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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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계절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읽는 편이지만 여름이 되면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줄 서늘하고 쫄깃한 섬뜩함이 느껴지는 책을 찾게 된다. 이름만 보아도 쟁쟁한 노벨문학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12명의 미스터리 단편들을 모아 놓은 '헤밍웨이 죽이기'는 제목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의 기존 작품들과 전혀 다른 느낌의 단편들을 담은 책이라 더 관심이 간다.


첫 번째 이야기 <인도 마을의 황혼>은 책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게 접했던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작품으로 좋아하던 클럽 당구를 즐기던 임레이란 남자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싶다며 감쪽같이 사라진 이야기다. 한 남자가 방갈로를 한 채를 빌려 암캐와 살기 시작한다. 화자인 나는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방갈로에 머물면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마주한다. 자연스럽게 남자와 나는 이 수수께끼를 밝히려고 하는데... 현대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역적으로 이런 풍습이 오랜 시간 전해져 온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유로 사람을... 사람을 위해주고 마음을 주어도 변화지 않는 것도 있구나 싶은 씁쓸했던 느낌을 준 작품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던 작품이다. 노부부가 외출을 한 사이에 도둑이 든다. 당연히 자신들의 물건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연락을 취하는 게 먼저인데 아내는 남편의 행동을 저지한다. 경찰들이 찾아오고 도둑은 잡았지만 도둑이 훔친 물건과 그들의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자신이 가진 재주를 엉뚱한 곳에 너무나 안 좋게 사용한 남자가 완벽한 성공이라 느끼며 급하게 든 술 한 잔에 범죄가 들통 난다. 인간의 욕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던 <설탕 한 스푼>, 왜 좋은 머리를 사기를 치는데 쓰는 것인지... 완벽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안심했는데 전혀 의외의 곳에서 절망감을 맞보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버드나무 길>,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아닌 제목으로 나온 갱단에 몸담고 있는 헤밍웨이란 인물을 경찰들이 쫓는다. 그 과정에서 헤밍웨이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준 인물이 죽음을 당하면서 그를 쫓는 유능한 경찰과의 대결이 나름 흥미로웠던 <헤밍웨이 죽이기>, 남편이 목을 매 죽었다고 말하는 여성이 용의자로 몰리고 용의자의 집으로 찾아 조사하는 남편들을 따라 나선 여성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감정변화에 대한 증거를 찾는 <여성배심원들>, <한낮의 대소동>은 서류를 위조하고 남편을 살해한 여성이 무죄라고 연설하는 전도사와 그녀의 죄에 대한 진실은 밝히려는 범죄학자 포지올리 교수의 이야기로 범죄추리소설을 보는 듯 흥미롭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휴가지에서 돌아온 자신의 비서의 변화를 느낀 사람이 N 교수에게 그녀의 비밀은 조금 황당하지만 섬세하고 다른 사람이 주는 공포를 크게 느끼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살짝 아쉬운 느낌이 주는 <미스 X의 시련>, 솔직히 이건 좀 너무 가볍지 않은가 싶었던 이야기 <기밀 고객>... 죽은 형이 도저히 주문하지 않았을 거라 믿어지는 책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잉갤 대령 동생이 한순간에 진실을 파악하는 이야기는 좀 더 길었다면 내가 느낀 아쉬움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 작품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짧지만 자신의 색깔과 다른 분야의 책을 쓰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읽게 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어 반갑다. 재밌게 읽은 서너 편의 단편들의 작가의 다른 작품은 없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며 이런 책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쫄깃하고 오싹하는 즐거움보다는 유쾌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든 '헤밍웨이 죽이기... 단편을 즐기지 않는 나도 모처럼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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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의 달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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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식당', '당신에게', '스마일, 스미레' 등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인생을 살면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히카루의 달걀'이 나왔다. 우리처럼 노인들만 남겨지는 농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더불어 사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는 잔잔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기본적인 연령층이 높은 깊은 산속 시골마을에 아픈 어머님을 모시고 양계장을 운영하는 젊은 청년 무라타 지로 일명 무상... 초등학교 친구가 그의 느긋하고 태평스러운 성격을 보고 '무민 같다'로 놀림 후에 생긴 별명이다. 어찌 보면 기분 나쁠 수 있는 별명이지만 지로는 무상이라고 불리는 것에 전혀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호인 중의 호인이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지은 쌀을 먹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기 위해서 달걀밥 전문점을 열기로 결심하는 지로(무상)은 그에게 별명을 지어준 친구 다이키치와는 벼농사를 함께 지었지만 달걀밥 전문점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외딴 시골마을까지 와서 밥을 먹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다이키치는 양계장을 담보로 무모한 사업을 시작하는 무상이 걱정되고 화가 나며 그만 사이가 틀어지고 만다.


무상은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며 처음 해보는 식당이지만 분명 자신에게 예전부터 운이 따랐다며 주위 사람들의 불안에 웃음을 보인다. 그의 친구이며 이혼을 하고 엄마에게 돌아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나오코의 도움이 무상에게 힘이 된다. 


지역 사람들의 도움과 무상의 열정으로 '달걀밥 전문점'이 문을 열고 생각보다 무료 시식회는 성황리에 끝난다. 허나 외지 사람들이나 마을 사람들의 처음 반응과 달리 곧 시들해지자 주변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지만 무상 본인은 다 잘된 거라 알 수 없는 믿음을 갖는다. 나오코의 경력을 활용한 의견은 좋은 효과를 보이고 외지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맛집으로 알려지는데....


좋은 일 끝에는 나쁜 일이 꼭 있다고... 무상의 선한 동기는 지역 주민들의 경제에 도움으로 이어지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터진다. 누구보다 무상을 아끼고 마을 사람들을 위했던 아베 할아버지의 말은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들이 그저 호인이며 착하지만 살짝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무상이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력은 뛰어나다. 물론 그를 도와주는 주위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쇠퇴해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한 3가지 사업 계획을 생각하고 실천하며 자신과 어긋난 관계는 물론이고 아버지와 틀어진 관계를 가진 남자, 미묘한 갈등을 갖게 된 마을사람들 등 사람들 마음에 자리 잡은 불안, 초조, 확실치 못한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이 해소되어 가는 이야기에 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지나가는 인사처럼 같이 밥 먹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나 역시도 밥 먹자는 이야기를 가끔 하는데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발전과 누군가에게 갓 지은 맛있는 밥 한 그릇을 먹이고 싶다는 소박한 꿈으로 달걀밥 전문점을 시작한 무상의 모습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도시로 도시로 몰리는 인구와 그로인해 직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생각할 때 돈을 많이 버는 직장이 좋은 직장,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의 고향에서 터전을 잡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에는 적혀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바보 같다는 평가를 받지 않는 분위기가 아니라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무상처럼 자신이 사는 삶의 터전을 이용해 가족, 이웃을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뭐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만든 쌀을 먹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지."  -p36-


"재산을 잃는 건 작은 상처지만, 용기를 잃는 건 인생을 잃는 것과 같다."            -p94-


"노력해서 열매를 얻는 사람도 있고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게 아니라, 열매를 맺을 때까지 노력을 계속한 사람과 열매를 맺기 전에 포기한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그런 생각을 했어."           -p220-


나는 한숨을 쉬었다. 무척 깊은 한숨이다. 이 착해 빠진 놈이랑 같이 있으면 늘 똑같은 종류의 한숨을 쉬게 된다. 그런데 싫지가 않다. 이 한숨이. 왜 그런지.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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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가진 소녀 BIS 비블리오 배틀부 1
야마모토 히로시 지음, 이승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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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한다. 혼자서 읽는 것도 좋고 조금 난해하거나 쉽게 손이 가지 않던 장르의 책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의 즐거움도 즐기는 편이다. 한스미디어에서 나온 '날개를 가진 소녀'는 자신의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배틀을 통해 알리는 흥미로운 책이다. 솔직히 책에 담겨진 다양한 작가의 책들이 무척이나 인상 깊고 미처 몰랐던 책들이 많이 나와 있어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담은 매력적인 이야기다.


살다보면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던 이상형이 아닌 의외의 인물과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만나면 반갑다. 외국인, 혼혈아, 순수 일본인이 섞여 다니는 고급 사립고등학교 BIS 10학년에 재학중인 우즈미비 다케토는 동아리 활동을 위해 시립도서관을 찾아 책을 본다. 대학교와 같은 선택 수업을 하는 BIS 고등학교의 특성상 자주 마주치지 못한 같은 반 여학생을 보게 된다. 단번에 여학생 후시키 소라를 알아보았지만 후시키는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후시키와 이야기를 나누며 논픽션만을 고집하는 자신과 달리 그녀가 SF마니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포함 가족들 모두 관심이 없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서재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 책들에 관심을 보이자 선뜩 보여준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녀를 자신이 활동하는 동아리에 초대하는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배틀을 통해 마음을 움직인 책을 다른 학생들에게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후시키도 책에 대해 나누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져 참여하게 되는데 처음이라 좋아하는 작가 에드먼드 해밀턴의 책을 선택하지만 처음이고 너무나 많은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배틀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들에게 후타고자와 고등학교 사회학 연구회 동아리에서 배틀을 제안해 온다. 배틀을 주도하는 인물이 일부러 BIS 학교 근처로 찾아오고, 우익 성향의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글을 통해 순수한 목적이 아닌 배틀이란 것을 알지만 반드시 이겨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철저히 준비한다. 인종차별, 근친상간, 홀로코스트, 일본의 침략 전쟁 미화 등 상대편이 주장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시원하게 조목조목 조리 있게 받아치며 배틀에서 이기는 모습에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다행히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알게 된 배틀 참가 학생이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어 BIS 고등학교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 이야기가 다음 편에 나오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도 준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책들이 많이 보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게 걱정하는 왕따, 사랑하는 가족을 어이없이 잃었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하는 사연, 학생이라 책에 대한 이야기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기에 곤란을 겪는 이야기 등 다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진지하지만 무겁게 담지 않고 있다. 겉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시각적인 모습에 상대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이를 제대로 경험하는 우즈미비의 모습, 할아버지의 서재를 보고 감탄하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세 명의 여학생과 그들을 지켜보는 우즈미비의 가족들의 모습, 무엇보다 책에 대한 애정과 따스한 시선으로 배틀을 벌이는 동아리 학생들의 모습이 연상이 되어 유쾌하고 즐겁다.


개인적으로 장르소설을 좋아하기에 일본소설을 많이 읽는 편인데 '날개를 가진 소녀'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자유롭게 소개하는 스피치 배틀이란 소설 자체가 재밌게 느껴졌고 실제로 참 재밌게 읽은 책이다. 책 덕후를 위한 소설이란 말이 딱 맞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최근 일본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독서 이벤트라는 '비블리오 배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그 중에서도 책 읽을 시간도 없다는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책을 즐기는 이와 같은 독서 배틀, 이벤트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책에 수록된 많은 책들 중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한 권씩 차례로 읽어 볼 생각이다. 다음 편에서는 어떤 책들이 담겨 있을지 기대되고 빨리 만나고 싶다. 

 

 

 

 

"그럼 비블리오 배틀의 목적이 뭔데요?" "책을 소개하는 것 그 자체야. 발표 참가자는 자신의 맘에든 책을 소개하기 위해, 청강 참가자는 미지의 책의 존재를 알기 위해 모여들지."             -p281-


사람이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존재인 걸까? 아무리 올바른 내용으로 호솧도 결국은 겉모습이나 분위기로 판단해 버리고 마는 존재인 걸까?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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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 - 죽음을 보는 눈
구사카베 요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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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느 순간부터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향해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른 일이 종종 뉴스에 나온다. 솔직히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인간이란 것을 새삼 느끼며 다른 사람을 해를 입힌다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해자의 인권을 생각해서 보호애햐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술에 취해서 저지른 사건이나 정신적인 병으로 저지른 사건은 형량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진정 누구를 위한 법인지 헷갈리는데 제3회 일본의료소설대상 수상 작가 구사카베 요의 '무통'은 환자의 병을 볼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두 명의 의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취약한 법의 맹점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다.


조용한 주택가 한 집에서 일가족이 끔찍한 폭행을 당해 죽음을 맞는다. 이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인물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거라는 판단이 내려지는 가운데 범인을 잡지 못하고 8개월이 흘러간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도 형법에 심신상실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안 하거나 형을 경감해준다. 하야세 형사는 이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범인들이 있다는 것에 분해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형량을 받아내기 힘든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에 화가 난다. 헌데 정신병으로 사고를 일으킨 청년을 통해 진짜로 아픈 병을 앓는 사람과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는데....


허름한 진료소를 운영하는 다메요리는 자신이 두고 내린 지갑으로 알게 된 임상심리사 나미코를 통해 일가족 살해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자폐증 소녀를 만난다. 다른 사람의 병을 미리 볼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그는 소녀에게서 전혀 살인의 증후를 발견하지 않지만... 이 소녀의 주장이 알려지며 경찰까지 찾아오자 소녀는 자취를 감춘다.

 

 


병이 가진 위험보다 통증이 주는 아픔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메요리 의사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고통 없는 치료를 주장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또 한 명의 천재의사 시라가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자신의 연구에 이용한다. 그는 살 수 있는 환자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그의 내면에는 커다란 콤플렉스가 내재되어 있다. 어린 시절 다른 친구들과 다름을 알게 되며 완벽한 가면을 하나 쓰며 자신에게 절대 복종하는 동생을 괴롭히는 것으로 화를 분출한다. 헌데 이 동생이...


분명 악마라고 불러도 된다고 여겨지는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이 있다. 그런 인물이 심실상실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심실상실자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의사이고 의사 역시 실수를 할 수 있기에 위험 요소는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상대가 치를 떨며 싫어하는 스토커, 상대에 대한 질투와 시기로 악의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삐틀어진 인물 등 섬뜩한 모습을 가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강렬하고 무섭다.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가독성이 뛰어난 책으로 재밌다. 사람을 믿고 살아야 하는데 갈수록 사람을 믿을 수 없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인물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는데 마무리에서 다음 편이 나올거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다음 편이 나와도 충분히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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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놓지 마
미셸 뷔시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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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둔 달콤한 수박을 먹으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인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이 최고의 피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피서법을 즐겁게 해 줄 '그림자 소녀'와 '검은 수련'을 통해 프랑스 장르 소설이 재밌다는 것을 알게 해준 미셸 뷔시의 신작 '내 손 놓지 마'을 읽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더없이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가족이 프랑스 해외령인 아름다운 섬 레위니옹 섬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호텔 방에 잠시 다녀오겠다는 아내가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건을 다룬 이야기가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리안과 마샬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바다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 레옹니옹 섬에서 귀엽지만 깜찍한 여섯 살 딸 조세파... 애칭 소파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영장에 남편과 딸을 남겨두고 호텔방에 잠시 간 아내가 나타나지 않자 남편 마샬 벨리옹은 아내를 찾으러 호텔로 향한다.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호텔방에 들어가지만 방안에는 알 수 없는 격렬한 흔적만이 남아 있고 아내와 아내의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들은 범인은 가까운 사람일 경우가 높기도 하고 호텔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 가지로 너무나 의심이 가는 남편 마샬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한다.


의심은 가지만 자유롭게 행동하게 놔둔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사라진 부인의 남편 마샬이 딸 소파와 함께 자취를 감춘다. 설마 했던 의심은 범인이란 확신으로 굳어간다. 별 볼일 없는 인물이 살해되어 발견되자 더욱 마샬을 빨리 검거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소파는 아빠 마샬이 무섭다. 빨리 엄마를 만나고 싶지만 아빠는 엄마를 만나러 간다면서 자꾸 의심스런 행동만 한다. 그들이 잠시 들어간 집에서 소파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면서 아빠가 무섭고 두렵다.

 

탐정과 같은 호기심과 사건의 교묘한 어긋남을 잡아내는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솔직히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여긴 인물로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나와도 괜찮겠다는 느낌을 주는데 하필이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온전히 알기는 어렵다. 내 손톱 밑에 박힌 작은 가시의 고통은 크게 느끼면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상대가 당한 상처, 고통, 상실감은 이해는 되어도 피부로 와 닿는 경우는 드물다.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것이 집착이고 소유욕이라면... 상대를 향한 잘못된 고집과 행동이 씻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신과 상대방... 모두의 잘못이지만 상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다.


달력이나 사진으로 보았던 아름다운 휴양지의 모습을 가진 섬에서 행복하게 보이는 부부에게 일어나 사건, 관광객을 상대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로 비교되어 섬뜩하고 흥미롭게 느껴진 이야기다. 매년 책에 나온 근사한 휴양지로 휴가를 계획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떠난 적이 없어서 휴양지가 가진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읽어서인지 더 재밌게 다가온 책이다. 무더위로 짜증이 나는 날에는 역시나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이 딱이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심장이 옥죄였다.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 움직이자! 소파를 데리고 도망쳐야 한다. 모든 걸 망치진 말자. 지금은 아니다.            -p79-


미쳐가는 게 틀림없었다. 이 도주 때문에 내면에서 잠자던 악마들이 모두 깨어난 듯했다.          -p86-    


'그게 인생이지! 그게 삶이라고, 마샬! 우리를 영원히 이어주는 게 이런 일상이야. 오래도록 함께 사는 부부는 다 이렇게 살아.'         -p100-


"모든 게 연결돼 있어. 폭력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거든. 모든 폭력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야."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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