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아 우주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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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왜 떠났을까? 사진을 보며 물었다. 어디로 간 거야? 왜 날 두고 떠났지? 잠깐만, 떠난 사람은 나였다. 날 방황하게 두지 말라고 사진을 보며 빌었다. 그렇지만 아내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픽셀들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_145쪽

 

#야로슬라프칼파르시 #야로슬라프_칼파르시 #보헤미아우주인 #보헤미아_우주인 #알에이치코리아

 

죽을 각오로, 아니 죽음을 전제로 떠난 한 체코인 남자.

그는 우주 먼지 '초프라'를 분석하라는 조국의 부름에, 아버지의 죄를 딛고 '영웅'으로 기억되려는 꿈을 움켜쥐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랑하는 아내, '렌카'를 두고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온전한 혼자를 겪어야 한다, 일인의 우주선을 견디는 여정.

수 개월의 홀로- 그러는 중에 결국 아내는 스크린 앞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또 그 혼자와 우울은 (자신의 고독과 혼란의 다른 이름인) '하누시'를 만들어 낸다.

 

우주에서의 사고, 러시아 고스트 우주인들에 의한 뜻밖의(?) 구조, 그리고 지구로의 (계획에 없던) 귀환.​
지구에 도착해서 결국은 아내를 찾아내고, 아버지를 빨갱이로 사회적으로 끄집어내는 것으로 집을 빼앗았던 남자를 찾고, 그 오래된 집에까지 이르게 된다.

 

"나는 이곳에 존재할 수 없었다. 이곳은 내가 사라졌기 때문에 생겨난 세상이다." _356쪽

 

결국은 아내 앞에 나서지 못하고, 세상 앞에 나서지도 못한다.

체코의 훌륭하고 아까운 인재로 장렬하게 사라져간 영광의 주인공(으로 이미 알려진)이고, 체코공화국 항공우주국의 우주선은 안전 귀환 의지가 적거나 없었고, 고스트(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우주인들에 의해 구조되었고...

 

SF소설이지만 나에게는 사실 SF아님으로 읽혔다.

은근하게 그냥 인간 이야기.

아버지의 죄를 딛고 서야만 하는 인간, 가족의 영광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아내)를 남기고 떠나야 한 인간, 살아있는게 고독 그 자체였던 인간, 우여곡절과 삶과 죽음음을 넘나든 인간, 죽었다고 여겨지는 인간, 살아왔지만 죽은 채로 살 인간.

우리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그 인간이 그가 아니라는 내가 아니라는 보장이 있는가.

이 시대를 살아내면서 우리는 어떤 삶을 걷고 있는가.

 

삶의 즐거움과 믿음의 뿌리를 살살 건드는 그런 인간류가 읽은 책.

SF라기보다 철학적 소설에 가까운.

 

"며칠 전에 한 남자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실업은 사람들에게서 인생의 의미를 빼앗아가 불행하게 만든다고 했어요. 그 사람은 또 직업이 의미 있는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했죠. 대체 그 사람 누굴까요? 즐거운 건 커피죠. 멜론을 넣은 보드카와 극장이 즐거움이에요. 연인의 머리칼이 입에 들어간 채 잠에서 깨는 것. 그런 것들이 즐거움이라고요." _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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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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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정 #독재자리아민의다른삶 #독재자_리아민의_다른_삶 #다산책방

 

"뭔가를 말하려다가, 나는 문득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통령 리아민은 속물이었고, 부도덕했으며, 독재의 견고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나의 알량한 재능을 활용하려던 지극히 꼐산적인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리아민을 재기의 발판으로 이용하려던 나의 계산된 글쓰기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터였다." _266쪽

 

독재자 리아민의 전기작가로 초빙된 작가, tmt 현직 대통령 리아민, 음주문제가 있다는 퍼스트 레이디, 경호원들, 특종 발표를 지르는(?) 기자인 연인, 비서...
'전기를 쓴다'는 현재의 행위을 둘러싼 권력과 음모(?), 그리고 욕망.
전기작가라는 이유로 아플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어디서나 아주 수시로 대통령에 불려나가는 주인공의 감정노동이 눈물겹게 그려지다가 반전이 이어진다.

'책(/글/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 그래서인가 권력의 창끝은 서로의 가슴을 자꾸만 겨눈다.
책(전기)는 사실은 답정너, 그렇다면 전기의 등장인물의 고난과 고충을 솎아 듣고, 골라 듣고,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들으려로 노력하고- 아니 그 작가의 자존감(=권력)에의 노력은 다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모르겠어요. 그냥 이 책들이 많은 책 중에서 제 눈에 띄었은 뿐이예요." "그래, 네 말이 정답일 거야. 어떤 사람은, 책에게도 운명이 있고 그 운명을 알아보는 사람만이 그 책의 진정한 독자가 될 수 있다고도 말하니까."" _63쪽

 

인간은, 이 책에 두 번이나 소개되는 일화, 고등학교 교사의 집에 초대받아 책을 골랐다는.
읽혀야, 골라져야 의미가 있다고, 그런 책이어야만 한다고- 그래서 대필된 전기는 여전히 의미있는거 아니냐고.

2018년 혼불문학상 수상작, 사실 전년도 작품에 나는 마음이 더 간다.
다소 밋밋한 캐릭터가 '권력'이라는 거대함에 휩쓸리며 떠다닌 느낌.

#전혜정 #독재자리아민의다른삶 #독재자_리아민의_다른_삶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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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
마이클 샌델.폴 담브로시오 지음, 김선욱.강명신.김시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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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전통을 넘나드는 문헌 중심의 대회 형식은 "협동적 해석학"이라고 서술될 수 있다. 물론 어떤 특정한 문헌에 대해 일부의 협업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문헌에 대해 경험이 더 많은 학자라 하더라도 한 철학적 전통에 깊이 빠져 있는 동료들이 다른 전통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말할 때 예상치 못했던 무엇인가를 배울 수도 있다. 최종 생각은 이렇다. 중국 철학과 세양 철학 사이의 상호 학습을 위한 어떤 프로젝트든 어떤 비대칭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_380쪽

 

#리첸양 #바이통동 #후앙용  #주후이링 #천라이 #로빈왕 #폴담브로시오 #로저에임스 #헨리로즈몬트 #마이클샌델 #마이클샌델중국을만나다 #마이클_샌델_중국을_만나다 #와이즈베리

 

처음 책을 쥔 이유는 사실,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의 저작이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는데... 착각이었다.
마이클 샌델이 저자로 올라와 있는데 ('폴 담브로시오'와 공동으로) 그가 쓴 것은 '서문'과 한 꼭지뿐.

 

(약간 실망... 했지만 읽는다.)

사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의 서양철학을 읽는/읽은 중국 철학자들의 글이다.
동양철학의 관점으로 비교해서 읽는 샌델, 샌델의 동양적 읽기.
유가 사상의 개념인 '조화(調和, harmony)'와 '정의(justice)' 비교와 분석이 날카롭다.
서양이론(마이클 샌델의 이론)의 한계, 그러니까 시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다름을 중국(동양) 철학자들이 새로운 시점을 제안한다.

 

나는 사실 쉽지 않게 읽었다.
이 책을 온전히, 재미있게, 의미있게 읽으려면:
(1) 일단 마이클 샌델의 철학(출판된 서적들 포함)을 엥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2) 또한 유가, 도가, 법가, 묵가 등 다양한 동양(중국)철학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선행하고 있어야 하며
(3) 중국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특수한 형태와 변형/변화 과정을 알고 있어야(!)
정도가 우선하면 베스트겠다.
(개 중 한 가지라도 잘 알면 없는거보단 낫겠지, 싶고)
그럼에더 불구하고 (= 나는 위의 세가지에 다 못미치지만) 읽으면서 어느정도 (늘기는) 는다.

 

동양철학자가 읽는 샌델, 무조건적이 아닌 동양적 시각으로 비판적 읽기를 이 책 한 권으로 접근.
중국인들에게 최근 가장 인기있는 서양 철학자(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샌델, 비판적 읽기는 분명 의미있는 일 인걸로.

 

#인문 #인문학 #철학 #교양철학 #사회과학 #정치사상사 #중국을만나다 #중국 #정치 #마이클_샌델 #정의란무엇인가 #완벽에대한반론 #돈으로살수없는것들 #동양철학 #중국철학 #서양철학 #정의 #justice #조화 #調和 #생명윤리 #음양 #유가 #도가 #마이클샌델다시읽기 #윤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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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괜찮은 이유
로만 무라도프 지음, 정영은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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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통찰의 한 방식이고, 통찰은 읽기의 한 방식이다.(…) 읽기는 단순히 단어를 메시지로 해독해내는 것 이상의 행위이며, 일종의 예술적 기술이다. 그런 까닭에 읽기는 '재능'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기대기보다 노력을 필요로 한다."_80쪽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가 일상에서 얻은 통찰을 모은 글.
에세이라기엔 (일상의 경험만 모은 것이 아니라서) 무겁고, 인문서라기엔 개인의 의견(통찰)이 많이 들었다.

 

일상 혹은 나 자신을 관찰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할 일이 아니다.
잠깐의 시간, 그러니까 대기실(물리적으로/ 비유적으로)이라는 공간에 머무르는 잠시의 시간이면 될 수도 있다.
조금의 사전 계획과 준비가 필요할 뿐.

 

"언어는 단순히 소통 수단이 아니다. 소통을 넘어설 때도 있고, 간혹 소통 자체가 아닐 때도 있다. 머릿속으로 혹은 소리 내어 혼잣말을 할 때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소통하는 걸까? 많은 것을 소통하는 것일 수도, 아무것도 소통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혼잣말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어쩌면 소통보다 우리의 생각에 목소리와 형태, 색깔을 주고 싶은 욕구보다 우리의 생각에 목소리와 형태, 색깔을 주고 싶은 욕구일 것이다." _98쪽

 

음악, 책, 읽기, 언어 등에 대한 이야기.
어떤 이야기는 철학자들의 글(페터 비에리, 『리스본행 야간열차』 류의)에서 본 것 같은 '생각'들도 있고.
글 타래타래가 생각과 철학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생각해 볼 것들이 많다.

 

나도 가끔은 짬을 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고양이처럼, 의미없어 보이는 일들을 좀 하고-
아무일이 없는 날엔 <오늘 별일 없었다>고 쓰리.

 

"일과를 마치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둘 다인 것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만약 이 경우라면 오늘은 별일 없었다고 써도 된다. 상관없다." _202쪽(에필로그)

 

 

#인문 #인문학 #인문에세이 #에세이 #때론아무것도하지않는것이더괜찮은이유 #고양이 #보통의삶을특별하게만드는사소한순간들에대한이야기 #일상 #발견 #고양이 #보통 #보통의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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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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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더 하고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당신은 그게 진짜 질문이 아니라고 지적할지도- 정확한 지적이다-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_13쪽

 

#줄리언반스 #줄리언_반스 #연애의기억 #연애의_기억 #다산책방

 

칠십대에 이른 남자가 기억을 되짚어 이야기하는 18세 자신의 첫사랑.
테니스 클럽에서 파트너로 만나게 된 수전(48세, 남편있음, 딸 둘 있음)과의 만남, 엮임, 깊어짐, 사랑, 그리고 도피.
열정과 꿈과 사랑만 있는 남자는, 여자를 (사실은 여자의 탈출금으로) 폭력적인 가정에서 탈출시키는데는 성공하지만 알콜과 시간에서는 구해내지 못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나', '너', '그'로 변주되며 등장하며 시간을 엮어간다.
'나'였다가 '너'였다가 '그'이기도 하는, 사실은 "압도적인 일인칭"( _137쪽)의 위태한 사랑의 서사가 오십 여년의 시간을 넘어 기억의 모서리에 걸려 있다.
단 하나의 이야기, 그 연애의 기억.
깊이 읽은 사랑이야기였다.

 

"물론, 그의 공책에는 이런 내용도 적혀 있었다.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 그것은 그렇게 그 자리에 몇 년을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줄을 그어 지워버렸다. 그랬다가 다시 적어 넣었다. 그 뒤에 다시 줄을 그어 지웠다. 이제 그에게는 두 항목이 나란히 있다. 하나는 깨끗하게 진실로, 다른 하나는 줄이 그어진 거짓으로." _297쪽

 

1. 원제 『The Only Story』.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한번 뿐. "그것이 대실패로 끝났다 해도, 흐지부지되었다 해도, 아예 시작도 못했다 해도, 처음부터 모두 마음속에만 있었다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단 하나의 이야기였다."( _341쪽)

 

2. 번역.
사실 옮긴이의 이름을 자세히 보는 편은 아니지만 전작 『시대의 소음』이 막번역으로 그야말로 소음이 많았어서... 이번 작품은 기쁨+안심. 번역에 정영목 님 (엉엉 감사합니다;ㅅ;)

 

3. 테니스.
피아노엔 재능이 없는 거 같으니(feat. 드라마 <밀회>), 테니스를 해볼까 했는데 아 참 나 ‘테니스 엘보’ 환자.

 

4. 첫사랑.
첫사랑 그러니까 처음의 기억이란 이렇게 강렬한건가, 그렇다면 내 첫사랑은 아직 안온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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