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MB재산답사기 - 안원구의 쇼미더머니 시즌1 도곡동 땅, 다스 그리고 BBK
안원구.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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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A: 특이한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 

B: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평생 편법과 불법으로 부를 축적해 왔고, 국가기관이나 공기업까지 개인 재산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부정 축재 은닉 재산을 되찾기 위해 만든 '국민 재산 되찾기 운동 본부'의 집행위원장인 안원구와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의 구영식 기자가 자신들이 보고 듣고 취재한 것, 시민들로부터 제보 받은 것을 토대로 이명박의 부정 축재 행각의 전말을 정리한 책이다. 


A: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B:  어렸을 때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즐겨 읽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패러디한 제목에 끌렸다...는 농담이고, 내가 시사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같은 MB 관련 유행어들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그 속뜻은 모르고 있었다. MB가 올해 3월에 구속된 것은 알고 있었어도 MB의 죄상들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는 못했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 나라에 무슨 적폐가 있었는지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A: 안원구는 어떻게 이명박의 부정 축재를 뒤쫓는 일을 시작하게 됐는가. 

B: 안원구는 30년이 넘게 국세청 공무원으로 일해 온 사람이다. 그는 대구 지방 국세청장으로 있을 때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하다 우연히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명박 정권에게 찍혀 2년 동안 억울한 옥고를 치러야 했다. 


A: 이명박 정부는 왜 안원구를 구속시키면서까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숨기려 했는가.

B: 이명박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163-4번지(266평), 164-1번지(657평), 164-2번지(295평), 169-4번지(93평) 네 곳의 (현재는 164-6번지로 통합됨) 땅을 처남 김재정과 형 이상은의 명의로 사들였다가 비싼 가격에 되팔아, 시세 차익으로 248억 원을 벌었다. 그 중 190억 원이 김재정의 명의로 설립한 회사 다스로 들어갔다. 다스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현대자동차의 협력 업체였다. 이 돈은 이명박의 수족 노릇을 했던 재미교포 출신의 금융인 김경준을 대표로 내세운 투자 자문 회사 BBK로 흘러들어가 주가 조작 자금으로 쓰였다. 즉,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부동산 투기와 주가 조작에 이명박이 개입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로서는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숨기려고 할 수밖에 없다. 


A: 이명박은 왜 도곡동 땅도, 다스도, BBK도 다른 사람 명의로 해 놓았는가.

B: 이명박은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는데, 현대건설 땅과 그 주변의 땅이었던 도곡동 네 곳의 땅을 자신의 소유로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명박의 차명 인생이 시작되었다. 다수의 현대그룹 계열사 사장이었던 이명박이 본인 명의로 현대의 협력업체를 세우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다스도 김재정의 명의로 설립했다. 이명박은 다른 사람들의 명의 뒤에 숨어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액을 불투명하게 처리하고 거기에서 이익을 얻었다. 적발돼도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그만이다.


A: 이명박과 그 일당의 편법 행위로 인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가. 

B: 이명박의 아들 이시형은 협력업체들을 인수하기 전 협력업체에 주던 일감을 줄여 적자가 나고 재정이 어려워지게 만든 뒤 싼 가격에 그 업체들을 사들였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사들일 때 자주 쓰는 악랄한 수법이다. 이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은 헐값에 회사를 내어주어야 했다. 그리고 MB와 김경준,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의 주가 조작으로 1000여 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1000억여 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 중에는 가정이 파탄나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한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명박이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쌓아 온 재산의 일부가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세금이 이명박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인 것이다. 


A: 김경준과 에리카 김을 예전에도 알고 있었나?

B: 알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나를 모르지만(웃음). 에리카 김이 쓴 에세이집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 어렸을 때 집에 있어서 읽어 보았다. 그 책이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에리카 김의 책에서 김경준은 성미가 불 같지만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며 살아온 든든한 남동생으로 묘사되었다. 읽으면서  참 애틋한 가족애라고 생각했는데, 둘이 수많은 사람들의 가정을 파탄냈다는 걸 알게 되니 배신감이 든다. 


A: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B: 수많은 경제 용어들이다. 고등학교 때 사회탐구 과목를 경제로 선택했다면 난 대학에 못 갔을 것이다. 모르는 경제 용어는 일일이 네이버 사전 앱으로 검색해 가면서 읽었다. 게다가 MB와 관련된 기업이 줄기에 달린 고구마마냥 줄줄이 나와서 사실관계를 머릿속에 정리하기 쉽지 않았다. 


A: MB는 결국 구속되었다. 지난 번 특검과는 다르게 MB가 제대로 단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B: 지난 2007년 검찰 조사, 2008년 특검에서는 도곡동 땅, 다스,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수많은 증거들이 나왔는데도 이명박이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렸다. 대통령 당선자 신분인 이명박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우리는 촛불을 들어서 박근혜를 물러나게 했다. 저자가 그랬듯이 나도 우리 국민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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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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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의 변화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노라는 조금씩 자신의 문제를 자각해 오고 있었다. 마침내 노라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말로도, 책에 쓰여 있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모든 일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을 찾겠다고 선언한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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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MB재산답사기 - 안원구의 쇼미더머니 시즌1 도곡동 땅, 다스 그리고 BBK
안원구.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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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경제에 무지한 사람도 경제 용어를 찾아가면서 읽기만 하면 MB의 부정 축재 과정과 그에 얽힌 사람들을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과 인물들에 지치기도 하지만 제대로 알아야 이 땅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으니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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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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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모든 공포의 근원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주제의식은 공감할 만하지만, 후반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가 주제의식을 흐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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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다른 악마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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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이 책을 부른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들 중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 『사랑과 다른 악마들 Del amor y otros demonios』 을 다른 책 덕분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에서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Magical Realism, 사건과 인물은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꿈, 신화 등의 환상적인 요소들을 결합한 문학 사조)'을 소개했는데, '마술적 리얼리즘'의 예시로  이 소설을 들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번역본이 나와 있었다. 강렬한 매력이 있는 이 소설을 만나게 되어서 행운이라고 느꼈다. 


​  이 책은 시작부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소설은 1949년 콜롬비아의 어느 예배당 내 납골묘에서 한 소녀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유골에 달려 있던 22미터가 넘는 풍성한 머리채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소녀가 죽은 뒤에도 그녀의 머리카락은 200여 년 동안이나 계속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야기는 200여 년 전 소녀가 아직 살아 있던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  소녀의 이름은 시에르바 마리아로,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던 18세기 콜롬비아의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살고 있던 귀족의 외동딸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 시장에 가다 미친 개에게 물렸다. 상처는 아주 가벼웠고 세 달 동안이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열이 난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시에르바 마리아가 광견병에 걸렸다고 의심했고, 상처를 다시 째거나 오줌을 마시게 하거나 독성이 있는 약을 먹이는 등 온갖 엉터리 치료를 해댔다. 멀쩡한 사람도 오히려 병이 나게 만드는 치료에 소녀가 반항하고 발광하자, 카르타헤나 시의 사제들은 소녀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생각했다. 소녀는 수녀원에 갇혀 구마 의식을 치르게 되었고, 카르타헤나의 주교가 믿고 신뢰하는 젊은 신부 델라우라가 그녀의 구마 사제로 임명됐다. 시에르바 마리아의 병이 아니었으면 서로 마주칠 일도 없었을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하게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진다.


​  이 책의 중심 줄기는 시에르바 마리아와 델라우라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다. 사람들은 금지된 사랑을 하는 둘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악마는 사랑할 줄 모르고 증오만 하는 그들이다. 그러니 '사랑'은 두 사람이고, '다른 악마들'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이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 중에서 '사랑'의 비중은 의외로 크지 않다. 남주인공인 델라우라는 작품의 3분의 1이 지난 뒤에야 등장하고, 작품의 중간 지점에서야 시에르바 마리아를 처음 만난다. 마르케스는 '다른 악마들'을 이야기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그가 간절히 바라고 지키고 싶은 것은 '사랑'이었겠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것을 방해하는 '다른 악마들'이 어떤 것인지 집요하게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악마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들을 광기, 이단, 악마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다. 시에르바 마리아는 백인 귀족의 무남독녀로 태어났지만 부모는 그녀에게 무관심해 그녀를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었다. 무관심한 부모 대신 흑인 노예들의 손에 자라면서 시에르바 마리아는 스페인어와 기독교 대신 아프리카의 언어들과 종교를 자신의 언어와 종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백인 귀족이라기보다는 흑인 노예에 가까운 차림새와 언행을 보여준다는 이유만으로 시에르바 마리아는 악마가 들렸다고 오해받는다. 권력을 쥐고 있는 주류인 고위 기독교 사제들은 신의 사랑을 실천하기는커녕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단, 악마로 규정하고 고문하거나 죽인다.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그들이 바로 악마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 소설에서 광신과 이성의 대립을 볼 수 있다. 18세기는 이성과 계몽이 빛나던 시대였지만 무지와 계몽의 과도기에 많은 사람들은 종교재판의 희생양이 되었고, 힘이 없는 지식인들은 자신의 이성과 지식을 발휘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 소설은 200여 년 전 그 시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가 그 시대의 광기와 무지, 그로 인해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을 느끼게 한다. 그와 함께 우리는 사랑이 그 모든 것을 뚫고 나아가려다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  소녀는 단지 개에 살짝 물린 것이었고 가벼운 감기 때문에 열이 난 것일 수 있다. 멀쩡한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치료를 하니 아프고 겁이 나서 반항했을 뿐이었다. 지식인인 델라우라와 아브레눈시우는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권력이 없다. 권력을 쥔 자들에게는 소녀에게 악마가 씌었다는 것이 진실이고, 진실이어야 한다. 결국 델라우라는 소녀와 강제로 격리되어 평생 참회하며 살아야 했고, 소녀는 다른 사제들이 거행하는 고문이나 다름 없는 구마 의식을 치르고 목숨을 잃는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자르지 않겠다고 서원했던 소녀의 머리카락마저도 빡빡 깎였다. 사랑하는 델라우라와 결혼하면 스스로 자를 머리카락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한 때문이었는지, 고슴도치처럼 짧게 깎였던 소녀의 머리카락은 소녀가 죽은 뒤부터 수백 년 동안 계속 자라나 수십 미터나 되는 머리채가 되었다. 


​  이들의 사랑도 안타깝지만 '다른 악마들' 중에서도 눈에 밟히는 사람이 있다. 시에르바 마리아의 아버지 카살두에로 후작이다. 그는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방치했지만, 아픈 딸을 돌보면서 뒤늦게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 그가 딸을 수녀원에 보낸 것도 딸이 구원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시에르바 마리아는 끝내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첫사랑 둘세 올리비아와는 오래도록 서로를 잊지 못했지만 사소한 어긋남들 때문에 끝내 이루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아내 베르나르다와 화해하려고 했지만, 베르나르다마저 귀족 부인이 되고 싶어 자신에게 접근했을 뿐 자신을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할 수 있다는 모든 희망을 잃은 후작은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다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난다. 광신과 증오 때문에 사랑하지 못했고 사랑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다른 악마들과 달리, 뒤늦게서야 사랑하려고 했지만 결국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도 못했던 그가 안타까웠다. 


​  사랑하는 이들, 사랑하는 이들을 악마로 몰아가는 진짜 악마들, 그리고 사랑하고자 했으나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 이. 이들의 온갖 감정과 열정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쓸쓸해졌다. '사랑'은 결국 '다른 악마들'의 방해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악마들'이 강제로 깎았던 소녀의 머리카락은 그녀가 죽은 뒤 계속 자라 광신, 권력자들, 세월에 저항하고 있다. 이 책에서 사랑은 승리하지도 행복한 결말을 얻지도 못했지만, 그 집요하고 강렬한 생명력으로 우리가 사랑의 힘을 믿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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