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클로드 앙스가리 지음, 배지선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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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반려동물'이라고 일컫는다. 어설픈 가족이나 친구 이상으로 위안을 받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 당당히 '반려자'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나도 사실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해왔다. 그 생각은 어느 순간 불같이 치솟아 올라 충동적으로 고양이 입양 직전까지 가지만, 결국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헤어짐의 두려움 때문이다.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하는 만큼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아예 시작조차 머뭇거리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클로드 앙스가리. 음악과 동물을 사랑하는 문학선생이다. 현재 브르타뉴 지방의 최서단 피니스테르 주 두아르므네에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가 쓴 여러 권의 책들 중 고양이와의 인연과 만남에 대한 이야기인《고양이들의 샛길》이라는 책이 궁금해진다. 이 책 《깃털》은 시적인 감흥과 철학적인 고찰을 통해 고양이와의 교감을 섬세한 필치로 써내려간 책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을 읽는 데에 깊이를 더하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은 상실에 대한 책이다. 사랑하던 고양이 '깃털'을 잃고 난 후 고통스러워하다가 독백 형식으로 편지를 써나간 것이다. 지독한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글쓰기를 통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있다. 글쓰기는 치유의 방편이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놀라운 치유력이 있음에도 우리는 고통스러운 당시에는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곧바로, 나는 네게 편지를 쓸 수가 없었다. 가장 생생한 고통의 정점에서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물. 예고 없이. 아무 때나. (114쪽)

 

생생한 고통의 정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면 펜을 쥘 힘이 생긴다. 그때부터 마음 속에 응어리맺힌 슬픔이 서서히 풀리며 치유의 시간은 시작된다. 저자는 그 순간 그들의 추억을 한 권의 책으로 쏟아부었던 것이다. 행복도, 고통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도, 마음에 되새긴다. 그렇게 그녀는 구원을 받는다.

네 죽음은 내 어린 시절의 상처, 생명의 유한함과 사랑하는 이들의 상실에 대한 분노를 일깨웠고 아버지에 대한 애도에 다시 불을 지폈다. 우리 삶의 조건인 모든 참혹함에 대항하여 나는 글쓰기밖에 다른 구원을 모른다. 삶을 연장해 가기 위해. (108쪽)

 

하지만 이 책이 상실에 대한 책인 것만은 아니다. 사랑의 시간이 컸던 만큼 상실감의 무게에 짓눌리고 고통스러워한 것을 표현했다. 이 책을 통해 고양이 깃털과 인간 클로드 앙스가리의 교감을 짐작해본다. 8년의 시간을 함께 존재하며 행복했던 일상을 눈앞에 펼쳐내듯 그려낸다.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라는 부제를 보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고 읽어나갔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에 마음이 아리고, 헤어짐의 고통에 마음이 쓰리다. 편지를 받는 이는 떠난 고양이라지만, 읽는 이에게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울부짖는다.

 

이 책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떠나보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끼던 강아지가, 고양이가, 어느 날 사라져버린다면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범위는 동물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모두 포함해야할 것 같다. 클로드 앙스가리의 처절한 고통을 공감하며 어느 순간 촉촉히 눈가가 젖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행복한 기억을 함께 한다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무엇이든 내 마음 속에 늘 함께 하는 것이니까.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은 죽은 이의 진정한 무덤이다. 유일한 무덤. 내가 사는 한 너는 내 안에서 산다. (100쪽)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편지지가 한 장 붙어있다. 읽고 나면 주변의 존재들이 달리보일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자. 언어가 달라도 서로 교감하고 있는 반려동물이나 언어가 같아도 교감하지 못하고 있는 주변사람에게 손편지를 한 장 쓰는 여름밤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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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엮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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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브라흐마의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의 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잔 브라흐마는 어려운 이야기도 쉽고 편안하게 해서 다음 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의 글은 장벽 없이 마음에 와닿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책으로 마음 공부를 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아잔 브라흐마는 런던의 노동자 계층 집안에서 태어난 영국청년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1년동안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태국 방콕으로 와서 스스로 삭발하고 승려가 되었다. 하루는 친구가 아잔 차의 명성을 듣고 왓농파퐁에 가서 3일만 지내보자고 해서 태국 북동부의 밀림으로 갔는데, 9년을 아잔 차와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아잔 차로부터 아잔 브라흐마(정식 이름은 아잔 브라흐마밤소 마하테라)라는 이름을 받았고, 지금은 아잔 차의 제자들 중 가장 뛰어난 수행자로 꼽히고 있다.

 

이 책을 엮은이는 각산. 세계명상수행승이며, 아잔 브라흐마의 한국 제자로서 세계명상힐링캠프 주최자다. 해인사 승가대학에서 불교학을 배운 후 미얀마 명상 고승 파욱 사야도와 아잔 브라흐마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현재 아잔브람 한국명상센터원장과 참불선원장을 맡고 있다.

 

파란 눈의 명상 스님 아잔 브라흐마의 책 제목은 독특하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성난 물소 놓아주기』이번에는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이다. 원숭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이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명상에서 '원숭이 마음'이란 원숭이가 숲 속에 살면서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건너 뛰어다니는 것처럼, 이 일에서 저 일로 한시도 쉬지 않고 건너 뛰어 다니는 분주한 마음을 일컫는 은유였다. 고요히 멈춰야 하는 나쁜 마음이었다. (77쪽)

내 마음이 시끄러운 원숭이라고 생각을 하니, 분주하게 움직이며 시끄럽게 떠드는 마음이 보인다. 가만히 그 마음의 움직임을 바라보기도 하고, 고요하게 머무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책은 108가지의 에피소드가 일곱 가지 테마를 이루면서 소개되고 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문득 깨달음을 얻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엄숙하고 무겁지 않고 감동과 유머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손쉽게 읽어나갈 수 있고, 누구나 손에 들었을 때 나름대로의 마음을 적시는 에피소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읽으면서 까르르 웃기도 하고 마음을 툭 치고 지나가는 느낌도 든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순차적으로 희로애락, 음미, 정진, 연민, 무아, 내려놓음, 지혜의 일곱 가지 과정을 통해 뿔난 원숭이처럼 분주한 현대인의 마음을 고요하게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엮은이의 말 中)

 

처음 책장을 펼칠 때에는 그래도 진지한 마음으로 경건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저절로 인위적인 무게가 빠져 나간다. 엄숙하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경직된 상태에서 자연스러움으로 흘러간다. 에피소드의 강약이 조절되어 있어 인위적인 힘은 빠져 나가고 고요히 마음 속을 들여다보며 시끄러운 원숭이를 잠재우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짤막한 이야기에서 행간을 읽어나가고 교훈을 건져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날에 더욱 떠들며 기승을 부리는 내 안의 시끄러운 원숭이를 조용히 시킨듯한 느낌이다. 편안하게 읽으며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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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 나는 우주정거장에서 인생을 배웠다
크리스 해드필드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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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바라보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지만, 관점을 달리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세상은 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어떨까? 지구 안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독특한 시선을 제공해줄 것 같았다.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에서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궁금해서 이 책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를 읽어보게 되었다.

 

20년간의 우주비행사 훈련, 4천 시간의 우주 체류

"네모난 우주비행사에 둥근 구멍, 이것이 내 인생 이야기다"

이 책의 지은이는 크리스 해드필드. 캐나다 출신 우주비행사이고, 전 국제우주정거장ISS 사령관, 20여 년에 걸친 우주비행사 훈련을 거쳐, 4천 시간에 이르는 우주 체류 기록을 남겼다. 지구로 돌아와 은퇴한 뒤에는 세계 곳곳을 방문해 우주비행사로서 위기의 순간을 겪으며 체득한 삶의 지침과 의미, 그리고 우주 프로그램의 의의 등을 널리 알리고 있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며 상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책을 통한 간접경험의 묘미이다. 특히 우주비행사라는 일은 할 생각도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의 경험 하나하나,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이 책은 첫문장에서부터 압도적으로 몰입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표현에 넋을 놓고 계속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우주선의 창은 기적을 예사로 담아낸다. 92분마다 지구가 떠오른다. 이 경이로운 층층 케이크 같은 풍경은 처음에 오렌지색으로 시작해 그 위로 푸른색이 두텁게 덮이고 꼭대기 층에서는 찬란한 별들이 캄캄한 어둠을 뚫고 빛난다. 아래로는 우리 행성의 비밀스런 모습이 드러난다. 단정한 벌판에서 산맥들이 거침없이 솟고 숲들이 초록잔치를 벌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강들은 은색 벌레처럼 꼬불꼬불 흐른다. 대륙들이 널찍널찍하게 펼쳐지며, 그 주위로 앙증맞은 섬들이 깨잔 달걀껍데기처럼 바다에 흩뿌려져 있다. (11쪽)

 

크리스 해드필드의 꿈이 시작된 것은 아홉 살 때, 온타리오 주 스태그 아일랜드에 있는 가족휴가용 오두막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텔레비전에서 달 착륙을 방송하던 것을 보고 그는 우주비행사의 꿈을 상상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갔다. 우주비행사의 능력은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년간 진지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했다는 점, 가장 중요하게 바꿔야 할 것은 우주비행사로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는 점에서 그가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실행해나가는 열정을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인생 여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데 그 점이 오히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한다. 우주비행사들의 '발사 준비','이륙','지구 귀환'의 과정을 생생하게 함께 할 수 있다. 어디에서든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며 상상 이상의 노력으로 열정을 불태우는 그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특히 지구 귀환의 과정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한다. 솔직담백한 글 속에 진심이 느껴지고 그의 열정을 보게 된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내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나는 천국에서 쫓겨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철퍼덕!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초능력자였다. 날아다닐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누가 부축해 줘야만 간신히 절뚝절뚝 다닐 수 있을 뿐이다. 무중력의 호사스러움에 젖어 있던 내 몸은 중력으로의 복귀에 완강히 저항했다. 메스껍고 무기력했다. 사지는 납덩이처럼 무거워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319쪽)

 

이 책의 앞면에 보면 추천사가 가득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는 점을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우주비행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우주'와 '지구'를 오가며 얻은 삶의 지침. 그 지침은 비단 우주비행사가 되고픈 사람만이 아니라 꿈을 추구하며 땀 흘리고, 때로 삶의 굴곡 앞에서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효하다. 아무리 암울한 시절에도, 가슴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은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감화시키며, 우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크리스 해드필드의 여정을 보며 내가 느낀 두근거림을 여러분도 느끼길.

-데니스 홍/ 로봇공학자,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저자

 

크리스 해드필드는 사람을 끄는 문장력을 지닌 뛰어난 저자다.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부터 우주궤도를 도는 폭 100미터짜리 깡통 속의 흥미로운 일상까지, 그는 날것 그대로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슬레이트

 

이 책을 통해 우주여행을 할 때 어떤 기분이고 어떻게 준비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보게 되고, 우주비행사로서의 꿈을 향해 돌진하는 열정도 보게 된다. 아홉 살 때부터 자신만의 꿈을 꾸었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나갔기에 '나는 우주정거장에서 인생을 배웠다'라는 말이 더욱 와닿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생을 보며 자신만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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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을 설계한 사람들 -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영웅들의 이야기
폴 케네디 지음, 김규태.박리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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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영웅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생각에 펼쳐든 이 책은 두께가 상당해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페이지를 펼쳐들며 계속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에서 발췌한 짤막한 글 때문이었다. 학교 교육을 받을 때에 얼핏 그런 생각이 들다 말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충분히 의문을 가지고 파고들며 생각해볼만한 일들을 이제야 이 책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을 통해 제대로 살펴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알렉산더가 인도를 정복했다.

오로지 혼자서 해낸 것일까?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무찔렀다.

그의 곁에는 요리사가 한 명도 없었을까?

 

-수많은 역사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것들이 주로 위대한 인물들에 관한 내용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갖게 된 독일의 젊은 노동자를 상상하며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1935년에 쓴 시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에서 발췌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 폴 케네디이다. 일단 이 책의 접근법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서는 연합군의 지휘관이나 전장을 누빈 병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전쟁 중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을 찾아낸 문제해결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다섯 개 장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중반으로 접어든 중요한 시기에 민간 및 군사 차원에서 개인과 단체가 각각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디데이에 지뢰와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 해안을 평평하게 만드는 '이상한 탱크'를 개발한 퍼시 호바트 소장, 멀린 엔진을 머스탱에 장착한 로니 하커 공군 대위, '도둑 공격 전술'로 U보트를 격침할 방법을 연구한 호송선단 함장 조니 워커 대령 등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뉜다. 제1장 ''이리떼' U보트를 막아라',제2장 '제공권 장악으로 판을 뒤집다', 제3장 '천년제국의 오만함을 무너뜨리다', 제4장 '양서류에게서 배운 노르망디 상륙전', 제5장 '머나먼 땅을 향해 더 높이 날아오르다'에 이어 마지막으로 '맺는말'로 구성된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에 1944년 6월 노르망디 대침공 때까지 펼쳐졌던 상륙전의 발전상을 다룬 제4장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읽어보았다.

 

관련 지식이 있으면 좀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다보니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나의 지식이 지극히 미미하고, 그러다보니 이 책이 너무도 상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의 노력과 접근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사는 어떤 의미로든 현재의 우리에게도 의미를 던져줄 때 재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앞에서 설명한 독특하고 유사한 다섯 가지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다른 분야와 다른 규율, 다른 훌륭한 주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중략)...나아가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똑똑한 중간급 관리자나 경영 컨설턴트, 혹은 독서의 폭이 넓은 경영자들도 이러한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491쪽)

 

아무리 천재적이고 에너지가 넘쳐도 총책임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협력 체계와 격려의 문화, 효율적인 피드백,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능력, 임무를 완수하는 능력 등이 있어야 하고, 이 모든 것이 적보다 나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을 새겨듣게 된다. 우리의 삶이 전쟁터이고, 어떤 방식을 적용할지 과거의 역사에서 더듬어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서두에 인용된 브레히트의 시에 나오는 의문에 함께 고민하게 되고, 이 책의 접근법에 수긍하게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번쯤 읽어보고 생각에 잠길 만한 책이라 여겨진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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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재발견 - 나는 언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가
론 프리드먼 지음,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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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정리하는 데에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리는 쓸고닦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치우는 것이 시작이었다. 때마침 풍수 인테리어 관련 서적들을 통해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했기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깨끗함을 넘어서서 내 삶을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한다. 단순히 생활 공간을 정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보다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되었다. '나는 언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가' 하나씩 짚어보게 되었다.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의 의미와 일의 효율성을 파악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지은이는 론 프리드먼. 그는 현재 기업의 채용부터 리더의 동기부여, 오피스 공간의 배치와 디자인까지 '가장 일하기 좋은 곳'을 만들어주는 검증된 노하우를 왕성하게 전하고 있다. 《공간의 재발견》은 심리학과 기업세계의 가교를 잇는 그의 첫 저서인데, 생산성과 창의성의 발로가 개인의 역량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공간, 즉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에서 비롯한다는 역발상을 풍부한 과학적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조직의 리더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들어가며'에서부터 거론되는 사례를 보면, 구글에서 어떤 환경을 제공해주고 왜 포춘 선정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혔는지 예상할 수 있다. 직원들이 업무에 열정을 보이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수록 기업이 성공한다는 사실은 다양한 지표로 측정 가능한데, 기업이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여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작업 공간에 대해 다양성을 추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공간을 이동하며 작업을 구상하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조차 하지 않았던 나날을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간을 분리하여 필요에 의해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세 개의 문이 있는 복도를 상상해보자. 첫 번째 문을 열면 식물과 높은 천장, 탁 트인 전망이 있는 방이 나온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가는 곳이다.

두 번째 문을 열면 벽에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고 붉은색 펜이 잔뜩 있으며 방음 처리된 작은 방이 나온다. 수정 또는 편집 업무나 실수를 잡아낼 때 찾는 공간이다.

세 번째 문을 열면 탁 트인 공간이 있다.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랩톱을 올려놓고 간식을 먹으며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협업이 필요할 때 찾는 곳이다.

우리는 이런 일터를 계속 상상할 수도 있지만, 직접 만들 수도 있다. (83쪽)

 

이 책에서 간단하게 정리된 액션 플랜이 눈에 띄는데, 리더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 디자인을 통해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 및 '공간 디자인을 통해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을 시작으로, '놀이','행복','우정','자율','게임','경청','모방','채용','자부심'을 통해 리더 및 차기 리더가 배워야 할 것들을 짚어준다. 리더로서 마음에 새기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각 부문별로 세 가지씩 간단명료하게 짚어주니 내용파악에도 용이하고 도움이 될 것이다.

 

막연하고 광범위한 내용이 아니라 실제 사례를 들어서 와닿는 부분이 구체적이기에 이 책을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그러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간단명료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내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생각하며 읽을 수 있어서 실용적이다. 게다가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되니 내게 필요한 부분이 눈에 쏙 들어온다. 내 주변을 둘러보고 삶을 업그레이드시킬 준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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