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다른 악마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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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들, 사랑하는 이들을 악마로 몰아가는 진짜 악마들, 그리고 사랑하고자 했으나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 이. 적막한 풍경 속에서 이들의 온갖 감정과 열정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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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디스 파트
틸리 월든 지음, 이예원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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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이나 영화평을 읽을 때 글쓴이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책(영화) 이야기를 읽고 싶은 건데 왜 내가 알고 싶지도 않은 글쓴이의 사생활 이야기를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작품이어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이 나오는 것은, 그 작품이 각자의 삶과 맞닿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결해서 그만큼 각자의 삶과 맞닿을 여백이 많은 작품들이 있다. 미국의 만화가 틸리 월든의 만화 『아이 러브 디스 파트』도 그런 작품이다. 


 

 이 만화는 두 10대 소녀 레이와 엘리자베스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독자들은 둘의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7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인데다 기승전결이나 시간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이 서로 어긋나는 모습 뒤에, 엘리자베스가 레이에게 "네 연주 좋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인지 둘이 화해하는 모습인지 모호하다. 대사보다 이미지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대사들도 대부분 짤막하다.  "너 나 좋아하니?""엄청.""다행이다, 나만 그런 거면 어쩌나 했는데." "널 어떻게 미워해." 일상적이고 단순한 대사지만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와 나눠봤을 대화들이다. 그 누군가 때문에 이 단순한 대사들이 마음에 파장을 남긴다. 간결하면서 서정적인 그림체와, 흑백과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색 구성이 둘의 한 순간 한 순간을 담백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전한다. 흑백 사이에 간간이 들어간 보라색이 달콤쌉싸름한 느낌을 더한다.


  독특하게도 이 만화에는 배경 건물에 비해 레이와 엘리자베스가 더 큰 모습으로 등장하는 컷이 많다. 배경의 건물이 미니어처이거나 둘이 킹콩이라도 되는 것처럼. 왜 이런 특이한 연출을 했을까? 둘의 세상에서 가장 큰 부분이 서로였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가 있는데 등 뒤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300미터가 넘는다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 제목인 '아이 러브 디스 파트',  엘리자베스가 레이와 이어폰을 한 쪽씩 끼고 음악을 듣다가 말한 한 마디 "이 부분이 제일 좋아"에서 '이 부분'은 음악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서로였을 것이다. 내 세상에서 제일 큰 부분도, 제일 좋은 부분도 바로 너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이어폰을 한 쪽씩 끼고 노래를 같이 들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 들은 노래보다 함께 부른 노래와 서로에게 불러준 노래가 더 기억에 남는다.  미술관으로 함께 걸어가는 길에 그애가 나지막하게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을 불렀다. 둘이 등산을 하면서 김동률의 <출발>을 같이 신나게 불렀다. 나는 등산을 싫어하지만 그애와 함께 있는 게 좋았다. 그애가 잠 못 드는 밤에는 스탠딩에그의 <Little Star>를 그애에게 불러줬다. 그애는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메신저로 자기가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른 노래를 보내주었다. 그애가 사는 집 앞 골목을 팔짱 끼고 함께 걸으면서, 가로등불 켜진 저녁 골목길을 함께 걷고 있는 이 순간을 그리워할 날이 분명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을 못 견디게 그리워한 날들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순간을 아주 조금 그리워한다. 이 만화를 읽을 때는 아주 조금 더 많이 그 순간이 그리웠다.


참고기사: 「세계의 한 부분, 바로 너를」, 2018.10.25,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674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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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디스 파트
틸리 월든 지음, 이예원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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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런 관계, 이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짧고 얇은 책이 만 원 가까운 가격이라는 건 좀 과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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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
박정훈.김선아 지음 / 사계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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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내게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은 "마추픽추에는 언제 데려다 줄 거냐"이다. 내가 두 분께 나중에 마추픽추에 모시고 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스마트폰 잠금화면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다. 강원도보다 더 넓은 면적이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다는 이 소금사막은 내가 가 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지금은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친구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만 하지만, 언젠가는 라틴아메리카에 꼭 가려고 한다. 그래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 알아두어야 할 지식들을 모아놓은 책『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를 읽게 되었다. 


  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라틴아메리카 자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와 사회, 문화, 역사에 대한 안내서다. 그 동안 나름 라틴아메리카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알아봤다고 생각했는데도 몰랐던 것들이 꽤 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금, 은, 다이아몬드 등 각종 자원을 빼앗아 오고도 몰락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이야기가 특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그렇게 얻어 온 자원을 자국 산업이 아니라 외국의 사치품을 사들이는 데 다 써버렸다. 오히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게서 라틴아메리카의 자원들을 대가로 받고 자기 제품을 판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자국 산업 발전에 성공했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에게서 빼앗아 온 부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사필귀정으로 느껴졌다. 뭐, 영국, 프랑스가 라틴아메리카에서 빼앗아 온 부를 바탕으로 산업 발전을 이룬 건 사필귀정이 아니지만.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초콜릿, 설탕, 커피의 역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의 즐거움은 결국 누군가를 착취해서 얻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인들이 라틴아메리카에 처음 발을 내딛은 이후 유럽에서 만들어진 달콤한 디저트와, 유럽에 들어온 진귀한 과일은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자원과 라틴아메리카에 강제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것이었다. 지금 라틴아메리카의 자원을 자기 것인 양 공짜로 마구 퍼가는 행태도, 노예제도 사라졌지만 한 작물만 대량생산하는 플랜테이션 농장의 폐해는 라틴아메리카 곳곳에 남아 있다. 한 작물만 대량생산하면 그 작물의 생산에 온 나라의 경제를 의존하게 되고, 꼭 필요한 다른 음식과 생필품을 자국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외국에서 비싼 값에 들여와야 한다. 한 작물만 집중적으로 대량생산하는 덕분에, 우리는 그 작물이나 그 작물로 만들어지는 초콜릿, 커피를 싼 값에 즐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의 비극은 지금도 계속된다. 


 이런 라틴아메리카의 비극에 미국이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자들 못지않게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게다가 각 나라의 지도자 중 미국의 이익과 어긋나는 정책을 펼치는 사람은 미국의 압력으로 쫓겨나야 했다. 1953년 과테말라의 대통령 하코보 아르벤구스탄이 겪었던 비극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소수의 대지주가 갖고 있는 땅 중 당작 경작하지 않는 노는 땅을 국가가 사서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토지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에 땅을 내어주고 싶어하지 않는 대지주 중에 미국의 과일 회사 유나이티드프루트 사가 있었다. 노는 땅이 많았던 유나이티드푸르트 사는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 정부는 과테말라 출신 망명자들로 무장 집단을 만들어 아르벤구스탄을 쫓아내게 했다. 경제적 침략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간섭을 하니,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됐다. 우리도 일제와 서구 강대국들에게 그렇게 침략당하지 않았었는가.


  남의 도움을 받으면 남의 간섭과 침략도 뒤따라 오니, 라틴아메리카의 운명을 스스로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 우고 차베스와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룰라가 그들이다. 그들은 빈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토지, 주택, 교육, 의료, 문화 등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빈민들에게 지원했다. 룰라는 반대에 부딪쳐도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부른다."고 말하며 과감하게 빈민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쳤다. 다만 이들의 실책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지금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차베스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부담을 떠안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룰라는 경제 성장을 위해 브라질 안의 아마존 숲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것을 방치했고, 퇴임 이후 그가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이 수 차례 적발됐다. 이들에 대한 비판도 함께 실려 있어야 독자들 스스로 이들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 불평등을 몰아내고 모든 국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려던 이들의 뜻은 본받아야겠지만, 그들의 공적과 실책을 꼼꼼히 점검해 봐야 그들과 같은 지점에서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아쉬운 점이 있지만『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는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로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즐겁게 라틴아메리카를 알아갈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채들을 옮겨 온 듯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들이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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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
박정훈.김선아 지음 / 사계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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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에 대해 꼭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사랑스러운 책 .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들이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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