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펜 공부법
아이카와 히데키 지음, 이연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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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따로 필통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내가 쓰는 펜은 검정색과 파란색, 두 자루 뿐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는 다양한 색상으로 밑줄도 긋고 필기하는 데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필기에 심혈을 기울여야할 이유를 못느낀다. 읽는 책이 많아질수록 그 책을 읽었는지조차 기억에 희미해지기에 독서노트에 파란펜으로 인상 깊은 문구를 적고 그 밑에 나의 생각을 적어 놓기도 한다. 갑자기 어느 순간 떠오를 때 찾아보기 쉽고, 그 책을 읽을 당시의 분위기와 내 마음이 오롯이 되살아나기에 그 방법을 습관화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란 부분이다. 나도 모르게 '파란펜 공부법'을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이 책 『파란펜 공부법』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효과적인 파란펜 활용술을 일러준다. "필요한 것은 오직 파란펜 한 자루와 노트 한 권뿐!"이라는 점에서 실행하기에 아주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나보자는 심산으로 접하게 되는 책에서 미래에까지 사용해볼 방법을 낚아내게 된다. 읽다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며,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승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아이카와 히데키. 와세다 학원 창립자, 주식회사 어드미션즈 오피스 CEO이다. '진정한 공부법'을 지도하다가 파란펜을 사용한 공부법을 고안했다. 이렇게 탄생한 '파란펜 공부법'은 학원 안팎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널리 퍼졌다.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도쿄대, 와세다대 등 명문대에 12만 명이나 합격시키며 일본 오리콘차트 '학원 만족도' 6년 1위를 차지한 파란펜 공부법은 이제 우리에게도 암암리에 퍼져나가리라 생각된다.

 

'파랑이라는 색은 안정감을 준다. 마음이 안정되면 집중력도 향상될 것이다. 그러니 이 색으로 써보면 어떨까?' 저자는 그런 발상을 계기로 파란펜 공부법을 고안하였고 학원생들에게 '파란펜'을 쓰도록 권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파란펜 공부법'을 퍼뜨릴 필요도 없이 학원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퍼졌다. 고안 당시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지만, 파란펜 학습법은 학원생에서 일반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 사회인에게까지 전파되었다. 학생들에게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일반인과 직장인 등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비법이 된 것이다.

 

이 책은 서장을 시작으로 1장에서 7장까지 이어진다. 서장과 1장에서는 파란펜 공부법의 구조와 파란펜 공부법을 실제로 사용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2장에서 말하는 '파란펜 공부법에 감춰진 인생성공의 3스텝'과 3장에서 말하는 '순식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파란펜 &무작정 쓰기'의 엄청난 힘', 4장에서 '뇌에 마법을 거는 '파란펜 기억법'의 네 가지 법칙'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더 심화하여 본다면 5장과 7장을 통해 세부 법칙과 습관화하는 기술을 익히고, 6장을 통해 실제로 먼저 사용해본 사람들의 방법을 보면, 알차게 파란펜 학습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순식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파란펜&무작정 쓰기'의 엄청난 힘'에 주목하게 된다. 기억력이 좋아지고, 공부할수록 의욕이 샘솟으며, 어떤 정보를 버리고 취해야할지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되고, 나이에 관계없이 뇌가 젊어지는 등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일단 시도해보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좀더 심화하여 사용한다면 '적녹청의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이야기를 빨간색으로 적고, 깨달음이 생겼을 때 초록색으로 적으며, 기억해야할 사항은 파란색으로 적는 법인데, 각각의 색상에 의미를 담아 사용한다면 활용도도 높고, 나중에 다시 필기를 보았을 때 어떤 의미인지 단번에 깨닫게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방법이 유용할 것이고, 특히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학생들에게 권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또한 그동안 사용하던 파란펜을 좀더 자신감 가지고 사용하기로 했다. '한 자루의 파란펜이 당신의 미래를 빛내기를 기원하며'라는 아이카와 히데키의 바람대로 내 인생에도 빛날 일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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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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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좀비'나 '뱀파이어' 같은 이야기를 보면 시큰둥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게 말이 돼?'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깃속으로 흥미롭게 빠져들지 못했다. 얼마 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없었다면 이 소설에도 시큰둥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이 없는 일이 발생하고 보니 이 소설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의 현실에 있을 법도 한 좀비 스릴러를 30대 여성 유다영의 달콤살벌한 로맨스와 곁들여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이 책은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한 번 손에 쥐면 그 다음에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해져서 단숨에 읽어나가게 된다. 게다가 『로맨스 푸어』라는 제목만으로는 예상할 수 없었던 피 칠갑을 한 주차 요원이 휘적휘적 모퉁이를 걸어나오는 좀비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정신을 번쩍 차리며 빠져들게 되었다. 사실 피, 좀비같은 무서운 이야기는 아예 읽기 싫어하기 때문에 좀비에 대해 미리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 소설인데, 모르고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었다. 무력해지는 한낮에 활력소가 되었다.

 

이 책에서 보게 되는 또 하나의 장점은 공상의 세계 속에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데에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30대 여성인 유다영이 어떤 선택을 할지 내 의견을 말하며 간섭하고 싶어진다. 마음은 가지 않지만 재력이 있는 이성욱이냐, 대책없이 정의감만 앞서는 가난한 꽃미남 강우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금처럼 아무 문제가 없는 현실이면 모르겠지만 좀비로 득시글한 세상이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유다영의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에서 자꾸 대상을 바꾸게 된다. '그 상황이라면 대충 맞춰주고 마음 편하게 사는게 나은거 아닌가?,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낫잖아?' 마음속에 두 가지 질문이 수시로 교대하며 떠오른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 속의 상황이 아니어도 충분히 현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영의 생각을 일러주며 독자에게 현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인류 역사상 결혼이 낭만의 영역에 존재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결혼은 서로의 신분을 섞고 세탁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재화 혹은 권력은 어느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숨만 쉬어도 갚아야 할 빚이 늘어가는 이 사회에서, 서로 나눌 게 전혀 없는 남녀간의 결합은 사회,경제적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세상이 뒤집어지기 훨씬 전부터, 이곳은 그랬다. (206쪽)

 

소유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물질만능의 세상이지만 그것을 외면하거나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길에서 잔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을까? 아파트에서 산다고 그들보다 행복할까? 쓴웃음이 나온다. 잠깐이나마 이런 헛생각을 하는 건 모두 베스트셀러의 세뇌 때문이다. 버리고 행복하라, 같은. 정작 저자 본인은 하나도 안 버리면서 쓰는 책들. 못 가질 수는 있다. 안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같이 못 가질 수 있다. 같이 안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혼자 덜 가질 수는 없다. 적어도 남들만큼은 가지고 살아야 했다. (225쪽)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는 그렇게까지 변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오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예측하게 된다. 그래도 소설 속 세상에서는 작가의 상상에 따라 별별 일이 다 생긴다. 생각지 못했던 세상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는 볼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읽다보면 어느 정도 현실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고, 그럴 때에 소설에 대한 몰입도는 높아진다. 손에 쥐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을 소설이다. 다영의 시선으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우리는 내 영혼 어디까지 내다 팔 수 있는가'라는 말이 화두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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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 깊이 있는 동유럽 여행을 위한 지식 가이드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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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어딘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티켓이 생긴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동유럽으로 떠날 것이다. 먹고 자고 돌아다니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다면 좀더 깊이 있게 동유럽을 여행하고 싶다. 어디선가 동유럽 여행권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런 행운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동유럽이다.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그곳에 다녀왔다는 것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진짜 아까울 것 같다. 벼르고 별러서 가는 곳이라면 미리 정보를 익혀두고 그곳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책을 통해 얄팍한 지식을 좀더 두텁게 채워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정태남.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유럽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여행해왔는데, 그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문화와 역사와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여러 매체에 오랫동안 글을 기고해오고 있다. 건축, 음악, 미술, 역사, 언어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했기에 그의 글을 읽으며 깊이 있는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책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에는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비엔나,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실려있다. 총 네 파트로 나누어 갈만한 곳을 짚어준다. 프라하에서는 체코 민족의 전설과 역사가 배어 있는 신성한 언덕인 비셰흐라트를 시작으로 바츨라프 광장,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 루돌피눔, 황금골목 등을 보게 된다. 비엔나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오스트리아 최대의 성전인 슈테판 대성당을 비롯하여 캐른트너 슈트라세, 미하엘 광장, 카를 성당, 벨베데레 궁전 등을 소개한다. 브라티슬라바에서는 성 마르틴 대성당, 에스엔페 다리, 블라티슬라바 성 등을 둘러보고, 부다페스트에서는 뵈뢰슈머르티 광장, 리스트 광장과 음악원, 세체니 다리 등을 짚어본다.

 

이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동유럽 여행을 그려본다. 때로는 감성보다는 지성 넘치는 남성적인 여행기를 보여주고, 때로는 박학다식한 가이드를 동반하고 여행길에 나선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아는 바가 없었는데, 글을 읽으며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진을 다시 바라보니 나와의 거리감이 조금은 줄어들었다는 느낌이다. 건물은 그냥 건물이 아니라, 이야기를 머금은 건물로 나에게 또다른 의미를 제공해준다. 치통의 예수 그리스도의 사연이라든지, 명장 하누슈의 한이 서린 프라하의 명물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 등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보고 흥미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이 책의 장점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듯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줄줄 풀려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점이다. 지식이 채워지는 느낌에 좀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잘 모른 채 동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채우면서 눈높이를 높게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지금 이 느낌 그대로 기억하고 싶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억도 희미해지는 법이다. 그때가 되면 체크해 놓은 부분을 다시 정독하고 여행길에 나설 것이다. 동유럽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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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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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험악해지고 있다는 것은 신문지상에서 보게 되는 사건들이 나날이 포악하고 잔인해지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요즘들어 평소에 눈길이 가지 않던 사건들에 주목하게 된다. 살인사건의 진범이 아니면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나온 사람과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유유히 개명까지 하고 살고 있는 진범의 이야기를 얼마전 알게 되었다. 공소시효가 끝나가고 있다는데 공소시효라는 법적인 테두리가 억울한 사람을 만들게 된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이후에는 바로잡을 수도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얼마전에는 고3 친형을 살해한 고교생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뉴스까지 보게 되자 내 마음이 요동친다. 이 판결이 적합한 것인가. 법은 과연 만인에게 평등한 것인가. 개개의 사건이 범죄의 무게에 맞게 판결을 받는 것인지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

 

이 책 『검찰 측 죄인』이 나의 시선을 사회문제로 끌어당겼고, 그에 대한 생각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사회가 어수선해서 자꾸 관심에서 멀리했는데, 이번 기회에 소설 속 이야기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보다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우왕좌왕하는 나의 마음을 바라보며,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혼란스러워짐을 느끼게 된다.

 

공소시효 뒤에 숨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가능한가?

구제불능의 악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정당한가?

법률이라는 검으로 퇴치할 수 없는 악은 없는가?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은 내내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내가 내리는 결론이 정답인 것은 아니기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런 기분은 뜬금없지만 판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사람의 일이라는 점에서 완벽한 판결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렇고, 사건을 알았을 때 속으로 울분이 터지더라도 개인적인 정의감으로 처벌할 수는 없는 문제일테니 말이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읽다보면 마음이 마구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검사 모가미에 격하게 공감하다가도 새내기 검사 오키노의 생각도 맞는 것 같고 우왕좌왕 휩쓸리면서 읽어나가게 된다. 궁금하다면 이 책의 줄거리는 책 뒷표지에 있는 정도만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문학평론가 고하라 히로시의 '법률 서스펜스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추천만으로 믿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70대 노부부 사건을 조사하던 베테랑 검사 모가미는 용의자 목록을 보고 경악한다. 대학 시절에 자신이 무척이나 귀여워하던, 기숙사 관리인의 딸 유키 살해 사건에서 마지막까지 범인으로 지목됐던 마쓰쿠라의 이름을 발견한 것. 그러나 원통하게도 유키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된 후였다. 지금에야말로 23년 전의 죄를 묻기로 굳게 결심한 모가미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마쓰쿠라를 노부부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몰아간다. 정의감 넘치는 검사 모가미를 존경해 검사를 지망한 새내기 검사 오키노는 모가미의 무리한 취조에 반기를 들고......(책뒷표지)

 

이 책을 읽는 것은 기나긴 여정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인데다가 주제도 가볍지 않아서 뒷골이 당기는 무게감을 느낀다. 읽으면서 울컥한다. 생각에 잠기기에 부담스러운 주제이기에 자꾸만 머뭇거렸다. 처음에는 모가미의 입장에서 이해하며 읽어나갔는데, 읽다보니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혼돈, 그 자체이다. 마음 속에서는 이미 시끄럽게 내 안의 내가 떠들어대고 소용돌이에 휘감기는 느낌이다. 오키노처럼 "우오오오오오오오!" 온몸의 힘을 쥐어짜내 울부짖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사회에 적용되는 법률은 명쾌한 해답을 가진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중재를 하는 것이기에 이렇게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불편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의 내 마음은 카드 게임을 할 때 같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사건들은 카드를 뒤섞으며 모든 것을 엎어버리는 듯했고, 법률의 잣대는 항상 좋은 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패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네마다 게임의 규칙이 다르 듯 어떤 사건을 볼 때 그에 대한 대응도 달라진다. 그래서 모가미나 오키노처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내가 그 위치에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게 될지 생각해보게 된다. '정의의 윤곽마저 흐릿해진 세상에 파문을 던지는 뜨겁고 진한 검사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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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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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1권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2권의 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독특한 느낌의 책이다. 책 속의 그림을 감상하며 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보낸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그림 속의 힘을 느끼는 것일텐데, 그림의 힘 1권과 2권은 그러한 임무를 다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 설명이나 화가에 대한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하고 그림 감상의 시간을 최대한 살리게 된다. 나에게 힘을 주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림을 만나본다.
 
이 책의 저자는 김선현. 강의와 실습을 지도하던 중,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과 스트레스로부터 차츰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림이 갖는 치료적 힘에 눈을 떴다고 한다.『그림의 힘』은 지난 20여 년간의 미술치료 현장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세기의 명화들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집약한 김선현 원장의 대표작이다. 미술치료 현장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된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는 점이 의미 있고, 최적의 감상을 위해 최신식 PUR 제본 방식과 고급 용지를 채택하였다는 점도 작품 감상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그림의 힘』1권에서 치유의 힘을 제대로 느꼈다면, 2권에서는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라는 부제에 걸맞는 그림들이 실려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시험 스트레스가 사라지다','어떻게 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까','암기력을 향상시키는 나무들','최상의 바이오리듬을 위하여'.'졸음이 달아나는 시각 효과' 등 각각의 그림에 따른 소제목 또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먼저 그림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 다음에는 설명을 보며 그림이 주는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설명을 보고 나면 그림이 더 잘 와닿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그림은 수시로 보면서 그때그때 공부에 필요한 밝은 에너지를 받으면 좋습니다. 꼭 기분이 축 쳐졌을 때만 볼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아도 또 보세요. 좋은 기분이 더 좋아질 것입니다. (24쪽/팔 시네이 메르세/1896/캔버스에 유채)
차분하고 계획적인 사람이라면 폴 세잔의 그림이 어울릴 것이고, 자유롭고 꽉 짜인 규칙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토마스 비크의 그림이 어울릴 것입니다. 둘 중 하나의 그림을 감상함으로써 자신에게 맞는 공부 의욕을 키우기 바랍니다. (95쪽)
이 책의 앞에 보면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에 특히 염두에 둘 것은 세 가지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을 순서대로 감상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명화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보아도 좋습니다.
휴대폰의 작은 화면보다 종이책에서의 감상을 추천합니다.
 
책을 스르륵 넘기다 보면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 머물게 된다. 글을 읽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정화시키는 시간을 갖는다. 편안한 휴식이 되기도 하고, 힘을 얻는 치유제가 되기도 하며, 무언가 하고 싶은 의욕이 넘쳐나게 하기도 한다. 이런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그림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책을 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보기로 생각했다. 이 책은 읽어치울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나와 동반자가 될 책이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싶도록 만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친구들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이다. 그림의 화질이 좋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선물하는 데에도 좋아 뿌듯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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