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창과 쿤팬의 이야기 지만지 고전선집 581
라마 2세 외 지음, 김영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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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미권과 일본, 중국어권, 그리고 비교적 인지도가 큰 서유럽권을 제외한 지역의 문학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문학 도서 서가 중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제3세계 지역 문학 코너를 유심히 보게 된다.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도 그렇게 발견한 책이었다.『쿤창과 쿤팬의 이야기』는 16-17세기경 태국에 실제 살았던 쿤창과 쿤팬, 완텅이라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태국의 고전문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판소리처럼 소리꾼과 소리의 박자를 맞춰주는 반주자가 장편 서사시를 낭송하는 '쎄파' 라는 형식의 작품인데, 태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춘향전>만큼이나 잘 알려진 작품이라고 한다.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도 <춘향전>처럼 사랑 이야기이다. 쿤팬과 쿤창이라는 두 남자와 완텅이라는 한 여자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두근두근 설레거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고 봤다가는 실망할 것이다. 이 이야기의 장르는 멜로가 아니라 막장드라마다. 


 삼각관계를 다룬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 남주인공 중 누구를 응원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쿤창과 쿤팬 둘 다 인성이 막하막하여서 응원할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쿤팬은 잘생긴 외모 덕분에 여주인공과 서로 사랑을 나누는 메인남주이다. 하지만 여주인공 완텅이 잠든 사이에 완텅의 몸종과 성관계를 가지고 이후에도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일부다처제여서 그렇다 치자. 자신이 전쟁에 나간 사이 쿤창의 속임수로 완텅이 쿤창에게 시집가게 된 것을 알았을 때, 완텅에게 "이년아, 넌 죽어라, 살아 있지 마라, 이 칼을 뽑아 네 머리통을 내리쳐 죽이겠다."고 폭언을 하면서 칼을 빼어들고 죽이려고 한다. 완텅이 쿤창의 속임수로 어쩔 수 없이 시집을 가게 된 거라고 하소연을 했는데도. 아내를 빼앗긴 분노 때문이라고 해도 완텅 또한 쿤창에게 속은 피해자다. 무엇보다 쿤팬이 저지른 가장 끔찍한 짓은 수호 정령을 만들기 위해 자기 자식을 죽인 것이다. 태국에는 인간이 부리는 '꾸만텅'이라는 귀신이 있는데, 반드시 출생 직전의 태아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쿤팬은 꾸만텅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아이를 잘 낳을 만한 여자에게 접근해 아내로 맞는다.(완텅이 아니라 다른 여자다.) 그리고 임신한 지 여러 달이 되자 잠든 아내의 배를 갈라 뱃속의 아이를 꺼내 꾸만텅으로 만든다. 꾸만텅이 된 아이는 성불도 하지 못하고 작품 내내 자기를 죽인 아버지와 이복동생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가. 


  쿤창은 못생긴 외모 때문에 쿤팬과 완텅과 어울려 놀던 어린 시절부터도 완텅에게 "너는 못생겨서 같이 놀기 싫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 취급을 당하면서도 한결같이 완텅을 좋아한다. 그러나 쿤팬이 전쟁에 나간 사이 쿤팬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막대한 재산으로 완텅의 어머니의 마음을 사 완텅과 결혼하는 비열한 인간이다. 완텅이 낳은 아들 프라와이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 쿤팬의 아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아이의 간이 터질 정도로 심하게 폭행한다. 그랬으면서도 위기에 처했을 때 프라와이에게 길러준 은혜를 생각해 보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이후로도 쿤팬과 완텅을 갈라놓기 위해 끊임없이 쿤팬을 모함한다. 그나마 쿤팬과 달리 완텅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한 적이 없고, 자신 때문에 완텅이 음탕한 여자 취급을 당하고 죽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독자들이 응원해 줄 만한 주인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막장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에게는 인권이 없다. 완텅은 쿤팬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데도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쿤창과 결혼해 원래 남편인 쿤팬과 헤어져야 했다. 그런데도 국왕은 완텅이 음란한 여자라고 낙인을 찍고 당장 처형하라고 한다. 완텅의 아들 프라와이가 자신과 아버지가 나라에 세운 공을 참작해 용서해 달라고 해 왕의 사면령을 받았지만, 사면령이 도착하기 전 이미 완텅은 처형됐다.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 결혼하고 나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다. 한 나라의 공주였던 여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도 여성 캐릭터들의 친정어머니들은 한결같이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을 받들라고 가르친다.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가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정리될 시기에 서양인들과 서구 자본주의가 태국에 막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백성들의 놀이 문화에서도 여성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고 규범화했을 것이라고 한다. 태국 전통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단지 남자의 부속물 정도였다는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다른 전통설화와 달리 캐릭터나 서사가 단순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설화 속에서 주인공은 선하고 잘생기고 능력이 뛰어나고, 악역은 악하고 못생기고 능력도 주인공보다 부족하다. 그런데 쿤창과 쿤팬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모두 갖고 있어 누가 주인공이고 악역이라고 구분할 수 없다. 서사도 전래동화처럼 단순하지 않고 때때로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긴장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에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는 태국의 백성들에게 흥미진진한 드라마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태국의 풍습들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근대 이전 아이들은 학문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스님들에게서 여러 가지 학문을 배웠다. 승려가 출가할 때, 집들이할 때, 먼 길을 떠나거나 먼 길에서 돌아왔을 때 등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집안의 어른이나 초청해 온 승려가 복과 장수, 평안을 기원하는 '탐콴 의식'을 올린다. 거미가 가슴을 치며 우는 것은 태국에서 흉조로 여겨진다. 태국은 인도와 힌두교에게서도 많은 영향을 받아,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가 태국에서는 <라마끼엔>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태국에서는 <라마야나>의 주인공 라마를 프라람, 라마의 아내 시타를 씨다, 시타를 납치해 간 악당 라바나를 톳싸깐이라고 부르고, 이 작품 속 인물들도 스스로를 <라마끼엔> 속 등장인물들에 비유하기도 한다. 같은 아시아에 있는 나라인데도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줄거리 요약에 원문 일부를 발췌했다. 이 책은 주인공들 위주로 요약한 것이고 원문은 아주 방대하다던데, 언젠가는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가 완역되었으면 좋겠다. 완역된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에서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태국의 전통 문화, 풍습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2002년 태국 영화 <쿤팬-전쟁영웅의 전설>의 포스터.


P. S.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는 2002년 <쿤팬-전쟁영웅의 전설>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태국에서 유명하고 인기 많은 고전문학이니 이 영화 말고도 드라마나 영화로 여러 번 만들어졌을 것 같은데, 영어로 검색해서 나오는 건 이 영화 하나니 더 자세히 알 수 없다. 줄거리 소개를 보니 쿤팬의 영웅담과 완텅과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 같다. 쿤팬은 정의롭고 로맨틱한 남주인공으로 나오고 쿤창은 쿤팬을 위기에 빠뜨리는 악역으로 나오는 듯 싶다. 원전을 읽어보면 어느 한 쪽이 더 착하고 더 나쁘다고 말하기도 힘든데.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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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14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콕에 여행와 미술관에 들렀다가 이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요. 궁금해서 책이 있나 검색하다 리뷰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전문을 다 읽어보고 싶어요.

바스티안 2019-09-14 16:33   좋아요 0 | URL
방콕 여행을 갔다 오셨다니 좋으셨겠네요. 아직까지 이 책의 완역판이 없는 게 안타까워요. 번역자 분이랑 출판사에서 더 힘내서 완역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쿤창과 쿤팬의 이야기 지만지 고전선집 581
라마 2세 외 지음, 김영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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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하막하인 쿤창과 쿤팬의 인성, 공주도 시집가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정절을 지켜야 하는 당시의 낮은 여성 인권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단순하지 않고 우리에겐 낯선 태국의 전통 문화와 풍습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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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주의 요리책
필리포 톰마소 마리네티.필리아 지음, 이용재 옮김 / 마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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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주의 Futurismo, Futurism 는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현대 예술 운동으로, 예술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기존의 가치와 문화를 혁신하려고 했던 운동이었다. 미래주의자들은 과거의 것과 전통을 현대화의 걸림돌로 여겼고, 현대화된 도시와 기계 문명의 속도감과 역동성을 찬양하며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려 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산업화가 늦었던 이탈리아에서, 미래주의자들은 삶과 예술 모두를 현대화시키고 싶어했다. 삶과 예술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현대화되는 것이 미래주의자들이 꿈꾸는 혁명이자 미래였다. 미래주의자들이 혁신시키려고 하는 대상에는 미술, 음악 같은 예술뿐만 아니라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래파의 창시자이자 수장인 마리네티 Filippo Tommaso Marinetti, 1876-1944 는 동료 미래주의자인 화가 필리아(Fillia, 1904-1936, 본명은 루이지 콜롬보)와 함께 1930년 <미래주의 선언>을 발표하고, 2년 뒤에는 미래주의가 창안한 음식 레시피와 새로운 식사법을 소개하는 책 『미래주의 요리책』을 펴냈다. 


 서문에서 마리네티는 미래주의 요리 혁명을 통해 이탈리아 민족의 식습관을 바꾸고, 실험과 상상력이 가득한 새로운 음식과 인간다운 식사법을 제안하겠다고 패기 넘치게 선언한다. 그런데 그 제안이 황당하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파스타를 추방하자는 것이다. 그가 파스타를 추방하려는 이유는 이렇다. "입에 맞을지는 몰라도 파스타는 구시대 음식입니다. 비만을 초래하고 짐승처럼 먹게 합니다. 영양이 많다고 착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인간을 회의적이며 굼뜨고 비관적이게 만듭니다." 파스타를 이탈리아인의 식탁에서 영원히 추방하자는 제안에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다. 마리네티가 파스타를 게걸스럽게 먹는 사진이 찍혔지만 마리네티 본인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성사진이라고 일축했다. 


 미래주의자들이 꿈꿨던 식생활은 비만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을 몰아내고 신체에 필요한 열량을 빨리 공급하며, 음식의 맛과 색, 형태, 촉감, 음식을 먹을 때의 주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들은 현대 기술을 적극 활용해 오감을 동시에 자극하며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요리들을 개발해, 사람들에게 미래적인 감성을 일깨우려고 했다. 그런데 이 요리들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항공음식', '탄성케이크', '이혼한 계란', '입체파 채소밭', '당근+바지=교수', '직관적인 전채', '깜짝 바나나' 등등. '최강정력'이라는 요리 이름에서는 풋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뒤로 이름만큼이나 정신 나간 레시피들이 이어진다. 강철의 맛을 느끼기 위해 강철 볼베어링을 닭고기 안에 넣고 오븐에 10분 구워 볼베어링의 맛이 닭고기에 배게 한다. 공감각적 맛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향수에 재료를 재워두는 레시피들도 여럿 있다. 심지어 다양한 향수를 풍선에 채우고, 풍선 입구 가까이에 불붙인 담배를 가져다대고 빠져나오는 향을 들이마시는 것도 요리라고 한다. 그럭저럭 먹을 만해 보이는 레시피조차 재료의 양은 대략적으로만 적혀 있고, 아예 적혀 있지 않을 때도 있다. 조리 시간은 아예 적혀 있지 않다. 그런데 재료의 양과 조리 시간이 적혀 있지 않아서 오히려 요리사의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식사법도 레시피만큼이나 독특하다. '항공음식'은 검은 올리브와 회향 구근, 금귤을 아무 조리 없이 그냥 먹는 간단한 요리이지만, 먹을 때 왼손으로 사포, 비단, 우단을 엮어 만든 천을 만지고 종업원이 식사를 하는 손님의 목 뒤에 카네이션 향수를 뿌리고 비행기 모터 소리와 바흐의 음악을 틀어 공감각적인 식사로 만든다. '미래주의 항공시 저녁 식사'는 고도 3000미터 높이에 오른 비행기 조종칸에서 아래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하는 식사다. '지리학 저녁식사'에서 종업원이 몸에 두른 아프리카 지도 중 한 군데를 손님이 가리키면 손님이 가리킨 지역과 관련된 요리를 내어온다. 


  이 모든 정신 나간 소리를 아주 진지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들의 요리가 식생활의 혁명이라고 240페이지 내내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역시 맨 정신으로 프로파간다를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들의 요리 혁명에 전 유럽의 주요 언론들이 주목했다는데, 과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관심을 가져주었을지 모르겠다. 기계 문명을 느끼기 위해서 쇳덩어리를 음식에 넣고, 빵을 비행기 모양으로 만들어낸다는 것도 1차원적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외국인과 연애하거나 외국 음악을 즐기고 외국 제품을 쓰면 해외병 환자로 매도하는 국수주의에, "감성적인 여성 화장실에 있는 암컷 침팬지처럼", "뱃사람 애인만큼이나 뚱뚱한 양파" 등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표현, 흑인을 항상 "검둥이"로 지칭하고 식사 분위기를 돋우는 도구로 취급하는 인종 차별까지 미래주의자들의 편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솔직히 말하면 본문보다 본문을 패러디하면서 미래주의자들을 풍자하고 놀리는 번역자 후기가 더 재미있다. 번역자는 마리네티에게 현대의 레스토랑들을 보여주면서 파스타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사람들도 파스타를 즐겨먹고 있다. 탄수화물과 면이여, 영원하라. 파스타의 당당한 기세에 기가 죽은 마리네티는, 미래주의 요리는 현대적인 요리라기보다는 충격을 주고 주의를 끌기 위한 일종의 장난이었다는 냉정한 분석에 더욱 더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나 아이팟으로 재생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산물 요리를 먹게 하고, 꽃 향기가 나는 캘빈 클라인의 향수 '이터너티'와 어울리도록 오렌지꽃 젤리, 바질, 바닐라 크림을 곁들인 귤 그라니타(granita, 과일과 설탕, 와인을 혼합한 뒤 얼려서 만든 디저트)를 만드는 등 공감각적 맛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21세기 요리사들의 모습을 보면 흡족해할 것이다. "마리네티를 비롯한 미래주의 일당에게 미친 구석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렇게 미친 자들 기운데 일부가 결국은 선구자가 되는 게 아닐까." 번역자의 말처럼 미래주의자들의 장광설에도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안이 숨어있기는 하다. 미래주의자들의 방식 그대로 미래주의자들을 풍자하면서도 미래주의자들의 주장에서도 가치를 찾아내는 멋진 번역자 후기다. 이 후기가 이 책을 읽는 노고에 대한 보상이 되었다. 


미국의 요리사 맷 바인가르텐이 재현해낸 미래주의 요리 '직관적인 전채'. 오렌지 속을 

파내고 그 안에 살라미 소시지, 버터, 버섯절임, 앤초비와 녹색 파프리카를 채운 뒤 

미래주의 격언을 적은 쪽지를 넣는다. 


P. S. 2009년 미국의 요리사 맷 바인가르텐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미래주의 요리들을 재현한 정찬을 열었다. 바인가르텐의 말에 따르면 미래주의 요리들의 맛은 훌륭하다고 한다. 그러나 바인가르텐의 미래주의 정찬을 기사로 쓴 기자는 여전히 미래주의 요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고, 네티즌들도 기사 댓글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사에 실린 요리 사진만 보면 그럴 듯한 요리 같긴 한데. 


참고 기사: https://dinersjournal.blogs.nytimes.com/2009/02/23/the-future-arrives-on-park-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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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주의 요리책
필리포 톰마소 마리네티.필리아 지음, 이용재 옮김 / 마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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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정신으로 프로파간다를 읽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본문보다 본문의 형식을 패러디해 미래주의자들을 까는 번역자 후기가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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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5 -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 : 갈등하는 인간이 세계를 바꾸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5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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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흥망성쇠, 사회사, 문화사를 통해 르네상스 미술이 꽃 피어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와 미술사를 모두 만날 수 있어 더 흥미롭다. 이 시리즈 중 오랜만에 나온 책인데 처음의 힘을 잃지 않았다. 이 힘이 시리즈 끝까지 유지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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