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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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을 갑작스런 사고, 사건으로 인해 잃게되면 그 고통이 오래도록 깊이 남게 된다. '트랩'은 다소 낯선 독일작가 멜라니 라베의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12년 전 7군데 칼에 찔러 좌상을 입고 살해당한 여동생을 잃어 버린 사건으로 인해 강박관념과 같은 항상 23.2도를 유지하는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주인공 린다 콘라츠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소설이다.


세살 차이 있는 여동생이 살인사건으로 죽는다. 린다는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목격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토대로 범인을 찾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후 린다 콘라츠는 집안에서 생활하며 시처럼 아름다운 글을 쓰며 인터뷰를 비롯한 언론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살아가는 베스트셀러로 명성이 자자하다. 린다는 안나가 사랑한 이탈리아로 휴가를 떠나 악몽에 시달리다 TV이를 통해 자신의 눈을 사로잡는 한 남자에 꽂힌다. 그는 자신은 물론이고, 안나, 그리고 부모님의 인생까지도 엉망으로 만든 범인이다. 안나는 어떻게 하든 범인에게서 살인사건의 자백을 얻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제껏 몇 명을 제외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렸던 린다는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낸다. 이기기 위한 게임을 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통해 마음을 흔들리지 않을 방법을 찾아가는데 특히나 심리전문가의 강도 높은 질문 공세를 이겨내야 한다. 범인을 잡기 위한 그녀의 피나는 연습이 이어지고 마침내 D-day가 왔다.


운둔형 베스트셀러 작가가 기존의 자신이 쓰던 장르가 아닌 스릴러 소설을 집필하면서 직접 지목해서 인터뷰를 자처한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고 여기지만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로 인해 자신에게 있어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노출되었다. 허나 진짜 문제가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 자신이 계획해 놓은 것들이 조금씩 어긋나고 폭발한 그녀의 집요한 진실 추궁이 생각지도 못한 알리바이로 인해 허물어진다. 오히려 자신이 유일한 목격자라 주장하고 있지만 범인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았다는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알게 된다,


심리스릴러 소설답게 시종일관 불안정한 주인공 린다 콘라츠의 이야기 속에서 작품이 흘러간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리는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일지 자꾸 범인을 찾게 된다. 사이다처럼 빡빡 터지는 진실은 없지만 처음부터 범인을 지목하고 범인이라고 믿는 사람에게 집요하게 진실을 추궁하는 방법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주인공의 아프고 섬세한 불안정한 심리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 작품은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시종일관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 린다와 범인 빅토르 린첸의 불꽃 튀는 연기를 어떤 배우가 할지 궁금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다면 보고 싶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그 두려움에 부딪쳐 극복하라.'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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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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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나왔다. '픽업' 기존에 저자의 책을 여러권 읽은 나는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은 처음이란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고민들과 삶의 방식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풀어내는 작가로 알고 있기에 단편소설 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지 내심 기대가 되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과 같은 첫 번째 이야기 '픽업'의 주인공은 똑똑한 사람들이 몰려 있는 월스트리스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다 좋지 않은 이유로 인해 해고 된 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살아가는 이혼남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픔은 상관이 없던 주인공은 횡령 사건이 무죄로 판결을 받는 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에게 투자금을 내 놓은 인물이 직업 배우를 이용한 계락으로 그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반지'는 베르디 오페라 전곡을 부를 수 있는 평소 낭비벽이 심한 남편과 이혼한 아내의 이야기다. 아내의 결혼반지를 구입하고 싶어 하는 전남편을 만나러 가는 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경비원과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로인해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결심을 한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만 젊은 마음에 순간적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로인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삐거덕거리는 아내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선택을 늦게나마 후회하는 어리석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여름 소나타', 잘 나가는 남자는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녀의 전화 한 통은 안정적인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불안감에 휩싸인 남자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들을 하게 되는 '전화', 평소 건망증에 정리정돈을 서툰 아내는 남편의 한 마디에 늘 절망감을 느낀다. 자신을 기죽이는 남편의 그늘에서 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이제서야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어린 소년에 비친 늘 대치 상태에 놓인 아버지의 모습과 한 소녀에 대한 풋풋한 설렘을 담은 '냉전', 사랑하던 여자가 결혼 소식을 알리며 갑자기 사라졌다가 20년 만에 다시 만나는데 마음에 평생 담고 살아왔던 여자가 꺼낸 후회한다는 말과 함께 듣는 충격적인 이야기 '그리고 다음에는', 조그마한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화자는 착하지만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아내와 산다. 그는 술을 마시며 다른 여자를 만날 상상을 하는 '가능성', '실수'는 아내와 별거 중에 자신과 비슷한 짙은 외로움을 지닌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 만족스런 관계를 맺지만 그녀의 예측불허 분노조절 장애로 인해 인생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오늘도 그녀에게 배운 달리기를 하는데..., 인수합병 전문변호사로 중산층 집안의 여자가 결혼 후 권태기를 느끼는 '괜찮겠지', 다른 사람의 돈세탁을 해주는 아버지의 회계사무소를 물려받아 운영하는 화자는 인생이 즐겁지 않다고 말하는 아내를 두고 있다. 그는 더러운 돈을 세탁해주는 댓가로 받은 돈을 가지고 카지노를 찾으며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살지를 결정하는 '도박', 한때 재능 있는 신예 소설가로 인정받았던 화자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모든 불행이 화자인 남편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투덜거리는 아내와 살고 있다. 그는 다시 글을 싶다. 글을 쓰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하나다. 절망감에 빠진 남편의 위험한 행동을 담은 '각성'까지 총 열두 개의 단편이 담겨져 있다. 화자들은 각각의 고민과 상실감, 잃어버린 사랑과 삶을 쓸쓸하고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개성이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작품으로 기존의 장편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산다는 건 늘 이런 것일까? 소유하지 않는 걸 바라고, 바라지 않았던 걸 소유하는 것. 저 멀리 어딘가에 다른 삶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무엇을 찾아야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것.            -p159-


우리의 삶에는 왜 불행이 만연할까? 우리의 삶이 불확실하기 때문일까? 인생이 절망과 실패로 점철되어갈 때 우리는 왜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않는가?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살아온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p211-


인생은 혼란의 연속이다. 그러하기에 우리 모두는 너무나 외로운 존재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이 내 마음을 아프게 찔러왔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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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전 2 - 위원회, 개입을 시작하다
청빙 지음, 권미선 그림 / 폭스코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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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를 재해석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원작과 다른 재미를 안겨주어 재밌게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삼국지는 다양한 장르를 통해 익히 만나왔기에 굳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나 역시 어릴 때 삼국지를 읽은 뒤 간혹 영화를 통해 만난 것이 전부였다. '호접몽전'은 네이버 오늘의 웹소설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판타지소설이다. 1권을 읽으면서 왜 이 소설이 이렇게 인기를 얻었나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한 아버지의 갑작스런 행방불명과 괴한의 습격으로 삼국지 속으로 털어진 진용운이란 고등학생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뛰어난 기억능력과 삼국지를 비롯한 자신이 좋아하던 책들을 전부 알고 있기에 훌륭한 지략을 펼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어포는 가후의 계책대로 적토마를 타고 전쟁터를 누빈다. 연합군과 함께 있어도 용운을 힘들다는 것을 느끼는데... 용운은 단합대회란 새로운 계획을 내 놓고 일대일로 벌어지는 사천신녀의 뛰어난 무술은 전쟁터에서 명성을 떨친 남성들보다 위에 있을 정도다. 헌데 여포가 나타나 현실에서 자신의 곁에서 당당하게 있던 소녀와 너무나 닮은 청몽을 데리고 가면서 용운은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용운의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현실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이 아들 용운이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을 노리는 위원회의 움직임으로 위험에 빠진다. 용운이 가진 능력도 뛰어난데 아버지 역시 용운과 같은 뛰어난 기억능력의 소유자로 상상을 초월하는 막강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듯 삼국지 속 영웅들이 벌이는 싸움은 쫄깃한 긴장감을 안겨주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관우, 장비, 여포와 용운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청몽 등 사천신녀와 삼국지 영웅들과의 로맨스 분위기가 풍기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위험에 빠진 조운을 구하기 위해 나선 용운과 용운을 구하기 위해 나선 청몽... 청몽이 다른 여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과 기질을 가지고 있어 흥미를 느끼는 여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삼국지와 어우러져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삼국지의 스토리와 함께 궁금증을 갖게 한다. 조용히 지내던 새로운 인물 노식과의 만남을 끝으로 이야기가 끝나는데 앞으로 나올 이야기가 얼마나 될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방대함을 느끼고 빨리 다음 편을 만나고 싶다.


<삼국지> 정사는 한족 입장에서 쓰인 역사서다. 따라서 이민족들을 일괄하여 오랑캐라 표현했다. 그들에겐 고구려도 마찬가지로 오랑캐일 뿐이었다.    -p108,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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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웨어 -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리처드 니스벳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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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옳은 선택과 판단을 하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크고 작은 문제에서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자신의 선택이 현명했는지 수시로 헷갈리고 고민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망설여지는 선택의 순간이면 이왕이면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다양한 환경에서 크고 작은 것의 선택에서 현명하고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을 이끌어주는 '마인드웨어'... 평범하여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하여 후회를 갖는 일을 종종 겪는 나로서는 관심이 가고 흥미로운 책으로 다가온다.


총 6개의 단락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분야의 실험과 사례를 들어 동서양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 행동 차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서로의 관점이 다르고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는데 나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충분히 좋은 선택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솔직히 조금은 결정 장애가 있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에 휩쓸리고 그로인해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닌 다른 선택을 종종 했었다.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이 말한 방향이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흔들려도 결국 나의 생각이 선택을 불러왔고 그것이 내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생각이 많은 게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옳은 생각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이끌고 있다. 이제껏 살아 온 나의 선택에서 상당부분 오류가 발생했고 그것을 바로 잡을 시간은 흘러버렸다.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허나 앞으로 더 많이 남은 시간을 나의 어설픈 생각과 믿음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 나는 사물을 바라볼 때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돌아보며 좋은 방향으로 이끌 선택이 중요하다. 읽기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쉽게 풀어 놓았지만 그럼에도 마냥 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익숙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이 책은 충분히 된다고 여겨진다. 지난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 갈 시간이 더 많기에 현명한 선택을 하면서 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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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 탁재형 여행 산문집
탁재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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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PD이자 오지 전문 여행자로 알려진 탁재형 PD의 여행에세이를 본 기억이 있다. 하나같이 기회가 되면 언젠가 꼭 여행가고 싶은 나라들을 담고 있고 있었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김영사에서 새로 나온 신작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은 전작에서 여행지의 쫄깃한 재미를 느꼈던 것과는 살짝 다른 감성을 자극하는 그러면서도 평범한 사람도 여행을 떠나면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모습들을 저자만의 유머를 담아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어 즐겁게 다가온다.


여행을 하면서 비를 맞고 싶지 않지만 비를 맞아도 괜찮다고 느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탁PD의 여행이야기...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주변 풍경과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하여 여행지를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여행지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행하는 방법으로 현재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말라위 여행 방법을 물으면서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여행지를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스위트룸과 도미토리로 표현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라고 느꼈다. 기억은 왜곡되고 조작되기 쉽다고 한다. 여행의 기억은 생생하게 오래도록 가슴과 머리에 남아 있을 거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의 첫 여행지인 터키가 그러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들에 매료 되었지만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2G폰을 쓸 때라 사진도 한 장 밖에 찍지 않았다. 지금은 떠올리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기에 나의 기억력을 믿기보다는 여행지의 모습을 많이 담아오려고 노력한다. 허나 당시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단숨에 스위트룸으로 직행하며 오래도록 기억을 간직하게 된다는 이야기에 살짝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고향에서 하시는 부모님을 둔 조연출 C씨... 그의 이야기는 걸쭉한 막걸리를 연상시키는 투박함이 있지만 솔직하고 재밌다. 첫 해외여행에 설레임도 잠시 시차 적응에 탁PD와 둘이서 부딪치면서 하는 촬영에 원초적인 말을 서슴지 않는 탁PD로 인해 속으로 쌍욕을 삭이는 조연출의 모습이 너무나 재밌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이면서 한 편으로 짠한 부분이었던 이야기다. 1인 3역을 혼자서 하는 탁PD의 이야기가 아닌 조연출의 눈을 통해 보이는 탁PD의 모습과 이야기에 웃음이 절로 난다.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를 여행하는 것은 고역일 거 같다. 하필이면 라마단 기간에 일로서 만나는 상대가 어둡고 우울모드에 빠져 있는 모습에 탁PD가 얼마나 속으로 화를 참고 있었는지... 한국으로 돌아와서 단식을 하며 겪는 허기로 인해 동물적 욕구를 자제하는 상대를 떠올리지만 결국 늦은 밤 라면을 끊이고 마는 탁PD의 모습이 연상이 된다. 사실 우리 집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라 남의 일 같지 않다고나 할까? 


살다보면 힘들고 버거운 게 인생이다. 한 평생 꽃길만 걸을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보니 힘들고 버거울 때 아무생각없이 나를 돌아볼 수 있게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몇 번 해 본 적 없는 여행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나의 마음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기에....


개인적으로 비도 좋아하고 여행도 무척 좋아한다. 어릴 때처럼 비를 맞으며 걷는 일은 이제는 거의 없지만 학창시절에는 일부러 비 오는 날 한 정거장 일찍 내려 종종 비를 맞으며 걷는 일도 꽤 있었고 여행은 아들이 어릴 때에는 여러가지 여건이 안 맞아 거의 하지 못했다. 아들이 조금 큰 다음부터는 여행을 싫어하는 옆지기와 함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시작했다. 나의 첫 배낭여행이자 아들과의 첫 여행이었던 인도 북부 여행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 달이란 시간동안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었던 인도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졌던 온갖 걱정들이 다 의미 없다는 것을 몸소 확인하고 느낀 낙후된 여행지에서 겪는 온갖 일들이 싫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탁PD처럼 TV에나 나오는 원주민을 만날 수도 없고 여행지의 특산품을 장식장에 채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의 이야기처럼 소유가 아닌 기억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도 좋을 듯 싶다. 여행이 간절이 떠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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