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대 문명의 창조자들 - 10,000년 전 하이테크의 비밀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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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대문명은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어떤 이론이 되었든 다 추측일 뿐이기에 신비롭고 궁금하기만 하다. 과연 우리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시대의 일들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이 책은 10,000년 전 하이테크의 비밀 『초고대 문명의 창조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집필한 책이다. 히스토리채널 화제의 다큐로 방영한 내용이기도 하다. 저자의 글을 읽어나가면서 그의 시각으로 초고대문명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Legendary Times Magazine> 발행인 조르지오Giorgio A. Tsoukalos는 이야기한다.

'기술적으로 발달한 문명에서 온 방문객들이 기술적으로 원시적인 문명에서 잠시 살다가 떠났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토착민들은 방문객들의 발달된 기술을 보고는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한 그들을 신으로 간주하고 숭배하기 시작한다. 그때 방문객들은 토착민들과 접촉하면서 물건이나 음식물을 제공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화물이다! 그리고 신들이 떠난 뒤 토착민들 사이에서는 정성을 다해 제물을 바치고 숭배하면 신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퍼진다.' (추천사 中)

기술적으로 원시적인 사회가 기술적으로 더욱 발달한 사회와 접촉하게 될 때 일어나는 현상을 '화물숭배 현상'이라고 하며, 고대 우주인이론의 기본 전제라고 이야기한다. 수만 년 전 기술적으로 발달한 외계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생각의 바탕을 그렇게 잡고 이 책을 읽어나가면 저자의 이야기가 좀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을까? 음! 선사학, 고고학, 문헌학, 특히 언어학, 인류학, 진화론, 유전과학, 철학, 천문학, 천체물리학, 우주생물학, 우주여행까지도 논하게 된다. 물론 신학도 빠질 수 없다. (서문 中)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니 흥미로운 생각이 들면서도 이 책의 첫 느낌은 황당무계했다. 외계인이 지구를 찾는 게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외계인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뇌를 절반만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저자는 그런 선입견을 체계적으로 파괴해보겠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되도록 열린 마음으로 따라가기로 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에리히 폰 데니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논픽션들을 펴낸 필자다. 그의 첫 번째 책이자 28개 언어로 번역된 《신들의 전차》는 6300만 명에 이르는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최근엔 《역사는 틀렸다》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논픽션과 여러 권의 소설들은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안데스 산맥 4천 미터 고지에 있는 티와나쿠, 그리고 푸마푼쿠의 초고대 유적은 누가 만든 것일까?

신석기 시대인 10,000년 전에 현대 기술로도 잘라내고 다듬기 힘든 섬록암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르고 구멍을 뚫어 조립한 기술은 어디에서 왔을까?

돌도끼를 사용하던 신석기 이전에 만들어진 푸마푼쿠의 초고도의 기술문명이 어디에서 왔는지 눈으로 찾아가는 증거들!!

이 문장이야말로 흥미를 유발하면서 이 책의 내용을 잘 소개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유적을 일러주며, 우주에서 온 기술이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과학적 태도로 분석한다. 주류 학계에서는 티와나쿠 문명이 600년 경에 시작되었다지만 호르비거의 추종자인 고고학자 에드먼드 키스 박사에 의하면 티와나쿠가 세워진 것은 예수가 탄생하기 27,000년 전이었다고 한다. 거대한 항구의 흔적이나 4천미터 고도에서 나온 바다 퇴적물, 대홍수로 인해 생긴 진흙과 혼합된 화산재 등 증거물은 충분하다. 이 책에는 유적에 대한 다양하고 상세한 사진을 담았는데 그 점이 전체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받게 한다. 거대한 기둥, 조각상, 그림 등에 해석을 하며 푸마푼쿠의 유적지를 짚어나가는데, 어느새 그의 가설에 동의하게 된다.

 

그림과 유적 사진이 풍부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 뒷받침이 없으면 막연하게만 읽게 되었을텐데, 신기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짧은 설명과 함께 담긴 사진을 먼저 살펴보고 나서 전체적으로 읽어나가니 저자의 이야기에 더욱 귀기울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전혀 황당한 것만은 아니었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자체가 지금과는 다른 나의 변화였다.

 

결론을 낼 수도 없고, 어느 부분을 믿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외계문명설의 고고학적 증거를 충분히 보게 된 것도 사실이다. 눈앞에 증거를 들이밀어도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판세가 달라져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은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흥미롭게 읽었고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온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 듯 기분이 떨떠름해진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호기심을 채워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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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만든 대학들 - 볼로냐대학부터 유럽대학원대학까지, 명문 대학으로 읽는 유럽지성사
통합유럽연구회 엮음 / 책과함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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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서 졸업후 번듯한 직장을 얻고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조차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해마다 수능철이 되면 수험생들 신경을 쓰느라 초조하다. 이왕이면 시험을 잘 치러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행운을 누리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으로만 향해 가는 것일까.

 

'대학'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말고 실제의 대학이 궁금하다. 특히 유럽의 대학의 현재와 지금의 모습까지의 역사, 미래의 모습은 짐작하기 힘들다. 유럽대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 책 『유럽을 만든 대학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한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독립적인 위상을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이를 생각해보려면 최초로 대학이 태어나고 성장한 유럽 사회를 역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연 유럽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존재였는지 말이다. (13쪽)

 

이 책은 '통합유럽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문가 집단의 공동 집필로 발간되었다. 통합유럽연구회는 유럽을 하나의 '통합적' 역사 단위로서 이해하려는 시각을 견지하면서 역사, 문화 등 인문적 시각 및 사회과학적 접근 방법을 '통합'하여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술 단체이다. 2010년 『인물로 보는 유럽통합사』2013년『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통합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세 번째 접근 방식으로 대학을 통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유럽대학의 기원부터 살펴본다. 유럽대학의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를 정확하게 알 길은 없지만,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자치 공간인 도시, 특히 이탈리아의 볼로냐와 파리에서 대학의 원형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두 도시의 공부 모임이 틀을 갖추게 되는 데에는 세속 권력자들과 교황이 이 모임에 자치권과 학문적 자율권을 인정하는 각종 특허장들을 수여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볼로냐와 파리 이외에도 12세기 후반에는 잉글랜드의 옥스퍼드와 이탈리아의 살레르노, 남부 프랑스의 몽펠리에에서도 대학들이 형성되었다. 이후 13~15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 각 도시에서 때로는 교회의 후원으로, 때로는 세속 권력자들의 후원으로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1부 '중세의 전통을 만든 대학들', 2부 '근대 유럽을 형성한 대학들', 3부 '유럽의 미래를 만드는 대학들', 4부 '통합 유럽을 이끄는 대학들', 이렇게 총 4부에 걸쳐서 유럽의 대학을 다룬다. 유럽 대학들의 모교 '볼로냐대학', 중세 신학의 심장이 되다 '파리소르본대학', 근대 대학의 어머니 '베를린훔볼트대학', 프랑스 권력 엘리트의 산실 '시앙스포', 민족 경계의 대학에서 통합 유럽의 대학으로 '스트라스부르대학' 등 이 책을 통해 유럽의 대학을 굵직굵직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유럽 주요 대학들의 역사와 전통을 살펴보는 부분에서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들이 유럽의 정신을 이끌어간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름조차 잘 몰랐던 대학들이지만 거기에 얽힌 역사를 살펴보면서 역사적인 면과 결부시켜 이해하게 되었다. 모르던 사실을 알아가는 것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시간이다. 대학으로 읽는 유럽 지성사로 유럽의 흐름을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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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경찰조사에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 전략
박원경 지음 / 지식공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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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에 대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 막연히 흑백논리로 구분하며 욕하기 전에 법적으로 어떤 처분을 받으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었다. 성범죄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의도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상세하여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주의!

이 책에는 장기간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원경 변호사의 실전 노하우가 담겨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법 현실을 몰라서 받지 않아도 될 처벌까지 억울하게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성범죄 피해자인 여성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 반대였다. '받지 않아도 될 혐의는 받지 말고, 받지 않아도 될 처벌은 받지 말자!'라는 말을 보니, 성범죄 가해자인 남성에게도 대응책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법도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법의 잣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리워질 것이다.

 

 

생전 경찰서나 법원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서로 다른 세 명이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성추행을 저지르고 수사를 받게 되었다. 셋 모두 혐의가 뚜렷했고, 증거도 확실했다. 초범인 것도 똑같았고, 죄질도 비슷하게 판단되었다. 그런데 A는 재판도 받지 않고 성범죄 전과기재도 없이 마무리되었고, B는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과 20년간 신상정보등록처분을 받았고, C는 1년간 실형을 선고받고 20년간 신상정보등록뿐 아니라 3년간 신상공개처분을 받았다. 이 셋이 저지른 사건은 똑같은데 왜 결과는 다른 것일까?

단 하나의 이유만 꼽아보라면 나는 감히 대응 전략의 차이라고 하겠다. (5쪽)

저자는 제대로 준비했다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을 사람들이 법률 현실에 대한 무지와 준비 소홀로 받지 않아도 될 처벌까지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경찰 조사를 받는 때에 실제 상황과 가해자의 생각을 교묘하게 잘 짚어내었다. 별 일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출두했다가 실제 범죄 이상의 처벌을 받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성범죄 전문 변호사 박원경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혹시라도 가족이나 지인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 고민되고 막막할 때에는 이 책이 똑똑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그 다음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처음에는 성범죄 가해자를 위한 책이기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읽다보니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자기 얼굴과 이름이 '성범죄자'라는 문구와 함게 동네에 뿌려진다면 끔찍할 것이다. 끔찍한 성범죄자도 아니고 아주 가벼운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낙인이 찍힌다면 어떨까.

예컨대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음란한 글이나 사진을 보냈다. 이건 통신매체이용음란에 해당된다. 사실 이 사건은 경미한 성범죄에 해당하는데 과거에는 보안처분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보안처분 대상이 된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잘못된 대응책때문에 평생 고통을 받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올바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참고로, 보안처분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게 신상정보 고지명령이나 전자발찌 같은 것이다. 또한 보안처분은 처벌과 별개다. 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보안처분은 보안처분대로 받게 되어 있다. (19쪽)

 

이 책의 순서는 책의 제목과 같다. 성범죄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를 시작으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 전략을 상세하게 일러준다. 제1부에서는 시간별 액션 플랜으로 '수사 전 단계','수사단계','재판단계' 세 단계에 걸쳐서 상세하게 짚어준다. 2부 사건별 액션 플랜은 '성매매','가벼운 성추행','무거운 성폭력','회사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 등 사건 유형에 따라 어떤 점을 포인트로 잡고 해결을 해야할지 판단하게 해준다. 이 책을 보면 합의금 액수에 대한 대략의 가이드라인이 나온다. 수사 전단계와 수사 단계, 재판 단계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단계별로 얼마인지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막연하게 알던 부분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는 느낌이다.

 

 

 

 
 

관련 법조항도 상세하게 다룬다. 알아두면 모르는 것보다는 나으리라는 생각에 읽게 되지만, 영 마음이 찜찜한 것도 사실이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 책이 불편한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마무리를 한다. 사실 여성의 입장으로서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있었기에 맺음말의 제목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워낙 흉흉한 기사를 많이 보아서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런 시각으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성범죄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흉악범을 제외하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성범죄자'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심지어는 성범죄 사건을 맡은 변호사까지도 함께 욕을 먹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자기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첨언과 함께. (210쪽)

그들이 잘못한 것은 분명 맞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비해 더 큰 처벌을 받는다면 그것도 옳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큰 틀에서도 볼 수 있고, 필요한 부분을 상세하게 짚어보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범죄와 상관없는 사람들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혹시나 주변 사람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성범죄에 가담했다면 이 책이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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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임흥준 지음 / 더퀘스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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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생활에 적용하여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조차 읽지 않는다면 생각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책을 읽더라도 생각에 잠기고 삶에 적용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든 삶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 좋다. 그런 책을 찾는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다른 사람이 그런 작업을 해낸 책을 읽는 것도 색다른 자극이 된다. 요즘에는 통합교과적인 책에 흥미를 느낀다. 역사 따로 비즈니스 따로가 아니라, 한 권의 책에서 역사와 비즈니스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임흥준. 미니프린터 세계 2위 업체인 빅솔론의 해외영업팀 부장이다. 빅솔론은 2003년 1월 삼성전기에서 분사해 설립된 기업으로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엡손과 어깨를 견줄 만한 업체로 성장했다. 임흥준은 대학 졸업 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은행이었지만, 해외영업 경력자를 모집한다는 삼성의 공고를 보고 삶을 전환하게 되었다. 다소 수동적인 은행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

 

어느 부서에서보다 직관력과 통찰력을 요구받는 곳이 영업부서라는 점을 깨닫고는 마케팅 서적들을 미친 듯이 읽어댔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이 거시적인 얘기나 원론적인 얘기들만 늘어놓을 뿐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복잡미묘한 상황에 적용할 만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고. 이때 떠올린 대학시절 교수님의 말이 인상적이다. "경영학의 많은 용어들이 군사용어에서 유래됐다. 전략도, 캠페인이나 게릴라 마케팅도 전쟁에서 비롯된 말이다. 비즈니스 전쟁도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기계적인 인과관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역사를 탐구하게 되었고 역사는 그에게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발견하게 했다. 그 만의 영업 전술을 가다듬어주는 멘토가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영업 감각과 매출 증가로 뒷받침 되었다.

 

이 책은 명장들의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사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신화 창조류의 성공 스토리도 아니다. 난 성공 신화를 이룬 기업가가 아니고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의 신도 아니다. 나는 다만 좌충우돌하던 초보 영업사원이 어떻게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그 방법을 찾았는지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고자 한다. (20쪽)

 

이 책에서는 심心, 지智, 략略 세 가지를 기반으로 한다. 심心 승부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지智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략略 싸우기 전에 생각하라, 이렇게 크게 3부로 나뉘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저자의 비즈니스 현장 이야기와 역사가 잘 버무려져 눈에 쏙쏙 들어온다. 단순히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면 다소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단순히 역사 이야기만 한다면 현실과 거리가 멀어서 지루한 느낌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가 적절히 분배되어 읽는 이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비즈니스와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흥미롭게 읽게된 것을 보면,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이 읽으면 눈에서 뗄 수 없을 정도라 짐작된다.

 

이 책의 부록에 다루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먼저 부록 1에서는 '완전히 다른, 국가별 비즈니스 스타일'을 일러준다. 프랑스는 자부심을 겨냥하고, 독일은 원칙에 철저할 것을 강조한다. 대만은 조건별 가격 테이블을 준비해야 하고, 중국은 거래 초기엔 선금을 받으라는 조언한다. 그밖에 미국, 중남미, 일본, 중동, 아프리카 등 비즈니스 현장에 있는 저자의 조언에 귀기울이고 조심하여 접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록 2에서는 '어떻게 협상을 승리로 이끌 것인가'를 다룬다. 협상에 관한 알토란 같은 정보를 제공해주니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이나 앞으로 발을 들여놓을 사람의 경우에는 특히 눈여겨 보고 마음에 새겨둘 일이다. 관련 업계 새내기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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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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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추리소설'이 떠오른다. 그런 것 때문일까?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추리소설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은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이름은 너무도 강렬해서 책의 장르마저 고정관념으로 눌러버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다.

 

이 책을 접하고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필명을 쓴 것은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고, 이는 애거사의 뜻에 따라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다고 한다. 이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만약 그러한 언급 없이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면 끌림이 약했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긴 하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그리는 사랑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 소설이 애거사 크리스티가 노년기에 쓴 소설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작가의 이름보다는 내용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사랑을 배운다』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노년기에 쓴 소설로 원제는 The burden 즉 '짐'이다. 언니 로라와 동생 셜리, 자매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랑이라는 '짐'에 대해 그린다.

(312쪽_옮긴이의 말)

애거사 크리스티가 전해주는 사랑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약간의 의아함으로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일단 다 읽고 나니 작가의 이름보다는 내용이 여운으로 남는다. 사랑을 생각하게 하고 삶을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단아한 여성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 여성이 주는 무게감만큼 이 소설이 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바라보기에 따라 다른 무게감을 전해주는 것일테다.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고 버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각자가 느끼는 사랑의 무게는 자신이 지고 나아가기에 조금씩 버거운 정도라는 생각도 든다. 이 소설 속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 적당한 짐을 무겁게 이고 가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 누구도 그녀들의 짐을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오빠가 죽자 로라는 부모의 사랑을 받을 거라는 은밀한 기대에 들뜨지만 갓 태어난 동생에게 또다시 부모의 사랑을 뺏긴다. 로라가 하느님에게 동생을 천국으로 데려가달라고 기도하던 날 밤에 집에 화재가 나고, 로라는 위험에 처한 동생 셜리를 구하면서 죄책감과 강한 사랑을 느낀다. 이후 로라의 삶은 오직 셜리에 대한 희생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채워지고, 이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애거사 크리스티는 사랑을 주고받는 것의 본질을 탐구한다. (312쪽)

 

이 책은 표지에서 주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 스토리 자체도 읽을만 했고, 그 과정에서 로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동생 셜리의 속마음을 알아채고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희생','헌신'이 주는 '짐'을 이들의 상황을 읽어나가며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안에서도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고 주변에서도 보게 되는 면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기준에서 조정하려다가는 상대를 불행에 빠지게 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면 어리석은 판단을 하기도 한다.

나는 백 가지 사랑의 기술을 알았으나

그 하나하나가 연인을 슬프게 만들었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라, 꼬마 로라."(97쪽)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의 일그러진 단면을 바라보다가 인생을 보게 된다. 점점 시야를 확장해서 인간을 바라보는 신의 모습까지 생각하도록 작가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간을 증오하느니 차라리 신을 중오하는 게 훨씬 나아요. 그래봐야 인간은 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신은 우리 인간에게 상처를 주죠."

"그렇지 않아요. 인간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죠."

"신의 탓으로 돌려버리라는 건가요?"

"그게 바로 신이 하시는 일이에요. 신은 우리의 짐을 짊어지시죠. 우리의 반감이라는 짐, 미움이라는 짐. 그리고 사랑이라는 짐." (212쪽)

 

이 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모은 시리즈인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고보니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을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에 푹 빠져들게 된다. 한동안 여운으로 남을 소설이다. 오랜만에 소설 속 세계에 빠져들어보았다.

"넌 사랑을 주고만 싶지 받고 싶지는 않은 거야. 사랑받는다는 건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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