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 바라보기 - 동물들의 눈으로 본 세상 사계절 1318 교양문고 6
주디스 콜. 허버트 콜 지음, 후박나무 옮김, 최재천 감수 / 사계절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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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를 읽기 전에, 표지와 제목만 놓고 보면, 『떡갈나무 바라보기』는
아래 책 가운데 어떤 책과 가장 주제가 비슷할까?   

 

1) 나무를 심은 사람                        2)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3) 신갈나무 투쟁기 


  

 

 

 

 

 

 

  

  

 

 4) 관점                                          5) 개미                                  6) 생각하는 떡갈나무 

 

 

 

 

 

 

 

 

  

 

 

 

   

힌트는 '추천의 말'에 충분하다.  

   
 

추천의 말 

남의 눈으로 세상 보기 (5p.)

  관점이 다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이 책은 우리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남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요구한다.(6p.)   

  이 책은 지극히 감각적인 책이다. 오감을 죄다 동원하여 책을 읽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손목을 잡고 쉼 없이 동물들의 세계 이곳저고을 돌아다닌다. 마치 거울 속 나라에 들어가 붉은 여왕에게 손목을 붙들린 앨리스처럼. 그러다 보면 우린 모두 어느새 철학자가 된다. 우리 인간의 삶 속에만 안주하는 속 좁은 철학자가 아니라 다른 모든 생명체의 삶들을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사상가가 된다.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이 다리 보이고 내 삶이 달라 보일 것이다.(7p.)

 
   

 

   

너무 쉽나? 그럼 다음 문제는?  

다음은 누가(무엇이) 하는 말일까? 

1. 독백 

바람이 부는군 밝은 곳으로 가야지 밝은 곳으로 가야지 냄새가 나네 빛은 잊어버려야지 냄새만 맡아야지 빛은 잊고 냄새에 집중해야지 어서 냄새 나는 곳으로 가자 바람이 부는군 냄새가 오고 있군 냄새가 가네 냄새가 오고 냄새가 가는군 냄새의 리듬을 따라가야지 바람이 다시 냄새 나는 곳을 알려 주는군 냄새 나는 곳으로 냄새로 냄새 냄새 냄새 냄새 냄새 ─ 닿았다(117p.)

 

2. 빠른 대화 

배우1: 주위에누구있나 주위에 누구있나 주위에누구있나
배우2: 근처에내가있어 근처에내가있어 근처에내가있어
배우1: 당신은구구고어디야 당신은누구고어디야 당신은누구고어디야
배우2: 여기너머당신과같은종족여자 여기너머당신과같은종족여자
배우1: 내가가는중이야 내가가는중이야(118p.)

 

 

주제 

지은이가 하려는 얘기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움벨트.
비슷한 말로 역지사지.
비꼬는 말로 우물 안 개구리.
좋은 말로 남의 눈으로 넓게 보기. 관점 바꿔 다르게 보기.
오래된 말로 아는만큼 보인다. 등등. 

 

   
    『동물과 인간 세계로의 산책』을 쓴 야곱 폰 웩스쿨은 곤충을 비롯한 동물이 인식하는 세계를 상상해 본 선구자였다. 그는 동물이 경험하는 주변의 생물 세계를 나타내기 위해 움벨트(Umwelt)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이전에는 영어나 독일어에 동물이 경험하는 그들의 세계를 나타내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기존의 용어 대신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세계', '경험', '자연' 또는 '현실' 같은 용어로는 동물이 경험하는 세계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 움벨트는 상당히 다른 뜻을 담고 있다. 즉, 움벨트는 모든 동물이 공유하는 경험이 아니라 개개의 동물에게 특별한 유기적 경험인 것이다.(20p.)  
   

 

   
 

꽃이 활짝 핀 들판에 사는 개미와 벌을 생각해 보자. 개미는 땅 속에서 군체(조직화된 방식으로 생활하고, 서로 밀접한 상호작용을 하는 한 종의 생물 집단)를 이루며 산다. 개미는 대체로 일생 동안 이쪽 들판 끝에서 저쪽 들판 끝으로 절대 이동하지 않는다. 개미 세계에서 활짝 핀 꽃이나 움트는 싹, 나무, 덤불 따위는 넘어가거나 피해야 할 장애물이다. 이것들의 차이는 개미의 삶에서 전혀 의미가 없으며 인식되지도 않는다. 개미는 집으로 가져갈 먹이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보낸다. 개미는 땅의 미세한 진동에 무척 예민하다. 그리고 더듬이를 건드리거나 땅을 세게 밟아 진동을 일으켜 의사소통을 하는 조직체의 일원으로 일한다. (...) 개미의 세계는 아주 섬세하고 변화무쌍하지만, 들판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개미의 세계와 늘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벌과 개미의 세계는 서로 겹치지 않는다. 벌은 꽃이 활짝 핀 들판을 특별한 방법으로 인식한다. 벌은 아주 멀리서도 꽃이 내뿜는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그 향기로 꽃을 구분해 낸다. 꽃가루가 풍부한 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꽃이 있다. 벌은 꽃가루가 풍부한 꽃을 먼저 선택해서 향기를 맡자마자 바로 그 꽃으로 날아간다. (...) 벌의 세계에서 들판은 무수한 원이나 온갖 꽃의 형태로 가득해 보인다. 그 세계는 활짝 핀 꽃의 세계이거나 아니면 꽃봉오리으 세계이다. (...) 

야곱 폰 웩스쿨에 따르면 앞에서 설명한 개미와 벌은 동일한 환경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움벨트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21~23p.)

 
   

  

  

변화 

1. 세상이 넓어짐. 아니 새로운 세상 탄생. 

2. 심심할 틈이 없음. 그 많은 세상 그 많은 움벨트를 알아보려면.. 흐익~ 

 

부작용 

현기증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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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4-1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이라구요? 저는 1번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포핀스님은 정말로 나무를 사랑하시는 군요. 집에 나무화분이랑 꽃화분 그런 것도 막 베란다에 한가득 키우고 그러신 거 아니예요?^^

잘잘라 2011-04-20 00:12   좋아요 0 | URL
후훗. 울산에 와서 7만원 주고 알로카시아 화분 하나 들여놨는데 고맙게도 지금까지 잘 살아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정말이지 보름에 한번 찬 물, 그것도 수돗물 한 주전자씩 주는 거 밖엔 없어요. 그런데 어찌나 무럭무럭 잘 크는지 신기하고 기특하고 기쁘고 고맙고 그렇답니당~ ^ ^
 
49일의 레시피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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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계모 오토미는 아버지와 자식을 낳지 않고 2주 전 아침에 일흔 한 살로 이 세상을 떠났다.(7p.) 

책에 자주 나오는 '쓸쓸하다'는 표현.
새로운 정의 '쓸쓸하다 = 자식이 없다' 

오토미는 쓸쓸하다.  

쓸쓸한 여자 오토미가 웃는다.
쓸쓸한 아내 오토미가 요리한다.
쓸쓸한 엄마 오토미가 그림을 그린다. 

쓸쓸한 오토미가 살다 간 집 사람들 이야기,
『49일의 레시피』 

 

띵동-  

- 누구세요? 

- 택뱁니다. 택배 왔어요. 

뜻밖이다. 가끔 이렇게 뜻밖의 택배를 받는다. 대부분 책이다.
'뭐지?' 얇다리한 책 한권. 「초이스도서 당첨을 축하합니다」라고 씌여있다.
[보내는분 (주)제이에이치커뮤니케이션] ?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책이니까 읽고 본다.
전화벨 울리면 일단 받고 보듯이,
초인종 울리면 일단 "누구세요?" 하고 인터폰 화면을 들여다보듯이. 

그러는 동안에 식사를 포함해 모든 일들이 귀찮아졌다. 하루 걸러 배달되는 우유만 마시며 이 방에서 일주일 넘게 지내고 있었다. 이대로 끼니를 끊으면 오토미를 뒤좇아 갈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배가 못 견디게 고파지면 어느새 우유를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그런 자신이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죽을 배짱도 없다니까." (13p.)

푸우.. 말이냐 막걸리냐. 죽을 배짱?
세상에나 죽을 배짱이래 죽을 배짱!  

이해는 간다. 나도 그랬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다 했다.
죄책감이 들었다. 어째서 눈물은 계속 흐르지 않고 어째서 배는 고픈지 어째서 잠은 오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말이다.  

잠깐 그때 생각을 했나 싶었는데 순식간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순식간에. 

그리고 순한 양이 되어 잠 들었다.
푹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이었다. 

오토미는 쓸쓸하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쓸쓸한 오토미 이야기를 읽은 나는 지금 참 따뜻하다.
그러니 나는 이렇게 말해야겠다.  

쓸쓸함은 따뜻함을 부른다.  

 

^ ^재밌는 대목 하나 옮기고 리뷰 끝-  

"주인과 의논해 보고 사올게요. 그런데 아쓰타 아저씨, 미타라시단고와 풀빵, 크레이프 먹을래요?" 

"어이구, 그렇게 많이 먹냐?" 

어이가 없어서 이모토를 보았다. 먹어요, 라며 이모토는 힘차게 대답하고 웃었다. 

"단 건 먹는 배가 따로 있어요."(68p.)

흐흐. 술 배 따로 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단 거 먹는 배가 따로 있단 말은 또 처음이네.
그런데 그거 맞다 맞어. 단 거 먹는 배는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커진다는게 문제지만.
ㅋㅋ

 

1.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쓸쓸한 분,
2. 쓸쓸하면서 따뜻한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분, 

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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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4-17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밖의 선물이란 제목에 리뷰를 읽어보니 중의성이 담긴 제목이네요.
쓸쓸한 오토미의 음식이야기를 읽고 따뜻함을 느끼는 포핀스님~
술배와 더불어 단 거 먹는 배도 따로 있군요.^^

2011-04-18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8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가방 2011-04-1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버지 장례식...
저도 아버지 장례식때 정말 배가 고프더라구요..ㅜ.ㅠ;;
미혼인 친구에게 맡겨놓은 돌도 안된 큰아이 걱정이 슬픔보다 더 크더라는..
그래서 그뒤로 오래오래 아버지께 죄송했다는..아직까지도 그때 생각하면 여전히 죄송하다는..

2011-04-18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4-17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왠지 최루성일 것 같아서 쟁여두고만 있어요.

어떤 남편은 바빠서 당시에 챙기지 못한 지인을 추모한다고, 아내가 간 장례식장에 따라가 실컷 울고 오는 것도 봤어요.

잘잘라 2011-04-18 01:33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읽으면서 울진 않았어요.
조금 멍-때리긴 했지만요.ㅎㅎ

2011-04-18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4-19 01:47   좋아요 0 | URL
넹, 울 남편 맞아요~^^
코가 빨개질 때까지 울었다지요~

hnine 2011-04-1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거 먹는 배 따로 있는거 모르셨어요? 에이~~~ ^^
'쓸쓸함은 따뜻함을 부른다' 이거 어디다 적어놔야겠어요.

잘잘라 2011-04-18 01:35   좋아요 0 | URL
밥 배 따로 술 배 따로, 이 말만 죽어라 외쳐대는 친구가 있어서요.
흐흣

마녀고양이 2011-04-1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거나 속상하거나 외로와서 식욕은 없는데,
배는 죽도록 고픈 날 있잖아요. 그런 날은.... 참... ^^

따스한 책이군요, 오늘 봄볕도 참 따스하던데. (그러나! 바람은 무지하게 추웠어요, 덜덜)

잘잘라 2011-04-18 01:41   좋아요 0 | URL
그런 날은 난이도 있는 요리를 해 먹으면 좀 낫던데요.
^ ^

감기 조심하세요 마고님~
 
<사계절 갈라메뉴 303>,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사계절 갈라 메뉴 303 - 윤혜신의 착한 밥상
윤혜신 지음 / 백년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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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슬프다. 
봄비가 슬프다.  

안타깝다.  
봄나물이 안타깝다.  

그래도 다 먹고 살게 되어있다.
사람은 사람이라 살고 봐야 한다.
살자니 먹어야지.
배고프니 먹어야지.  

먹고 사는 일이다.
먹고 사는 게 인생이다.  

『사계절 갈라 메뉴 303』은 요리책인가? 그렇다.  
요리책일 뿐인가? 그건 아니다.
요리책일 뿐이면 어떻게 슬픈가.
요리책일 뿐이면 뭐 그리 안타까울 일인가.   

봄처녀, 갈 데가 없다.
봄나물 지천인데 봄처녀 갈 데가 없다.
진달래 따가 화전 부쳐먹어야 하는 봄인데,
쑥 캐다가 쑥개떡 해먹어야하 하는 봄인데,
봄처녀, 갈 데가 없다.  

우이씨. 

뜯고 따고 캐고 다듬어 먹는 재미 (『사계절 갈라 메뉴 303』26p.)
방사능 비가 다 뺏어갔다.  

봄처녀, 갈 데가 없다.   

 

뜯고 따고 캐고 다듬어 먹는 재미 

일부러 심고 거름 주고 키우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다. 봄의 들밭은 싹 천지다. 세상은 지금 온갖 식물들의 싹이 돋느라 여기저기 온통 간질거린다. 쑥은 물론이고 민들레, 달래, 씀바귀 등 애지간한 싹은 다 뜯어 먹을 수 있다. 새로 나오는 풀들은 독이 없다. 질경이도 명아주도 모두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으로 끓여 먹으면 먹을 만하다. 풀독이 오르는 단오 전에는 모든 산과 들의 풀들이 약초가 되는 것이다. (26p.) 

그랬다. 방사능 비가 오기 전에는. 지금은
후아.......... 

그림의 떡이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쭉 이러면,
정말 재미 없다.   

 

올 봄에는 슬프기만 한 이 책이 

내년 봄,
내년이 욕심이면 10년 뒤 봄,
10년도 장담할 수 없다면 100년 뒤 봄에는 

제발, 제발!
알찬 참고서, 소중한 요리역사책이 되기만을  
바라며. 

 

[책 구성]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참 착한 음식' 다섯 편으로 나눠 

계절별 '밥/국물음식/밑반찬/김치ㆍ장아찌/별미/지짐ㆍ튀김/전채ㆍ후식' 요리를 담고 

계절별 '재료이야기', '착한 밥상 정보' 를 곁들였다.

 

맨 뒤에 '참 착한 음식' 편은 꼭 챙겨야 할 마음씨다. 
길지만 옮겨본다. 그 마음을 따르겠다는 뜻으로.  

   
 

[할머니의 살림 솜씨] 

산업혁명 이후로 우리는 지구를 수탈해 가면서 온갖 자원들을 마구 끌어다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 쓸데 있는 것도 쓸데없는 것도 넘치도록 만들어댔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것을 버릴 만한 곳이 없다. 이미 지구는 오염되었고 쓰레기 포화상태다. 그 쓰레기가 우릴 공격한다.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먹을거리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먹을 것이 많아서 무엇을 먹을지 모를 정도다. 수많은 음식이 즐비한데도 도무지 먹을 만한 게 없다고 투덜거린다. 배가 부른 탓이지. 요리하는 나도 마찬가지다. 매일 그 음식 타령이다. 그러다 문득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이 든다. 맛있다고 먹고, 영양가 좋다고 먹고, 비싸고 귀하다고 먹다보니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버린다. 집집마다 냉장고, 냉동고, 베란다 뒤란을 보라! 먹을 것이 쌓여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이렇게 먹을 것 투성인데도 우리는 오늘도 변변히 먹을 게 없다고 투정이다. 

요즘에 와서 나는 부쩍 버릴 만한 것, 안 먹는 것, 때론 먹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조차 모아서 귀한 한 끼 밥상을 차리시던 옛 어른들의 솜씨가 그립다. 쌀 씻을 때 쌀 한 톨도 흘리지 않게 조심했던 어머니, 주룽밥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다 드셨던 할머니, 찬밥은 모았다가 식혜나 초청을 고시고, 쉰 막걸리는 초병에 모았다가 식초를 만드시고, 도토리 주워다 우려서 묵을 쑤시고, 감자ㆍ고구마 썩으면 녹말을 만드시고, 설거지한 구정물조차도 알뜰히 모았다가 짐승들 먹이고, 산나물ㆍ들풀 하나도 허투로 버리지 않았던 옛 살림 솜씨야 말로 알뜰함을 넘어서 지구를 살리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의 지혜였다. 

요즘은 버려지는 재료들, 안 먹는 재료들을 이용하는 재활용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 본다. 무엇 하나 버리지 않으셨던 할머니 살림 솜씨를 따라가려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솜씨를 부려도 할머니만큼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서인지 조청, 손두부, 식초, 장아찌, 장 같은 전통음식에 더 애정이 간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재료가 있을 때마다 만들어 보고 나눠 먹는다. 찬밥이 많이 남아 조청을 고았더니 친구들이 너무나 맛있다고, 그리운 옛 고향의 맛이라고 칭찬한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케이크가 싫어지고 구수하고 텁텁한 쑥개떡에 손이 가니 말이다.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 데도 더 신경을 쓴다. 음식물을 다듬다가 나오는 쓰레기는 모아서 땅에 파묻어 거름으로 쓰고, 요리하다가 나오는 쓰레기는 짐승 먹이로 따로 모은다. 파뿌리, 호박씨, 국물 우린 멸치나 다시마도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다시 재활용하고 응용해 본다. 이 생애 태어나서 특별히 좋은 일은 못한다 해도 피해는 남기지 말아야지 하는 심정이다. (348~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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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1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났네.. 이 얘기를 듣고 나니
이번에 언니네텃밭에서 노지 냉이랑 비닐하우스 아닌 곳에서 나온 야채 잔뜩 보냈거든요.
민들레 잎까지두 있는데, 문득 걱정이 되잖아요.

머....... 죽기야 하겠어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니겠죠, 우리나라?

잘잘라 2011-04-15 21:30   좋아요 0 | URL
클났네 진짜.. 그러고보니 이것두 아니구 저것두 아니구
참 애매한 리뷰를 올렸군요. 제가..

실은요 마고님, 제가 생각은 저렇게 하면서, 그러면서두 실은 나물비빔밥 먹겠다구 한시간씩 차 타구 다녀오기두 하구 그래요. 제가..

방사능 비 무서워서 봄나물을 못먹겠다면 사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쟎아요. 나물만 비 맞는거 아닌데 유독 봄나물 가지고 어쩌구 저쩌구 유난을 떨었네요. 제가.. 죄송해요. 제가..

순오기 2011-04-16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마당 화단에 제멋대로 자리잡은 머위대 잎을 잘라 비빕밥을 해 먹었어요.
가정학습주간이라 집에 온 큰딸, 소풍날이라 잠간 들른 아들에게 비빔밥을 내놓으며 말했죠.
'너희를 위해 화단에서 봄을 따 왔어~~ 봄 기운 먹고 힘내서 공부하렴!'

방사능 비는 정말 무섭지만, 그래도 쑥버무리가 먹고 싶어요.

잘잘라 2011-04-16 18:51   좋아요 0 | URL
울산에는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진짜 봄이 온다는 말이 있데요.
작년부터 말만 듣고 아직 도다리쑥국을 못먹어 봤어요.
그러니까 작년 봄부터 저는 진짜 봄을 맞이하지 못한 건가봐요.
ㅠㅠ

따라쟁이 2011-04-1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우리집 앞 텃밭도.. 무언가를 심어야 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봄 처녀 뿐만 아니라 봄 아줌마도 갈데가 없어요.

잘잘라 2011-04-16 18:56   좋아요 0 | URL
집 앞에 텃밭이 있단 말씀이잖아요?
그 밭에 아무것도 안심으셨단 말씀이구요?
음... 님도 혹시 밭에다가 뭔가 묻어두신건 아니구요? ㅎㅎ

비로그인 2011-04-1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요리에 콱 필이 꽂히신 것 같습니다. ㅎ

아래 책꽂이에 먹을거리에 관련한 책이 가득이네요. 좀 천천히 살펴보니 나물이 요새 땡기시나 봅니다.

잘잘라 2011-04-18 14:52   좋아요 0 | URL
아! 바람결님^ ^
요리,에는 언제나^ ^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필 받아요. 너무 자주 너무 쉽게 필 받아서 결국 애 일곱쯤 낳은 아줌마 몸매가 되었지요. 마흔 넘으면 얼굴에 책임져야한다죠? 어디 얼굴 뿐이겠어요? 몸매에도 책임을 져야지요. 크크.
 
<사계절 갈라메뉴 303>,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 - 최승주의 7080 레시피 콘서트
최승주 지음 / 조선앤북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대로,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 
맞습니다. 맞고요.  

'우왕~ 이거 완전 우리집 얘긴데?'
'울엄마 혹시 옛날에 출장 요리 다니셨나?'
'울엄마가 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루다가,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이 쫘르르예요.  

책에 코를 박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맞아 맞아" 를 외치는 저에게

"별 시덥쟎은 책도 다 있군." 

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에겐 

"울엄마가 해준 음식 역사책 삼아도 되겠다. 딱이야 딱." 

이럴 정도로 반가운 책입니다.  

음식을 담은 그릇 마저 옛날 부엌 찬장에 쌓여있던 느낌이라
'이럴수가! 정말 엄마가 우리들 몰래 어디루 음식하러 다녔나봐.'
라는 생각을 계속 했는데요, 뒷부분에 가서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나타나 다행입니다.  다른 음식은 다 놀랄만큼 비슷하거나 똑같은데,
딱 하나, 쑥개떡이 영 아니올시다였거든요.   

 

 

 

 

 

   

 

 

이건 쑥개떡이 아닙니다.
쑥냄새만 좀 풍기는
그냥 그런 음식이죠.  

 

모름지기 쑥개떡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죠.
아래 진정한 쑥개떡 사진도 함께 올립니다.  


 

 

 

 

 

 

 

 

 - 출처 『사계절 갈라 메뉴』 윤혜신 지음/백년후 출판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나눠 80여 종의 음식 사진과 조리법을 실었습니다.

PART 1. 자꾸만 생각나는 그때 그 음식 _지금도 먹고 싶은 나 어릴 적 대표 음식
마가린간장비빔밥, 소시지전, 비엔나소시지케첩볶음, 가락국수, 경양식집 돈가스,
도넛, 달걀부침토스트, 자장덮밥, 카레라이스, 역전국수, 추억의 신당동떡볶이,
밥통 카스텔라, 감자오이샌드위치, 김치밥, 고갈비 

PART2. 특별한 날 엄마가 해주시던 추억의 별식……

PART3. 김이 모락 모락~ 가족밥상…… 

PART4. 소박한 추억의 옛도시락……

PART5. 엄마표 주전부리…… 

음식 사진 보면 정말 옛날 생각 많이 납니다. 
놀라운 건, 우리 엄마가 이 많은 음식을 노상 해 먹였다는 사실입니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자식 넷을 키우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잊고 지냈던 어머니의 수고와 사랑이 절절합니다. 

책에 안나와서 아쉬운 음식도 많습니다.
우리집은 만두를 진짜 많이 해먹었는데, 여기는 만두가 안나옵니다.
김치 만두, 호박 만두, 찐 만두, 군 만두, 튀김 만두...
그리고 잡채, 미꾸라지털래기, 번데기 까지.
생생하군요. 쩝~ 

책에 나오는 음식 가운데,
지금은 우리 엄마가 해주지 않는 음식, 그래서
(돈 주고 사서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야말로 추억이 된 음식,
역사로 남은 음식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사진 올리다가 결심했습니다! 
다음에 집에 가면 이 중에 두 세가지 음식 재료를 사가지고 가서
거꾸로 엄마에게 해드리기루요. 
엄마도 옛날 생각하면서 맛있게 드셔주시겠지요?
먹으면서 비법도 전수 받고, 이야기도 듣고,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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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1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저 책의 표지에 홀랑 반해서, 한참 망설였었어요.
작년 여름 헤이리 놀러가서 도시락 점심 사먹은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거 맛있었는데. 도시락 아래에 볶은 김치를, 제일 위에 달걀 후라이를 얹어서 흔들어먹는거였어요.
쑥개떡은 얼마 전에 언니네텃밭에서 보내줘서 먹었는데, 꿀에 찍어먹으니 정말 맛났어요.

포핀스님의 발상 전환한 마지막 구절, 너무 이쁩니다~

잘잘라 2011-04-15 13:01   좋아요 0 | URL
후훗, 저는 한 때, 「속에천불청송막걸리」집에서 도시락 안주로 한잔씩 하던 생각 나요.
네모난 도시락에 '밥, 볶은 김치, 분홍 쏘세지. 잔멸치볶음, 달걀후라이'가 나오면 같이 간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을 지정해요. 능력껏 분위기 살리고 맛도 살리고 잘 흔들어 보라고 책임을 주죠. 어떤 사람은 몇 번 흔드는 시늉만 하다 말고, 칵테일 만들듯 흔드는 사람, 춤추듯 하는 사람, 운동하듯 하는 사람, 최대한 과학적으로 효율적으로 한답시고 별 별 뻐꾸기를 다 날리면서 독무대를 즐기는 사람.. 후훗. 사람은 정말 다 제각각인것 같아요.

요리책으로서 가치를 말하라고 하면 별 주기 아깝고요. 제가 별 다섯개 준 이유는 딱 하나, 음식에 담긴 울엄마의 사랑을 저 대신 책 한권으로 묶어줬기 때문이예요. 이 책 계기로 '울엄마 레시피' 한 권 만들어야겠단 생각도 들구요. ^ ^

책가방 2011-04-1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요리책이 몇권 있는데... 요즘은 온통 도시락 반찬이 가능한 요리들에만 관심이 있답니다.
이제 겨우 4월인데... 7월까지 어떻게 도시락을 싸냐구요..!!!
제게 도시락 싸는 일은 고역이지만, 아이들에게 도시락 먹는일은 추억이 될 듯 하네요.

울엄마 레시피.. 그거 멋진데요. 저도 만들어봐야겠어요..^^

잘잘라 2011-04-15 17:20   좋아요 0 | URL
저는 3녀1남 중 차녀로 컸어요. 요전에 엄마 칠순때 막내가 동영상을 하나 만들었는데 거기 보니까 울엄마, 1979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14년 동안 도시락을 싸셨더라고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자식 한 명당 6년씩 1년에 300개씩만 쳐도 '4명x6년x300개=7,200' 이라는 계산이 나와요.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실은 만 개도 넘을거예요. 언니는 대학은 물론 직장 가서두 계속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고, 저부터는 도시락을 두 개씩 싸가지고 다니는 날도 많았으니까요. 정말 어마어마해요.

부모님 살아오신거 생각해보믄 '나는 참 거저 사는구나' 싶기만 하구요. ^ ^;;

책가방 2011-04-15 18:59   좋아요 0 | URL
저는 딸딸아들딸 중 첫째딸로 자랐답니다.
제가 고등학교때는 도시락 세개씩 싸 다녔어요.
시골이라 버스가 자주 안다녀서 고등학교의 빠른 아침등교시간을 맞출수가 없었기에 친구 몇명과 새벽에 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다니느라 아침 도시락도 싸갔거든요.
엄마랑 도시락 얘기를 하면서 정말 힘들었겠다고 했더니.. 도시락 싸는거보다 씻기 까다로운 도시락 설거지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고등학교 3년동안 나도 힘들었지만 엄마도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 새벽도시락.. 어떻게 3년동안 그 일을 하셨을까요??
전 고작 한학기도 힘들어서 이러고 있는데....ㅡ.ㅡ;;

잘잘라 2011-04-15 21: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도시락 설거지.. 언니 동생이랑 가위 바위 보 하던 생각, 학교 다녀와서 빈도시락 꺼내서 개수물통에 안담궈놨다고 엄마한테 혼나던 생각, 김 싼 은박지 재활용하는거 질색하던 생각,,,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가 참 많아요. ㅎㅎ

순오기 2011-04-16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추억의 음식이네요.
우리 아이들한테 도너츠, 돈가스, 오므라이스, 김밥, 사과 야채사라다는 잘 해줬어요.^^

잘잘라 2011-04-16 18:45   좋아요 0 | URL
계속 생각나요. 어릴때 저희집은 성북동이었는데 엄마는 저희들 데리고 경동시장, 중앙시장을 버스 타고 다니면서 각종 야채, 생선 반찬거리는 물론이구 홍합, 번데기, 소라, 한약재까지 사다가 해 먹이셨다는... 에구 엄마 보고 싶어요. ^ ^;;

따라쟁이 2011-04-1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하자면 저는 먹고 있습니다. 우하하하 이런 음식들을. (그래서 살이 안빠지나.. -ㅁ-;;;)

잘잘라 2011-04-16 18:47   좋아요 0 | URL
부러울 따름입니다. 쩝~
 
작가가 작가에게 - 글쓰기 전략 77
제임스 스콧 벨 지음, 한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도 아니면서 작가가 작가에게 쓴 글을 읽다니. 남의 연애편지 훔쳐보듯 몰래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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