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가, 뿌지직 뽕! 아기발달 1단계 그림책 1
행복의나무 지음, 이정은 그림 / 큰북작은북 / 2010년 6월
구판절판


이제 만 20개월인 우리 아들.

어떤 책에선가 배변 훈련은 18개월부터 시작할 수 있다 (시작해야한다가 아닌 시작할 수 있다였지요.) 라는 글을 읽고, 그 무렵 유아 변기를 들여놨는데.. 앉히려고만 하면 아들이 몹시 거부를 합니다.

어려서부터 인형을 잘 사주지 않고, 그저 책이랑 장난감 몇개만 갖고 놀게 하였더니.. 새로운 장난감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많고, 인형은 무서워하기까지 하네요.



덕분에 배변훈련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그저 아이가 익숙해지도록 유아변기를 눈에 띄게 놓아뒀지요. 그랬더니 자기 사물함으로 쓰더라구요. 좋아하는 장난감 미니카들을 모아서 변기에 넣고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소변통을 뺐다 넣었다를 반복하며 놀았어요.



어려서부터 배변에 관한 그림책들을 몇권 보여줬는데, 재미있게 봤답니다.

다른 전집에 섞여 있던 배변 책들이었는데 유난히 재미있게 보는 책들이 배변 관련 책들이 많더라구요. 이 책은 다른 배변책들과 달리 응가하는 장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았어요.



다른 그림책들은 주로 다른 동물들이 응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에 아이가 응가에 성공하거나, 다른 동물들이 각각 다른 곳에서 응가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아기는 어디에 응가할래? 하는 식으로 변기에 응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었죠. 이 책은 여태까지의 배변책과는 내용이 달랐어요.


아기가 맛있는 간식들, 주로 아기에게 좋은 간식들을 오독오독 맛있게 먹어요.

그러면 옆에서 다른 동물이 새로운 간식을 먹는 게 보이죠. 그럼 아기가 물어요. 그거 맛있어?

다음 장면에서는 아기도 또 그 새로운 간식을 먹고.. 또 다른 동물이 나와 다른 간식으로 유혹합니다.

그렇게 맛있게 열심히 먹던 아기가..

갑자기 일어나 어디론가 가는거예요.




아장아장 걷는 아기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옆에 같이 먹던 동물 친구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라네요.

우리 아기 어디 가는걸까? 하는 모습이 정말 실감나게 묘사됐어요.


아..이 리얼한 표정..

아기는 너무나 열심히 응가를 봅니다.

그리고 동물친구들 (아마 실생활에서는 가족들이 되겠지요.)은 잘한다 잘한다 하며 칭찬해주지요.



우리 아가 정말 잘했지요?

응가 뿌지직 뽕의 이야기였어요.



이제는 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이상 변기에게 낯은 가리지 않는 우리 아들, 변기의 바른 용도를 알려줄 때가 온 것 같아요. 요 며칠 응가도 잘해내고 있는 우리 아들.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고..아니 더워지고 있으니 아들과 함께 슬슬 배변 훈련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받자마자부터 관심을 보인 이 책.

열심히 읽어줘서..책의 내용을 완전히 아가 것으로 만들게 한 후에 시도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은 맛있는 간식으로 배를 빵빵하게 채운 후에 끄응~!! 하고 힘주는 연습을 하는 거지요.

예전과 달리 요즘 들어 유독 응가를 하면 잘 안 닦으려 하고, 어디론가 숨으려 하는 아들이 귀엽기만 하네요.

아무 말 없이 변기로 달려가 힘을 주는 예쁜 아가처럼..

우리 아가도 얼른 변기의 바른 용도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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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약속
앤디 앤드루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뉴욕타임스에서 "조용한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 평가한 앤디 앤드루스.
그는 51번의 거절을 감내한 끝에 출간한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하였고, 역시 이 작품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신간 <위대한 약속>은 웅장해보이는 멋진 표지와 인생 멘토, 희망의 메시지 등으로 마치 우리에게 조언을 주는 격언집이 아닐까 싶었지만,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 그것도 신비로운 물건의 시공을 초월한 모험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번 손에 잡으니, 놓기가 아쉬워 아기 수유를 해가면서까지 누워서 계속 읽었던 책.

최근에 읽었던 마크 레비의 <낮>이라는 책이 겹쳐 떠오른 것은 아마도 그 책에서도 신비한 목걸이에 대한 이야기가 주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281년 시나이 반도에서 떠돌이 부자인 알렘과 카시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평생 보물을 지키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알렘은 보물을 지켜야하는 것에 대해 아들에게 설명을 한다. "물건이 사람에게 영감을 주거나 사람을 흥분시키거나 뭔가 증명하거나 용기를 주거나 어떤 일을 정당화하거나 확인해줄수는 있어도, 뭔가 생산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마음으로 선택한 것이 결실을 맺으려면 반드시 네 손을 움직여야한다. ''19~20p 알렘은 노예 사냥꾼들의 공격을 받자, 평생을 지켜 온 보물을 네 등분 하여 아들에게 하나를 주고, 구덩이를 파 아들을 숨긴 후 낙타로 가렸다. 그리고, 아들 카시가 밖에 나오자 이미 아버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경찰인 마크와 기자인 아내 도리는 다섯살 난 아들 마이클이 집 앞 도랑에서 돌도 무엇도 아닌 물건을 주워오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여, 그 물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는 딜런과 고고학자 애비의 도움을 얻어 네 사람의 물건에 대한 추적이 시작되고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사실들이 꼬리를 물고 드러나기 시작한다.

 

너무나 유명했던 영화 쉰들러 리스트. 정작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었다. 이 책에서 바로 그 실존 인물 쉰들러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나온다. 그때 유태인들이 어떻게 핍박을 받았는지, 그가 왜 그들을 구해내게 되었는지가 말이다. 또한 땅콩박사 조지 워싱턴 카버의 놀라운 업적과 그의 죽음을 기리는 연설을 직접 한 미국의 부통령..미국 독립을 위해 애쓴 두 사람 애덤스와 토마스 제퍼슨의 독립선언서 이야기는 잔다르크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많은 사람들의 놀라운 업적.이 업적들이 그냥 일어난 일들이 아님을..

그들이 위대해서 일어났을 수도 있겠지만..평범한 이들에게 어떤 물건이 작용하여 그들을 움직이게 하였음을 이야기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물건에 대해 조사하는 마크와 도리 부부에 의해 내용이 정리되고, 엄청난 사실의 관련성등도 나타난다. 물건에 씌여진 아람어로 쓰여진 구절들..

각 물건마다 크나큰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변화시켜갔던 것이다.

 


 

누구나, 모두 다 세상을 바꿔놓는다고!

하지만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을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어.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존재인지

 깨닫지 못해. 그래서 살아가면서 특별한 일을 하기로 선택하지 못하는 거야.

그렇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 역시 선택이야.

잃어버린 선택.

128p

 



 

소설을 끝까지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보물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그게 무엇인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몇년전의 유명 베스트셀러인 어떤 책과 영화를 봤던 사람들.. 그리고 영원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그 궁금증의 정체는 또 이렇게 이 책 속에 암시를 줌으로써..그 보물의 정체를 또다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존하는 것이냐. 아니냐 물건이냐 아니냐 말도 많고 궁금증도 많은 바로 그것.

보물은 그것을 상징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보물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책 속 그 말 그대로..

어쩌면 타고 나는 것인지 모른다.

위대한 사람이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니라..다만 그 보물이 사람들의 숨겨진 잠재 능력을 일깨우는데 도움을 줄 따름인 것이다. 물론 그 보물이 없더라도 구전되어 내려오는 바로 그 믿음.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져 내려온 바로 그 강력한 믿음의 힘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십억명 이상의 식량난을 해결하고.. 많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힘이 생겼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퍼즐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힘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내 안에도 그 힘이 있다는 믿음을 가져보면서..

특별한 힘을 준 이 책이 바로 그 보물이 아닐까 생각해보면서..소감을 마무리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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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뇌는 자란다 - 머리좋은 아이로 키우는 뇌과학 육아 코칭
데이비드 펄뮤터, 노혜숙 / 프리미엄북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육아는 과학이다"를 인상깊게 읽었던 터에, 마침 관심을 갖고 있던 아이의 두뇌 향상에 대한 책까지 나왔다고 해서 서둘러 읽게 된 책이 바로 "아이 뇌는 자란다"라는 신간이다.
뱃속에 있을때부터 태교에 힘을 쓰고, 태어나서도 아이들 교육에 열을 올리는 다른 엄마들과 달리 나는 참 안이한 태도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이 "언니, 지금이 우리 아기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알아? 언니 책 읽는다고 그러지 말고,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아기를 위해 좀더 신경 써야지."라는 말을 누누이 하여도 처음에는 뭐 머리는 타고 나는 걸텐데..어떻게 바꾸겠어?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나중에는 하도 들으니 정말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이 책을 쓴 미국의 신경과 의사인 D .펄뮤터가 말하기를,

현대과학은 아이가 미완성의 뇌를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출생 이후에 최상의 잠재력을 갖춘 뇌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창이 한동안 열려 있다고 말한다. 13P 

아이의 뇌는 생후 5년까지 완성이 되고, 생후 3년까지 IQ 30이 융통성이 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부모의 역할에 따라 아이의 IQ가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가 우리가 갖고 태어나는 뇌세포의 숫자와 질을 결정할 수 있지만,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에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17P

 

지식 주입 교육이 똑똑한 뇌를 만들어주지는 않으므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자 외우기와 셈하기가 아닌 글자, 단어, 숫자가 의미하는 상징성이나 서로 다른 모양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챕터 2에는 궁금했던 두뇌 발달 놀이가 월령별로 나와 있었다. 만 20개월의 우리 아기에게 진작부터 이 책을 읽고, 실천해줬으면 좋았을 놀이방법들이 있었는데, 이미 지나간것은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여기에 나온 놀이방법들을 따라 조금씩 실천해봐야겠단 다짐을 했다. 사실 정말 말로만 "아이 뇌는 자란다" 라고 과학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끝내는게 아니라, 어떤 놀이를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뭘 먹으면 좋은가..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유익한지를 그 실천방안까지 제시해주니 나처럼 잘 모르고 게으르기까지 했던 엄마는 각성하고 따라해야겠단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퍼즐맞추기, 카드 놀이, 주머니 놀이 등이 있었는데 엄마표 홈스쿨링을 해보지도 않았고, (따로 비싼 육아 교육을 하거나 문화센터에도 아직 못 가본 불량 엄마로써..) 어떻게 놀면 좋을지 난감한 엄마로써..실천하기 좋게 자세히 나와있는 방법들이 참 고마웠다.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도구도 거의 필요가 없고, 있는 사물들을 갖고 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들이었다.

 

또한 요즘들어 지나치게 DVD를 좋아하고 컴퓨터 유아동요를 틀어달란 시간이 늘고 있는 우리 아기의 육아점도 역시 지적대상이었다.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기가 보채고 울때 가장 쉽게 달랠 수 있는게 아기가 좋아하는 DVD를 틀어주는 것이었다. 만 2세 미만은 TV를 아예 자제하는게 좋고, 그 이후의 아가라도 하루 1시간 정도로 TV(DVD, 컴퓨터 모두 포함)시청 시간을 제한하는게 좋다고 한다. 그리고, 유아의 컴퓨터 사용에 관한 작가의 견해도 곁들여 있었다.

 

 아이 뇌는 자란다 라는 책을 읽으며 다른 책과 겹쳐지는 내용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충분히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모유 수유같은 경우는 20개월인 지금까지도 하고 있지만, 사실 친정 엄마의 지적대로 엄마가 불량한 영양 섭취를 하면 그대로 다 아기에게 가는게 아니겠냐고 하셨다. 책에서도 엄마들 또한 연어 등의 생선을 자제하고, 정크 푸드는 자제하라고 되어 있었다. 아이에게 먹이듯이 수유부인 엄마도 유기농을 골라 먹고, 자연식의 식사를 해야한다는것.  임산부가 아니니까..그리고 이젠 돌도 지났으니까..정말 마음껏 먹고 싶은대로 먹었던 내 이기적인 식습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유 수유하는 경우 반드시 철분과 요오드를 충분히 아이에게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미국인 의사가 쓴 책이라 건강 식단의 경우에는 미국식 식단으로 짜여져 있는 점이 다소 아쉽긴 하였다. 우리나라 식으로 식단이 개편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신 끝 부분에 두뇌발달에 좋은 식재료VS 나쁜 먹거리들이 언급되어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 뇌를 향상시키는 방법 외에 아이 두뇌 발달을 저해하는 유해한 독소들에 대한 언급도 잘 나와 있었다. 우리가 소비자 고발이나 기타 프로그램 등에서 만나 놀라곤 하였던 유해 독소들. PVC등이 포함된 장난감을 쓰지 말고, (특히 18개월 전) , 나무나 금속, 천 등의 전통 재료로 된 장난감이나 플라스틱 중에서도 PVC가 아닌 다른 플라스틱 원료로 된 장난감을 쓰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납, 수은, 다이옥신 등 우리가 주의해야 할 많은 유해독소들에 대해 잘 나와 있었다.

 

또한 두뇌발달에 영향을 주는 질병과 예방접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 있었고, 똑똑한 뇌로 ADHD를 물리치자는 취지의 챕터 6의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약물 치료의 위험성과 ADHD의 예방법, 영양제 처방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 등이 나와 있어서 ADHD에 관심 많은 엄마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줄 것 같았다.

 

많은 육아서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

나 또한 관심을 갖고 여러 책들을 읽어봤는데..거의 이론에서 끝나는 책들이 많았다. 아니면 실천하기 까다로워 애초에 포기해버리거나..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가물에 콩나듯 하는 좋은 책을 만난 기분이라..

아이를 위해 오랜만에 엄마 책이 큰 도움이 될 듯 하여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부터 엄마도 노력해보리라~

아들.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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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 - 낯선 이름의 여행지 동티모르의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달콤한 이야기
박성원 지음, 정일호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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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어디선가 들어본듯 하나, 내 평생 단 한번도 못가보게 될 것 같은 어느 나라.사실 책을 읽기에 앞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동티모르에 작가가 왜 다녀왔을까?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 계기를 찾지는 못했지만, 한달 동안 가이드와 함께 빼곡하게 동티모르를 담아오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램은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가이드라는 사람이 한달간의 긴 휴가를 떠났다가 왔는데, 애인보다 절절히 기다렸던 리토는 변호사이고, 성공한 동티모르인이었다.  리토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파견한 단체인 NGO소속이라 그녀 (위험한 지역인 동티모르로 떠난 이는 당연히 "그"인줄 알았는데, 글을 읽다가 "그녀"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가 한국에서 전해들은 것처럼 자유로이 한달간을 가이드 해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그를 기다리며 오로지 그녀가 도착한 딜리 거리를 열심히 여행한 그녀로서는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영어는 안 통하지만, 안심이 될만한 가이드의 형을 만나 친구 겸 가이드로 제대로 된 동티모르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카메라만 아니면, 동티모르의 젊은이들처럼 맨발로 뛰어다니며 비를 맞는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는 그녀. 영어는 안 통해도 손짓발짓으로 이야기하고, 그들의 속어 '지그지그'에 강하게 반발할 줄 알았던 그녀. 마치 시처럼, 일기처럼 짤막짤막한 단편단편의 글들이 그녀가 머무는 곳곳의 사진들과 함께 잔잔한 에세이집처럼 다가왔다. 거창한 여행사진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 동티모르에서 그녀가 발견한건..대단한 관광자원이 아닌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과 꿈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나를 위해 밝히는 등불. 내 안의 나를 다독이는 손길. 내 마음을 깨우는 언어.

아주 멀리까지 왔지만 나에게는 조금 더 가까워져서

이 여행이 끝날때쯤에는 내 마음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기를 기도하면서..

126P

 



 


 

낡아빠진 기타를 연주하는 시늉만 하던 소녀의 기타를 건네받아

줄 맞춰준다고 깝죽대다가 줄을 끊어먹고 미안한 마음에 10달러짜리 지폐를 쥐어주었다.

소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돈을 받아들더니 수줍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기타줄이 맞거나 말거나 6줄 온전하게 걸린 기타를 가진 소녀의 행복을

 내가 순식간에 빼앗아버린것은 아닌지.

간섭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라멜라우에서 큰 교훈 하나 얻어 내려간다.

130P



 

작가가 만난 많은 사람들, 스쳐 지나가는 인연, 혹은 대화라도 나눠본 사람들 , 여행기에는 어디어디를 가면 좋다더라 하는 서술이 아닌 그저 그녀가 다닌 곳에서 만난 사람, 풍경 등이 고스란히 그녀만의 간결한 필체로 담겨져있었다.

동티모르를 승리로 이끌었던 김신환 감독님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 상코를 만나고..

아르수라는 아저씨는 경찰 신분이어서 인도네시아 침공때 어머니를 잃고, 아내는 도망가고, 본인은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동생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고..

사진기 모니터 속 자신 모습이 신기해 마냥 사진 찍어 달라던 순진한 마나뚜또의 아이들은 과거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의 모습을 연상케했다.

 한국인으로 동티모르까지 봉사활동을 온 예원씨. 중학교 다닐때부터 고아들을 돌봐왔다는 한국인 대학생 예원씨는 농사법을 가르치고 화장실 등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내 평생 단 한번이나 가볼까 말까 한 그곳에 어린 나이의 한국인 아가씨가 봉사활동을 하며 밝게 웃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죽은 후 동티모르의 여인들을 위해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삐에라 아줌마와 고령에 오지까지 부임해 온 신부님까지..

 

영어를 못하는 가이드 에디와 함께 한 동티모르의 여행.

그녀가 담아온 동티모르의 이야기는 내 안에 잔잔한 울림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녀가 누구보다 행복한 여행자였노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책을 읽은 나 또한 마음의 평안을 얻은 행복한 독자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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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 다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옛이야기
이강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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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옛날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주로 책이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입에서 전해들은 옛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아홉살 무렵에던가? 어느 밤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자 엄마가 해주신 옛 이야기가 바로 에밀레 종 이야기였다. 어느 가난한 집의 부모가 자신의 어린 아기를 시주하여, 종을 만드는데 그 아기를 넣고 만들었더니 비로소 종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라는 어린 나이에 듣기에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였다. 종은 마치 아기가 엄마를 부르듯.."에밀레..에밀레.."하며 소릴 낸다고 하였다. 엄마가 그 이야길 들려주시는데, 너무 슬프고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아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엄마는 자식을 위해 모든걸 다 해주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그 엄마는 왜 그러셨을까 어린 나이에도 몹시 궁금하기도 하였다. 끝으로는 시주받았다고 아기를 살리지 못하고 고지식하게 끓는 쇠솥에 아기를 넣은 끔찍한 스님들이 가장 무서웠고 말이다.

 

어른이 되니 누가 옛 이야기를 들려줄 일이 많지는 않지만, 어릴때보다도 더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자 새로운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되고 어려서 읽었던 재미난 옛 이야기들은 이제는 가물가물한 기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그 옛 이야기들을 반추하여 어른들에게 다시금 인생의 교훈을 얻게 해주시는 교수님의 글이 있어서 소개를 해볼까 한다.

 

"어이 촌인들! 원산호가 내근산하야 아지부를 호식거했으니 지총자는 지총래하고 지봉자는 지봉래하시사" 114p

이게 무슨 소리람? 이는 호랑이가 장인을 물고 가자 한 문자 쓴다는 사위가 나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 사실이다.

"잠을 자던 중에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나기에 나와 보았지요. 그랬더니 워워워워 워워워워워, 이런 소리만 들리고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다시 들어가 잤습니다." 114p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알아듣기는 "워워워워"로만 들린 것이다. 사또는 오히려 쓸데없이 문자쓰는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사위를 옥에 가두었다. 사위가 풀려나는 날 사또가 이르기를 "앞으로는 남들 모르는 문자를 쓰지말라"하였는데 사위의 대답인즉 "예, 갱불 문자 하겠습니다" 115p하고 하더라.

 

소통할 수 없는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배운 사람이 오히려 낭패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지식인 스스로 소통 가능한 통로를 찾아내는 것 못지 않게 주변에서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도 중요한 것이라라고 말하였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옛 이야기에 대한 화두를 먼저 던져두고, 옛 이야기를 들려 준 후 다시 작가의 고찰이 이어져서 우리로 하여금 옛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그 안에서 교훈을 얻는 방법을 좀더 쉽게 가르쳐주고 있다.

 

책에는 우리가 어려서 읽었던 많은 옛 이야기들과, 미처 읽어본 적 없는 새로운 (아마 유명한 이야기임에도 내가 못 읽었던 까닭이었겠지만.) 이야기들이 혼합되어 옛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동시에 작가가 쉽게 풀어 설명해준 덕에 옛 이야기의 교훈을 벗 삼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미래지향적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을 여덟 물결로 크게 분류하고, 각 물결마다 6~8개 가량의 각각의 이야기와 해석들을 곁들여 마치 그가 예전에 썼다는 좋은 생각의 하루 귀절들처럼 전철 속에서 짤막하게 혹은 바쁜 일상중에서 간단하게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었다. 짧지만 강한 교훈을 주는 옛 이야기의 매력! 여기서 읽은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아이들에게 들려줘도 좋아할터이고, 친구들과 잠깐 이야기하기에도 재미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옛 이야기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 중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추려보자면..이 세상과 저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새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어느 고승이 스님을 박대하는 부잣집 여인에게 "백세 장수하십시오"라 하였고, 가난해도 남편이 먹을 점심을 나눠준 여인에게는 "일찍 세상을 뜨십시오"라고 하였다. 누가 봐도 이상한 그의 조언은 몇십년이 지나 힘을 발하였다.

거지꼴로 땅바닥에 떨어진 감을 주워먹고 있는 비루한 늙은 할멈은 처음의 부잣집 여인이었고, 가마를 타고 멋드러지게 지나간 귀부인이 일찍 환생을 한 가난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새로 접한 이야기기도 하였고, 이게 무슨 뜻일까? 그냥 이야기만 들었으면 난감했을 이 이야기에 작가는 이렇게 평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인과응보니 권선징악이니 하는 말을 덧보태면 너무 상투적인 틀에 갇혀버린다. 장자에 나오는' 오래살면 욕되는 일이 많다'처럼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이 이야기와 같이 그로 인해 욕을 보는 일이 왕왕 있는 것이다. 또 이 세상이 결코 끝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세가 아니어도 이 세상 이쪽에서의 파멸이 저 세상 저쪽에서의 비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낙담하지 말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길 꿈꾸는 순간부터 희망은 다시 피어오른다.. 75p

 

늦깎이 서당학생이 된 남편이 스승이 가르쳐준대로 '삼인위덕-세번을 참는 것이 덕이 된다'을 배워 아내의 정부인줄 알았던, 그래서 살인할뻔한 중이 사실은 아내의 사촌 여동생이었음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분노로 가득한 때는 악인 줄만 알았던 것이 진짜 악이 아니라 잠깐의 착각에 불과한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212p

 

옛 이야기에 담긴 많은 교훈들을.. 그저 흥미로만 매듭짓고, 또 권선징악인가? 하고서 넘겨짚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작가는 꼼꼼이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정말 어느 배우의 말처럼 "잘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세상은 책이라는 좋은 것을 통해 우리가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 더 쉽게 터득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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