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루와 라라의 커스터드푸딩 -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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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담주니어의 루루와 라라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라라와 루루는 숲속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파티시에다. 최고의 파티시에를 꿈꾸기에 늘 숲속 친구들에게 좀 더 맛있고 과자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큰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점차 줄어가는 손님들로 인해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

 

 

가을은 먹거리가 풍성한 계절이다. 숲속에는 맛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에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조금 더 많은 숲속 손님들을 만나고 싶은 루루와 라라는 파티를 계획한다. 겨울잠을 자야하는 친구들과도 이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기에 그들은 모두를 위한 파티를 계획한다. 모두의 기운을 돋구어줄 노란색과 주황색이 들어간 영양가 풍부한 푸딩을 만들기로 한다.

 

 

계란으로 만드는 과자 커스터드 푸딩을 파티에 온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오븐 없이 푸딩을 잘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에게는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슈가 아주머니가 있다. 슈가 아주머니가 알려주는 오븐 없이 만드는 커스터드 푸딩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 집에는 오븐이 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기에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요리가 더 반갑다. 젤라틴과  생크림, 우유, 계란 노른자로 만드는 커스터드 푸딩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메이풀 시럽, 홍차, 벌꿀를 이용한 푸딩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집에 홍차 티백이 있고 젤라틴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좀 더 편한 푸딩이라 집에서 나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럼 새끼 곰에게는 설탕 대신 벌꿀을 넣어 주면 되겠다! 곰은 벌꿀을 제일 좋아하잖아? 그렇죠, 아주머니?"   -P42-

 

 

 

준비는 끝났다. 파티를 위한 장소는 200살 생신을 맞는 상수리 할아버지 나무에서 열기로 하고 숲속 친구들에게 나뭇잎에 초대장을 만든다. 계절에 상관없이 작은 동물들에게 놀이터가 되어주는 상수리 나무 할아버지의 생신 파티는 성황리에 끝난다.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웠던 파티... 고맙다는 표시인지는 모르지만 상수리 나무에서 도토리 하나가 떨어지고 루루와 라라는 기쁜 마음으로 주워온다. 그들의 파티는 소문을 타고 다른 숲속 친구들까지 라라와 루루의 가게를 찾게 된다. 그들은 다음 파티를 기약하며 도토리를 땅에 묻는다.

 

 

라라와 루루가 만들어 숲속 친구들과 파티를 연 푸딩들은 색감이 정말 예쁘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에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숲속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는 루루와 라라... 그들이 앞으로 만들 또 다른 과자와 디저트는 무엇일지... 귀여운 루루와 라라 시리즈가 궁금해진다. 계속되는 더위로 인해 짜증도 나고 힘든데 시원한 홍차푸딩과 홍차대신 녹차를 넣은 푸딩을 만들어 온 식구와 시원하게 즐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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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레터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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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를 통해 알게 된 작가 조조 모예스... 저자의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우리나라에도 개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에 나온 '에프터 유'에 이어 신작 '더 라스트 레터'는 처음에 제목만 보았을 때는 앞의 작품들과 연결지어 이어진 작품일 거란 생각을 했지만 읽다보니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운명 같은 사랑을 하지만 여자의 홀로서기가 쉽지 않았던 시대라 어쩔 수 없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상실의 고통 속에 살아야했던 한 여자의 아픔 사랑이 잔잔하고 안쓰럽게 담겨져 있다.


전과 달리 요즘은 손편지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핸드폰 sns을 확인하며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이나 같은 사람들과도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지금... 진심을 담은 한 통의 편지가 시간이 흘러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 스물일곱 살의 젊고 아름다운 제니퍼 스털링... 아무리 기억을 잃어버렸다 고해도 자신의 손길이 닿아 있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경제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남편이 가장 낯설고 그의 손길에 좋은 감정이 들지 않는다. 제니퍼는 자신이 살던 방식대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힘이 든다. 어느 날 상류사회에 대해 남편을 취재하던 앤서니 오헤어를 만난다. 앤서니의 첫 인상에 제니퍼는 상류사회의 꽃으로 살아가는 아무 생각 없는 여자처럼 다가왔지만 그녀를 만나며 그녀가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회사든, 가정이든 자신이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기를 바라는 남편의 꼭두각시처럼 살기보다 사회적 편견과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는 조건, 세상의 눈에 곱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을 하는 제니퍼... 허나 그녀의 이런 선택은 앤서니는 이미 자신이 한 번 겪은 일이기에 자신만 자제하면 원래의 상태대로 돌아갈 거라 생각하는데...

 

 

 

 

스토리는 1960년대의 제니퍼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와 2003 특집 담당 기자로 신문사 이전으로 짐 정리를 하던 중 우연히 접한 한 통의 편지가 자신의 현실과 맞물러 너무나 와 닿은 엘리란 여성으로 전개된다. 40여년의 시대를 넘어 가슴을 울리는 편지... 편지의 주인은 알 수 없지만 꼭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앤서니의 편지는 제니퍼와 마음과 엘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를 향한 진심을 담은 편지... 편지란 매개체가 가진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란 생각이 드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제니퍼의 친구이며 평소 자주 어울리며 그녀를 아끼는 인물이 말한 것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만을 보고 살까? 싶다. 우리 부모 세대는 자식을 위해 산다는 말을 했듯이 자식, 부모님, 자신이 사랑하지 않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상대, 시간이 흐르면 점차 엷어지는 사랑에 올인하며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제니퍼의 용기는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사랑이 가볍다고 말하기 쉬운 요즘 같은 때 사랑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제니퍼와 앤서니의 아름다운 사랑이, 다른 등장인물들이 모습과 비교되어 인상 깊게 다가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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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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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                                                                                                                                                                                               

 

'폭스 밸리', '죄의 메아리'를 통해 알게 된 독일 작가 샤를로테 링크의 신작 '다른 아이'이 나왔다. 전작을 재밌게 읽었기에 저자의 신작을 기다렸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다른 아이는 상처를 가슴 깊이 간직한 인간이 폭발하는 광기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웬 베켓은 아버지와 단 둘이 농장에 살고 있는 서른다섯 살의 여성이다. 전형적인 시골여성의 모습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여인으로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대인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잘 알기에 대인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한 강좌를 듣고 있는데 비가 오는 날 한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건다. 남자의 이름은 데이브 탠너... 그는 강좌를 가르치는 교수로 선의로 그웬에게 말을 걸었지만 전혀 매력이 없다고 느끼는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한다. 그웬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데이브의 잘 생긴 얼굴과 그의 재정 상태를 생각할 때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고 여긴다. 그웬의 옆에 살면서 오랜 시간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그웬을 친딸처럼 애틋하게 돌봐준 피오나 반즈란 여성은 그웬을 아끼기에 데이브에게 가장 심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피오나의 손녀딸이며 이혼녀, 의사인 레슬리 크래머는 그웬이 나이가 어린 친구지만 각별하다. 레슬리는 피오나 할머니의 걱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웬의 약혼식날 피오나 할머니의 직접적인 이야기에 발끈한 데이브는 화를 내며 떠나고 즐거워야 할 약혼식은 엉망이 된다. 헌데 피오나가 사라지면서 베이비시터로 의문의 죽음을 맞은 여대생 에이미 밀즈의 사건과 연관성이 떠오르고 서로 인물들이 연결이 된다. 가장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인물 이외에 그웬과 같은 강좌를 듣던 여자의 남자 친구가 경찰의 촉을 건드리는데....


시골여인 그웬을 둘러싼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시골로 아이들을 보내려는 작전명 '피리 부는 사나이 작전'이 행해지면서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된 남녀의 이야기가 사건의 발단으로 작용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받는 상처는 크다. 마음을 다 잡으려고 해도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서투른 사람은 자신에게 불어 닥친 회오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며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가장 가까운 존재마저도...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는 전쟁의 공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허나 직접 전쟁의 한 가운데 놓여 있었고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은 커다란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불리는 노바디... 다른 아이... 아이는 시간이 흐르면 자란다. 제대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 아이지만 자란다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새로운 두려움을 갖게 된다. 피하고 싶기에 선택한 방법은 엄청난 상처만을 남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독일을 대표하는 여성작가하면 타우누스 시리즈의 넬리 노이하우스를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다른 아이를 읽으며 이제는 샤를로테 링크도 함께 생각날 거 같다. 인간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날카롭게 풀어낸 다른 아이는 섬뜩한 두려움보다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고 있어 등장인물 개개인의 내면의 변화하는 감정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생각나는 이야기에 빠져 즐겁게 읽었다. 책을 잡으면 단숨에 읽게 되는 가속성이 뛰어난 다른 아이...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는 우둔한 게 사악한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우둔하고 멍청한 사람들 때문에 이유 없이 고통 받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p49-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변하든 그때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황홀한 기분이 되곤 했다.                 -p196-


… 경찰을 농락할 수 있을 만큼 두뇌가 뛰어난 사이코패스가 분명했다.         -p343-


우리는 무자비하고 무책임하고 양심을 저버린 사람들이었어. 이기적이고 비겁한 사람들이었어. 그래, 우리 두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호칭은 '비겁자'라는 말일 거야.          우리는 정말이지 비겁자였으니까.            -p393-


"………… 인간 심리를 잘 파악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눈에 보이는 모습만 기억하니까."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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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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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 세계'는 몽환적이고 기묘하고 이상한 감정을 갖게 하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필력을 자랑하는 온다 리쿠의 책이다. 오래간만에 온다 리쿠 여사의 책을 읽었는데 책장을 잡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책은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나무지킴이 사내'는 쓰카자키 다몬이 방송작가로 활동하는 선배에게 들었다고 생각한 나무지킴이 사내를 산책길에 보게 된다. 그의 출현은 죽음을 예고한다는데... 부동산 회사를 경영하는 한 남자의 죽음을 두고 다몬은 하나의 가설을 이야기하는데...

 

 

벚나무는 일 년의 태반을 풍경 속에 묻혀 지내는 나무다보니, 꽃이 피었을 때가 상당히 특수한 상태고 또 기이하다. 기시감처럼 해마다 되풀이되는 그 광경은 향수와 동시에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 그리움이란 공포와 동의어나 다름없군.              -p12-


향수란 신기하다. 생각지도 못한 힘으로 인간을 뒤흔든다.         -p46-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 신비한 마력을 지닌 기타 치며 노래하는 여자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한다. 갑자기 사라진 가수에 대해 알아보는 다몬 일행은 잃어버린 길에서 낯선 고양이의 도움을 받는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지만 의외의 진실과 대면하게 되는 이야기는 슬프다.

 

 

무서운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디몬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우아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해야 한다.                 -p111p


"산은 죽은 이의 세계. 우리는 산으로부터 은혜를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산은 생약의 보고죠. ………………?"   -p119-


환영시네마... 대학교 동아리 밴드에서 인디밴드를 걸쳐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다몬은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시를 찾는다. 다행히 데뷔를 앞둔 멤버 중 한 명의 고향이 그곳이라 동행하는데... 그는 썩 내켜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의 주변에서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영화촬영과 관련된 그가 가진 기억의 진실... 기억이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의 상태에 따라 왜곡되고 조작된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사구 피크닉... 친구의 친구인 능력 있는 기혼여성 친구가 번역 중인 프랑스의 유명 학자의 수수께끼와도 같은 기묘한 책에 대한 조사를 하는데 다몬은 동행한다. 그는 사진가를 기념하는 미술관을 찾았다가 영사실로 들어간 한 남자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너무나 황당하고 도깨비에게 홀린 것과 같은 일을 직접 목격한다. 다몬이 밝히는 사라진 사구의 진실과 남자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오싹함은 덜하지만 그 나름의 재미는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 여행을 두 번 했지만 아직까지 사구의 모래언덕을 직접보지 못했기에 나중에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이야기다.

 

 

 

마지막 이야기 새벽의 가스파르는 다몬이 친구들과 함께 야간기차를 탄 이야기다. 솔직히 처음으로 제대로 오싹하면서 슬프다고 여겨진 이야기로 반전의 묘미가 있다. 여행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친구들은 섬뜩한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다몬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른 친구들도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 그 속에 담겨진 진실은 섬뜩하다. 누구나 애정을 가진 사람은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사랑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인물이 취한 행동은 전혀 의외다. 솔직히 이런 반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극과 희극은 정말로 종이 한 장 차다. 무서운 이야기와 웃기는 이야기 또한 거리가 거의 없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리라.        -p261-


'불연속 세계'은 의외의 반전이나 확 끌어당기는 이야기라는 느낌보다 조근조근 속삭이듯 다정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어지다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헉~ 하고 들어와 순간 오싹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슬프고 여운이 남으며 끝난다. 자꾸만 더 무슨 이야기가 있을 거 같은... 놓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오래간만에 읽은 온다 리쿠의 책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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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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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최연소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의 '채식주의자'... 주변에서 채식주의자를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어둡고 간결하며 슬픈 독특한 표현들이 단숨에 책 속에 빠져들게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로 어느 날 갑자기 꿈을 꾸고 육식을 거부하며 채식주의자로 변해버린 아내 영혜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채식주의자'... 마음을 확 사로잡는 끌림은 없었지만 다소곳한 아내 영혜와의 결혼 생활에 크게 불만이 없던 남편은 아내가 채식주의자로 변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 당황하며 어떻게든 아내의 채식을 끝내고 싶어 선택한 방법은 결국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몽고반점은 솔직히 황당하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이야기로 형부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영혜의 언니는 남편에게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아직도 있다는 말을 가볍게 건넨다. 예술가인 남편은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자신도 모르게 처제를 볼 때마다 몽고반점을 떠올린다. 참하고 헌신적인 능력 있는 아내를 둔 남편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지만 아내에게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처제를 보면서 느낀다. 이사를 계기로 처제를 등에 업은 일은 그의 욕망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자신의 예술을 극대화시켜줄 사람은 처제 밖에 없다고 느끼고 처제를 통해 자신의 희망을 실현하지만 그 자신은 더 큰 욕망을 들어내며 아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며 파국을 맞는다.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 인혜가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개인적으로 인혜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어 안타까웠던 이야기다. 세상에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고 말하지만 진짜 선량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 중에 얼마나 복을 받을까 싶다. 맏딸로 자신의 역할을 성실해 해오며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능력은 없지만 예술가인 남편과의 결혼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 어느 날인가 예전과 다른 남편의 행동에 당황스럽고 겁도 나지만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살고 싶었던 인혜는 어쩔 수 없이 동생을 정신병원에서 입원시켜 치료받게 한다. 정신병원에서도 영혜는 음식을 거부하며 나무가 될 거라 믿고 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을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은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p201-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는 것에 비해서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지 자꾸 더듬어 보게 된다. 채식, 육식, 가족 간의 소통부재, 인간의 욕망, 폭력, 삶....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반대되는 행위에는 우리는 발끈하기 쉽다. 영혜의 채식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영혜가 채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관심 있는 가족은 없다. 영혜 역시 오래전 기억 저 밑에 잠재되어 있는 안 좋은 기억들의 표출이 채식주의자로 나타난 것이기에 자신의 의지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누구나 나름의 환상과 욕망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헌데 인혜의 남편은 처제를 본 순간부터 어긋난 욕망이 잠재되어 있다가 몽고반점으로 촉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이기적인 욕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욕망은 좋게 생각하기 힘들다. 삶이 너무나 고되고 힘든 인혜는 그나마 영혜의 채식주의자 영혜가 선택하려는 것에 어느 정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강의 책은 채식주의자가 처음이다. 어둡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가 인상적이라 저자의 다른 책들에 관심이 가는데 채식주의자처럼 강렬한 문체를 담고 있을지 궁금하여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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