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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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눈 앞에 가득 쌓인 일을 처리하며 헥헥거리며 살다보면 시간이 정말 금세 흐르고 만다. 분명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여름의 더위가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일상에 치우치다보면 꽃 한 송이 제대로 볼 시간도 없고,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여유도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에는 다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마음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만큼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 책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를 읽으며 지금 현재의 인생을 짚어보고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에서는 나에게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표지를 넘기고 앞부분 페이지에 차례로 적힌 글을 보며 숨을 고른다.  

지금은

잠시 멈출 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나에게 질문할 때

어떻게 살고 싶은지 세상을 둘러볼 때

그리고

나의 성장을 위한 작은 변화를 준비할 때

하찮게 보이는 작은 '지금'들이 현재를 채우고 나의 과거가 된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면, 정신없이 바쁘게만 보내는 시간을 나중에 돌이켜볼 때 아쉬움이 가득하리라 생각된다. 지금, 잠시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둘러보아야할 때라는 점을 절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서영아. 생각해보니 그의 전작 『당신은 스토리다』를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대한민국 스토리를 만드는 10명의 크리에이터, 그들을 10가지 이야기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마음을 흔들지 못하면 모든 것이 가짜다.'라는 문장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내 안의 열정을 되살려보며 나 자신도 창조적인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떠올린다.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 책이었기에 이번 책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 책은 낯선 공간, '티아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로 프롤로그가 전개된다. 스토리를 통해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곳에서는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고요한 자기 혁명의 시간,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비로소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는 '브릿지 타임'이라고 불렀다. 그 시간을 선물한 곳은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신부들의 공간인 티아하우스다. 미혼과 결혼의 가운데에 놓여있는 섬과 같은 곳. 티아 할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신부들을 위한 모임을 마련했는데, 이곳의 주제는 결혼이 아니라 '여자'였다. 소통하면서 서로를 찾아내고 배워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그 공간에는 여자들의 시간이, 여자들의 움직임이 있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도란도란 수다를 나누고 소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티아하우스같은 공간이 내 주변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의 티아하우스를 만들어놓고 티아 할머니같은 멘토를 초대해본다. 전체적으로 술술 풀어나가는 스토리 구성에 티아 할머니의 말씀과 노트가 어우러져 멈춰서서 음미하게 된다. 때로는 티아 할머니의 노트를 들여다보듯, 그 안에서 지금의 나에게 건네주는 목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생을 굳건히 살아내는 모든 것들은 모두 꽃이다. 모두 기특하다.

피고 지는 모든 것들은 맨 처음 지구에 발을 딛고

뿌리 내렷던 역사를 가졌다.

제자리를 찾아내고 그 자리에서 기어코 뿌리를 박고

제 에너지를 모으고 펼쳐내는 것이

아프지 않았을 리 없다.

그 성장통이 있었기에 피고 지는 모든 생명이

이렇게 애틋하다. 짠하다. (66쪽)

티아 할머니의 메모를 보고 나도 나만의 감상에 젖는다. 그런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티아 할머니의 말과 메모를 통해 내 마음을 어루만져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읽어나가면 강물에 던지는 돌멩이처럼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마음에 말을 걸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티아 할머니와 함께 하는 브리짓 타임은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되살려준다. 씹을 수록 단 맛이 나는 껌처럼 곱씹으며 읽으면 감동이 배가된다. 소박한 한 끼 밥상을 먹는 것처럼 담백하고 정갈하다. 그러면서도 내 안의 자양분이 되어 건강한 마음으로 뿌리내리게 도와준다. 처음에는 티아 할머니의 노트만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다보니 스토리 속에서 티아 할머니의 말이 더욱 도드라져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강약 조절을 잘 해서 강하게 다가올 문장이 더욱 빛난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문이 하나 있다.

그 문 끝에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다음 문을 열고 나는 새로운 여행을 준비할 것이다.

나는 늘 다음 페이지가 설렌다.

티아 할머니의 노트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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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미안해 -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 (아동학대.가정폭력)
고주애 지음, 최혜선 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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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을 보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이 책은 어린이와 어름이 함께 읽는 아동학대, 가정폭력에 관한 동화이다. 요즘들어 특히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밖에서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을 겪더라도 집에 들어오면 편안한 느낌으로 휴식을 취해야한다. 그런데 안락하고 포근해야하는 가정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속이 상하고 분한 느낌이 든다. 이 책 『아빠가 미안해』를 읽으며, 조금씩 다른 가정 환경이지만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존재하는 어두운 면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주애. 아동복지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아동학대를 비롯하여 인성교육, 아동정책 등의 연구를 하고 있으며, 교원 부모를 위한 잡지 「에스맘」과 머니투데이 입법정책 전문지 「더리더」에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이 책 『아빠가 미안해』는 고주애 글, 최혜선 그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감수로 출간되었다.

 

이 글은 어린이와 부모님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아동복지 현장에서 만났던 아동과 가족, 그리고 연구 조사를 통해 보고되는 아이들과 관련된 많은 일들을, 어린이와 부모님이 이해하기 쉬운 동화로 담아 함께 생각하고 대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혹시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요. 나는 괜찮다고 하더라도 주변 친구들을 돌아보고 도와주는 멋진 친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모님도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부모님 역시 용기를 내어 힘을 내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머리말 中)

 

"내 이름은 하주안이에요. 아홉 살이고 중앙초등학교 2학년이지요."라는 자기소개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 집은 부자예요'라는 제목처럼 즐겁고 일상적인 가족 소개로 이어져나가다가 주안이의 독백이 이어진다. "우리 집은 부자예요. 예전에 말이에요......" 부자로 살다가 작은 집으로 이사갔고, 엄마는 어린이집에 일하러 다니게 되었다. 아빠는 이사 온 후 밖으로 나가시지도 않고 술에 빠져 사신다. 엄마 아빠의 싸움은 잦아지고, 주안이와 동생 주은이는 어제 먹은 반찬을 또 먹으며 지낸다. 둘은 심심한데 숨기 놀이를 하기로 하고 신나게 뛰어다니는데 아래층 공포의 할머니가 벨을 눌렀다. 이사 온 첫날부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올라오셨던 할머니다.

하지만 그때 시작된 거예요. 정말 화가 나는 일은......(33쪽)

 

층간소음, 가정폭력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멍들게 한다. 하지만 주안의 아빠가 왜 그렇게 분노를 표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나니 그들 모두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보게 된다. "아들, 지난번에 많이 아프고 놀랐지? 아빠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때 아빠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 비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말처럼, 위로와 화해로 가족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본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에요. 뭔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참 감사해요. 외할아버지는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고 하셨어요.

우리 집은 진~짜 부자예요! (105쪽)

 

이 책에서는 부록으로 이야기 속 전문 용어 이해하기, 아동학대와 아동학대의 징후를 다룬다.

아동학대와 아동학대의 징후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이를 위해 동화 이야기로 쉽게 적어내려갔지만 소재 자체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니,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며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지라도 이 책을 보며 꼼꼼이 짚어보고 기억하여 가정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되도록 해야한다. 이야기 속의 전문 용어에 대한 설명을 보며 아이와 어른 모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소중한 가정을 행복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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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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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싶더니 여름이 다가왔다. 6월은 그런 계절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듯하다가 어느덧 푹푹 찌는 시간이 찾아온다. 전국이 메르스 우려로 움츠러들고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시간이 늘어났다. 다른 해와는 달리 걱정으로 행동 반경이 축소되고 마음마저 위축된다. 2015년 6월 누리달에 월간 샘터를 읽으며 삶의 소리를 들어본다. 표지에 보면 오른쪽 밑부분에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콘텐츠 잡지 2015'라는 글귀가 있다. 작은 글씨지만 유난히 크게 보인다. 2015년 한 해의 샘터 표지는 김상구 판화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지는데 이번 달의 작품에 유난히 시선이 고정된다. 2004년의 작품이라는데 그 안에서 현재 소용돌이치는 우리의 마음을 보게 된다. 마음속의 화분 하나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달에 만난 사람' 권대웅 시인이었다. 얼마전 권대웅 시인의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를 읽었기에 더욱 반가운 느낌이다. 권대웅 시인은 달에 관련된 시를 쓰는 작가인데 캘리그래피와 그림, 달에 관련된 시를 통해 달의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궁금했던 시인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달 시화전을 열어 소외계층을 돕은다는 것을 보고 '사랑하다' '나누다' 같은 달의 정신이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짧아서 빛나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를 안내해주었다. "라면 먹고 갈래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등 독보적인 대사를 남기기도 한 영화 <봄날은 간다>를 떠올리며, 이 글을 읽어보았다. 그 영화를 찍은 장소가 맹방 해수욕장, 신흥사, 양리마을 대나무 숲 등 근덕면 일대에서 촬영했다는 정보를 시작으로 사진과 글을 보며 그곳의 기운을 받아본다. '짧은 사랑, 짧은 여행, 그리고 짧은 인생. 마음껏 누릴 수 없기에 빛나는 것들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뇌리에 남는다. 삼척 중앙시장에서 만난 세 할머니의 뒷모습 사진도 인상적이다.

 

공항 24시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도 웃음이 난다. 신혼여행 길에 비행기를 놓치는 일은 본인들의 입장에서는 분통터질 일이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들에게 들려주는 조언도 실질적이다. 분편한 헤어, 메이크업 상태로 식장에서 바로 출발한 부부들은 인천공항 지하 1층의 사우나나 미용실을 찾아 편안하게 하면 싸울 일이 줄어들 것이다. 수속받고 면세구역으로 들어간 후라면 '퍼블릭 라운지'를 이용할 것. 다음 호에는 곧 다가올 휴가철을 대비해 라운지 이야기를 전해준다니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기생충의 이야기와 고부갈등을 잘 역어내어 이야기를 들려준 '기생충과 시댁', 무용동작치료 '내 안의 화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법륜 스님의 '참살이 마음공부' 등 읽을거리도 풍성하고 흥미를 유발한다. 이번 호 특집은 '자기만의 방'이다. 꿈을 찾아 일궈낸 나만의 보금자리에서 마음과 정신이 함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외양간에 꾸민 집필실, 예순 살의 도서관, 꿈을 그리는 작업실 등을 읽으며 그들만의 방을 엿본다.

 

월간 샘터는 부담없이 읽기에 좋다. 다양한 정보도 얻고 사람 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자투리 시간을 꽉 채우는 잡지이다.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으며 정보와 지식을 습득한다.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다. 다음 달 월간 샘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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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비 - 뇌에 숨겨진 행복의 열쇠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지음, 한윤진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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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쳐들면 복실복실한 외모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손으로 물구나무 서있는 그림을 보게 된다. 림비라고 한다. 림비는 무엇일까? 제목도 그림도 생소하지만 이 책이 궁금해서 읽어보게 된 이유는 '림비와 사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정리를 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보면 정신이 사납다. 책을 읽고 정리할 계기를 마련하여 정리에 몰입하면 주변이 시원하게 처리되어있는 것을 여러 번 느꼈기에 이번에도 책을 통해 도움을 받고 싶어서였다. 이 책을 통해 궁금했던 부분인 '림비와 사물'을 비롯하여, '림비와 시간', '림비와 돈', '림비와 몸', '림비와 타인', '림비와 사랑', '림비와 행복', '림비와 죽음'을 차례로 훑어보는 시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2001년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집필했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인생을 단순하게 살 수 있는지 강연을 하고 일러스트를 그리고 라디오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생을 단순하게 살 수 있는 마스터 플랜이라든지 행복이라는 상자를 여는 열쇠같은 것을 찾아헤맸다. 그러던 중 뇌연구의 최근 정보에 집중하게 된다. 대뇌 반구의 안쪽과 밑면, 두개골 중심에 위치한 특정 부위인 '대뇌변연계'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 책에 담아냈다.

 

대뇌변연계는 뇌의 중간층에 위치하며, 대뇌변연계를 구성하는 각 부위들이 뇌간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감정과 정서를 담당한다. 이를 매클린은 '포유류 뇌'라 불렀다. 고양이, 개, 호랑이 등 포유류에 공통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13쪽)

저자는 이 대뇌변연계가 너무 사랑스러워져서 종이를 가져다 누가 봐도 꼭 껴안아주고 싶은 귀여운 캐리커처로 그려봤다고 한다. 그 그림이 책 속에 수시로 등장하는 '림비'이다.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있기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려고 버티기도 하며, 밥도 먹고 운동도 한다. 대뇌변연계는 포유류의 핵심 성향인 감성을 관장한다. 이 책에서는 대뇌변연계를 림비로 형상화하여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언제든 림비가 작용하는 것을 일러준다.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하려면 여러분의 림비가 깨어 있어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분 곁을 맴돌면서 일을 도와야 한다. 그러려면 충분한 작전지시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감정'이 생겨야 한다는 뜻이다. (46쪽)

림비의 마음을 움직이는 적절한 장면을 떠올리며 림비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해가 흐를수록 깨끗하게 치우기, 잡동사니 치우기, 청소에 관한 비법이 쌓여 2단계로 압축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들의 핑계에 해결책을 내놓아 마음을 달리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거 진짜 비싼건데.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거나 '물건을 버리는 건 환경에도 좋지 않아. 버리기엔 아직 물건 상태도 제법 쓸만한데. 결국 그 물건이 어디로 가겠어.' 등의 생각으로 림비가 행동개시에 제지를 한다면 해결책을 읽으며 림비를 설득해보자.

 

처음에는 림비의 생김새가 낯설었는데, 볼수록 귀엽다. 전체적으로 빽빽한 느낌이 들어 다소 산만한 감이 있긴 했다. 하지만 핵심을 잘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을 간추려보면 꽤나 쓸모있는 느낌이 든다. 각 장의 끝에는 '림비의 핵심 포인트'가 있는데, 나중에 다시 이 책을 보더라도 림비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지 간결하게 정리해놓아 도움이 된다. 원하는 부분이었던 '림비와 사물'을 시작으로 이 책의 마지막에 담긴 '림비와 죽음'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이 책을 통해 대뇌변연계에 관해 알게 된 것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림비'를 통해 내 안의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림비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새롭게 인식된다. 자기계발서에 속하는 책이지만 림비에 대한 언급으로 전달되기에 색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사물을 비롯하여 시간, 돈, 몸, 타인, 사랑, 행복, 죽음 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봐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뇌의 이야기를 림비라는 캐릭터를 통해 소개해준 점에서 흥미를 느끼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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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기행 -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정찬주 지음, 유동영.아일선 사진 / 작가정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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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스리랑카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제대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불교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기억은 더욱 희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행 당시, 수많은 불교 관련 유적을 살펴보았지만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지 않고, 심지어 어느 지역에 갔다왔는지조차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신발을 벗어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모자까지 벗어야하는 것이 귀찮았던 기억만 생생하다. 요즘들어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원하던 책을 제대로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필요한 책은 이런 책이었어!'. 생생한 사진과 심도있는 글귀를 통해 다시 한 번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다. 희미해진 기억을 다시 되살아나게 만드는 시간이다.

 

이 책은 『불국기행』이다. 부탄, 네팔, 남인도, 스리랑카, 중국 오대산까지 불교 성지를 찾아 떠난 순례와 답사 기행을 담았다. 책 띠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이 세상에는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다니! 부탄 소개에 한껏 낭만적인 기분이 되어 책을 읽게 되었다. 부탄은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나라였기에 이 책의 초반부터 깊이 빠져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불교라는 매개로 여행지를 바라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독서가 된다. 해당 종교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불교를 알아가며 여행지를 살펴볼 수 있어서 의미 있다.

 

'도를 모르고서 발을 옮긴들 어찌 길을 알겠는가.' 저자 정찬주가 서문에 담은 어느 선사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그동안 여행을 다녀온 곳들이 깊이 있게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은 별다른 준비 없이 보고 즐기는 여행으로 마무리해서일지도 모른다. 좀더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했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책을 읽어나가며 다시 가면 좀더 깊이 있게 여행지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시 가더라도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내 안에 풀어내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과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두근거림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와 사진작가가 다른 사람이다. 저자는 벽록 정찬주, 사진은 유동영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구분해서 담아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글을 깊이 있게 담았고, 사진작가는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여행지를 담아냈다.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자아내는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읽고 넘기려고 했던 나의 시선을 사로잡아 한장 한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넘기게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시선을 끌어들이고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버린 것에 아쉬움마저 느끼게 했다.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는 나라, 부탄.

히말라야 기운으로 축복받은 땅, 네팔.

신라 여섯 씨족장과 석탈해가 떠난 땅, 남인도.

연꽃을 들고 절에 가는 불심의 나라, 스리랑카.

의상대사와 혜초가 순례한 불국토, 중국 오대산.

이 책에는 이렇게 다섯 곳이 속속들이 담겨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며 직접 여행을 하듯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고, 한 권의 책 속에서 알게 되는 여행지의 정보에 기분이 들뜨기도 했다.

 

"순례하면서 나그네로 다니지 말고 주인공으로 다니기 바랍니다. 예컨대 전생에 왔던 곳인데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순례하면서 가져야 할 자세가 또 하나 있습니다. 하나가 전체가 되고 전체가 하나로 되는 순례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보고 듣는 것이 더 깊어질 것입니다." (236쪽)

보리수를 참배하고 난 뒤 기도처로 지어진 건물에 들러 수불 스님의 법문을 들은 내용이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것을 떠올린다. 주인공이 아닌 나그네로 다닌 시간이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조금은 성장하는 느낌이다.

 

부탄, 네팔, 남인도, 스리랑카, 중국 오대산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박 겉핥기식 여행이 아닌 좀더 깊이 있는 시각을 키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된다면 이 책을 또한번 정독하고 길을 나서게 될 것이다. 여행지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리라 장담한다. 이 책을 읽은 지금, 여행과 지식이 고루 제공되는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다음 번에는 책 밖의 세상을 직접 보며 책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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