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서 - 303명의 거장, 34개의 질문, 그리고 919개의 아이디어 파리 리뷰 인터뷰 4
파리 리뷰 엮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도 몰랐던 작가들이 글쓰기와 삶의 태도에 대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가 어렴풋하게 생각하던 것을 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점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그 방향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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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포일러 포함

편집자를 꿈꾼 지 10년이 됐지만 정작 내가 편집자로 일한 시간은 6개월도 되지 않는다. 편집자가 될 기회는 두 번 있었지만, 꿈을 펼칠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들에서 잔인하게 내쳐졌다. 지금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두 달 뒤면 한 살 더 먹고, 세 번째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

오랜만에 출판사 편집자 모집 공고가 떠서 그 출판사 책들을 살펴보려고 도서관에 갔다. 책마다 낯익은 이름이 편집자로 기재되어 있었다. 내가 처음 다녔던 출판사에서 내 사수였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내가 다섯 번이나 떨어진 출판학교를 졸업했다. 하는 일마다 대표에게 야단을 맞거나 대표와 의견이 충돌해 3주 만에 잘린 나와 달리, 그녀는 똑 부러지는 일 처리로 대표의 신뢰와 사랑을 받다 1년 만에 더 큰 출판사로 이직했다. 책들이 발행된 날짜를 보니 이 출판사에서도 반 년 이상 일해 오고 있는 듯하다. 나보다 어린데도 착실히 출판 경력을 쌓고 있는 그녀를 보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허탈해져 마냥 손놓고 있던 내게 위로가 되어 준 건 그날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 한 권이었다. 『 GV 빌런 고태경』. 지원하려는 출판사의 책은 아니었고, '저마다 간직한 꿈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라기에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할 때마다 항상 대출 중이었는데 마침 이번에는 서가에 놓여 있었고, 현실을 또 한 번 자각한 지금,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는데도 이 책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젊은 영화감독 조혜나다. 단편영화 두 편과 독립 장편영화 한 편, 단 세 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세 영화 모두 처참하게 실패하고 묻혔다. 학원 강사 일을 하며 영화와 멀어진 채로 살고 있던 그녀에게, 갑자기 그녀의 영화로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 영화의 주연이자 그녀의 전 연인이었던 배우가 떠오르는 스타가 된 덕분이었다. GV가 무난히 진행되나 싶었는데, 갑자기 한 50대 남자가 자신이 영화제 심사위원이라도 된 양, 조혜나에게 질문이라기보다는 날선 비평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모든 영화의 GV에서 난감한 질문들을 던져 감독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로 악명이 높은 'GV 빌런('GV'와 '악당'을 뜻하는 영어 단어 '빌런(villain)'의 합성어로, 무례한 질문을 던지면서 GV의 분위기를 흐리는 관객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태경이었다. 분을 못 이겨 씩씩대던 조혜나는 그에게 복수하기로 다짐했다. 다른 것도 아닌 영화로.

조혜나는 고태경에게 당신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싶다고 제안한다. 처음 의도는 그가 자신의 꼴사나운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조롱하려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조혜나는 점점 그를 이해하게 된다. 그가 자신 못지않게, 어쩌면 자신보다 더 영화를 사랑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영화계의 거장 최강호 감독의 스태프였고, 한국 영화사 속 숨은 명작인 <초록 사과>의 조감독이었다. 그러나 질 낮은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에 감독이 될 기회를 놓쳤다. 일단 들어가면 자기 작품 하나는 찍을 수 있는 국립 영화학교에도 응시했지만, 세 번이나 떨어졌다. 그렇게 그는 영화계 현장에서 멀어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할 일 없이 잘난 척이나 하는 영화광이었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19년 동안 택시 기사 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일주일에 두 번 노인센터에서 노인들에게 영화 강의를 해 왔다. 그는 택시 기사 일도, 영화 강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영화 촬영은 체력이 필요한 일이기에 꾸준히 운동을 하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거의 모든 영화를 보고 GV에 참석한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후배 스태프였던 영화사 대표에게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들고 간다. 이렇게 그는 현실과 꿈, 어느 쪽도 소홀히 하지 않고 19년 동안 성실하게 자신을 가다듬으며 살아왔다. 자신이 영화인이라는 생각을 한 순간도 버리지 않으면서.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고작 반 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편집자로 살아 온 나도 스스로를 편집자로 생각하고, 좋은 편집자가 되기 위해 성실하게 나를 다듬으며 살아간다면 편집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위로가 됐다.

그런 그가 자신의 시나리오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조롱하는 영화사 대표 앞에서 모욕감을 참는 장면에서는 읽는 나도 괴로웠다. 출판사 면접을 보면서 왜 그 나이 먹도록 경력을 그것밖에 못 쌓았느냐, 회사에 오래 다니지 못했느냐,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았냐는 이야기들을 들어야 했던 내 모습이 겹쳐 보여서. 그의 시나리오나 내 도서 기획안이나 나름대로 고심을 하며 만들어냈지만, 현장에서 직접 뛸 수 없는 상태에서 만들었다 보니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느꼈다. 아무리 노력해도 거기까지가 한계인가 싶어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고태경은 자신을 실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열등감에 짓눌리지도 않았다. 그것이 내가 느낀 고태경의 가장 존경스러운 점이다. 자신의 자식뻘인 조혜나가 자신은 세 번이나 떨어진 국립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을 받아 왔지만 그는 조혜나에게 열등감을 가지지 않았다. 다큐멘터리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조혜나와 싸울 때에도, 그는 영화사 대표에게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숨기고 싶어 했지만 열등감을 드러내거나 조혜나의 아픈 곳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도전할 용기는 없는데 남 품평이나 하고 영화는 만들어 본 적도 없다고, 조혜나가 자신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는데도. 오히려 조혜나를 무시하는 국립 영화학교 교수 앞에서 "조혜나 감독은 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조혜나는 그런 그를 지켜보며 인정하게 된다. 열심히 하는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이어지지 않든, 그것 또한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마침내 조혜나의 다큐멘터리 영화 <GV 빌런 고태경>은 완성되었고,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GV 빌런 고태경>의 GV에서 고태경은 인생 처음으로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서 관객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2000년에 머물러 있던 고태경의 필모그래피는 19년 만에 본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업데이트되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자신이 감독한 영화가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것. 그 날을 맞기 위해 또 GV에서 질문을 던지는 고태경의 모습으로 소설은 끝난다.

조혜나와 고태경은 사랑하는 영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포기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포기하는 것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임을 조혜나의 동기 승호를 통해 보여준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고, 그토록 사랑했던 영화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훌륭한 영화감독이 되기에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는 영화를 포기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사랑하는 걸 미워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걸 더 사랑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

영화를 더 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기 위해 영화를 보내준 것이다. 나는 조혜나와 고태경처럼 포기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하지만 승호의 선택을 이해하고 응원한다. 그의 선택이 내가 미래에 내릴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고태경의 필모그래피가 출연작이 아닌 감독한 영화들로 채워지길, 그가 자신이 연출한 영화 GV에서 만만치 않은 빌런을 만나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기를 바란다. 조혜나의 필모그래피도 좋은 영화들로 가득차길 바란다. 영화감독이 되지 않더라도 승호가 영화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 영화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길 바란다. 그리고 다섯 권에 멈춰 있는 내가 만든 책들의 목록이 더 길어지길 바란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는 방법을 찾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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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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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기 위해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에게도, 보내주는 사람에게도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준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행복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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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중동, 만들어진 역사 - 중동을 읽는 자가 세계를 읽는다!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장피에르 필리유 지음, 다비드 베 그림, 권은하 옮김, 김재명 감수 / 다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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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9월 11난데없이 두 개의 빌딩으로 돌진하는 비행기들이 뉴스 화면에 나타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9·11 테러가 일어난 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2001)과 이라크를 침공했다(2003).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들이 이라크인 포로들을 학대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중동 지역의 반미 감정은 더 거세졌다그 이후로도 미국과 중동 사이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는 뉴스를 수도 없이 들었다.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국과 중동 사이의 갈등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왜 점점 심해져만 가는 걸까중동에 나름대로 관심이 있었지만 워낙 많은 나라와 이해관계가 엉켜 있어 미국과 중동 사이의 갈등이 어떻게 진행되어 온 건지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그래서 읽게 된 책이 만화로 보는 중동만들어진 역사프랑스의 역사학자이자 중동 전문가인 장피에르 필리유가 글을 맡고프랑스 만화가 다비드 베가 그림을 맡아 미국과 중동 사이의 외교사를 만화로 정리한 책이다.

 

  이야기는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미국과 중동이 처음 외교 관계를 맺게 된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18세기 후반 대서양을 지나는 무슬림 해적들에게 미국 상선들이 납치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미국은 중동의 지방 제후들과 평화조약을 맺어야 했다그때만 해도 미국의 패권이 중동을 압도한 것은 아니었다미국은 이제 막 독립한 신생국가였고중동의 해적들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중동의 제후들은 당신들의 돈이 평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유지할 만큼은 아니라며 미국인 포로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막대한 몸값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19세기 말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영토와 국력을 키웠고서서히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석유가 전쟁을 치르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되면서 미국은 석유를 보유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의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친미 독재 정권에게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보장받고 정권의 안보를 보장하는 유착 관계를 이어왔고석유 이권을 되찾으려는 정치 세력이 있으면 정치 공작으로 몰아냈다이란은 미국이 챙겨가던 석유 이권을 되찾아온 대가로 40여 년 동안 경제 제재 등 미국의 여러 압박 정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국의 이권이나 패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국은 아랍 내 분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며” 발을 뺐다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 대통령이 2011년에서 2013년 사이 화학 무기로 민간인들을 살상할 때에도오바마는 아사드의 만행을 규탄하기만 할 뿐적극적으로 아사드를 막거나 정권을 교체하지 않았다이렇게 미국이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동 국가들을 이용해 오고그로 인해 갈등을 빚어 온 200여 년의 역사를 300여 페이지의 만화로 압축했다.

 

  많지 않은 분량 안에 200여 년을 담다 보니 이야기는 숨 가쁘게 진행된다중동과 미국의 외교사전쟁사를 주요 사건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각 진영의 입장진행 과정 위주로 빠르게 훑어나간다한 주제한 사건이 짧으면 2, 3페이지길어도 10여 페이지 정도로 간략하게 다뤄진다미국과 중동 내 다양한 세력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머릿속에 큰 흐름을 정리해 두려면 꼼꼼히 읽어두는 것이 좋다.



(위)호메이니를 둘러싼 민중들

(아래) 2003년 후세인이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


  수많은 인물들과 세력들사건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은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그림이다부패한 친미 왕정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이란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민중들의 소용돌이에 둘러싸인 모습근거 없이 이라크의 후세인이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눈귀에서 해골들이 흘러나오는 모습 등 각각의 컷은 강렬한 이미지로 사건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잔혹한 묘사 없이도 국제관계의 냉혹함과 잔인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흑백으로만 표현되어 더욱 강렬하다.

  마지막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운 중동 사람들의 얼굴은 독자를 압도한다미국과 중동의 갈등으로 일어난 전쟁과 기근유랑테러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다책 밖의 독자를 바라보듯 하나같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얼굴 위에서 작가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미국은 항상 좋은 의도로 중동 문제에 개입한 것도 아니며 언제나 최악의 순간에 문제에서 빠졌다.” 미국은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이들의 고통을 더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일까미국과 중동의 복잡한 갈등과 이해관계로 인해 생겨난 참상들이 우리와 미국 사이의 관계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실들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이런 의문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P. S. 이 책은 3권으로 된 원서를 한 권으로 합친 것이다.(이 책의 1, 2, 3부는 원서의 1, 2, 3권이다.) 원서의 1권은 2013년 미메시스에서 최악의 동반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지만 지금은 절판되었다미메시스판에 비해 여러 모로 공을 들인 것이 보인다원문만 그대로 번역한 미메시스판과 달리다른판은 국제 분쟁 전문 기자 김재명의 추천사를 통해 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보충 설명을 했다또한 1, 2, 3부의 주요 인물들을 본문 앞에 따로 정리했다역주도 미메시스판보다 더 꼼꼼히 달아단순히 주요 용어와 인물을 단순히 설명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 그리는 역사적 상황까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번역도 다소 딱딱하고 장황한 미메시스판보다 자연스럽고 명쾌하게 읽힌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아직 알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들이지요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겠습니까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넓고 험하다는 것이지요세상은 험하고부정과 조작이 만연합니다.(미메시스판 8페이지)

 

하지만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도 있지요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습니까우리가 사는 세상이 넓고 험하다는 것입니다거짓과 조작이 만연한 세계지요.”(다른판 18페이지)

 

“2004년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길가메시의 서사시나 <탐욕의 묘비>를 알지 못하는... 하지만 성경과 그리스도교를 통해 동일한 역사를 공유하는 후손들이 미국 군인들이...포로들을 겹겹이 쌓아 놓고 사진을 찍었다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고문 사진은 우리 시대의 탐욕의 묘비이다.”(미메시스판 14페이지)

"2004년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국 병사들이 포로를 쌓아 놓고 석판과 똑같은 사진을 찍었다길가메시 서사시나 독수리 전승비는 모르지만 기독교 성경을 통해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후손들이 한 일이다이 사진은 우리 시대 또 다른 독수리 전승비인 셈이다.”(다른판 24페이지)

 

  다만 미메시스판은 프랑스어 번역가가 프랑스어 원서를 직역한 것인 반면다른판은 영어판을 중역했을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절판된 미메시스판보다 구하기 쉽고미메시스판에 없는 2, 3권까지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 다른판을 읽는 것이 여러 모로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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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중동, 만들어진 역사 - 중동을 읽는 자가 세계를 읽는다!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장피에르 필리유 지음, 다비드 베 그림, 권은하 옮김, 김재명 감수 / 다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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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강렬한 흑백의 그림들로 자국의 이권과 패권을 위해서라면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미국의 비정함을 폭로한다. 복잡하게 얽힌 정세를 한 권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어야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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