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서재에서 -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인의 책과 인생 이야기
윤승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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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추천 서적은 제각각이다. 왜 그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별로라고 하는 책이 의외로 괜찮을 때도 있다. 생각해보니 그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그 책이 그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되면 나에게 다가오는 무게가 달랐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추천서적은 그의 인생관을 담고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위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서재가 궁금하다. 특히 리더들의 서재라면 더더욱 엿보고 싶어진다.

 

리더들의 서재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들의 서재는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고 그 안에 있는 책들을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책들을 인상적으로 바라보며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리더들의 책 이야기를 보며 내 서재를 돌아보고 싶었다. 책 『리더의 서재에서』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인의 책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대한민국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 시대의 리더들. 그들이 걸어온 길은 모두 달랐지만 유독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바로 책을 사랑하고 책 읽기를 주변에 전파하는 '애서가'라는 것. 한마디로 훌륭한 리더Leader는 부지런한 리더Reader였다. 인간과 삶,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인문학적 책 읽기에 빠진 리더들의 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다. (책뒷표지 中)

 

이 책에는 34인의 리더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고도원, 공병호, 곽규홍, 김경집, 김상근, 김수연, 김윤주, 김종훈, 김희옥, 남재희, 노병천, 박원순, 박재선, 박종구, 손욱, 염태영, 오종남, 유순신, 유재원, 유종필, 유태우, 이만열, 이석연, 이인식, 이현우, 이호순, 임용한, 장만기, 조영탁, 한근태, 한기호, 한승헌, 허구연, 황인원 등 총 34인이다. 먼저 이들이 추천하는 몇 권의 책을 담은 'ooo의 책 이야기'에 눈이 갔다. 추천 서적과 짧은 멘트로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슬슬 넘기다보면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 나온다. 그 페이지에 머무르며 인터뷰를 읽어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어떤 사람인지 아는 분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서재가 궁금한 사람에게 눈이 간다. 이들의 인터뷰를 읽어나가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업무 관련한 이야기부터 책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다방면으로 질문을 대신 던져준다. 인터뷰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책은 어떻게, 어떤 시간에 읽는가?', '현재 보고 있는 책 제목은 무엇인가?', '나만의 독서법?' 등의 개인적인 질문도 흥미로웠다.  

 

기억에 남는 질의응답은 의사 유태우의 '그러면 책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책과 사람에 대한 균형잡힌 시간분배가 필요하다는 깨우침을 준 부분이다.

그러면 책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책은 내 삶의 반쪽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거의 반쪽일 것 같다. 반쪽 정도는 책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고 나머지 반쪽은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의사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지식은 책으로부터 배웠지만, 나머지는 사람들에게 배웠다. 어쨌든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갖고 있는 생각, 사상, 믿음, 확신, 이런 것들을 갖지 못했을 것 같다. (238쪽)

 

리더들의 서재를 엿보며 나에게 책이 주는 의미를 떠올려본다. 읽고 싶은 책은 점점 많아지는데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책 욕심만 많아지는 요즘이었다. 리더들의 인터뷰를 보며 그들을 좀더 알게 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책이라는 큰 틀에서 다방면의 사람들을 한데 모아 어우러지게 한 책이다. 한꺼번에 읽어나갈 것이 아니라 한 두명씩 나눠서 읽기를 권한다. 그래야 임팩트가 강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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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 《목욕의 신》ㆍ《삼봉이발소》 등 인기 웹툰 작가 하일권의 첫 그림책
하일권 글.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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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다보면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이 된다. 이들의 행동을 보며 웃음이 많아지고 에피소드가 쌓여갈수록 기억할 만한 추억이 늘어난다. 항상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고 기쁨과 슬픔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주저하기도 한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함께 공존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힘들고 항상 돌보기 힘들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이렇게 동화책을 통해 동심을 건드려주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표지 그림을 보면 고양이 두 마리가 대치 중이다. 노란 고양이는 이빨까지 드러내며 성을 내고 있고, 검정색 얼룩 고양이는 시무룩하다. 혼나고 있는 것일까,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했다. 제목이『앙숙』인 것을 보니 둘 사이는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일까. "음냐오오오옹! 냐오오오옹!","안 돼! 여긴 내 화장실이야!", "엄마가 제일 아끼는 꽃무늬 접시라고!","어디 한 번 두고 보자!" 이런 말들을 내뱉으며 으르렁대고 있는 표지 그림을 보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일권. 웹툰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인기 웹툰《삼봉이발소》,《목욕의 신》,《3단합체 김창남》,《안나라수마나라》등이 있고, 그린 책으로는 동화책《한강의 인어왕자 뽀뚜》와 그림책《질투 애벌레》가 있다. 이 책은 유아용 창작 그림책인데, 전체적으로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고양이의 표정과 행동을 잘 그려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복실복실한 고양이의 질감이 느껴진다.

 

이 책에는 고양이 '데레'와 '천사'가 등장한다. 데레는 노란색 줄무늬 고양이인데, 엄마,아빠와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데레는 밥도 먹고 기지개도 켜고 뒹굴뒹굴 운동도 하며 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엄마,아빠는 아침에 나가서 밤에 돌아오시는데, 데레는 엄마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좋아한다. 그런데 처음보는 고양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천사'. 그렇게 그들은 함께 살게 되었다. 혼자만 있던 공간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니 데레의 마음이 불편하다. 말썽꾸러기 '천사'의 행동을 보며 데레는 속상했다. 밥도 데레보다 훨씬 많이 먹고, 실수투성이인데 엄마,아빠는 집안이 어질러진 것을 보고 데레만 혼낸다. 그들은 화해할 수 있을까. 

 

고양이의 다양한 표정과 심리 상태를 바라보면서 그림을 보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르게 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첫째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하면 될까?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고양이 데레는 잘 해주려고 하다가도 욱하고 치밀어오르고, 고양이 천사의 행동이 이래저래 마음에 들지 않는데......이들은 끝까지 앙숙으로 남을 것인지, 어떤 계기로 화해하게 될 것인지.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인기 웹툰 작가 하일권의 첫 그림책으로 성공적이라고 느껴진다. 작가의 그림책이 또 나오면 보고 싶다. 고양이를 그리면서 상세하게 묘사한 것은 아니더라도 고양이의 질감이 느껴지고, 고양이를 직접 오래 관찰하거나 키우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그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일권 작가의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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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 싸울 수밖에 없다면 이겨야 한다
이진우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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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전을 손에 잡고 새롭게 바라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다시 읽은 책에서는 그동안 선입견에 둘러싸여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을 깨우치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전부가 아니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상당했다. 당연한 듯이 여기는 편견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음을 느낀다. 독서를 통해 견고한 세계를 뚫어버리는 것이 책을 읽는 묘미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도 마찬가지의 오해를 받고 있다.

-손자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과 전략에 관해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입에 오르내리면서도 그들의 책은 역설적으로 가장 읽히지 않는다. 손자의 말들은 모든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깊이 있게 읽지 않고, 1,200여 쪽에 달하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그 방대한 양 때문에 감히 읽기를 주저한다. 이렇게 우리는 몇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전쟁에 관한 한 인류 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두 책을 안다고 생각한다. (6쪽)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처럼-동양의 《손자병법》도 이와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 그 출처를 거의 읽지 않으면서도 가장 많이 인용하는 책도 없을 것이다. 서로 아무런 연결 없이 떠돌아다니는 클라우제비츠의 인용문들은 그를 무조건적인 절대전쟁의 냉담한 예언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것은 오해이고 왜곡이다. (17쪽)

이 책을 읽어볼까말까 고민했던 것은 '전쟁'이라는 단어는 나와 연관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원문만이 아닌 이진우 교수의 해석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책이기에 일단 읽어보기로 했고,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선입견을 갈아엎고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진우. 마키아벨리에 관한 석사 학위 논문에서 '이성의 권력에서 권력의 이성으로'라는 철학적 화두를 설정한 이래 이제까지 '권력'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관심 영역을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권력 현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저자는 21세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전략을 요청하는 시대이기에 전쟁에 관한 가장 위대할 뿐만 아니라 유일무이한 《전쟁론》을 읽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오늘날에 필요한 전략의 관점에서 간추려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고,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였다.

 

이 책은 총 7부로 나뉜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전략, 전술, 작전', '전략의 공간', '전략적 공격과 방어', '전략의 덕성', '전략의 경제학과 역학', '절대전쟁' 7부에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클라우제비츠에 대한 개인정보와 그의 사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쟁론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했지만 각 장의 끝에 '클라우제비츠가 손자를 읽다'라는 코너를 통해 손자병법까지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클라우제비츠를 방대한 분량으로 직접 접하는 것보다는 훨씬 접근성 면에서 유리하고,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해 손색없는 입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양을 아우르고 과거에서 현대까지 오가는 폭넓은 해설로 읽는 즐거움이 컸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현실은 전쟁이고, 전쟁론은 전략의 철학이다. 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날카로운 이성은 꼭 필요한 것이고, 그것은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기에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무관하지 않고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략을 잘 세워서 행동해야하고, 이성과 감성의 독특한 자질인 정신력을 키워야 한다. 클라우제비츠는 이렇게 이성과 감성이 독특하게 결합하여 고도의 정신력을 갖고 있는 전략가를 '전쟁의 천재'라고 부른다. (155쪽)

 

이 책을 읽고 생각하게 된 바가 두 가지 있다. 첫 째는 제목만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들춰보지도 않았던 책들에 대해 폭넓게 받아들이고 일단 행동을 취해 책장을 열어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손자의《손자병법》을 좀더 심도있게 읽어봐야겠다는 동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짚어주는 것을 보고 나서야 뒷북치듯 깨닫게 된다는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이 책을 읽었기에 알게 된 것이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있는 '손자병법과 전쟁론'은 동서양의 전쟁서를 비교분석하며 짚어주기에 두 책 모두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당시의 시대상과 두 책의 차이점을 바라보며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고 보충적인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에 담긴 다음 문장은 전쟁서의 고전이 지금 사회에서도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 이 책을 읽어보는 사람들이 함께 논의하고 짚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대마다 전쟁은 카멜레온처럼 특성을 조금씩 바꾸어 기묘한 삼중성을 띠고 있으니 그 특징을 파악하여 인식하고 있어야할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전쟁이니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전쟁은 가장 폭력적인 행위이다.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의 형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전쟁이 훨씬 더 복잡해질수록 그 본질과 성격을 파악하는 일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어느 시대에 똑같은 전쟁을 성찰하고 승리의 전략을 사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클라우제비츠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전쟁은 카멜레온과 같다. 전쟁은 각각의 구체적인 경우마다 그 특성을 조금씩 바꾸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은 전쟁의 전체 현상에 따라 그리고 전쟁에 널리 퍼져 있는 경향과 관련하여 기묘한 삼중성을 띠기도 한다. 상중성은 다음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전쟁의 요소인 증오와 적대감의 원초적 폭력성인데, 이는 맹목적 본능과 같다. 둘째, 개연성과 우연의 도박인데, 이것은 전쟁을 자유로운 정신활동으로 만든다. 셋째, 정치적 도구라는 종속성인데, 이로 말미암아 전쟁은 순수한 이성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중략) 이 세 경향은 각각 다른 법칙처럼 보이지만 모두 전쟁이라는 주제의 본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또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셋 중에서 어느 하나를 무시하거나 그들 사이에 임의의 관계를 세우려는 이론이 있다면 그 이론은 즉시 현실과 모순에 빠질 것이며 그 모순만으로도 이미 폐기된 것과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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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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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입었던 옷을 어디에 두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서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분명 내가 정리해두었으니 버리지 않았다면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텐데, 예상했던 자리 몇 곳에서 찾을 수 없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찾았을 때 환호성을 질렀지만, 숨어있던 잡동사니들이 몰려나와 정리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 이번 일로 크게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첫번 째는 시간이 흐르고 내 관심 밖으로 가버린 일은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때문에 물건은 끼리끼리 제자리를 지정해서 놓아두어야한다는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대충 아무데나 두었을 경우에 나중에 찾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비슷한 옷과 가방이 있으면서도 그 물건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또 사려고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만 충분히 활용해도 될 것을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물건에 대한 결핍감으로 새 것에만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최근에 정리에 관한 여러 책을 들여다보며 정리를 하려고 하지만, 금세 다시 어수선해지는 환경에 의욕 상실 중이었다. 무엇보다 정리를 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책이나 더 보고 싶고,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푹 쉬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내 마음을 흔들어놓을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 책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정리'와 '뇌'라는 단어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단순히 집 안의 정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세계의 정리, 시간의 정리, 정보의 정리, 비즈니스 세계의 정리 등 삶의 포괄적인 부분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독서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 책 『정리하는 뇌』의 저자는 대니얼 J. 레비틴이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현재 몬트리올 맥길대학에서 심리학, 행동신경과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음악 지각, 인지, 전문지식을 위한 레비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TV,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및 잡지 기고 활동을 통해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대중화에도 힘 쏟고 있으며,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언급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1만 시간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추천사를 보면 이 책의 매력을 한 줄로 압축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 '내 말이 그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추천사를 모아보았다.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을 빗질하듯 가지런히 다듬어놓은 책이다. 가정, 사회, 시간, 의사결정, 비즈니스 세계와 관련된 값진 통찰을 제공한다.

      -나딘 캐슬로, 미국 심리학회 회장, 에모리대 의과대학 교수 겸 부학장

위트와 매력이 넘치고 과학적 정보도 가득 담긴 책이다.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원리들이 일상생활을 정리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게리 알트만, 코네티컷대학 심리학과 교수, 《말하는 뇌》저자

《정리하는 뇌》는 정보 과부하의 영향을 극복하게 해 줄 완벽한 해독제다.

     -스콧 터로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이덴티컬》,《이노슨트》저자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제 1부에서는 '인지 과부하의 속사정'과 '주의와 기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볼 수 있고, 제 2부에서는 집 안의 정리, 사회세계의 정리, 시간의 정리, 어려운 결정을 위한 정보의 정리, 비즈니스 세계의 정리를 다룬다. 제 3부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 외 모든 것의 정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록과 인덱스, 주석까지 포함하면 600페이지가 넘는 대장정이다. 흥미로운 느낌을 유지하며 기나긴 여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저자의 능력이고 글솜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이런 질문들이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질문들이 와닿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 이 질문들에 대해 적절한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읽어나가면서 뇌 속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감이 오고 실행하고 싶어진다.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고, 중요한 일을 깜박하는 정보 과부하 증상에 필요한 정리법은?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습득한 정보는 왜 뇌의 엉뚱한 부분에 저장될까?

성공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업무량에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뇌를 중독시키는 이메일, 문자메시지, 소셜미디어. 어떻게 사용해야 득이 될까?

사실로 위장한 광고글, 엉터리 의학 등 위험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은?

 

먼저 부담갖지 않고 이 책을 읽으려면 다음 문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리하는 뇌를 이해하는 한 가지 핵심은 그것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뇌는 사물을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작동방식이 설정돼 있다. 뇌는 상당한 유연성을 지녔지만, 오늘날과는 서로 다른 종류, 서로 다른 양의 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수만 년에 걸쳐 진화되어온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15쪽)

뇌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뇌를 그 자체로 인정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수많은 정보가 쏙쏙 들어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인류나 옛사람들로부터 현대인까지 이어지는 역사적인 부분까지 짚어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에 대해 과학적 뒷받침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으니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우리 뇌가 작동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정리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지금껏 비효율적이었던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뇌의 기본적인 것을 짚어보고, 본격적으로 2부에서 정리정돈을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속도가 더디게 된 것은 읽는 순간 정리를 하고 싶도록 만드는 데에 있었다. '정리정돈의 시작은 집에서부터'라는 부분을 읽으며 잡동사니 서랍부터 손이 가고, 디지털 정보까지 정리하게 되며 점점 폭을 넓혀가게 된다. 특수문자까지 넣어 만들라는 비밀번호, 예전에 사용했던 비밀번호는 사용하지 말라고 하니 나에게조차 비밀이 되어 자꾸 잊어버리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에 관한 공식을 만들어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눈에 띄는 알찬 정보 덕에 곧바로 실행하며 책 읽기를 지속하게 된다.

 

일단 집 안의 물건을 정리할 때에는 어떤 물건을 잃어버리기 쉬운지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차 키는 잃어버려도 차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다고 하며,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큰 원칙 중 하나는 '지정된 장소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또한 행동유도장치를 통해 정리된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간단한 행동유도장치라면 꼭 새로 무언가를 구입하지 않아도 비슷한 기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책, CD,DVD 같은 것이 잘 정리되어 있고, 책장이나 음반 서랍장에서 지금 막 꺼낸 것을 어디에 다시 꽂아두어야 하는지 기억하고 싶다면 방금 꺼낸 것 바로 왼쪽에 있는 것을 2cm 정도만 앞으로 빼어두자. 물건을 다시 되돌려놓도록 해주는 간단하고 훌륭한 행동유도장치가 될 수 있다. (138쪽)

정리정돈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잡아가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이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 효과 있는 단 한 가지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 법.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며 자기만의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원칙들을 바라보며 중점 사항을 뽑아내는 것이 이 책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내 마음에 강하게 남는다. 정리하는 목적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고 효율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물건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나 사람들과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웅덩이의 물처럼 고여있지 말고 끝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낡은 것은 내보내야한다. 우리는 끝없이 변화하며 존재하는 인간이기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정리는 우리 모두를 삶의 다음 단계로 이끌어준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낡은 습관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청소가 필요한 영역들을 의식적으로 자세히 살펴 확인한 후에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청소를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중략)...경험에 비추어보면 내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보통은 그보다 더 좋은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주었다. 낡은 것을 없애면 무언가 훨씬 멋진 것이 그 자리를 채워준다는 신념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다. (5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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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게 중요한 충고 - 왜WHY와 무엇WHAT에 대해 기막히게 크리에이티브한 결정적 충고 120가지
조지 로이스 지음, 박소원.박유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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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리에아티브는 거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관습을 깨뜨리는 독창적인 작업은 모든 문제를 극복한다.

-조지 로이스

 

창조적인 마음을 먹는 데에는 현재의 위치나 나이를 떠나야 한다. '이제는 그럴 나이가 아니잖아', '내가 무슨' 등의 마음가짐은 넘쳐나는 의욕도 사그라들게 만든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독창적 사고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 책 『겁나게 중요한 충고』는 말 그대로 '겁나게' 중요한 충고가 되어 내 마음을 자극한다. 광고계의 전설, 조지 로이스가 들려주는 120가지 자기 고백을 읽어나가며 내 안에 자극을 주는 발언을 쓸어담아본다. 

 

조지 로이스는 광고계의 전설이자, '빅 아이디어 광고'의 창시자이다. 광고계에 몸담은 시간 동안, 그는 혁신적인 크리에이티브와 예술적인 디자인, 그리고 높은 매출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한 광고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냈다. 1931년 뉴욕에서 태어났으니 여든 살이 넘었는데, 미국을 대표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 이 할아버지는 평생의 노하우를 업계 신참에게 전해주는 마음으로 자기 고백 묶음을 썼다고 한다.

 

슬슬 읽어나가다보면 마음에 드는 문구가 내안에 들어와 머문다. 사실 첫 번째 충고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세상에는 딱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1. 매우 똑똑하고 부지런함 (완벽, 그 자체!)

2. 매우 똑똑하고, 게으름 (제길, 아깝구려!)

3. 멍청하고, 게으름 (당신 똥 위에 앉게 된다면 그냥 씻으슈)

4. 멍청하고, 부지런함 (오, 당신이 제일 위험해!)

만약 당신이 1번, 2번에 해당한다면,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만약 3번, 4번에 해당한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 없다. (19쪽)

1번이고 싶지만 솔직히 2번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주재우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1, 15, 32, 37, 51, 86, 104, 116, 120번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120가지 자기 고백 모두가 흥미롭다고 밝히며, 특히 콕 짚어서 흥미로운 부분을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사람마다 제각각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분명 마음에 드는 문장 몇 가지는 추려낼 수 있다. 광고계에 있는 사람이든 일반인이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나는 4, 6, 11, 13, 19, 22, 28, 32, 53, 54, 68, 81, 104, 105, 109, 111, 120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 읽으면 또 어떤 문장 앞에서 머뭇거리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재미있다. 흥미롭게 마음을 자극하며 쏙쏙 들어온다. 스르륵 넘기다가 강하게 가격을 당하듯 정신이 번쩍 난다. 느긋한 마음으로 읽으면 더욱 와닿는 책이다. 자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일 때 읽기를 권한다. 약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보면, 나를 깨우는 문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미적지근하게 생각하던 부분에 있어서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제시하기도 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눈치보지 않고 직설적으로 시원하게 내뱉는 말에서 강한 울림을 느끼게 된다. 광고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읽어봐야할 것이고, 일반인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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