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이 책『오베라는 남자』가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텔레비전에서도, 인터넷 서점에서도. 자꾸 접하다보니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표지를 보고 예전에 읽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흥미로운 제목, 탄탄한 스토리, 맛깔나는 문장이 모두 갖춰진 소설이었다. 두꺼운 소설책이어서 읽기까지 결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었을 뿐, 일단 손에 집어드니 지겨울 새 없이 읽게 된 책이다. 그 느낌 그대로 이 책 『오베라는 남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약간 두껍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오베라는 남자의 까칠한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소설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이다.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인데, 그의 블로그에서 이 소설이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이 소설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오베라는 남자』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 판권이 팔렸으며, 2015년 말 영화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오베는 59세의 까칠한 남자다. 소설의 첫 장면은 오베가 컴퓨터를 사러가서 벌어지는 일이 담겨있다. 아이패드도 아닌, 랩톱도 아닌, 컴퓨터를 원한다고 고집부리는 오베의 모습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며 뒷골이 당긴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까탈스러우며 답답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오베라는 남자의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 쪼잔한 모습은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은근한 불에 달구어진 무쇠솥처럼 천천히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이럴 줄 알았다. 이토록 까칠한 남자의 속내를 보면 까칠하지만은 않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30초마다 웃음이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소설'이라는 책소개를 보고, 사실 깔깔거리며 웃고 싶은 생각으로 읽게 된 소설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한 소설이다. 재미만을 위한 소설은 아니고, 사람을 좀더 이해하게 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무섭거나 까칠한 성격으로 접근하기 힘든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처를 받지 않고 싶어서 경계하는 속내를 볼 수 있다. 그들은 오히려 마음이 여리고 상처입은 영혼일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까칠한 쪼잔함에 뒷목을 잡고 피식피식 웃다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갑자기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었다.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심리적인 근원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가슴이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아내 소냐에 대한 그의 마음은 다음 세 문장으로 충분했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57쪽)'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난 후 자살하려는 그의 다양한 시도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살도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온통 그를 방해하는 무리들 투성이다. 천장에 고리를 달고 밧줄에 목을 매려고 했는데 이웃집에 이사온 가족들이 성가시게 방해한다. 갖은 방해에도 일처리를 다 해주고 기껏 밧줄에 목을 맸는데 밧줄은 가운데가 뚝 끊어져 두 개의 가닥이 되어 있었다. 첫 시도가 실패여서인지 그의 자살시도는 자꾸 틀어지고 만다. 게다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오베인데, 어쩌다가 고양이와 엮여서 방해받기도 하고, 기차에 치여서 죽는 것을 시도해보았으나 누군가를 구해 영웅이 되기도 했다. 그는 죽는 것을 자꾸만 방해받는다. 그렇게 그의 자살은 자꾸 미뤄진다. 그는 자살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177쪽)라고 생각하며.

 

오베가 자살에 성공할지, 그에게 어떤 과거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하며 읽다보면 금세 마지막 장까지 흘러가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무뚝뚝한 면이 오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며 읽다보면 어느새 오베라는 남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재미는 기대보다 약했지만 감동은 기대보다 높아서 만족도를 채웠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표지의 오베라는 남자 그림을 다시 보니, 처음의 느낌과는 다르게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 - 세계 최고 명화 컬렉션을 만나다
노유니아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이 미술관 천국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동안 일본 여행에 관한 책을 보아도 미술관에 대한 것은 별로 없었으며, 서양 미술에 대한 것은 당연히 서양에 있는 미술관만 떠올렸기 때문에 이 책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연스레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보는 순간이다. 잘 모르던 일본 미술관에 관한 정보를 이 책을 통해 얻게 된다.

파리를 여행할 때는 루브르에 가고, 런던을 여행할 때는 대영박물관이나 내셔널갤러리에 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정이지만, 도쿄에서 미술관을 찾는 관광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일본은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못지않은 미술관 천국이다. 일본은 전시 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나라다. 기획되는 전시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 보장되고, 또 그만큼 사람들이 미술관을 많이 찾는다. (4쪽)

 

이 책에서는 5,000개가 넘는 일본의 미술관 중에서 서양 미술 컬렉션이 훌륭한 곳들을 골라 우선적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일본의 미술관에서 서양 거장들의 명작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은 의외의 발견이니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일본 미술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현실에서도 이 책은 미술 작품을 가까운 일본에서 만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뉜다. 1부 '컬렉터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미술관'에서는 국립서양미술관(도쿄), 오하라미술관(구라시키), 야마자키마작미술관(나고야), 브리지스톤미술관(도쿄)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도쿄 이데미츠미술관, 파나소닉 시오도메 뮤지엄 루오 갤러리, 손보저팬 도고 세이지 미술관 등 놓치면 아쉬운 미술관들도 소개해준다. 2부 '자연과 함께 해 더 아름다운 전원형 미술관'에서는 폴라미술관(하코네),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하코네), DIC가와무라기념미술관(나리타),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고부치자와)를 다루고,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3부에서는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지방의 공립미술관'으로 요코하마미술관(요코하마), 야마나시현립미술관(야마나시), 나고야시미술관(나고야)를 알려준다. 마지막 4부 '발상의 전환, 개성 가지가지 미술관은 미쓰비시1호미술관(도쿄), 히다다카야마미술관(히다다카야마),오츠카국제미술관(도쿠시마)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미술관은 대부분 이제 만 세 살을 넘긴 저자의 딸과 함께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다니기에 부담 없고 기분 전환과 휴식이 가능한 곳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앞부분에 나온 '국립서양미술관'에 눈길이 간다. 세계 최고의 서양 회화와 조각을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안에서 만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우에노 공원의 봄 벚꽃이 기억나는데, 국립서양미술관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서양식 회화와 조각을 위한 장소이고,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가 건축 설계를 담당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도 가보고 싶은 곳으로 찜해놓는다. 이 건물이 처음 지어진 것은 1894년으로 그때만 해도 마루노우치 구역 내에 첫 번째로 세워진 오피스용 건물이었다고 한다. 그 건물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2007년에 과거 1894년 준공했던 건물을 현대의 건축기준법에 의거해서 새롭게 복원해낸 것이라고 한다. 2010년 미쓰비시1호관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관을 하였고, 마루노우치의 문화 거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유럽 화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구성했고, 1년에 3~4회 정도의 기획 전시로 운영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소장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전을 꾸려나가고 있을 정도로 미술관 자체의 컬렉션이 방대하다고 한다.

 

각 미술관의 소개 맨 뒤에는 미술관의 일본명과 영어명, 주소, 관람 시간, 휴관일, 대표 컬렉션, 홈페이지 등의 간단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으니,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찾아보면 될 것이다. 직접 가게 된다면 기본 정보를 적어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일본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미술관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지금껏 여행을 할 때 유적지나 음식 위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술관을 여행 코스에 집어넣게 될 것이다. 도쿄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이나 브리지스톤미술관, 도쿄의 이데미츠미술관 등은 도쿄에 가게 된다면 먼저 계획을 세우고 싶다. 일본에 이렇게 다양한 명화 컬렉션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냥 - 천천히 감상하고 조금씩 행복해지는 한글꽃 동심화
김문태 글.그림 / 라의눈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소개를 보고 빨려들어가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냥' 스며들었다. 이 책으로 동심화를 처음 접했다. 한글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감동이다. 그동안 서예 따로, 동양화 따로, 서양화 따로, 그렇게 따로따로 생각하던 나에게 새로운 작품 세계를 일러주는 책이다. 이미 동심화에 대해서는 국내외에 인기가 많고 관심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책이 출간되고 나서야 그 세계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 듯한 느낌이다.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멍석 김문태 작가의 동심화의 세계로 초대받는 시간이다.

 

이 책의 저자는 멍석 김문태.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이며, 그가 탄생시킨 '동심화'란 새로운 장르는 한글과 동양화를 결합한 것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개인전 20회와 해외초대전 350여 회라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고, 동심화 연구실을 운영하며 동심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개성 넘치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동심화 작품의 진수를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총 6부로 나뉜다. '점은 고요다','점은 호흡이다','획은 숨결이다','획은 삶이다','사람은 모두 꽃이다','점과 획에 핀 꽃'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 책을 집어들자마자 그의 작품을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그림인 듯 하지만 해석이 되고, 글씨인 듯 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담고 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작품 세계여서 그런지 창의적인 세계로 들어가보는 듯하다. 가슴 설레며 기분이 좋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정중동이며 살아있는 그 속에 고요함이 자리잡고 있다. 작품 감상을 마치고 다시 앞부분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한글을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한 이 작품집은 40여 년간 아이들과 함게한 교직생활의 단상들이며 자연과 벗한 삶의 노래이다. 또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 작업일기이기도 하다. 모든 작품들이 시종일관 지향하는 주제의식은 '동심'이다. 뭐라 규정하기 힘든 나의 작품들에 '동심화'란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동심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고향, 아련한 그리움이며, 진정한 사람다움이다. 세상을 밝고 맑게 바꾸어놓는 순수한 에너지이며, 항상 경이로운 눈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기계처럼 바쁘고 꽉 짜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아이들같이 천진한 시선과 옹달샘처럼 깨끗한 마음, 아주 작은 것까지 사랑하는 따뜻한 가슴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머리말 中)

머리말의 글을 보고 다시 작품을 바라보니 그가 말하는 '동심'이라는 것이 강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내가 작품을 보았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냥, 웃음이 나온다. 그냥,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에 꽂아두었다가도 자꾸 꺼내 감상하게 되는 책이다.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치고 힘들 때, 한없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답답해질 때, 이 작품들이 나를 위로해줄 것이다.

 

예술작품은 그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그린 작가는 분명 즐거운 마음으로 동심의 세계 속에서 작품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작품이 나온 것이 아닐까.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깨는 듯한 느낌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동심화의 세계를 좀더 접해보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7-01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각하는 인문학 - 5000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
이지성 지음 / 차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저자의 전작『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인문고전을 읽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은 그 당시의 천재들이 쓴 책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책이니 당연히 읽어봐야하는 명작이다. 그 책은 막연하게 인문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불을 지펴주었다. 부록에 보면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 단계별 추천도서가 담겨있어서 몇 권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그 이상 지속적으로 독서를 하지는 못하고 이 책 『생각하는 인문학』을 읽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접하고 보니 사그라들고 있던 인문학 독서 동기에 다시금 불을 지펴준다.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린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지 않고 생각 '당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새로운 생각의 틀을 만들어가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이지성의 책을 읽으면 무언가 스스로 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태우게 된다. 그 점이 자기계발서의 장점이고 저자의 능력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교육을 떠올린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라 일컫는다.

1945년 8월 15일, 일왕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같은 해 9월 8일, 남한에 미군이 진주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9월 12일,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아베 노부유키는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일본이 패배했다고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조선이 위대하고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100년도 넘게 걸릴 것이다. 우리가 총,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조선 민족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보라. 조선은 진정 찬란하고 위대했다. 하지만 식민교육으로 인해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13쪽)

우민화 교육은 조선교육위원회의 미국식 교육 이식으로 이어지고, 미국식 교육은 다름아닌 아베 노부유키가 말한 식민교육의 미국식 버전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 교육 현장에는 죽은 지식의 강제적 주입, 맹목적 암기, 기계적 문제풀이, 친구와의 무의미한 무한경쟁만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교육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생각없이 살고 있었다는 점을 이제야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비트겐슈타인은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당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저자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자기교육 시스템을 권한다.

첫째, 당신의 두뇌로 하여금 이제껏 받은 교육이 세계 최악의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라.

둘째, 당신의 두뇌 안에 새로운 생각 시스템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셋째, 생각회로를 천재들의 생각 시스템에 접속해야 한다.

넷째, 진정한 의미의 자기교육을 시작하라.

 

이 책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문학 공부법, 아인슈타인의 생각공부법 등을 살펴볼 수 있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을 배우게 된다. '사색공부법'을 다양한 예시로 바라보고 보니 앞으로 어떻게 독서를 하고 사색할지 방향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문학 공부를 하겠다며 시작만 여러 번 하다가 결국은 변죽만 울리고 말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싶은지 인문학 독서를 통해 어떤 점을 깊이 생각하고 변화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사색공부법 10 중에서 특히 '인문고전의 목차로 사색지도를 그려라'라는 내용을 담은 '사색공부법 08'은 지금 당장 실천해보기 부담없다.

 

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 공부에 대해 '왜'와 '어떻게'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막연히 인문학 서적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넘어서서, 왜 읽어야할지, 어떤 방식으로 읽어나갈지 큰 틀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충분히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를 위한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고, 다소 수동적인 독서 생활을 하던 나에게 적극적으로 능동적 독서를 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관하면 보인다
신기율 지음, 전동화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들어 직관의 힘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최고라고 여겼던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살다보면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기도 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새로운 인생을 펼쳐나가게 되는 때도 있다. 직관이 주는 메시지가 때로는 한참동안 고민하고 어렵게 판단해서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타고난 직관 능력이 있지만, 퇴화되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가끔씩만 우리 곁에서 힘을 발휘했다가 금세 사라지곤 한다.

 

때로는 책을 선택할 때 두근거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냥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 책 꼭 읽고 말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내 손에 쥐게 될 때까지 가슴졸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을 발견하고는 강하게 끌렸다. 내 생각과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책이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대와 설레는 마음속에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혹시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1% 정도는 있었지만, 책을 펼쳐들자마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속에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확 트인 세계를 바라보는 듯 내 마음은 자유로워졌다.

 

먼저 이 책을 펼쳐보면 책날개에 '직관'이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

직관: 이성과 감각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닿는' 것

항상 바쁘고 시끄럽고 번쩍거리는 세상에 던져진 우리는 직관 능력을 잊고 지낸다. 정보의 바다에 허우적거리고, 수많은 잡동사니들 틈에서 직관 능력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하지만 직관에 대해 인식해보니 생각보다 엄청난 직관의 힘을 발휘하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세상이 경이로워보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모든 것에 촉각이 세워진다.

 

'직관의 불이 켜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표지의 글을 보며 내 안의 직관 스위치를 켜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직관의 세계를 연결시켜보며 책을 읽어나가는 시간, 내 마음에 환하게 불을 켜는 듯한 느낌이다. 기대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다. 몇 페이지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아껴 읽으며 페이지가 줄어들고 있음에 안타까워졌다. 글을 읽으며 내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이런 느낌을 받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문장을 곱씹으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새기고, 잊고 있던 직관의 힘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두 Part로 나뉜다. Part 1은 '나를 밝히는 내면의 빛, 직관의 스위치를 켜다', Part 2는 '숨겨진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는 법'이다. 공명, 공감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세상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한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느니, 누구나 혼자라는 등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게 존재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섬처럼 떨어져 살지만, 사실은 섬이 아니다. 혈육인 부모, 형제조차도 때로는 섬처럼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 물 밖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늘 착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우리의 몸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함께 흔들리고, 마음은 빛보다 빨리 서로에게 가 닿는다. 인도의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간은 외딴 섬이라는 이상한 관념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섬은 섬이 아니다. 조금만 깊이 내려가 보면 섬들은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조금만 더 깊이 파고들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뿌리는 서로 얽혀 있다. 우리 삶의 근원은 똑같다." (67쪽)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 우주를 향해 시야가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에도 우주적인 의미를 담아내게 된다. 시큰둥했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의미를 담아내는 과정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결국 나에게 온 음식은 자신의 모양대로 나를 만들어간다. 물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물처럼 촉촉해지고,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동물의 뜨거운 열기를 닮는다.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서늘한 들풀의 생명력을 닮는다. 그렇게 모여진 음식들은 내 몸 안에서 '나'라는 작은 자연을 만들어간다. 눈에 보이는 실체로서의 자연이 아닌, 그 기운들만이 운무처럼 서로를 감아 돌며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자연의 장관이 펼쳐진다. 몸이라는 큰 바다를 만드는 수많은 강줄기들의 시원에 바로 음식이 있는 것이다. (117쪽)

 

아껴가며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책 중에 또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드문데, 이 책은 다음 번에 또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직관에 대한 생각이 희미해지고 퇴화될 무렵, 잠자고 있는 직관을 흔들어깨워 기지개를 켜게 할 것이다. 조용히 사색에 잠기며 읽어나가기에 좋고, 인상적인 문장이 많아서 마음속에 새기며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