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마음이 정신착란으로 가는 과정....

문제는 바샤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자기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의 운명에 감사할 줄 모른다고 여긴다는 데 있었다. 또한 문제는 바샤가 행복에 짓눌려 괴로워하면서 자신이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지 의심한다는데, 결국은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날 구실만 찾고 있다는데, 그리고 예기치 못한 이 행복 때문에 어제부터 제정신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 P62

"도대체 어쩌다가 미쳐버린 거야?"
"감사, 감사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아르카디 이바노비치는 겨우 이 말만 할 수 있었다. 다들 그의 대답에 의아해했고, 다들 그의 대답이 이상하다고 여기며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어떻게 감사하는 마음 때문에 사람이 미칠 수 있단 말인가? - P74

그리고 마침내 황혼이 짙게 깔리는 이 순간, 온세상이 환상적인 마법의 세계인양, 금방이라도 강한 자든 약한 자는 이곳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가난한 자들의 안식처든 힘있는 자들의 안락함을 위한 황금 장식의 궁전이든, 그들의 모든 거처와 함께 스르르 연기가 되어 어둡고 푸른 하늘로 사라져버릴 꿈인 양 느껴졌다. 이런 기괴한 생각이
홀로 남겨진, 가엾은 바샤의 친구에게 찾아들었다. 그는 부르르 몸을 떨었고, 그러자 그 순간 마치 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어떤 강렬 한 느낌이 온몸으로 밀려들면서 그의 심장이 갑자기 펄펄 끓는 뜨거운 피로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제야 그는 이 모든 불안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복을 끝내 견디지 못한 가엾은 바샤가 왜 미쳐버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입술은 떨렸고, 두 눈은 이글거렸으며, 얼굴은 창백해 졌다. 그는 마치 이 순간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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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읽을때마다 매번 좋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단편중 최고는 역시 백야다.

멋진 밤이었다. 그렇게 멋진 밤은, 친애하는 독자여, 오직 젊은 시절에나 만날 수 있는 법이다. - P115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던지, 한번 쳐다보면 저도 모르게 스스로 이런 질문이 들 정도였다. 이리도 아름다운 하늘 아래 살면서 어째서 사람들은 온갖 화를 내거나 변덕을 부리는 걸까? - P115

당신은 한순간의 아름다움이 그토록 재빨리, 그토록 돌이킬 수 없게 시들어버렸음에, 당신 앞에서 그토록 환히 빛나던 그 아름다움이 모두 거짓되고 헛된 것 이었음에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사랑할 시간조차 없었음에 가슴 아파한다. - P122

내 얘기는 이겁니다. 나는 내일 이곳에 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몽상가니까요. 나에게는 현실적인 삶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이런 순간이 나에게는 정말 흔치 않은 경우라서 나는 이 순간을 상상 속에서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밤을 지새우며, 온 일주일을 보내며, 온 일 년을 지내며 내내 당신을 꿈꿀 겁니다. 나는 내일 반드시 여기 이곳으로, 이 자리로, 바로 이 시간에 다시 올 것이고, 오늘 일을 떠올리며 행복해할 겁니다. 이 자리는 벌써 나에게 다정한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페테르부르크에 이미 이런 곳을 두세 군데 알고있지요. 한번은 심지어 옛일을 추억하다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습니다. 당신처럼...당신도 어쩌면 몇 분 전에 예전 일이 떠올라 울고 있었 던 것은 아닌요... 아, 용서하십시오. 내가 또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언젠가 이곳에서 특별히 행복한 때를 보냈을지도 모르는데... - P130

정말이지 혼자, 완벽하게 혼자 남는 건 슬픈 일입니다. 심지어 애달파할 것조차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왜냐하면 모든 건, 내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리석은, 완전한 무, 그저 한낱 꿈에 불과했으니까요!
- P155

사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도 당신이 나를 만나줘서 내가 평생 당신을 기억하게 해줘서 당신이 고맙습니다! - P171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서글픈 날이었다. 햇살 한줄기 비치지 않는, 꼭 미래의 내 노년을 보는 듯한 하루였다. 너무도 이상한 상념들이 너무도 어두운 느낌들이,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인 질문 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 P173

사실 우리 자신이 불행할 때 다른 이들의 불행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법이지 않은가. 감정은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곳에 집중되므로...
- P175

하지만 나스텐카, 내가 모욕당한 일을 언제까지고 가슴에 품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그대의 밝고 평온한 행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리라 믿는가 쓰라린 말로 그대를 비난하여 그대의 심장에 슬픔 을 심어주고, 남모를 가책으로 고통받도록 만들고, 한없이 행복한 순간에도 우울해하며 가슴 졸이게 만들, 그런 사람 같은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제단을 향해 걸어갈 때 그대의 까만 곱슬머리에 꽂힌 부드러운 꽃송이들 중 단 한 송이라도 짓뭉개버릴 것 같은가... 오 결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대의 하늘이 맑게 개기를 그대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언제까지나 밝고 평화롭기를, 기쁨과 행복의 순간에 그대 위에 축복이 넘치기를! 그대는 감사함으로 가득찬 어떤 이의 외로운 가슴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안겨주었으므로. - P203

오, 세상에! 지극한 기쁨의 완전한 순간이여! 한사람의 일생이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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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재미있었다면 2권은 예측불가였다




"그가 확신하는 것이 자기뿐이라면,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는 거요." 의사가 말했다. 그는 다시 탁자 끝에 앉았다. 한 손바닥으로 뺨을 괴고 다른 손으로는 팔꿈치를 잡았다. "그건 절대 확신해선 안 되는 거니까." - P13

사람이란게 지혜를 얻는 데는 몹시 더디고 자신의 은밀한 희망을 부추기는 약속은 언제나 재빨리 믿기 마련이라서, 페드로 몬테로는 거듭거듭 성공할 수 있었다. - P101

순전히 외적인 존재 조건에서 비롯된 고독은 빈정거리거나 냉소적으로 으스대는 태도가 들어설 여지가 없는 영혼의 상태로 재빨리 바뀌어버린다. 고독은 마음을 사로잡고 생각을 몰아내서 궁극적인 불신의 영역으로 추방해 버린다. - P241

그는 드쿠가 어떻게 죽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저지른 일을 잘 알았다. 이 저주받은 보물 때문에 처음에는 한 여자를, 다음에는 한 남자를, 마지막 극한 상황에서 저버린 것이다. 이 보물은 구원받지 못한 영혼과 사라진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렀다. - P246

어떤 범법 행위나 범죄가 인간의 삶에 끼어들면 그것은 악성 종양처럼 그 존재를 갉아먹고 열병처럼 소진시킨다. 노스트로모는 마음의 평화를 잃었다. 그의 진정한 자질은 모두 파 되었다. 스스로도 그것을 느꼈고, 가끔은 산토메 광산을 저주하기도 했다. 용기와 당당함, 여가와 노동, 이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았지만, 다만 전부 다 겉으로만 그럴듯한 가짜였다. 하지만 보물은 진짜였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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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고전중 가장 재미있음.

"그렇다면 자만심이라고 할까요. 코벨랑 신부님께서는 자만심은 치명적인 죄라고 말씀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자만심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사랑에 너무 깊이 빠져서 달아날 수 없을 뿐입니다. 동시에 살고 싶습니다. 죽은 자는 사랑할 수 없으니 까요. 그러므로 술라코는 승리자 몬테로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 P270

남녀 사이에 우정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것은 이른바 드쿠의 온건한 유물론의 한 부분이었다. 그는 단 하나의 예외를 인정했는데 그것이 그 절대적 원칙 을 더 공고히 해준다고 주장했다. 남매 사이에는 우정이 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우정이란 다른 인간 앞에서 생각과 감정을 기탄없이 털어놓는 것을 의미하며, 한 인간의 내밀한 삶이 아 무런 목적도 없이 진심으로 다른 존재의 깊은 공감에 작용하는 것이다. - P278

"그렇다면 하느님이 나를 가엾게 여기시겠지! 하지만 그 일에서 언젠가 네게 닥칠 후회 말고도 뭔가 네것을 챙길 수 있도록 해라." - P317

우리가 지금 운반하는 이 은을 갖고 이 해안의 100킬로미터 이내의 어디든 상륙한다면 칼끝에 맨가슴을 들이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내게 맡겨진 이 물건은 치명적인 병이나 다름없어요. 사람들이 이걸 찾아내면 난 죽은 목숨이죠. 당신도 그렇고요, 나와 함께 있으니. 이 은만 있으면 한 지방 전체가 부자가 될 수 있어요. 도둑놈과 불한당이 득실거리는 원주민 부락 정도는 말할 것도 없죠. 그들은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라 생각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 목을 벨 겁니다. 이 난폭한 해안가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의 그럴싸한 말이라도 믿을 수 없어요. 보물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즉시 순응하더라 도 우리 목숨은 부지할 수 없어요. 아시겠어요? 더 자세히 설명할까요?"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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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보뱅의 작품에 비해는 별로였다. 그래도 보뱅이니까 문장은 좋았다.


쉰다섯 살, 우린 최대한 얼굴을 숨긴다. 어머니의 시선을 받을 수 없는 우리는 하느님의 시선만을 받고 싶어한다. 그러다 죽음을 맞는다. 뒤이어 처음 온 아이가, 꿀벌이 윙윙대는 풀밭 위를 항해하는 우리의 관을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의 죽음을 바라보는 낯선 이가 늘 있게 마련이다. 무사태평인 이 목격자 덕에 우리의 마지막 순간은 주일 나들이 복장을 한 평화로운 사건이 된다. 수수께끼처럼 이어지는 소박한 날 들에 끼어드는 하나의 사건. - P13

나중에 에밀리는 천사의 난폭함을 보이며 털어놓게 된다. 자신은 한 번도 어머니를 가져 본 적이 없다고, 어머니란 ‘우리가 불안에 사로잡힐 때 의지하게 되는 분‘이 아니겠냐고. 어머니란 무엇인가에 대한 완벽한 정의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하려면 결핍보다 나은 것이 없다. - P17

헝클어진 태양 같은 민들레를 귀걸이로 삼던 이가 생기 없는 안락한 삶 속으로 멀어져 갈지언정 민들 레의 영광은 남는다. 내리치는 가을비에 시달리는 꽃, 일상의 굶주림에 속박당한 암소들에게 뜯어 먹히는 꽃. 그럼에도 이 꽃들은, 그 비와 암소들을 이야기하며 사랑하기도 하는 언어를 사방으로 퍼뜨린다. 말은 불멸의 태양이다. - P59

에밀리는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안다.
우린 한 줌의 사람들밖에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것. 이 한줌의 사람들 역시, 죽음의 무구한 숨결이 불어오면 민들레 갓털처럼 흩어지리라는 것. 그것 말고도, 글은 부활의 천사임을 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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