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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 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송기역 지음, 이상엽 사진 / 레디앙 / 2011년 3월
그래서 작금의 4대강 파괴는 정확하게는 이명박 정권의 수장인 '이명박' 개인의 책임이 가장 심대하지만, 안하무인이고 고집스럽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특별한 인성을 지닌 그의 파멸적 행위에 제때 제동을 걸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무기력과 무관심으로 동조했던 우리 시대 모두의 책임이라 할 만하다.(8p.)
...강을 지키는 것을 본업으로 받아들인 이 나라 구석구석에 질경이처럼 굳세게 버티고 있는 여러 환경운동가들에게 우리는 결국, 빚졌다.
우리 산하가 지금 격심하게 고통 받고 있으므로, 고통의 현장이 잘 담겨 있는 이 책을 서둘러 구입해 살피고 널리 퍼뜨리는 것은 이제부터 우리 의무다.(11p.)
두물머리 유기농지 끝자락 두 물이 만나는 곳에 농민 최용왕 씨가 만들어 세운 나무 십자가가 서 있다. 십자가는 고난을 극복한 팔당 지역의 부활을 상징하는 듯하다. 국가는 두물머리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지만, 농민들은 생명의 먹을거리를 만드는 살림의 땅으로 만들었다. 답사 일행을 맞은 유영훈 대표가 십자가 아래 서서 호소한다.
"머잖아 또 공권력이 들어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 농민들이 맨몸으로 막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몸으로 막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은 반생명적인 개발과 성장의 가치관에 바탕한 4대강 사업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곳입니다. 4대강 싸움은 바로 가치관의 싸움입니다. 이 시대 우리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 것인가 생각하는 계기로서 팔당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환경 유기농민' 서규섭 씨가 발언을 이어받는다.
"정당한 이유가 있고 사회적 합의가 있으면 양보하겠는데 우리를 쫓아내고 이 자리에 얼토당토않게 공원, 체육시설, 자전거 길을 만든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수질과 공익의 이유로 나가 달라는데, 진정 무엇이 공익인지 생각해봐야 합ㄴ디ㅏ. 유기농을 하면서 하천농지를 활용하는 게 수질에도 긍정적이고, 고유한 유기농 역사와 문화를 살리는 일이 훨씬 더 공익적이라는 게 저희들의 주장입니다."(44~45p.)
양평 두물머리의 팔당공대위 대표이던 유영훈 씨는
"경기도가
세계 유기농대회를 유치한다면서도 유기농을 몰아내는
작금의 4대강 개발을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이들에게 토지보상과 대체농지를 제안했고
농민들은 분열했다.(46p.)
일행은 태극기가 꽂혀 있는 숙영지를 향해 걷는다. 청강부대의 4대강 사업 투입은 국군의 의무인 안전보장, 국토방위와 무관한 병력 배치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청강부대 숙영지에는 생태공원이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낙동강 가는 곳마다 '생태공원'이라는 팻말과 '리모델링'이라는 말이 같이 있어요. 잘 지켜보면 대체로 생태공원 단지들은 그 뒤에 복토를 넓게 하고 있습ㄴ디ㅏ. 즉 부지 조성이에요. 산업단지나 주택단지나 테크노파크가 들어오는 곳에 생태공원이 조성되고요. 부대시설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요. 생태적인 공원이 아니고 다른 목적을 가진 공원이 많아요."
청강부대 입구에서 두 명의 위병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다.
지율 스님이 놀라 소리친다.
"공사하러 온 사람들이 총을 들고 나오면 어떻게 해요?
무섭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125~126p.)
이 '청강부대'라는 회사는 고약하게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복무 중인 병사들을 빼내
노임도 주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군사보호지역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가며
출입과 촬영을 금하고 있다.
이곳에 보호해야 할 군사 정보는 무엇일까? (129p.)
하회마을이 보이는 부용대에서 연인이 사진을 찍는다.
그 너머로 모래톱이 유유히 마을을 휘돈다. 하지만 이곳도
공사 구간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마을의 풍치를
훼손하기에 잠시 멈추었을 뿐이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받기 위해 기를 쓰다가
종국에는 그 유산을 훼손하고 마는 이런 후진국적인 개발을
언제까지 하려 하는 것일까?(136p.)
하회마을 앞 낙동강은 그 깊이와 모래에 따라 다른 빛을 내보인다.
가끔 굉음을 내는 저 모터 달린 나룻배만 아니라면 이 산골의 고요함은
한없이 느리게 갈 것이다. 과연 이 풍경은 지켜질까? (139p.)
어느 교수의 말처럼 무덤 속에 있던 것들이 일어나 우리 앞으로 걸어 나온다.
독일에서는 1977년 이후 댐을 짖지 않았고 준설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1999년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들은 송리원댐(영주댐) 건설계획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권은 바뀌어도 토건은 영원하다.(180p.)
ㅠㅠ
살 만큼 살았다 해 볼 테면 해 봐
-영주댐 평은면 수몰민 대책위원회-
"댐 들어서면 어디로 가실 거예요?"
"갈 데가 없어……. 딸은 사위 때문에 안 되고
아들은 며느리 때문에 안 되고 정말 갈 데가 없어……."
400년 내려온 장씨 집성촌 금강마을의 한 할머니는 어린 손자뻘
학생들 앞에서 짧은 한숨 쉬시고, 이산면의 한 할아버지는 고향 떠난
노인들이 결국은 빈손 들고 어느 시골 느티나무 밑에서 막걸리로
세월 보내게 된다며 눈시울이 젖어든다.(186p.)
금강에서 퍼 올린 모래가
현장에 만들어진 레미콘 공장에 들어가
바로 건설현장으로 달려간다.
하도 많이 퍼 올려
충청권에서 50년 동안
건설만 해도 될 양이란다.(207p.)
유채꽃 만발한 금강변은 선사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아주 오래 전 우리의 선사 인류들도 이 금강의 모습을
보면서 살 만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곳은 모두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진다.
뭘 남기려는 것일까?(219p.)
풀숲의 꿩 한 마리가 사라지는 강변 습지를 바라본다.
강변 곳곳에서 흩날리는 건설사들의 깃발을 본다.
우리 국토가 건설사들의 '밥'이 된 지 어언 반세기가 지났다.
그들의 탐욕은 이제 강으로 갔고, 다음은 어디일까?
분명 산이다. 그 다음은 어디일까? 섬이다.
그리고 도 어디일까?(220p.)
그는 강을 살리는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어제 서울 가면서 옆에 탄 사람하고 얘기를 했는데
왜 강을 건드냐, 이 얘기여. 샛강을 살리면 강은 그냥 살아나.
대전은 시내 한 가운데로 갑천이 흘러서 금강으로 들어온단 말이야.
논산은 논산천으로 해서 금강으로 떨어지고.
그 폐수가 금강으로 떨어지는 거야.
소하천을 잘 정비하면 금강은 그냥 살아나.
생활 폐수, 공장 폐수, 축산 폐수가 흘러 들어오는데
원인 제공하는 것은 놔두고 강만 파서 뭘 살려?
시화호도 터놓으니까 자연적으로 살아나잖아."(239~241p.)
영산강 둔치를 포클레인 한 대가 부지런히 깎는다.
언제나 깎아낼까 하지만 공사 속도는 하루가 다르고 한 주가 다른다.
아마도 봄이 오면 저 둔치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255p.)
삼락둔치에서 본 낙동강의 모습이다.
삼락(三樂) 중 하나가 갈대밭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라는데
이제 이 둔치의 갈대도 사라지면 그 이름도 사라질 것이다.
(28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