가 낳아 기르고 있는 아이를 보는 순간 어떤 기억들이 부분부분 솟아나기도 하고,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기워지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김용선을 만남으로 해서 자신의 잃어버린 부분들을 되찾아 마침내 완성하는 조각보, 그들이 젊은날 아픔으로 인해 치유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다시 만남으로 인해 치유되고 자신을 찾는 그들, 미란 또한 이모와의 여행에서 새로운 자신을 설계한다. 젊은 날의 아픔을 치유하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 자신의 사랑을 받아 들일 수 있었던 하진 그리고 그녀를 아픔을 보면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한 윤은 현피디와 재결합을 하기로 하는 ’아픔과 치유’ 가 담긴 추리성격을 띤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는 소설에서 등장한 그리스 민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로 인해 더 기억에 남은 소설이 되었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 살아진다,이렇게.'
미란과 언니네를 비롯하여 주인공인 하진 또한 지난 시절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고 젊은 여자 청취자 또한 남편과의 아픔을 간직했지만 하진이 성우를 해보라며 권유를 해 그를 받아 들이며 제주도의 용선과 그도 하진을 만난 후 사랑의 치유를 하며 윤과 현은 재결합을 하고 하진도 자신 곁에 있는 사랑을 택하기로 한다. 모두의 아픔은 기차처럼 연결되어 있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치유’ 라는 조각보를 완성하여 삶을 현재진행형으로 돌려 놓는다. 어찌보면 삶은 아픔이 있어도 계속되고 아픔이 없는 삶이어도 계속된다. 하지만 아픔이 치유되었을때 그 삶은 더 값지게 빛이 난다. 아픔이 추억이 되고 현재의 자신을 다지는 약이 되어 더이상 흔들리지 않게 자신을 붙잡아 줄 기둥이 되게 한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는 작가의 오래전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재밌다. 추리기법이 가미가 되어 맛을 더해주고 잊지 않을 추억의 노래가 들어가 소설은 더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다. 비 오는 날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라는 노래와 함께 읽으니 더 잊지 못한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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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포차 버들골 이야기 - 7평 허름한 가게에 ‘정성’이 가져온 기적
문준용 지음 / 글로세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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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밀릴 수는 없다. 그게 절대 밀려날 수 없다는 내 의지였다.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하늘이 야속하기도 했다. 정초부터 불난리라니 액땜치곤 너무 과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간사한 건지, 내가 엄청 긍정적인건지, '불난 집은 부자가 된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서글프기도 햇지만 속맘엔 은근히 정초에 불까지 났으니 ' 아, 얼마나 잘되려고 그러나' 기대도 있었다.'  바닥까지 밀려 났기에 그가 더이상 밀려 날곳이 없었던 것인가, 아님 가게를 열고 얼만 안되는 수입이던 때 정초에 불난리를 겪어서 그야말로 '버들골' 에 난리가 난것일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모든것 체져 놓고 손님의 말에 기울일줄 아는 주인이 있고 손님의 마음에 그야말로 <정성>으로 대한 그가 있어 가게가 대박이 나지 않았나싶다.

'장사는 요령이 아니고 정성임을 깨달았다.'
조금 잘되면 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가난하던 시절을,진정 자신이 바닥이던 시절을 잊을 때가 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고 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손님의 말에 귀 기울이며 손님의 의견을 자신의 음식에 반영하니 잘되지 말란 법이 없을 듯 하다. 그가 잘 나가던 시절, 여기저기에서 돈을 끌어다 신발공장을 차리고 IMF로 정말 가족을 버리듯 바닥으로 밀려난 그가 택할 수 있는 삶은 무엇이었을까? 노숙자를 많이 배출했던 IMF, 아직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보면 그는 정말 성공한 사람이다. 지금 그의 위치를 본다고 해도 성공의 반열에 그를 올려 놓아도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듯함이 오롯이 담겨진 '버들골 이야기' 그곳엔 정이 있고 사람냄새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낭만이 있어 더 좋은 곳인듯 하다. 

'손님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고마운 스승님이까.'
언제까지 포장마차 주인으로 남아 내가 힘들 때 가게를 찾아 주었던 손님들을 맞고 싶다는 주인장의 철학이 넘 맘에 든다. 이제는 물러나 뒤에서 지켜봐도 되는 위치가 되었지만 그가 '희망' 을 찾은 일터이고 '정' 으로 이룩한 세월이 녹녹히 녹아난 '버들골' 은 읽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났다. 일년여 동안 집앞의 분식집에서 알바를 한적이 있다. 나중에 좀더 나이를 먹으면 내 이름의 북카페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몸으로 경험을 쌓아 보려고 시간도 벌겸 알바를 했는데 남의 돈을 받기란 정말 힘들었다. 더구나 식당일이라는 것이 좀처럼 짬이 나지 않았다. 몸도 힘들고 맘도 힘들었지만 내 삶에 좀더 자신감을 심어준 시간들이었고 무엇이든 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 을 발견하기도 했으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다.그때 손님들과 부딪히며 얼마나 힘들었는지,그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었지만 어느정도 귀 기울여 준다는 것이 보통 힘든일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솔직 담백한 경험의 세월은 가슴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주전자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면 따듯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종이컵에 안전하게 물을 따른다. 욕심을 부리면 커피 맛이 달라진다. 가슴이 차지도록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 화가 났던 기억설탕처럼 달콤하게 녹는다. 돌아보면 견딜 수 있는 고통 앞에 서 괜한 엄살을 떨었다. 주전자가 제 몸을 먼저 데워서 쏟아내는 뜨거운 물이 비록 한 잔 커피를 위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본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문제의 답은 손님 테이블에 있다.'
손님 테이블에 작은 고추가루 하나 허투루 넘겨 보지 않고 남긴 반찬 하나하나 조밀조밀 따져 보아 좀더 나은 내일의 설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그 작은 곳에서 발견하여 들려준다. 식당에 음식을 먹으러 가면 테이블이 지저분한 곳이 많다. 손님이 오면 테이블을 한 번 닦아 주는 것이 아니라 반찬이나 그외 물컵등을 먼저 내오기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기가 꺼려 질 때가 있다. 그럴때는 냅킨을 꺼내어 올려 놓기도 하는데 미리 한번 깨끗하게 닦아주는 센쓰를 발휘하여 손님이 찡그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작은 배려' 애서 부터 손님의 마음을 읽으니 손님과의 거리를 좀더 좁히고 손님의 마음을 읽어주어 십년지기 단골손님들을 많이 확보하지 않았나 한다.그렇게 하여 '손님 감동' 으로 이어졌으니 그간의 세월동안 감동과 정에 얽힌 사연과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싶다. '돈은 열심히 일하면 벌린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먼저 스스로 감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늘 발전하고 생각하고 좀더 '사람속을 파고드는' 그런 주인장이 되려 하는 그의 철학이 참 맘에 든다. 음식을 담아 내기전에 미리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시식을 선보여 손님의 입에 맞는 음식을 내 놓으려 하는 주인의 자세가 있으니 그곳을 찾는 손님이라면 얼굴을 찡그리는 일은 드물듯 하다. 누구에게나 맘에 맞을 수는 없겠지만 손님의 맘에 근사치 다가가려는 자세가 중요한듯 하다. 자신의 돈벌이를 위하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려는 자세가 더 중요한듯 하다.그런 그의 철학이 있어 빚쟁이들에게 밀려 바닥으로 나 앉은 그를 현재로 만들어 준 듯 하다. '나는 똑똑한 사람보다 따듯한 사람이 더 좋다.'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정말 낭만포차인듯 하다. 그곳에 가면 사람의 정이 있고 따듯함이 묻어나 가슴안에 묻어 두었던 지난 이야기들도 모두 꺼내 놓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지금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무언가 나만의 '희망' 을 꿈꾸고 있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주머니가 넉넉해서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따듯해서 부자인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잠시 행복한 낭만을 꿈 꿀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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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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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천사는 입 안에, 내 입천장에 오롯이 매달린다. 그건 배고픈 천사의 저울이다. 배고픈 천사가 내 눈을 제 안경처럼 덧쓰고, 심장삽은 현기증을 일으키고, 석탄은 흐릿하게 보인다. 배고픈 천사가 내 뺨을 그의 턱 위에 끼워 맞춘다. 그리고 내 숨결을 그네 뛰게 한다. 숨그네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심한 착란 상태이다.' 축음기 상자였던 돼지가죽 트렁크에 아버지의 외투와 우단 깃이 달린 도회풍의 할아버지의 외트, 삼촌의 니터보커 바지를 넣고 이웃 타르프 씨가 준 가죽각반을 넣고 피니 고모가 준 초록색 양모장갑을 넣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붉은 포도주색 실크스카프와 세면도구를 넣어 길을 떠날때 소년은 '배고픔' 이 그렇게 큰 적이 될지 몰랐다.

17세 소년 레오, 그는 강제수용소에서 5년여 동안 수감생활을 하며 '삶과 죽음의 숨그네' 사이를 오가며 배고픔과 향수 그리고 죽음과 시체에 두려워 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 우리는 수용소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시체를 치우는 법을 배웠다. 사후경직이 시작되기 전에 죽은 이들의 옷을 벗긴다. 얼어 죽지 않으려면 그들의 옷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아껴둔 빵을 먹는다. 그들이 마지막 숨을 거두면 죽음은 우리에게 횡재다.' 다른이의 죽음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은 '삶의 연장' 되는 처절한 수용소의 생활에 그는 집으로 향하는탈출보다도 강제수용소로 돌아가는 길이 더 익숙하기만 하다.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강제수용소의 체험기와 같이 건조한 문체이지만 사실적으로 쓰여졌다. 독일계 소수민족에서 태어난 그녀, 어머니가 강제수용소에서 오년을 보냈고 아버지 나치 무장친위대로 징집되었다고 돌아왔고 할아버지 또한 루마니아에 독재정권이 들어서고 재산을 모두 몰수 당했다고 하니 그녀의 삶이 닮긴 소설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루마니아에 살던 17세에서 45세 사이의 독일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유형을 갔다하니 그녀와 루마니아의 소수민족의 삶이 오롯이 담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동료 '오크사 파스티오르' 와 함게 이야기를 강제추방을 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 나가다가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나서 쓰게된 소설 <숨그네>는 그녀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주었지만 독자들에겐 참흑한 강제수용소 생활을 좀더 세세히 전해주는 계기가 된 듯 하다.

'너는 돌아올거야.' 라는 할머니의 말이 레오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을까? 죽음보다 더한 배고픔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강한 에너지를 안겨주는 말이 되었을까? 가족들은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무관심하다고 생각하게 된 레오,적십자를 통해 온 한장의 엽서에 담긴 자신을 대신할 새로운 동생의 탄생에 적개심을 품었던 그가 강제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서서히 적응해 나가며 자신이 가졌던 생각들을 고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의 말' 이나 할어버지의 죽음이후에 이웃이 들려준 자신에 대한 사랑이 담긴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삽질 1회 = 빵 1그램처럼 처절하게 '생' 으로 달려가기 위한 그의 노력이 수용소에서 그가 배고픔을 이기게 해 주기도 하였겠지만 죽음보다 무서운 배고픔을 이겨내는 것에는 방법이 없었을 듯 하다. '절대영도에는 세칙이 없다. 배고픈 천사가 뇌를 훔치는 도둑이라면 절대영도는 법 자체다. 빵의 정당성에는 현재만 있을 뿐, 전후 과정이 없다. 완벽하게 투명하거나 완벽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다. 빵의 정당성은 배고픔이 뒤따르지 않는 폭력과는 다른 폭력이다. 빵의 법정에는 일반적인 도덕이 들어설 수 없다.' 법도 없고 먹을것도 부족했던 곳에서 그들은 좀더 배고픔을 이겨내보기 위한 방법으로 '빵바꾸기'도 하고 자신이 가진것을 하나하나 팔아 먹을것 대용으로 없애기도 했지만 '아마포 손수건' 만은 트렁크 밑에 남겨 두었다. 그 손수건이 자신과 같다고 느낀 레오,손수건마져 없애버리면 영영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될 것같아 '너는 돌아올 거야.' 라는 할머니의 말과 함께 했던 손수건을 고이 간직했던 그의 질곡의 수용소의 생활은 비참 그 자체이다. 

죽은 시체의 머리카락마져 추위를 막기 위한 양탄자로 쓰이는 그곳에서 그가 마주한 시체는 자신이 직접적으로 겪는 '배고픔' 보다는 무서움이 덜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철처한 배고픔에 노출되도록 한것이 관리자들이 뒤로 빼돌린 것 때문에 더한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들이 느낀 '배신감' 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강제수용소에서 그들이 그토록 이겨내지 못한 추위와 배고픔을 나 몰라라 한 관리자들, 그들의 최후 또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처참 그 자체였다. 자신은 수용소에서 그토록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동안 고향집에는 여전히 예전과 별다르지 않은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안 레오, 자신의 현실과 가족이 누리고 있는 현실사이의 간극을 그가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다. '고향에서는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아무도 모른다. 지금쯤 할아버지는 고향 집 베란다에서 차가운 오이샐러드를 먹으며 생각할 것이다. 내가 죽었다고. 할머니는 헛간 옆 방바닥만한 그늘에서 닭 울음소리를 내며 암탉들을 불러 모은 후,모이를 뿌려주며 생각할 것이다. 내가 죽었다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마 벤히에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손수 만든 세일러복을 입고 산골 풀밭 한가운데 누워 생각할 것이다. 나는 이미 하늘에 있다고. 나는 어머니를 흔들며 말할 수 없다. 어머니, 나를 사랑해요. 나 아직 살아 있어요.' 

6월,우리에겐 한국전쟁 60년을 맞는 해라 그런가 더 가슴이 아팠다. 얼마전에 본 영화 <포화 속으로> 의 학도병도 생각나고 그 학도병과 오버랩되는 17세 소년 레오가 살기 위해 옷의 모든 부분에 감자를 넣어 수용소로 돌아오는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아렸다. 고향을 향하여,자유를 향하여 도망칠 수도 있는데 먹을것을 택하여 수용소로 돌아가는 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나는 눈을 감고도 막사로 가는 길을 찾는다. 나는 외출이 필요 없다. 내게는 수용소가 있고, 수용소에는 내가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침대 하나와 펜야의 빵과 양철그릇 뿐이다. '  한참 먹을 것에 예민할 나이이고 자신만을 찾을 이기적인 나이에 그가 배우고 겪은 '삶과 죽음' 이라는 명제가 그의 일생을 어떻게 바꾸었을지, 작가가 창작의 자유를 찾아 고향을 버리고 망명을 택하여 삶이 박탈당한 강제수용소 이야기를 진솔하게 우리에게 들려주기 까지 얼마나 긴 터널을 걸어왔을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주어진 '오늘' 을 더 값지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소설이다.진실은 언젠가는 수면으로 떠 오르기 마련이다. 감추려 하면 할수록 터져 나오려 하는 압력은 더 커지는 듯 하다.처참이 너무 세세하고 무미함이 자리하여 조금은 읽는데 힘이 들수도 있지만 인내를 가지고 읽다보면 '삶의 희망' 이 나타나듯 '진실' 을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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