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생각한다
이학범 지음 / 크레파스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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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통계와 동물보호법 시행 사례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의 동물 보호, 동물 복지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를 차근차근 제시한다.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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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 산다는 것
김학원.정은숙.강주헌 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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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편집자가 되고 싶은데 어느 쪽으로도 길이 막혀 있는 것 같다. 주변에 조언을 구할 지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으니 마냥 붙잡고 물어볼 수만은 없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도 있어 편집과 관련된 강의를 듣는 것도 쉽지 않다.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긴 하는데 뭔가 부족한 것 같다. 이런 내게 좋은 나침반이 되어준 책이 있다. 그 책이 여섯 명의 출판계 사람들이 한 꼭지씩 맡아 쓴 책 『편집자로 산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편집자를 꿈꿔왔지만, 편집자가 되면 어떤 책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내게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의 이 말이 지침이 되었다. "앞으로의 출판에서는 우선 자신의 운동장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편집자로 일하다 보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가 오면 자신의 분야와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김학원 대표는 말한다. 그런데 어느 출판사나 인문서를 만든다고 하면서 인문서 안에서도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할 것인지, 그 분야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전문성도 없고 차별성도 없고 비전도 없다고 한다. 


  나는 역사와 미술사를 공부했고 역사와 미술사를 전문으로 하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 역사책, 미술사 책 편집의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김학원 대표는 역사 전문 출판사를 만들 때 역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단행본을 냈던 저자 수십 명을 만났다고 한다. 『역사비평』, 『역사산책』  같은 역사학 학술지에 발표된 글들을 참고해서 역사 분야의 주요 저자들, 핵심 학자들과 몇 개월 동안 계속 회의를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편집자가 10년 넘게 학계나 주변의 다양한 필자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역사책의 방향, 역사 대중화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쌓아간다면, 그 자체로 역사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그런 편집자가 된다는 것은 지금 당장 너무 어려운 일로 보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최근 나온 학술지 한 권씩이라도 읽어보고 나를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들이 쓰신 논문과 책들을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보였다. 


  미술사 책을 만들려면 어떤 것들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어떤 것들을 유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민영 아트북스 대표의 글에서 배웠다. 나를 가르쳐 주셨던 미술사 교수님들 중 한 분이 "요새는 사람들이 작품 자체보다 작품의 배경지식에 더 관심을 가진다"고 한탄하셨고, 나도 교양 미술사 책이나 국내 유명 전시들의 도슨트 해설이 작품 자체보다는 배경지식에 더 치중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미술 작품 자체에 집중하는 미술사 책을 만들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민영 대표는 독자들에게는 화가들의 에피소드, 저자 자신의 에피소드가 미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통로가 되며, 교양 미술사 책에는 독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예능감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앞에서 김학원 대표가 말했듯이 대중서, 교양서에서도 깊이가 있고 기본이 탄탄해야 하지만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양념 또한 필요하다. 이 둘의 균형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들어가는 작품 도판 이미지의 저작권 문제와 화질 문제, 도판의 배치 등에 대한 실용적인 팁들도 많았다. 딱 내가 알고 싶었던 분야에 대한 특강을 들은 느낌이라 반갑고 기뻤다. 


  전문성 못지않게 편집자에게 중요한 것은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것, 즉 책의 상품성이다. 내게는 베스트셀러여도 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편집자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그런 내게 "책 또한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상품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강주헌 번역가의 말은 따끔한 일침이었다. 좋은 책을 쓰는 저자에게 출판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독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책을 찾아내는 것이 기획자의 책임이고 의무라는 그의 말을 듣고, 막연히 '좋은 원고면 좋은 책이 되고 독자들도 알아주겠지'라고만 생각한 건 아닌가 반성했다. 팔리는 책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급자(편집자)가 생각하는 좋은 책과 수요자(독자)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간극을 좁히고, 수요자에게 책의 존재를 잘 전달해야 한다, 내가 가진 비교우위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시작이라는 이홍 리더스북 대표의 이야기가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물론 큰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선택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는 내 몫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편집자로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길이라고 느껴졌다. 편집자로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하고 노력해야 할 것은 너무 많다. 평소에도 나 자신을 계속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게 숨이 막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노력한다 해도 출판계의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노는 거 좋아하고 어려운 걸 견뎌내지 못하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그저 내게 스승이 되어준 이 책 속의 가르침들을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며 실천해 갈 수밖에 없다. 좋은 편집자라는 길고도 막막한 길에서 이 책은 좋은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출판,#출판편집,#편집자,#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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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 산다는 것
김학원.정은숙.강주헌 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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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 전에 쓴 책인데도 아직까지도 유효한 이야기가 많다. 기획편집이 어떤 것인지 모호하고 감이 잡히지 않는 초보 편집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책이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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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합니다
임수희 지음 / 수이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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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가 아니고 사서가 될 계획도 없는 나는 왜 이 책을 읽었을까. 어린 시절 일주일에 한 번 이동 도서관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대학교 시절에는 학교 도서관 3층 인문학 코너를 주요 서식지로 삼았으며, 지금도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 인생의 낙인 열성 도서관 이용자여서?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책을 입수하고 보관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나와 입장이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져서? 사실 좋아하는 사람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사서다.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떻게 일하는지, 일하면서 어떤 것에 보람을 느끼는지, 어떤 것이 힘든지 알고 싶었다. 


  도서관마다 책을 입수하는 기준, 책을 버리는 기준, 이용자를 응대하는 매뉴얼은 각각 다를 것이다. 근무하는 곳이 공공도서관이냐 사설도서관이냐, 자신이 정사서냐 계약직 사서냐에 따라서도 할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사서로서 공통된 업무들이 있을 것이고, 거기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보람과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사람이 일할 때 이런 보람을 느끼겠구나, 이런 게 힘들겠구나 조금이라도 더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힘든 점을 이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힘든 점을 가볍게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당사자 앞에서 쉽게 내뱉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 사람 앞에서, 그 사람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서 분들 앞에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처음의 목적을 넘어서, 읽으면서 사서 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편집자인 나도 사서 분들도 책을 독자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서 한 사서 분이 "내가 건넨 책이 그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는데, 나는 "내가 만든 책이 그 책을 읽는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이 너무 희미하게 느껴질 때 힘들다는 것조차 공감했다. 사서 분들이 도서관에 어떤 책을 입수할지 치열하게 수서 회의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 수서 회의에서 내 책이 선택되도록 더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수서 회의를 지켜보면서 사서 분들이 파악하는 도서관 이용자들의 독서 경향은 어떤지 듣고 싶었다. 그 회의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입장은 이렇다고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도서관에 십진분류법이 아닌 특정한 주제로 책들을 배치하는 '컬렉션'이 있다는 것이 특히 흥미로웠다. 이런 컬렉션은 한 사서의 고민이나 '이건 꼭 만들어야 해'라는 여러 사서들의 공감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사서들은 자신의 컬렉션 주제가 너무 좁거나 넓은 건 아닌지, 시의성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사하면서 컬렉션의 주제를 다듬어간다고 한다. 편집자가 책을 기획할 때 어떤 책을 만들지 생각을 다듬어가는 과정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컬렉션들이 편집자가 책을 기획할 때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만드는 사람이자 열성 독자, 도서관 이용자로서 도서관 컬렉션으로 이런 주제는 어떻냐고 의견을 내놓고도 싶었다. 


  이렇게 주제 자체로도 공감할 여지가 차고 넘치는데, 재기발랄한 문체여서 더 즐겁게 읽었다. 같은 것을 이야기해도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고 재미없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책의 작가는 전자다. 상황에 따라 뜻하지 않게 쏟아지는 업무와 공공 장소이다 보니 수없이 만나는 각종 민폐들마저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겪을 때마다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그런 힘든 일을 좀 더 쉽게 넘길 수 있게 된 내공이 느껴진다. 작가가 그런 힘든 일들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소소한 행복들을 이야기할 때 미소가 지어졌다. 


  작가가 동료 사서들 네 명과 나눈 인터뷰가 부록으로 실려 있는데, 이 인터뷰가 사서라는 직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나보다도 어린 사람들이 자기 직업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뚜렷한 직업관을 가진 것에 부끄러워졌다. 지금은 사서 일을 그만두었다는 작가나 인터뷰에 응한 이들 동료 사서 분들이나 '그림책에 나오는 할머니 안경을 쓰고 숄을 걸친 머리 하얀' 노인이 될 때까지 사서로 일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편집자로서나 이용자로서나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에세이와 직업 탐구의 중간에 있는 책이다 보니,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이야기도 스케치 정도로 가볍게 다룬다. 인터뷰가 직업 탐구로서의 깊이를 더해주긴 하지만, 워낙 작은 책인데다 페이지도 많지 않아 아쉽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은데. 책에서나 도서관에서나 사서 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고,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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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합니다
임수희 지음 / 수이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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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이 열정을 가지고 진행하는 수서 회의도 지켜 보고 싶고, 열성 이용자로서 도서관 컬렉션에 대해 사서들과 신나게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다만 각 꼭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가볍게 스케치하는 정도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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