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집 - 화가가 머물고 그림이 태어난 집을 찾아서
제라르 조르주 르메르 지음, 장 클로드 아미엘 사진, 이충민 옮김 / 아트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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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가의 작은 세상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든다. 가만히 화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보는 글과 화질 좋고 생생한 사진 덕분이다. 이 책이 더 많이 알려지지 않고 절판된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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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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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는 호랑이가 산다. 4.8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이 작은 호랑이는 내가 자기 뒤를 쫓아다니면서 쓰다듬어 주거나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밥을 먹으러 부엌에 가거나 TV를 보러 거실에 가기만 해도 같이 방으로 돌아가자고 떼를 쓴다. 그런데 막상 귀찮을 때는 내가 쓰다듬든 말든 거들떠 보지도 않고, 푹신한 이불 위에서 잠이나 잔다. 엄마는 주인이 집에 오자마자 반갑다고 핥아대고 심부름도 척척 해내는 개가 더 좋다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린다. 내 작은 호랑이, 내 고양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억 마리의 고양이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인간에게서 사랑을 받는다. 인간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고양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애비게일 터커의 책 『거실의 사자』는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모든 고양이의 조상인 리비아살쾡이. 1만 년에서 1만 2천 년 전에 리비아살쾡이 중 일부가 인간의 마을에 침투했고, 오늘날의 애완고양이로 이어졌다.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과 함께 살게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고양이와 인간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로 오랜 인연을 시작했다. 야생의 대형 고양이들은 우리의 조상인 원시 인류를 잡아먹었고, 원시 인류는 고양잇과 동물을 순전히 음식으로서 사랑했다. 그러나 인간이 한 곳에 머물러 생활하게 되면서 고양잇과 동물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고양잇과 동물들에게 인간 정착촌의 음식물 쓰레기는 새롭고 다양한 먹을거리였다. 고양이는 인간을 두려워하고 혼자 살고 싶어하는 경향을 극복하고 대담하게 인간이 사는 곳에 침투했고, 먹을 것과 잘 곳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익을 누리게 되었다. 인간이 고양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한 것이다. 인간의 배에 고양이가 몰래 숨어들어 다른 나라에 가게 되었든, 쥐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인간이 고양이를 의도적으로 풀어놓았든, 인간에게 힘입어 고양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사실 고양이는 실용적인 동물이 아니다. 개들이 양치기 개, 군견, 애완견, 장애인 안내견 등으로 활약하는 반면 고양이는 실용적인 방면에서 거의 활동하지 않고 있다. 흔히들 고양이를 쥐 잡는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힘들게 쥐를 사냥하는 것보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쥐를 잡아먹는다 해도 실제로 전염병을 옮기는 성체 쥐보다는 연약하고 어린 쥐를 잡아먹는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희귀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포식동물이어서 희귀동물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한 생물학자는 특정한 동물(즉 고양이)에게는 애정을 쏟으면서 다른 동물의 안녕을 무시하는 현실에 한탄한다. 게다가 가축화가 덜 되어 예민하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며 독립성이 강한 것 등, 애완동물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고양이 사진에 "이번 달은 돈을 아껴써야 해요"라는 문구를 넣은 인터넷 밈. 이와 같은 고양이 밈들은 수많은 밈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몇 개월씩, 몇 년씩 누린다.


이런 고양이의 단점들에 대해 읽고 있다 보면 "이래도 고양이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고양이 집사들의 답은 하나다. "그래도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는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작은 코까지 갓난 아기처럼 느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평균 3.6킬로그램인 고양이의 몸집마저 갓난아기의 체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인간은 고양이의 갓난 아기 같은 모습에서 양육 본능에 가까운 끌림을 느낀다. 완전한 고립 상태를 즐기는 고양이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개의 얼굴과 달리 무표정한 고양이의 얼굴은 백지와 같기 때문에, 오히려 온갖 인간의 감정을 갖다 붙이고 의인화하기 더 쉽다.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현실 집사들은 키우는 고양이를 예뻐하고 랜선 집사들은 SNS 속 남의 고양이에게 열광하며, 수억 명의 사람들이 고양이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 동영상 등의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 유행어와 비슷하지만 단어가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의 형태를 하고 있다.)을 즐긴다. 고양이는 물리적인 지구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라는 가장 침범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지배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고양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의 놀잇감이 아닌 자기만의 전략과 사연을 가진 강인한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고.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조차 죽이고 마는 우리의 잔혹함과 무관심을 경계하고, 고양이뿐만 아니라 고양이만큼 귀엽지 않거나, 함께 생활하기 편하지 않거나, 생존력이 뛰어나지 않은 동물을 대하는 우리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고양이가 우리에게 길들이든 우리를 길들이든, 인간에게 유용하든 무용하든 고양이는 그 자체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거실의 사자』의 한국어판 표지. 고양이가 문틈 사이로 발을 내미는 귀여운 모습을 담은 이 표지는 알라딘에서 "2018 올해의 표지" 3위에 선정되었다.


P. S. 1. 안타깝게도 표지는 고양이 사진이지만 본문에는 고양이 사진이 한 점도 실리지 않았다. 단지 보고 즐거워할 수 없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각 자료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하드커버를 감싸는 겉표지는 보관하기 어려워 아예 제거하는 도서관 정책 때문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서 읽은 나는 귀여운 고양이 표지를 즐길 수조차 없었다.

P. S. 2. 역자 후기에 따르면 출판사는 이 책의 번역자를 찾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는 번역가를 찾는다는 소식을 SNS로 전했다고 한다. 책에 애정을 갖고 번역할 사람을 찾으려 했던 출판사의 사려 깊음이 엿보인다. 고양이 집사가 번역한 책답게 이 책의 번역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역자 후기에서도 번역자는 자기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역자 후기는 이렇게 끝난다. "(이 책의 번역을 맡게 된) 이 행운의 공을 우리 술이(고양이 이름)에게 돌리며 오늘도 어김없이 집사 된 도리로 캔을 따주기 위해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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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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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래도 고양이입니까?˝라는 대답에 ˝그래도 고양이입니다.˝라고 답하는 책. 길들여지든 길들여지지 않든, 인간에게 무용하든 유용하든 고양이는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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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의 <실천윤리학> 읽기 세창명저산책 57
김성동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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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을 몇 년 동안 공부했는데도 내가 읽어 온 인문학 책의 대부분은 해설서이다이 정도로 오래 공부했으면 원서를 읽어야 할 텐데 아직도 해설서에 의존하고 있다니 부끄럽지만해설서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원서를 읽기 전 기본 개념을 머릿속에 정립한다면 원서를 이해하기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해설서 읽기가 원서 읽기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은 게 문제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철학자 피터 싱어 Peter Singer, 1946-에 대해서도 그의 원 저서가 아니라 해설서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피터 싱어는 실천 윤리즉 규범으로서의 윤리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사안에 적용시키는 윤리학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동물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 사람이다.실천윤리학 Practical Ethics은 싱어의 윤리 사상 전반을 담은 핵심적인 저술이고이 책은실천윤리학의 한국어판 번역자인 김성동 교수가실천윤리학을 요약하고 해설한 책이다.


  피터 싱어는 윤리를 정당화하는 것이 개인의 이익이 아닌 모든 사람의 이익사회적 이익이라고 이야기한다그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윤리는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 행위의 목적이나 선악 판단의 기준을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증진하는 데 두는 사상)그는 우리의 행위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을 주장했다그런데 싱어는 이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을 적용하는 대상에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들까지 포함시킨다동물들 또한 인간들처럼 자신을 한 존재로 인식하는 인격을 가지고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피터 싱어가 동물을 인간이 이용하는 도구가 아닌인간처럼 동등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주장한 것은 혁신적인 일이다그러나 인격을 갖춘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동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데영아나 지적 장애인치매 노인처럼 자기 자신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람들 또한 동물과 다를 바 없으니인간의 생체 실험에는 분노하면서 동물 실험에는 분노하지 않는 것은 종 차별주의라는 그의 주장은 많은 비판을 불러왔다게다가 유전병이 두려워 유전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50퍼센트인 태아를 임신중절 하는 것보다는유전병에 걸린 것이 확실한 영아를 살해하는 것이 더 확실하며 영아와 태아 모두 의식과 인격을 가진 존재라고 하기 어려우니 영아 살해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그의 논의 또한 격렬한 논란을 일으켰다철저히 결과를 중시하고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싱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나 또한 읽으면서 싱어에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피터 싱어는 자신의 실천 윤리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또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충분히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은 윤리적 관점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그는 우리가 왜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그 질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반성할 수 있는 사람이 그 답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또한 단순히 우리는 착하게윤리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신어떤 사안에 대해서 어떤 것을 고려하는 것이 윤리적인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싱어에게 윤리는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피터 싱어가 말하는 논의는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생각할 실마리를 남긴다.

 

  철학자이자실천윤리학의 한국어판 번역자답게 김성동 교수는 윤리 교과서처럼 명쾌하게 싱어의 논리들을 해설한다각 장 뒤에 있는 주요 내용 정리가 싱어의 논지와 기본 개념을 머릿속에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싱어의 주장을 해설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김성동 교수 나름대로 싱어의 주장을 비판하기도 하고우리의 현실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200여 페이지의 책이지만 책 판형이 작아 몇 시간 만에도 읽을 수 있다많지 않은 내용이지만 주제 하나 하나가 오래도록 고민해야 할 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김성동 교수가 명쾌하게 해설해 주었지만 김성동 교수의 해설이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 원서를 읽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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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의 <실천윤리학> 읽기 세창명저산책 57
김성동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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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의 실천윤리학이 어떤 논지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명쾌하게 해설하고 정리했다. 단순히 요약 정리만 한 것이 아니라 싱어의 논지에 대한 해설자의 논평도 함께 적고 있다. 분량은 적어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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