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김종록.박도봉 지음 / 김영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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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우리사회는 금수저, 흙수저를 따지며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오죽하면 결혼할 때 증조부모의 재산을 보아야 한다는 웃지 못 할 말이 있을 정도로 부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지만 발로 뛰는 현장에서 성공 신화를 이룩한 박도봉 오너를 통해 흙수저라도 충분히 길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이 궁금했다.


'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은 알루코그룹(전 동양강철) CEO 박도봉의 성공신화를 담고 있는 책으로 흙수저로 태어나 엄청난 흑자기업을 만들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흙수저의 성공신화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스스로 공부도 못했으며 신체적으로 튼튼한 편도 아니지만 한번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방식을 취해서는 결코 성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박도봉 씨는 처음 시작부터 남다른 길을 선택한다. 노동의 중요하다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편하고 깨끗한 책상에서 일하는 일을 더 선호한다. 헌데 박도봉씨는 처형이 다니는 열처리 회사에 입사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며 기술을 익힌다. 회사는 그의 능력을 인정하며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써주는 것 같지만 더 이상 발전성이 없다고 여겨지자 기꺼이 자신의 소신을 말하고 이를 거부당하자 발전성이 없다고 여겨져 사표를 내고 나온다. 퇴사 후 바로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다시 예전 직장에 들어갔다 말과 다른 현실에 다시 퇴사하고 직접 회사를 만든다. 그의 성공에는 아내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지가 밑바탕에 있다. 보통의 여자라면 안정된 직장을 다니기를 바라지만 기꺼이 남편의 뜻을 받아들이고 남편이 시댁에 내려가 마련한 육백만의 돈으로 시작한 일이 자신의 힘을 필요로 하기에 열심히 힘을 보탠다. 그 과정에서 큰 딸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다리미로 인한 흉터까지 생기게 했지만 아픔 마음을 다잡으며 부부는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5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리고 우리나라 전체가 휘청했던 IMF 때는 자신의 튼튼한 회사가 문제가 된 것이 은행으로 인해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하며 겪은 어려움 등 어려움이 눈앞에 나타나면 한 템포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런 박도봉 씨의 모습을 보면 성공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성공신화를 담고 있는 책들이 가진 기본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노동현장에서 땀 흘리며 몸으로 부딪히며 성공을 거둔 이야기라 현장의 뜨거운 열기만큼 그의 성공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현장을 누비며 다닌 이야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성공신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좋았지만 가장 든든한 동지이며 최고의 공동창업자라고 말하는 첫 눈에 반한 아내와의 만남과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100쯤 찍고서야 아내에게 순수하고 괜찮은 남자란 인정을 받고 사랑을 얻는 이야기는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며 우리와 다른 문화로 인해 직원의 이탈과 그들을 잡기 위한 방법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며 중국의 4성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베트남은 6성으로 되어 있어 전혀 달라지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 외국에 살아도 절대 변화지 않는 입맛을 위해 노력으로 자국의 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맞춰 들린다는 이야기, 긍정적인 사고방식만을 강요하는 시대에 부정적인 생각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 기회를 갖기 힘든 젊은이들을 위해 기성세대들이 노력해야한다는 이야기 등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여기에 영화나 책, 인문주의자 김종록의 책을 예로 들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보았던 영화이고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찾아보고 싶어지게 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내 자식이 박도봉 오너와 같은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걸림돌에 낙담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점을 넘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십년 가까운 시간을 알루미늄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현장의 뜨거운 열기가 책에 고스란히 들어나 있어 그의 열정적인 삶을 느낄 수 있기에 스펙 쌓기와 취업난에 시달리며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직 땀 흘려 정직하게 모든 돈만을 인정합니다. 그런 돈만이 신성하다고 봅니다.             -p28-


확신은 경험과 꿈이 결합할 때 나옵니다. 기발한 발상, 창조적인 발상은 발이 현장에 있고 머리가 미래를 겨낭할 때 튀어나온단 말씀이죠.           -p77-


'느낌이 오면 대시하라. 무조건 만나라. 형편이 어렵거나 변변한 직업이 없다고 만남 자체를 포기해선 안 된다. 사랑이나 사업이나 빈번히 만나서 부딪쳐봐야 일을 낸다.'              -p89-


신영복 선생님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세계일주도 우주여행도 아니고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로 이어지는 여정이라고 하셨습니다. '발'은 현장이고 실천이지요.         -p161-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 땀의 노예가 되면 돈이 알아서 나의 노예가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 中    -p172-


돈은 벌고 싶었고 이왕이면 장사꾼이 아닌 사업가가 되어 신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었습니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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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옮김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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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부터 서너 명이 모여서 서양철학사와 문학을 정해 읽고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라면 선뜻 읽기 힘들다고 느꼈던 책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느꼈다. 어렵다고 느낀 철학사 다음으로 서양사를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지만 학창시절에 배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이야기에 아쉬움을 살짝 느끼며 한 나라의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사에서 가장 커다란 틀을 차지하는 이탈리아, 영국과 프랑스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에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전기작가, 평론가로 알려진 앙드레 모루아의 미국사, 영국사, 프랑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반가웠다. 가장 먼저 프랑스사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역사서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해준 책이다.


프랑스의 문명과 인종이란 것이 제대로 확립되기 이전의 프랑스의 기원부터 시작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골 지방을 차지하려는 켈트민족, 게르만 민족으로 이어지다 로마제국과의 치열한 싸움을 계속한다. 결국 카이사르에 의한 골 지방은 빠른 속도로 로마에 동화되어가며 크게 번성한다. 로마제국의 멸망 후 게르만 관습을 따르며 300년간 메르빙거 왕조는 프랑스를 통치한다. 메르빙거 왕조가 멸망의 길을 걷고 국토가 분열되어도 다양한 나라들의 색깔이 나타나 있어도 통일된 골족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정치적 곤란스런 시기에도 그리스도교로 통일된 교회의 모습을 가진다.  


이슬람교도의 진출과 로마제국을 향한 하나의 기준을 가진 명문을 가진 샤를마뉴의 43년에 걸친 전쟁으로 서유럽 창조의 기틀을 마련한다. 샤를마뉴 죽고 중세의 봉건 제도가 점점 발전해가고 프랑스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교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카페 왕조가 등장하는데 행복한 프랑스를 갈망하는 샤를마뉴 황제에 대한 향수와 강력한 왕에 대한 내재된 의식이 프랑스 국민들에게 남아 있다.


중세 말기에 프랑스가 영국과 벌인 백년전쟁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 익히 알고 있지만 잔 다르크가 위기에 몰린 샤를 왕세자 편에서 용감하게 나서 싸우며 프랑스 사람들에게 애국심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이야기는 읽어도 재밌다. 봉건시대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왕권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통합된 프랑스 왕국을 구축한 루이 11세부터 프랑스의 부흥을 이끈 왕들과 그들을 둘러싼 복잡한 정세, 문예 부흥기를 걸쳐 지나치게 권력을 장악했던 가톨릭교회와 교황들,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치 왕녀로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자신의 딸과 앙리 드 나바르와의 결혼을 계획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로 인해 종교전쟁이 발생하며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 앙리 4세에 의해 종결된다.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짐이 국왕이라고 선포한 루이 13세와 그의 오른팔이며 절대 권력을 갖고자 했던 재상 리슐리외... 삼부회의 연설을 통해 모후이자 섭정이었던 마리 드 메디치의 신임을 얻고 그녀의 신뢰를 바탕으로 루이 13세의 곁에 있을 기회를 얻게 되지만 왕은 리슐리외에 대한 탐탁지 않아 한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뛰어난 재상이란 평가를 받는 리슈리외와 불편한 관계를 드러내는 왕의 모습을 보며 우리 역사 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인물들이 떠오르게 하여 흥미롭게 느껴졌다. 절대왕정을 복구하기 위한 이야기부터 프랑스 시민혁명, 나폴레옹,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대한 대문호를 위고를 비롯한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발자크 등이 종교적,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문학, 예술분야에서 활약한 이야기, 제3, 4공화국에 이어 헌법이 공포되고 제 5공화국이 출범하며 불안정한 세계정세와 국내 상황, 프랑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이야기까지 엄청난 대하서사시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저자 앙드레 모루아가 가진 프랑스 역사의 깊이를 돌아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방대한 역사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날카롭고 심도 있게 풀어 놓은 프랑사를 읽으며 한 나라의 역사가 이토록 재밌다는 느낌은 오래간만에 받았기에 저자의 다른 책 영국사, 미국사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프랑스와 문화와 역사, 철학, 사람들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프랑스사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프랑스 국민은 정당한 일이라고 믿으면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이든 감수했다.'    -p7-7


"왕이 법을 위반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왕과 법의 권위는 동일한 근원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p82-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전제정치가 아니라 귀족들의 계급적 편견이었다."       -p406-


"프랑스 역사는 혁명으로 산산조각이 날 뻔했다가 오히려 혁명으로 보존되었다."           -p461-


"처음에는 사람이 일을 끌고 가지만 조금 있으면 일이 사람을 끌고 간다."              -p514-


"영토는 빼앗겨도 정신은 빼앗기지 않는다."             -p826-


최근 5세기 동안 프랑스적인 사물은 모두 세계적이었고 세계적인 것은 모두 프랑스적인 사물이었다.           -p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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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그레이스
E. C. 디스킨 지음, 송은혜 옮김 / 앤티러스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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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C. 디스킨의 '브로큰 그레이스'는 2016년 가장 소름끼치는 서스펜스를 마주하라는 강렬한 문구와 놀란 토끼 눈을 한 창백한 여인이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섣부른 판단을 넘어선 반전의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는 글을 보며 요즘처럼 후덥지근한 날씨에 딱이란 생각이 들어 즐겁게 책장을 펼쳤다.


처음시작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자동차에 올라 경찰서로 제일 먼저 가야한다는 그레이스는 교통사고로 인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살며... 무슨 이유로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인지... 겨우 눈을 뜬 병원에서 자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행히 언니 리사가 그레이스를 데리러 오며 조금 마음을 놓을 사이도 없이 경찰관이 그녀를 찾아온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상상도 못한 일에 연관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리사는 기억을 잃어버린 그레이스를 정성스럽게 돌본다.


그레이스는 남자친구 마이클이 엽총에 맞아 침대위에서 발견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그레이스의 기억이 완전히 백지상태라 어떠한 실마리도 찾을 수 없는 헤켓 경관은 오랜 경험으로 볼 때 그레이스에게 무엇인가 있다는 느낌이 오지만 신참내기 저스틴 경관은 무조건 그레이스가 무죄라고 믿는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그레이스에게 접근하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레이스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에서 조금이나마 단서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지하실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어린시절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지만 어긋난 퍼즐조각은 좀처럼 맞춰지지 않는다. 여기에 그레이스가 일하던 곳의 매니저는 자신이 그와 친밀한 관계를 가졌다고 말한다. 그레이스의 느낌은 전혀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런 자신의 느낌마저도 믿기 어렵다. 헌데 마이클이 도박과 마약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모의 금발여인과 함께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의문을 갖은 그레이스는 다른 방법을 통해 잊어버린 기억을 찾게 된다. 그로인해 엄청난 진실과 마주하게 되지만 모든 것은 하나의 사건이 발단이다. 쌍둥이 여동생 메리를 둘러싼 자신의 판단이 옳은 것인지... 진실은...


시종일관 소름 돋는 쫄깃거림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지만 나름 지금처럼 더운 날씨에 읽기에 나쁘지 않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반전에 반전을 넘어서는 절대 글자가 세 번이나 쓰인 문구에 살짝 의문이 들지만 그럼에도 나름 괜찮다. 영화로 만들어졌는지 주연배우들의 포스터가 인상적이라 국내에서 개봉한다면 보고 싶다. 


 

".............. 애들만 보고 산다는 건 결코 행복하지 않아요. 부부 사이에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굳건한 마음이 있어야 해요."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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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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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이다. 책, 애니메이션은 많이 보았을 정도로 좋아했다. 너무나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의 저자 몽고메리의 로맨스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내심 많이 궁금했는데 '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은 동화책을 보는 것 같은 일러스트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다. 앤처럼 똑부러지는 성격은 아니지만 '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의 주인공 밸런시 스털링은 1년이란 시한부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렇게 살기 위해 용기를 내어 나아가는 성장 로맨스로 읽는 동안  따뜻함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책이다.


한 번도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스물아홉 살의 노처녀 밸런시 스털링... 스털링가 사람들은 친인척끼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모든 것을 일일이 간섭할 정도로 친밀하다. 성장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밸런시는 엄마를 비롯한 집안 친인척의 온갖 관심과 관섭에 묵묵히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집안사람들의 원하는 모습대로 순종하며 자신안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헌데 가슴의 통증을 느끼자 병원을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받고 놀란다. 이 모든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는 절대 비밀에 붙이고 그동안 자신을 억누르며 참았던 일들에 반기를 드는데....

 

 

 

 

스털링가 사람들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좋지 않은 눈초리를 받는 고성방가 에어벌의 집을 찾아 아픈 그의 딸을 기꺼이 도와주기 시작한다. 밸런시의 이런 행동은 집안사람들에게 있어 충격적인데 밸런시는 월급을 받자마자 그녀가 스털링가 사람으로 계속 숨죽이며 지냈다면 절대 하지 않을 물건을 구입하고 그것을 입고 끌리는 남자가 알려준 곳에 간다.


자신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집 대신  밸런시는 마을에 흉흉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남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는데....


'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이 나온 지가 100년도 넘었다. 지금이야 여성이 원하는 인생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100년 전에는 여성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부수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남성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사회관습과 분위기상 자신의 능력을 들어내지 못하는 일이 더 훨씬 더 많았다. 밸런시 역시 한 번도 이성의 호감이나 눈길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스물아홉 살의 노처녀로 심장에 이상이 생기지만 않았다면, 시한부 선고를 받지 않았다면 스털링가 사람으로 엄마의 구박을 들으며 자신을 들어내지 않고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사랑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삶을 밸런시를 통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스토리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빨간 머리 앤의 느낌과는 차이가 있지만 앤과 닮은 듯 다른 밸런시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 100년 전에 쓴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재밌고 사랑스런 책이란 생각이 든다. 반전까지는 아니지만 혹시 한 의문의 인물도 맞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이 즐겁게 느끼며 읽었다.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한 독자라면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든다.


밸런시는 질투를 한 것도, 이기적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크든 작든 자신의 모래성이 있었으면 했을 뿐이었다.    -p76-


'침묵하며 30분을 함께 앉아 있어도 지극히 편한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으니 부질없는 노력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p194-


"이 세사에 자유 같은 건 없어. 다양한 종류의 구속이 있을 뿐이지.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거고. 지금 당신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구속에서 벗어났으니 자유롭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인은 날 사랑하는데 그것 역시 구속이야."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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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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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좋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간직한 사람은 조금 버겁고 힘들 시간이 있어도 좋은 추억들로 인해 버틸 힘이 생긴다. 추억을 가장 잘 담아두는 방법이 무엇일까? 가슴에 담아두는 것도 좋지만 사진 속에 소중한 추억의 한 장을 담아두는 사람들이 더 많다. 미카미 엔의 신작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 사진관을 통해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이 흘러도 옛 모습을 간직한 장소에 가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의 주인공 마유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이 마음으로부터 좋아하는 사진에 관심이 가고 좋아한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주인이었던 외할머니 니시우라 후지코의 영향으로 사진기를 처음 접하고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바뀔 정도로 사진과 사진기는 마유에게 커다란 영향은 끼치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실수를 하면서 사진기를 놓고 내성적인 예전의 마유로 돌아간다.


사진을 멀리했던 4년의 시간이 흐르고 니시우라 사진관의 주인인 외할머니 니시우라 후지코의 죽음으로 어쩔 수 없이 옛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진 그곳을 찾는다. 더 이상 사진관을 이어갈 사람이 없기에 영업을 종료하며 내키지 않았지만 찾아가는데 소설가인 엄마의 갑작스런 일로 인해 혼자서 사진관을 정리하며 미수령 상자를 발견하면서 사진 속 인물들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야기가 담백하게 전개된다.


너무나 똑같은 남자의 사진 속 비밀을 담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너무나 좋아했던 친구의 사진을 소수의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그 파장이 생각지도 못하게 커지면서 상처를 주게 되고 그로인해 친구와 이별하게 된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삼촌의 도움을 받았지만 절도죄를 저지른 이야기, 처음 이야기의 사진속 비밀은 전혀 의외의 진실을 담고 있는 마지막 이야기까지....


저자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 다음편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는 독자다. 좋아하는 작가라 신작에 대한 기대가 있다 만난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앞서 읽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는 다르지만 오래된 사진, 사진관을 통해 풀어가는 이야기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크게 반전은 없지만 그것을 감싸안는 담백한 이야기가 책장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쭉 읽게 만든다. 미카미 엔의 저력이 느껴진다는 느낌과 함께...


요즘은 사진을 핸드폰으로 주로 찍는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여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USB에 저장하여 생각이 나면 컴퓨터를 이용해 보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나 역시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추억이 깃든 인화한 사진 한 장은 그 옛날 추억 속으로 나를 시간여행 시켜준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담백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즐겁다.


고양이에게 인간이라는 생물은 '발' 그 자체였다. 발끝의 움직임이나 소리로 지금 무엇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p7-


오른쪽에서는 파도 소리가, 왼쪽에서는 인간의 발소리가 들렸다. 같이 살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다에 가봤자 찬바람만 맞을 뿐이겠지. 왼쪽으로 꺾어 걸음을 옮겼다.            -p8-


마유는 신기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이 사람은 자신과도 루이와도 친하지 않다. 아무 관련도 없었다. 도리어 이런 사람에게라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88-


어째서 이 사진관에 고양이가 있는 것인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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