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 - 리바이어던의 탄생 문제적 인간 14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 교양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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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의 생애와 사상, 그 둘에 영향을 미친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상황까지 폭넓게 바라보면서, 그의 사상과 그에 대한 비판 모두를 논리적으로 분석한다. 홉스의 사상 속 모순이나 인간적인 결점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그의 사상의 의미를 살펴보고 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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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 우리 사법의 우울한 풍경
정인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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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와 법적인 다툼을 하게 돼 재판을 치른 적은 한 번도 없다하지만 을로서 갑에게 권리를 침해당할 위기를 종종 겪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법률 상담을 한 적은 여러 번 있다그때마다 내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내 권리를 지키기에는 법이 너무 성기다고 느꼈다그들을 고발할 확실한 증거를 갖추는 것은 어려운데 그 사람들이 빠져나갈 구석은 너무 많았다그저 법률 상담만 잠깐 해봐도 이렇게 막막한데 본격적으로 재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난관에 부딪혀야 할까전직 판사현직 변호사로서 저자 자신이 보아온 수많은 재판과 그 문제점을 돌아본 책이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이다.


  저자는 판사로서 재판들을 맡았을 때 자신의 한계와 무력감을 느꼈다재판정에 선 사람들은 자신의 밥그릇이 걸린 일이라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데자신은 아무리 많은 재판을 겪었어도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고 느꼈다자신의 판결이 옳은 판단이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판사 자리에서 물러나 변호사가 되고 나서는 같은 헌법과 법률을 따라 재판하면서도 판사들마다 판결이 제각각인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정성 들여 증거 자료를 준비해도 판사들이 그 자료를 제대로 검토해 보지도 않고 대충 판결을 내려버리는 모습에 허탈해하기도 했다이런 현실의 원인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생각해서 법이 진정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기에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한 재판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빨리빨리대충대충 사건을 심리하는 것은 판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배당되는 사건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구조적 문제다하지만 편향되거나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은 판사들 자신의 문제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판사 자신들이 오만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사법권은 독립을 보장받아야 하고 판결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법과 판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려버리고결국 판사는 오만과 아집에 빠져버리게 된다우리나라의 형사 소송 규칙 제147조에는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함에 있어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데반면 미국의 법관 윤리에서는 판사가 법정에서 훈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재판 당사자는 판사에 비해 약자의 입장에 서 있고판사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이 재판 당사자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재판 당사자에게 전체주의의 폭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판사들은 피고에게 훈계를 늘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재판 당사자들에게 막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가 법관들에게 바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자신을 과신하고 법정에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자의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법의 원칙을 지키는 것하지만 법리와 판례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사실 관계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을 꼼꼼히 살펴볼 것내가 내리는 판결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것원론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저자가 수십 년 동안 법조계에서 재판을 겪고 오랜 시간 고찰하면서 내린 결론이다간단한 결론인 것 같지만 법조계가 그동안의 관성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스스로를 개혁하려면 꼭 필요한 태도이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대부분이 같은 법조인더 나아가 법조계 전체를 향한 비판과 조언이지만변호사 고르기변호사 사용법은 법적 분쟁을 준비해야 하는 평범한 국민들을 위한 글이다변호사 고르기에서 저자는 무조건 이길 수 있다며 당장 기분을 좋게 해주는 변호사보다는당신의 피눈물이 묻은 권리와 이익을 무겁게 알고 지켜주는 변호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변호사 사용법에서는 어떻게 하면 변호사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지본격적으로 재판을 준비하기 전 법률 상담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변호사와는 어떻게 계약하고 어떻게 함께 송사를 진행해 가야 하는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평범한 사람들이 험한 세상에서 생각지 못한 위기를 맞았을 때 법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길 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인권 문제에 대한 저자의 단호한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그는 내 몸을 통제할 자유는 기본적 인권이고 출산을 강제하기에는 여성들이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어렵기에여성에게만 형사 책임을 지우는 낙태죄는 전면적으로 비범죄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동성애가 자신들의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개신교도들에게, ‘기독교도가 아닌 이에게 기독교의 참된 가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이라며교회는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도 멀리해야 옳다고 말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021년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것을한일 분쟁이라는 틀 안에서만 보려 하지 말고 국가적 차원의 성폭력에 내린 사법적 판단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법 앞에 선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에 저자를 더욱더 신뢰할 수 있다.


  2018년 우리나라의 고소 건수는 약 55만 건에 달했다. ‘소송 사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형사 소송이 빈번한 나라인데사람들은 소송이라는 비생산적인 절차에서 자신을 소모시키기만 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다저자는 토론과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소송이 아닌 공론장에서 해결되고법이 공동체에서 정의와 연대를 이루는 데 올바르게 사용되기를 바란다단순히 이상한 재판이 일어나지 않고 좋은 재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데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법 환경이 조성되고 법이 공동체 전체의 정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수많은 재판 속에서 당사자들과 법조인들이 분투하고 있을 지금 너무 먼 이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이런 이상을 향해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 변화하려 노력할 때 우리의 사법 현실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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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 우리 사법의 우울한 풍경
정인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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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재판으로 가득한 나라에서 좋은 재판을 넘어 좋은 법, 좋은 사법 환경을 꿈꾸는 사람의 이야기. 정치적으로는 중립을 지키되 옳은 것, 사람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저자의 태도에 신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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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건축 - 인문학으로 보는 건축의 여러 가지 표정들
남상문 지음 / 현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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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사전에서 건축물을 찾아보면 땅 위에 지은 구조물 중에서 지붕기둥벽이 있는 건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그러니 지붕 없는 건축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저자는 왜 있을 수 없는 것을 제목으로 삼았을까그는 건축에서 지붕이 경계영역을 한정하는 최초의 조형 요소이므로, ‘지붕이 없다는 것은 건축이 시작되기 이전의 상태라고 책의 서문에서 설명한다그러므로 건축은 지붕 없는 들 위에서 서서 각자의 지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이 책은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이 만든 각자의 지붕이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 본 글들을 모은 책이다.


스위스의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설계한 독일 바렌도르프의 클라우스 노지 경당. 통나무를 태운 독특한 냄새가 콘크리트 벽에 배게 해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후각적 심상을 남긴다.

 이미지 출처: https://afasiaarchzine.com/2016/06/peter-zumthor-26/peter-zumthor-bruder-klaus-chapel-mechernich-35/


긴 나뭇조각이 강물 위에 떠다니는 것처럼 박혀 있는 내리막길을 통해, 살아 있는 방문객을 죽음의 공간(납골당)으로 이끄는 스페인의 이구알라다 공동묘지

이미지 출처: https://arquitecturaviva.com/works/cementerio-igualada


장 누벨이 설계한 파리 아랍문화원의 외벽을 뒤덮은 기계 장치. 아라베스크 문양, 피어나는 꽃, 금속 장신구 등 다양한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미지 출처: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Institut-du-Monde-Arabe-Paris-France-Jean-Nouvel-Courtesy-Terri-Boake-University-of_fig8_307671319


  저자가 말하는 건축물들 중에는 창의적인 시도로 삶과 죽음을 돌아보게 하거나 수많은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건축물들이 있다스위스의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설계한 독일 바렌도르프의 클라우스 노지 경당은 통나무로 거푸집을 만든 뒤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건물 몸체를 만들고, 3주 동안 거푸집이 된 통나무를 불에 태운 건물이다그 덕분에 콘크리트에는 독특한 냄새가 남아방문객들에게 강한 후각적 심상을 남기고 있다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후각은 잊혔던 기억과 추억을 이끌어내는 삶의 원초적 감각이다클라우스 노지 경당이 삶의 감각을 일깨운다면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이구알라다 고동묘지는 방문객들이 죽음을 묵상하게 한다. ‘삶의 강을 형상화한 내리막길을 따라가다 보면 땅에 정박된 배 모습의 납골당이 나타나고그 옆에는 작은 계곡이 있다방문객들은 내리막길과 계곡을 따라가며 죽은 자의 영토로 인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된 파리의 아랍문화원 건물은 카메라 렌즈처럼 움직이는 금속 기계 장치로 뒤덮여 있는데보는 사람들마다 이 장치에서 아라베스크 문양피어나는 꽃차가운 기계문명반짝이는 장신구 등 다양한 것들을 연상한다단순히 비바람을 피하게 해주는 지붕이 아니라삶을 더 생생히 느끼게 하거나 더 깊이 돌아보게 하며마음속의 상상을 이끌어내는 이런 건축이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일 것이다.

 

  반면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건축물들이 있다미국의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는 이용하는 사람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건물을 오리와 장식된 헛간으로 분류했다. ‘죽은 오리는 기능에 맞게 모양새를 만들었지만그 형태만 보고는 사람들이 쉽게 그 건물의 의미와 쓰임새를 알 수 없는 건물을 말한다재봉이라는 기능에 최적화된 형태로 만들었지만정작 사람들은 그 집이 재봉사의 집인 것을 알 수 없는 집이 이에 해당된다반면 기능과는 무관하지만 관습적인 기호로 치장한 건물을 장식된 헛간이라고 한다객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빽빽하게 객실을 배치한 리조트가 겉모습은 낭만적인 지중해풍으로 꾸민 경우를 장식된 헛간의 예로 들 수 있다저자는 지금 우리 도시에 죽은 오리와 장식된 헛간이 넘쳐난다고 말한다그 지역과 장소의 역사적 맥락문화유산가치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건물의 효율성과 경제적 이익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장소그 지역그 건물만의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린 건축물들로 가득한 도시와 사회저자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진 원인을 돌아보며건축을 넘어 사회를 생각한다철근 콘크리트 기법엘리베이터의 개발 등 새로운 기술과 자본은 도시의 모습을 극적으로 바꾸어놓았다기술과 자본이 건축에 혁신을 불러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믿었던 건축가들도 있었다그러나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따지는 합리적인’ 가치관은 모든 공간과 건축물을 경제성과 효율성에 맞는 형태로 평준화획일화시켰다오늘날에는 공공기관과 대형 교회대형 쇼핑몰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도시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침체된 도시를 활성화시킨다는 의도였던 도시 재생도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이 낙후된 지역을 싼값에 샀다 비싼 가격에 되파는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렸다재건축을 담당하는 관공서의 건축 담당 공무원들은 정작 그 지역의 주민들이 예전부터 그 지역과 관련해 간직하고 있는 그 지역만의 장소성기억가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서 저자는 삶의 의미보편적인 가치가 드러나는 건축을 꿈꾼다온갖 이미지와 취향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사람들은 그런 이미지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며유행에 뒤떨어질까 두려워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저자는 오래자세히 보고 깊이 생각하면서 삶에서 본질적이지 않은 것을 가려내고나만의 개성과 가치삶의 의미를 찾아가라고 이야기한다우리가 건축으로 드러내고 싶은 우리만의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때각자의 지붕들이 각자의 가치와 의미를 되찾을 것이다이 책에 실린 스물다섯 편의 글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주관이 뚜렷하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분별하는 능력이 뛰어난 저자답게문장도 글 전체도 정갈하다책의 만듦새도 글처럼 정갈해 군더더기가 없다표지와 목차챕터 페이지본문은 쓸데없는 장식 없이 검은 글씨와 선하얀 종이만으로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컬러로 된 사진 도판들은 각 챕터의 뒤에 모여 있어 독자들은 텍스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전공의 언어를 일상의 언어로 바꾸어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글의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다건축을 넘어 건축이 삶과 세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고삶과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현실을 날카롭게 파악하면서도 이상을 잃지 않는다감성과 이성대중성과 깊이 사이에서도 균형을 잘 잡은그 자체로 좋은 건축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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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9-1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바스티안 2021-09-11 18: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붕 없는 건축 - 인문학으로 보는 건축의 여러 가지 표정들
남상문 지음 / 현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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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한 신입생들이나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이, 건축과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싶을 때 읽기에 좋다. 너무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지만 글의 깊이는 얕지 않다. 글이나 책의 만듦새나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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