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넌 맛있는 냄새가 나서 거기 가면 잡아먹힌다고, 게다가 나까지 다치면 어떡해?]

[그거라면 걱정 없어요. 도련님 체취 덕에 제 냄새는 요괴들이 못 느끼거든요]

[그럼 대신 내가 공격당할 거라는 말이잖아!]

[그렇기는..하죠] 
 

눈을 부라리자 새지는 머리를 살짝 돌리며 덧붙인다.

[좀 멀리 떨어져서 구경하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 싸움은 코앞에서 봐야한다고, 요괴들은 전부 회합장 앞에 붙어 있거든요. 하늘에서 벌어지는 거니까 좀 떨어져서 본들 안 보이는 건 아니에요. 그 근처에 인가가 있으니까 거기 숨어서 봐요~]

계속 조른다. 조르고 또 조른다. 겁 많은 새지의 성격 중 하나가 끈기인지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잠을 잘 수 없게 귓가에 속삭인다. 요괴는 정녕 잠이 없는 것일까?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만 좀 말해라]

어쩔 수 없이 일어서자 새지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어두운 밤이라 우리는 시냇가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면서 물에 빠졌고, 곧이어 흙탕에도 발을 잘 못 디뎌 엉망이 되었다. 그래도 새지는 좋다고 난리다. 다른 요괴들도 그런지 다른 때처럼 우리에게 관심을 쏟지 않고 바쁘게들 걸어간다. 씨름을 볼 때 제일 앞자리가 명당이라고 떡보랑 달려가 선점하는 것처럼 요괴들도 웅성거리며 움직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어둠 속을 걷다가 새머리의 말에 따라 인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은 화전민들이 이룬 부락으로 얼마 전에 급조된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집도 아슬아슬하게 지어져 겨우 비나 가리는 수준이고 집 앞을 흐르는 도랑은 썩은 내가 난다.

[꼭 여기에서 봐야 하는 거냐?]

[냄새가 확실하잖아요. 그 덕에 도련님의 비릿한 체취가 싹 가려지거든요]

[뭐? 내 체취가 어떻다고?]

[쉬~이제 시작하나봅니다요]  

새머리는 손을 들어 조용하라고 신호를 했다. 갑자기 하늘에 붉은색 광선이 생긴다.

[저건, 주작입니다. 내려서는 모양이네요]

[호오~]

곧이어 파란 불빛이 나타났다.

[청룡도 왔어요! 아~나머지도 다 왔네요] 

새머리의 말처럼 모두 왔는지 요괴들의 함성이 들렸다. 무슨 소리인지, 혹은 노래인지는 모르겠으나 흥이 최고조에 달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동안 하늘은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암흑이었는데, 갑자기 번개가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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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야철신

 

[회합? 의논할 게 뭐 있다고..] 

[그게 말이 회합이지, 사실 누가 제일 센지 가리는 것입니다. 서로 자존심들이 워낙 세서요. 얼마나 장관인지, 여기서 뻔쩍, 저기서 뻔쩍, 번개가 으르렁 거리고 캬~. 이런 장관을 놓치면 섭섭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우린 보통 그 모습을 보려고 꼭 모여들죠]

[아~그래서 화소이들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오늘 따라 요괴들이 너무 많은 것도, 화소이들이 야단법석이었던 것도 다 그것 때문이었다. 그렇게나 재미있나? 씨름이나 택견 대회랑 비슷할까? 아니 3월 3일 날의 사냥 대회 같으려나? 우리나라의 최고 축제는 이 사냥 대회다. 기마 민족이라 워낙 말들을 잘 타지만 이 날 벌어지는 행사는 진짜 규모가 크다. 최고로 활을 잘 쏘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주몽]이라는 칭호를 얻은 동명왕처럼,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실력이 쟁쟁한 무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도망가는 사슴을 쫒아 몸을 뒤로 젖힌 채 활을 쏘는 장면은 정말 앞 권이다. 맥궁과 명적이 있어서 이런 자세도 가능하고, 동물을 잡았을 때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왜 맥궁과 명적을 잘 아냐면 아버지의 서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다. 

[맥궁이랑 명적이 뭔데요? 먹는 건가요?]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새지가 주머니에서 얼굴을 쏙 내밀며 물어본다. 눈이 빤짝이는 게 먹을 거라면 한 입 달라고 하려는 것 같다.

[맥궁은 짧으면서도 탄력이 매우 좋아서 멀리까지 화살을 날릴 수 있는 활이야. 특히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달리는 말 위에서 몸을 뒤로 확 져친 상태로 쏠 수 있어. 그리고 명적은 화살촉 앞에 동그란 구슬이 달려서 소리를 내는 화살이다 보니까 동물들이 기절해서 쓰러지는 이점이 있고, 전투할 때는 신호용으로도 쓰이지]

[그런 거 우리는 필요 없는데..]

[넌 그런 걸 줘도 얻어맞고 있을 테니 필요가 없는 건 맞네]

[도,련,님!]

큰 소리를 내는 걸 보니 자존심이 상하나 보다. 사실 새지나 나나 싸움은 영 못하다보니 능력 좋다는 팔색조면 뭐하고, 무관 출신인 부친을 두면 뭐하겠냐 싶다. 타고나기를 이런 것을..어쩌면 그래서 새지를 내치나 못하나 보다.

[우리 구경 가요, 도련님]

[구경?]

내가 잘 차비를 하느라 씻을 때도, 뒷간에 어기적거리며 갈 동안에도 새지는 포기하지 않고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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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야철신 

 

어느새 밤이 되었다. 푹 젓은 모습으로 대장간에 돌아오니 떡보 밖에 없다.

[어이~, 너 왜 이제 오냐? 아까 행수님이 찾으셨다]
[네..]
[그 꼴로 들어오지 마라. 바닥 젖으면 쇳가루 못 쓸어낸다]
[행수님은 어디 계세요?]
[아까 나가셨어]

나는 떡보의 만류에 대장간의 대문은 넘어서지도 못하고 뒤돌아 집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일을 겪다보니 아버지 드릴 찬을 못 마련했다.

[미음만 드시면 힘이 없어서 더 아프실 텐데..]

약 한 첩 못 써본지 벌써 한 참 됐다. 살아있는 게 용하다는 의원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버지가 모진 고문 때문에 병을 얻고 자리보전을 하신지 벌써 몇년째다. 원래는 무가의 귀족이었는데, 모함을 받은 것이라고 어머니가 알려주셨다. 이야기 서책에서 본 대로 가자면 나는 모함을 한 자들을 물리치고자 갖은 수련을 다 하여 힘을 키워야 하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 이상 귀족이 아닌 우리는 가산도 다 빼앗겨 이렇게 볕도 안 드는 초라한 집에 산다. 나랑 같이 품을 팔던 어머니도 작년에 돌아가셔서 이제 이 집 가장은 나다. 먹고 살자니 그렇게 좋아했던 서책도 볼 시간이 없고, 약 값은 필요한데 하루에 한 끼 먹기도 어려워 대장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제 나는 귀족의 자제 최정진이 아니다. 같이 놀던 다른 놈들도 나를 모른 채 하며, 나도 그들을 보지 않는다. 이 대장간에 들어가게 된 날부터 결심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직공이 되어 돈을 많이 벌겠다고....

[그래..무엇이든 희망을 가지면 된다. 넌 잘할 거야]

내일부터 대장간에 일하러 다닌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그렇게 한 마디를 건네셨다. 비록 심부름 정도지만 돈도 생기고, 밥은 공짜인데다가 부엌데기 오월이가 아버지드릴 찬도 몰래 빼내주니 이 아니 행복할쏘냐! 적어도 점심전까지는 행복했다. 그때까지는..

[도련님~밥은 왜 안 주시나요?]
[아버지 드릴 미음도 간당간당한데 네 입에 들어 갈 건 없다]
[전 한창 클 때라 끼니는 꼭 먹어야 해요]
[요괴가 인간의 밥을 먹는다는 소린 들은 적 없는데..]
[전 밥 먹고 자랐어요]

살림살이가 너무 없어 휑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부엌인 곳에 들어가 멀건 죽을 끓이고 있자니 새지가 말을 건다. 이놈은 이제 완전 의탁이다. 구해주었으니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건 당연한 나의 의무라나..

[그럼 밥 주던 대로 가]
[거긴...거긴 싫어요]
[거기가 어딘데?]

새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못 들은 척하며 멀건 죽만 바라본다. 아버지 드릴 상을 차리고 나서 작은 종지에 새지 것을 담아 놓으니 반색하며 달려든다.

[감사합니다~맛있게 먹을게요]

지금 작은 방안은 내게 기대어 반쯤 일어나 않은 아버지와 수저로 죽을 떠 넣어드리는 나, 그리고 종지에 얼굴을 박은 새지, 그렇게 두 사람과 요괴 한 마리가 있다. 아버지는 못 보시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은 없으니 그냥 두었다.

[도련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몰라]
[에이 참, 좀 생각을 해보신 후에 대답하세요]
[생각해봤는데...몰라]

설거지를 하는 내 옆에서 노닥거리던 새지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우리 집에 하나 뿐인 밥그릇을 조심히 닦고 있어서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오늘은 사신들의 회합날이예요. 더불어 요괴들의 잔칫날이구요]
[사신? 죽은 사람을 데려간다는 저승사자?]
[아니요. 주작, 현무, 백호, 청룡이요]
[그것들이 진짜 있나보구나]
[그럼요. 저도 있는데..왜 없겠습니까? 가끔 도련님은 맹하신 구석이 있으시다니까요]

새지는 친해졌다고 생각하는지 슬슬 농도 한다. 살짝 흘겨보자 흠흠하며 목을 고르더니 설명을 한다.

[동서남북의 각 방위에 따라 이를 지키는 신인데,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가 그것입니다. 보통 때는 동명왕 영혼의 안식처인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사악하고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일 년에 한 번 다 같이 모여서 회합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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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2009-11-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다보니 현실은 먹고 사느라 복수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다는 게..진실 같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우연의 우연이 겹치면서 주인공이 성공하여 대단하게 복수하지만..우리의 현실은 안 그렇죠. 잘 읽고 갑니다.

최현진 2009-11-23 13:44   좋아요 0 | URL
글은 현실을 완전히 떠나서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100% 판타지가 아니라면요.
 

         
  

 

 

1부. 야철신. 

 

  진짜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라고 의심을 하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낼 모래가 봄이라 살얼음마저도 거의 녹아가고는 있다지만 물에 닿는 순간에는 끔찍하게 차갑다. 발끝부터 얼어붙는 느낌이라니...
 

[머리도 넣으세요! 목까지만 들어가 계시면 어떡하실려고요! 목 없이 살고 싶으세요?]

화소이들이 머뭇거리는 걸 보고는 목까지만 담근 채로 눈치를 보는 중이다. 새머리는 물속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창이 보이는데, 도망쳐 오는 동안에 잊고 있었다. 화소이들이 머리를 쓰기로 했는지 나무를 넘어트리려고 하는 게 보인다. 이러다가는 정말 목 없는 귀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머리마저 넣자니 귀에도 물이, 눈에도 물이 차면서 받을 그 고통이 상상이 되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새머리는 재촉하지, 화소이들은 나무를 무너뜨려 물 위에 둥둥 띄웠지.. 이젠 정말 뭐든 선택을 해야 할 때다.

[이거나 받아라!]

 창이라도 던지고 물속에 들어가려고 물 위에 둥둥 뜬 나무 위로 올라선 화소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창을 날렸다. 젖 먹던 힘을 다했으니 잘 날아갔다. 분명 날아는 갔는데..내 예상대로 화소이들을 꼬치구이처럼 꽤 뚫은 게 아니라, 나무에 꽂혔다. 화소이들의 낄낄대는 웃음소리에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물속에 들어가야겠다는 비장한 결심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나무를 밀고 다가온 화소이가 내 머리칼을 잡고 끌어당긴다. 잠수를 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무쇠 같은 힘에 질질 끌려 나무 위쪽으로 상반신이 걸쳐졌다. 두 손으로 그 화소이를 잡자 두 번째로 서 있던 놈이 창을 뽑아 내 머리 위에서 내리쳤다.

[펑~]

갑자기 물속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얀빛이 가득 떠오른다. 옆으로 터져나가는 물보라를 머리에 덮어쓰며 눈을 껌벅이는데 같이 물벼락을 맞은 화소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도망가자]
[도망가자]

고통스러운 소리들과 함께 화소이들이 사라졌다.

새머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놀랍게도 새머리가 아니라 팔색조였다. 깃털 하나하나 마다 아름답고 영롱한 빛이 나타난다. 팔천 가지의 색? 팔색조의 주변에는 하얀빛이 둥둥 떠 있다. 그런데 머리 부분이 늘어진 걸 보니 기절한 듯싶다. 곧이어 물에 풍덩 빠진다.

나는 얼른 건져내어 물속에서 빠져나왔다. 풀밭에 눞혀놓고 바라보니 녀석 참 한심하다. 아름답다는 거 말고는 뭐에 쓸 것인가.

[콜록 콜록...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굉장히 약하다고요]

언제 깼는지 팔색조가 된 새머리가 마른기침을 하며 대꾸한다. 

[변신 과정이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어요]
[어이구..말이나 못하면..]
[그래도 고통을 참고 변신한 제 덕분에 사셨잖아요, 그렇죠?]

입은 문제가 없는지 잘도 지껄인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늘만 쳐다보자 어느새 다시 작은 새머리로 돌아왔다.

[너..계속 팔색조로는 못 있는 거냐?]
[아파서요. 자근자근 온몸이 다 아프니 오래는 못 버텨요]
[다른 팔색조들도 그러니?]
[흠..]

고개를 돌려버리는 게 대답이었다. 확실히 이 녀석은 문제가 있다. 예전에 얼핏 듣기로 팔색조는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요괴라고 했었다. 주작에 맞먹을 정도라던데..

[배가 고파요, 도련님~밥 좀 주세요]

어느새 주머니 속에 기어들어가 자리를 잡으며 당당히 요구한다. 정말 이놈은 의탁이란 걸 할 모양인가 보다.

[참..제 이름은 새지에요. 이제 한 식군데 바르게 불러주셔야지요!]

게다가 넉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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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야철신(7) 

 

 [도련님~도련님~]  

주머니 속의 새머리가 꾸물거리며 부르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바삐 움직인다. 말이 많고 눈치 없는 요괴를 상대하는 건 질색이다. 좀 있다 대장간 문 닫으면 얼른 보내버려야겠다. 의탁이라니..요괴가 인간에게 어떻게 의탁을..내 참... 

[여기 좀 보셔요~]

새머리는 기어코 얼굴을 밖으로 내밀며 말한다. 어차피 나 밖에는 못 들으니 모른 척 했다.

[가자~가자~]
[가자~가자~]

화소이들이 불 밖으로 나오는지, 메아리가 들린다. 난리를 치던 새머리의 움직임이 조용해져서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주머니 밖으로 머리를 내민 새머리와 화소이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맛있는 냄새다~]
[먹자~]
[먹자~]

정말 이 녀석이 맛있나보다. 천주도 화소이들도 같은 말을 한다.

[제가 할 말이 이거였다구요. 도련님이 안 들어주셔서 이렇게 된 거예요]

새머리가 주머니 속으로 숨으며 내 탓을 하는 동안, 화소이들은 대장간을 가로질러 펄쩍 뛰었다. 새머리의 냄새에 취해버린 것처럼 눈들이 빨갛다.

[뒷간 좀 다녀올게요~]

화소이들을 피해 기둥 뒤로 숨다가 허락도 받지 않고 잽싸게 밖으로 튀어나갔다. 병사에게 주려던 창은 건네주지 못한 채 들고 나왔다. 돌아가면 떡보에게 야단나게 생겼는데, 그러기 전에 화소이들에게 먼저 죽겠다.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새머리는 자기 목숨이 더 중요한지 이 와중에도 소리를 지른다.

[은혜 갚겠다던 놈이 뭐하는 거야?]
[전 은혜 갚겠다고 한 게 아니라, 의탁하겠다는 거였어요]
[이런 식의 의탁은 민폐라고! 그리고 언제 내가 의탁해도 된다고 했어!] 

뒷간을 지나 풀숲으로 도망 가면서 서로를 비난했다. 바람을 가르며 풀들을 헤치는 와중에 뒤를 슬쩍 보니 화소이들이 지척에 있었다. 요괴들이 머리가 좋아서 양동 작전이라도 펼치면 별 수가 없겠다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다. 갑자기 길이 뚝 끊어지면서 저수지가 나타났다.

[물로 뛰어드세요!]
[이 겨울에? 얼어 죽을 일 있어?]
[저 놈들은 불의 성질이라 물 속 까지는 못 따라오니까 그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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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이루다 2009-11-08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물 속에 들어가면...요괴들에게 죽기 전에 얼어죽겠어요~

최현진 2009-11-10 10: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너무 추워서..ㅠ.ㅠ 주인공은 서책을 좋아해서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러니 더 춥게 느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