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리메이크 1
미와 요시유키 지음, 이현석 옮김, 주호민 원작 / 애니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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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변호사가 자홍 씨에게 각 지옥과 그곳을 관장하는 대왕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일러스트 속 대왕들은 원작에서와 같이 괴짜 과학자 같은 모습의 오관대왕(검수지옥 관장)을 빼면 일본 불교 회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주 기괴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원작보다 사람 같은 느낌은 덜하다. 한국인 편집자 분께서는 일러스트에서만 그런 모습이라고 하셨는데, 첫 번째 도산지옥의 진광대왕은 일러스트와 같은 모습이니 좀 불안하다. 다른 대왕은 모르지만 염라대왕과 변성대왕은 일러스트와는 다른 모습으로, 캐릭터 디자인이 멋지게 나왔으면 좋겠다.


2. 원작에서 모순되는 설정인 '한 지옥에서 영원히 벌을 받는다'는 설정을 죄업의 양에 따라 형기가 정해지는 것으로 바꾼 것 같다. 각 지옥을 돌면서 벌을 받는다는 죄인들도 있으니 모순되는 설정이었는데, 그 모순도 해결하면서 더 합리적인 설정이라 바뀐 설정이 맘에 든다. 원작자인 주호민 작가님과 상의해서 바꾼 설정인 듯싶다.


3. 진기한 변호사가 지적인 천재 캐릭터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리액션도 커지고 엉뚱한 면이 강해졌다. 원작보다 좀 어린 느낌이기도 하고. 자홍 씨도 어려지니 둘의 나이대가 비슷해져 친구 같은 느낌이 강해졌다. 원작의 자홍 씨가 "혹시 신 아니세요?"라고 할 정도로 절대자 같은 면은 줄어들었다.  


4. 처음에는 야쿠자 같이 보이던 해원맥도 보다 보니 원작보다 더 날카롭고 준수한 외모여서 점점 마음에 든다. 해원맥과 덕춘이의 비하인드 스토리인 신화편 차사전도 이 작가 그림체로 봤으면 싶을 정도다. '북방의 하얀 삵' 이미지에도 잘 어울리고, 일본판 덕춘이 캐릭터와도 잘 어울린다. 일색이 강하다는 건 여전히 마음에 걸리지만. 


5. 유성연 병장과 흑제신장이 대치하는 장면의 긴장감과 섬뜩함을 잘 살린 것이 마음에 든다. 액션신은 확실히 원작보다 박진감이 있다. 원작에는 나오지 않던 흑제신장의 본모습도, 청소부로서의 모습도 둘 다 카리스마가 있어서 마음에 든다.


6.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대로 자홍 씨의 나이가 어려져서 납골당을 보면서 내 집 마련 이야기를 하거나 회사 일에 쫓겨서 산 이야기를 할 때 삶의 애환이 덜 느껴진다. 자홍 씨나 진변호사나 아, 그렇죠.그렇네요, 하고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느낌. 감정의 깊이가 얕아졌다. 자홍 씨의 나이가 어려져서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데서 나오는 애잔함을 기대했는데, 그런 애잔함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유골이 납골당에 안치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원작의 자홍 씨는 워낙 삶에 지쳐서 무덤덤한 모습이라는 게 이해가 가지만, 리메이크판의 자홍 씨는 아직 죽기엔 젊고 심지어 자기가 죽은 것도 모른 채 남의 장례식장에서 졸고 있었던 걸로 착각했었다. 그러니 이제 돌아갈 몸이 아예 없어져서 자신이 살아날 가능성이 아예 없어졌다는 거에 동요하는 걸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한빙지옥 편에서는 자홍 씨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데서 나오는 애잔함과 안타까움을 잘 살려줬으면 좋겠다. 한빙지옥의 송제대왕, 판관들 뿐만 아니라 보는 독자들도 자홍 씨에게 연민을 가지게. 


7. 덕춘이가 송신탑 위에 올라가서 원귀를 탐지하는 장면은 원작과 달리 어딘가 아련하고 신비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 장면에서 덕춘이가 다른 장면에서보다 더 예쁘고 청순해서 좋고.


8. 지옥의 장면들은 원작에서보다 훨씬 잔혹하다. 원작에서와 달리 상처가 나도 다시 원상복귀되고 다시 상처가 나면 또 원상복귀되는 과정이 무한반복되는 게 더 잔혹하다. 앞으로 자홍 씨가 보고 듣고 겪게 될 지옥의 장면들이 얼마나 잔혹할까. 자홍 씨가 업관에서 겪을 일도 원작에서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충격적으로 묘사될 듯하다. (그런데 상처가 다시 원상복귀되면 서천식물원엔 가지 않아도 되지 않나?)

 

9. 도산지옥 대기실 한 구석에 붙어 있는 귀왕대 모집 포스터가 깨알 같다. 그런데 귀왕대도 가면을 벗으면 판관들이나 변호사들처럼 사람의 모습일까? 아니면 상상의 동물 같은 모습일까? 가면 뒤의 모습을 전혀 알 수 없으니 궁금하다.


10. 자홍 씨가 할머니께 내복을 드리는 장면은 암시만 하면서 담담하게 그린 원작보다 더 자세히 공을 들여 그렸다. 회상 신에 나오는 꼬마 자홍 씨도 귀엽고, 쑥쓰러워하면서 내복을 드리는 자홍 씨의 모습도 훈훈해서 좋지만, 너무 힘을 줬다는 느낌도 든다.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점은 좋지만 이렇게 하면 감동적이겠지?를 너무 의식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또, 해원맥이 갓난아기를 데려가는 장면에서도 원작의 노인들의 반응이 '에그, 딱해라' 정도였다면 리메이크판의 노인들은 펑펑 울면서 해원맥을 말리는데, 조금 과장되고 호들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 작가와 미와 작가의 감성의 차이겠지만, 좀 더 담백하게 가도 좋을 것 같다. (상관없는 얘기지만 미와 작가가 그리는 리메이크판의 노인들은 설정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미묘하게 한국인이라기보다는 일본인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 본인이 일본인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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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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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포함(<살모사의 눈부심> 스포일러도 포함됨)


-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터키 북동부의 고원이 눈앞에 보인다. 산 속의 맑고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고, 초원 위를 흘러가는 개울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옷차림들이 눈앞에 보이고, 다양한 언어들이 귓가에 들린다. 이렇게 책 속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묘사가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 이렇게 묘사가 섬세한 반면 서사는 그리 뛰어나지 않다. 제밀과 빌랄 두 주인공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서사 방식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이야기는 압축하면 한 줌밖에 되지 않고, 비슷한 시대를 그린 소설인 <내 이름은 빨강>이나 <살무사의 눈부심>에 비해 이야기의 깊이도 이야기가 남기는 여운도 한참 떨어진다. <내 이름은 빨강>에서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도 전통적인 미술의 아름다움을 지켜가고,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자기 눈까지 찌르는 세밀화 장인들과 <살무사의 눈부심>에서 황위와 목숨을 포기하고 자기 자식의 목숨을 살림으로써 마지막으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미치광이 술탄의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여운과 먹먹함을 안겨준다. 하지만 나약한 영주의 아들 제밀과 평범한 예니체리 빌랄은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 작가는 이난나를 '헌신적이고 강인하고 지혜로운 여성'의 표상으로 생각하고 이 작품 안의 여인들을 이난나에 빗대어 이 소설의 제목을 '이난나'라고 지었을 것이다. 작가가 생각한 이난나는 저승으로 끌려간 남편 두무지를 찾아 목숨을 걸고 저승으로 찾아간 여신이다. 하지만 실제 이난나는 지상에서의 권력만으로 모자라 지하 세계의 권력까지 차지하려 저승에 내려갔다 지하세계의 지배자인 여신 에레슈키갈에게 붙잡혀, 자신이 살기 위해 남편 두무지를 지하 세계로 대신 끌려가게 한 여신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헌신적인 여성상에 가까운 여신은 오히려 남동생을 위해 매년 반년씩 대신 지하 세계에 있기로 한 두무지의 누나 게슈티난나다. 작가가 신화를 잘못 안 것인지 이난나와 두무지 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을 접한 것인지 모르겠다.

 

- 그리고 작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난나, 헌신적이고 강인하고 지혜로운 여성은 남편의 바람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남편이 사랑하는 다른 여자까지 이해하고 사랑하는 고전적인 여성인가? 작가가 나이가 많은 이슬람권 남성이어서 그런 여성을 이상적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속의 이난나들은 내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 제밀은 이 책의 주인공이지만 이야기의 한 축을 이끌어갈 만한 카리스마나 매력은 없다. 유럽에서 신식 공부를 하고 돌아온 지식인이지만 작품 속에서 하는 일은 전혀 없다. 문제가 생길 때 해결에 나서는 것은 제밀의 아버지와의 친분으로 제밀을 도와주고 돌봐주는 이웃의 영주들이나 제밀의 유능하고 충직한 수하들일 뿐이다. 게다가 바람기도 많아, 애꿎은 본처 술타나를 비롯한 식솔들까지 추방되게 만든 아르메니아 여인 쉬메이라를 두고 또 다른 여인 아시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 뒤에도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젊다기보다 어리고 예쁘장한 여인들만 보면 상사병에 빠져 버린다. 이런 캐릭터에게서 무슨 매력을 느끼란 말인가.

 

- 작품 안에서는 설명이 불친절하게 되어 있지만, 빙판 위에서의 말 썰매 경주를 하다 빙판이 깨지는 바람에 물에 빠져 실종되었던 빌랄이 겨우 목숨을 건지고, 그 사이에 다른 영주에게 잡혀간 제밀을 구하러 간다는 것이 결말인 듯하다. 일종의 열린 결말이지만 열린 결말이 주는 여운도 없고, 호기심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 예니체리의 병영 분위기와 제복, 사냥개의 종류와 특성, 길들이는 법은 무척이나 구체적으로 나와, 예니체리와 시대적인 분위기, 사냥개에 대해서는 공부를 많이 하고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 덕분에 당시의 예니체리가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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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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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오스만 제국에 대한 고증과 자연, 분위기 묘사는 뛰어나지만 서사는 한 줌도 되지 않는다. 작가가 생각하는 구원의 여신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도 묵인하고 인내하는 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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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꾼딸라 - 세계의 고전 인도편 2
깔리다사 지음, 박경숙 옮김 / 지식산업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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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색이 주인공인데, 샤쿤탈라와 두샨타의 비중이 너무 적다. 두 사람의 달콤하거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정작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1막에서 서로에게 두근거림을 느끼면서도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장면과 3막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밖에 없다. 두 사람이 비밀 결혼을 하고 샤쿤탈라가 두샨타의 아이를 가지고 두샨타가 인드라를 도와 악마를 물리치는 그야말로 주요 내용들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거의 다 조연들의 대화로 전달된다. 두샨타의 악마와의 전쟁 이야기는 당시 무대 장치와 특수효과의 한계 때문에 직접 묘사하는 데 무리가 있었긴 하겠지만. 희곡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는 보여주기와 들려주기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보여주기 방식을 너무 아꼈고 들려주기 방식을 너무 많이 썼다.

 

- 군신관계이면서도 친구인 두샨타 왕과 브라만 비두샤카가 말씨름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얼마 전에 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과 내금위장 무휼, 또는 세종과 대제학 정인지가 말씨름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비두샤카도 산스크리트 연극의 전형적인 개그 캐릭터라지만, 개성이 약하고 전형적인 이 작품의 인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는 캐릭터이다.

 

- 이야기의 극적인 전개는 약하지만, 시적인 대사들 속에 담긴 인물들 주변의 자연 풍경과 그에 빗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묘사는 섬세하다. 그리고 고대 인도의 풍습과 풍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에 대해서는 각주를 꼼꼼히 단 번역자의 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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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꾼딸라 - 세계의 고전 인도편 2
깔리다사 지음, 박경숙 옮김 / 지식산업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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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쿤탈라와 왕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섬세하게 그려졌지만, 둘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의 일은 대부분 조연들의 대사로 전달된다. 타이타닉으로 치자면 잭과 로즈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다른 승객들의 대사로 전달하는 셈이다. 이 점이 당황스럽지만 연인들의 마음과 자연 풍경 묘사는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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