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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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생 가닿고자했던 곳이 하나코였다는 사실을 못내 고백하는 것.
김상호, 겐타로의 유언에 등장하는 하나코. 그녀는 40년만에 소식을 들은 연인 김상호의 유언에 자신이 등장함을 알고.. 김상호의 족적을 찾아, 그리고 것이나 사람이 나닌 곳으로 표현된 그의 뜻을 찾아 김상호가 살다가 자살한..독일로 향했다. 재일한국인으로 태어나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김상호.
그는 불현듯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TNF라는 문서를 손에 넣어 갑자기 평양에 사본을 구하러 다녀왔다. 그리고 한국에 17년 구금되었다가 독일로 돌아와서 살다 자살하였다.
 
그의 삶과 죽음의 원인이 궁금해진..하나코. 하나코는 TNF라는 그 단서가 될 문서를 통역가 이근호에게 부탁을 하고, 그 문서 안에서 또다른 예술가 요한 힌터마이어의 삶이 펼쳐진다. 그렇게 이 책은 요한 힌터마이어와 김상호 두 사람의 이야기를 펼쳐내었다. 두 조선인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를...
 
의지가 아니에요. 붙들리고 홀리는 거죠. 강제되는 거예요. 그것에 이끌릴때 겐타로는, 아니 토마스는 가엾게도 미끼를 따라가는 한낱 곤충이거나 담수어에 지나지 않아요. 자신도 알았어요. 고쳐지진 않았죠. 슬프잖아요. 92p
 
조국이라는 단어에 홀리는 겐타로. 하나코는 겐타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랩소디 인 베를린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디아스포라의 이야기..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왔어. 끝없이. 해국 꽃잎과 이파리가 하염없이 나부꼈어. 네 셔츠와 스카프도 그랬어.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길이 끝날때까지. 두 시간동안 멈추지 않았어. 우린 말없이 걸었어. 길고 먼 길을 걸었어. 온통 흔들리는 보라색과 연둣빛이었어. 네가 보였다 안보였다했어. 연둣빛 안구에 보라색 동공. 내 눈이 그렇게 물들었을거야. 들이쉬는 숨은 연둣빛이고 내쉬는 숨은 보라색이었어..
..사실은 섭리이길 바랬어...
...내가 널 좋아하게 됐다는 거..
하지만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이미 짙게 물들었다는 것...112.113p
 
보라색이 선연하게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 5P 3/10
색으로 표현한 겐타로의 먹먹한 사랑.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을 더욱 빛나고 애처롭게 만든 그 보라색이라는 빛깔. 내가 한때 좋아하던 색이었지만, 보라색이라는 색은 항상 슬픔을 동반하는 빛깔인것 같다.
 
자네의 것은 바깥에서 오는 거였어. 자네도 모를 바깥 어디에서. 하늘, 빛,구름, 바람 같은 곳으로부터. 나는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이미 내 안에 가득찬 것이 있었지. 처음을 잊었고,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라네... 자네는 한번도 배운 적이 없지. 자네에겐 바깥의 것이 거침없이 들어와 원시의 몸을 끓게 하고, 소용돌이치는 소리로 살아나게 한다네. 147p
 
천재를 알아보는 뛰어난 눈과 귀, 하지만, 본인은 절대 그 타고난 천재가 될 수 없었던 그냥 주변인일 수 밖에 없던 사람. 그래도 한낱 풀무꾼에 지나지 않았을 요한을 이름을 붙여주고, 음악을 펼치게 만들어준 또 하나의 주변인. 그로 인해 세상에 요한 힌터마이어가 알려지게 되고, 후세인들은 그의 음악을 기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정말 실제같은 그 이야기들로 나는 요한 힌터마이어가 실존인물인줄 착각하며 읽었다. 작가가 소설을 쓸 예술적 영감을 얻게 된 것은 바하로 인해서였다 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그로 인해 두 명의 천재 음악가가 재 탄생한것이다. 김상호와 요한 힌터마이어.
그리고, 그 둘의 핏빛 눈물나는 사랑..많이 닮고, 많이 슬픈 시대를 뛰어넘은 그들의 공통점.
머나먼 타국 땅 독일에 살고 있었으나 둘의 몸에 흘렀다는 조선의 뜨거운 피.
 
국적은 한국이지만, 토마스는 한국말 몰라요. 일본에서 살았고 독일에서 살았죠. 세상엔 그런 사람들 이 있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는 거죠. 떠도는 것도 아니면서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죠. 영원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음울한 운명을 불치의 통증처럼 안고 사는 사람들. 물론..그들 잘못은 아니죠.... 206.027p
 
하나코가 말한 불치의 통증..
소설을 다 읽고, 인상적인 구절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다가 끝 부분까지 다 읽고 나서야..아..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다시금 되새겨졌던 그런 말들..
그저 조선을 그리워하고, 한국을 사랑했던 두 음악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안에 스며있을 수 밖에 없었던 애절한 이야기들이..정말 놀랍게 펼쳐지는 랩소디 인 베를린.
 
하나코가 따라가는 김상호의 이야기 속에 요한의 삶이 숨어있고, 그리고 우리가 알고 싶지 않은 암울한 시대상들이 투영되어 있었다.
 
두껍고, 딱딱하고..어설픈 애국심을 호소하고..
책 소개글이 어쩐지 어렵게 느껴져 얼핏 잘못 추측할 수 있었던 이런 억측들은.. 책을 다 덮고 나면 눈녹듯이 사라져버린다.
이 책... 놓치면 정말 후회하게 될 책이라.. 감히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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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 상 (어린이 역사 만화)
스튜디오 청비 글.그림, 권비영 원작 / 다산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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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덕혜옹주를 정말 감명깊게..아니 사실은 너무나 통탄해하며 읽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어린이를 위한 만화 덕혜옹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소설 덕혜옹주의 내용을 잘 전달한 멋진 만화였다.

 

사실 덕혜옹주를 읽기 전까지 덕혜옹주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었다. 교과서에서는 순종과 영친왕 등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될뿐,막내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 덕혜옹주를 읽으며 조선인,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들에게조차 잊혀진 불운의 공주님에 대한 슬픈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만화로 다시 보니, 덕혜옹주 위로도 네 명의 공주가 더 있었으나 모두 1살 이전에 죽은 것으로 나와 있었다. 게다가 막내 덕혜옹주는 고종이 환갑이 되어 낳은 딸이었기에 더욱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소중하고 예쁜 딸이었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았다.

 

고종의 딸에 대한 걱정과 사랑은 정말 눈물겹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흘렸는데..다시 만화를 봐도 그 슬픔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여쁘고 귀여운 만화 그림이지만, 덕혜옹주의 눈가에는 항상 애잔함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슬픔은 아버지, 어머니를 잃을 때마다 기절하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한 어린 여자아이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 놓았다. 망국의 공주로 태어난 설움은 고종의 독살에 그치지 않고,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가 일본인들의 멸시를 받으며 학교를 다니게 하고..황족도 아닌 일개 대마도 번주의 아들과 결혼해야 하는 치욕까지 겪게 하였다.

 

특히 학교에서의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은 독자인 또래 아이들이 보고 더욱 가슴 아팠을 장면 같았다.

우리나라 공주님이 일본 땅에서 이런 멸시를 받으며 사셨다는게 얼마나 속상하고 가슴아픈 일이었겠는가? 똑같은 어린아이인데도, 부모님의 사랑을 편하게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지금의 자기 모습과 공주라는 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음에도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나 온갖 모진 일을 겪어야 했던 똑똑하지만 슬픈 공주의 모습을 비교하며, 어쩌면 지금의 상황에 더욱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될런지 모르겠다.

 

어른들의 심금을 울린 우리의 덕혜옹주 이야기.

이제는 아이들을 위한 만화, 그리고 동화가 나와 다시 한번 덕혜옹주를 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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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목숨 걸고 편식하다 - MBC 스페셜
황성수. 정성후. 김은희 지음 / 쿠폰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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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사실 6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50% 이상 발생하는 질환이자 한번 발병하면 평생 혈압약을 복용하고 살아야 하고, 무척 관리하기 힘든 질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의사가 혈압약을 끊고, 현미 채식 그것도 편식을 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의사들은 쉽게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그건 보통 고통이 아닙니다. 흔히 혈압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절대로 끊으면 안된다고, 약을 끊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봅시다. 혈압약을 평생 먹어야 된다는 말은 결국 약으로는 고혈압을 평생 못 고친다는 말과 똑같지 않습니까. 고혈압이나 당뇨도 원리에만 맞게 치료하면
얼마든지 완치시킬 수 있는데 말입니다. " 
18p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 상식과는 많이 다른 그런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혈압을 떨어뜨린 사람들의 사례도 많이 나와 있고 말이다.
 
사실 과체중인 사람들이 몸무게 10kg을 뺄때마다 혈압은 눈에 띄게 내려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서 혈압관리를 하는 것은 체중관리만 잘 되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적정체중 관리라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황박사는 현미 채식을 하면 배불리 먹고도 살을 즐겁게 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저자 황성수 박사의 의견은 많은 혈압 환자들에게는 어쩌면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소귀에 경읽기처럼 들릴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약을 쓰지 않고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편식이라도 시도해보지도 않고 에이..효과 없어~ 라고 말하기 보다는 먼저 그대로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황박사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중 한명인 장은하씨에게 입원 당일 이렇게 말했다.

 
"먹으면 안되는 음식을 제가 적어놨습니다.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달콤한 것, 흰쌀, 보리쌀, 커피 그리고 술, 담배는 물론 말할 것도 없구요. 그리고 드셔야 할 것은 현미밥, 채소, 과일입니다. 앞으로 식사 메뉴를 바꾸지 않으면 고혈압, 당뇨는 절대로 치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식생활만 개선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
31p

그리고, 15년동안 복용하던 혈압약을 끊기 위해 70평생 입에 달고 산 생선을 끊기로 결심한 장은하씨
한달만에 살도 많이 빠지고 당뇨 수치가 110까지 내려가고, (입원시 160) 혈압도 120/80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직 고혈압은 아니지만, 잠시라도 살이 찌면 혈압이 정상보다 높게도 나오고, 실제로 아빠도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드시고 계시는 가족력이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책에 나온대로 현미 채식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동물성 식품들을 모두 끊는다면 사실 살도 빠지고 몸 상태도 많이 건강해질 것 같다. 기존의 내 식습관은 너무나 서구적인 식습관인지라 아무래도 개선해야겠단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황성수 박사님의 목숨걸고 편식하라는 책은 자신의 건강을 걸고 정말 열심히 편식하기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내가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을 절대로 먹지 않는 식습관을 가질 수 있을까?
 
다소 극단적이기까지 한 황성수 박사님의 절대 편식하라는 이 책을 읽으며.. 건강을 위해서는 정말 편하게 살수는 (몸 뿐 아니라 입 또한 편함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혈압이 있는 단계는 아니기에 발병하기 전에 미리 조심해야겠다는 생각 말이다.
100% 편식을 하라는 황성수 박사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기에는 내게는 다소 무리한 요구 같아서 단계적으로 점차적으로 나의 식습관을 조금씩 개선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귀찮다고 백미 밥을 즐겨먹고, 야채보다는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하곤 했는데.. 이 책을 떠올리며 또한 환자들에게 실제 효과 있었던 사례를 떠올리며 되도록 계란과 고기 반찬을 줄여보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밥을 할적에도 신랑이 좋아하는 현미와 잡곡을 많이 넣어 매끼니 잡곡밥을 먹도록 하는 것이다.
 
어려운 현미 요리, 게다가 입에도 깔깔한 그 현미 음식을 맛있게 조리하도록 책에는 친절하게 현미 채식 레시피도 수록되어 있었다. 현미로 만드는 특별밥, 그리고 야채를 이용한 국, 두부와 콩 등을 이용한 특별반찬, 야채로 만드는 각종 특별식 등이 말이다. 조금씩 더 많은 야채를 먹고 밥은 항상 잡곡을 챙겨 먹는 습관을 가진다면 나 또한 건강으로 한발자국 가까워지는 계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잡곡과 야채가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극단적인 이 책을 읽고나니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주부로써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려면 이젠 내 입의 달콤함과 편안함에서 벗어나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혈압약을 드시는 아버지께도 책을 권해드리고, 되도록 건강하게 식사하시도록 조언해드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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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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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이렇게 빨리 몰입하여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시간이라는 소재는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 곁에 늘상 있는 것이어서 지나치게 평범하면서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는 그 한계 때문에 인간은 그 미지의 세계, 미래가 아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이나 많은 설정 등을 떠올리며 시간을 환상적인 소재로 재창조해내었다.

 

닉은 곧 메리이고, 메리는 곧 닉이었다. 누가 봐도 최고의 커플이라 할 이상적인 부부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가 없다는 것 빼놓고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며 연애 그 이상의 감정으로 훌륭한 결혼생활을 하였다. 이웃에는 그들을 아주 부러워하면서도 절친한 친구 행크가 살고 있었고 말이다.

어느날, 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아내 메리가 처참한 몰골로 살해되고 말았다. 그리고, 경찰은 남편 닉을 살해범으로 몰고 취조하기 시작하였다. 아내의 죽음에 미쳐버릴 것 같은 닉은 자신이 살해범으로 몰린다는 것에 더 미쳐버릴 지경이 되었는데..

 

한 남자가 나타나 닉에게 이상한 제안을 하였다. 아내를 아직 구할 수 있으니.편지를 읽고 시계를 유지한채 한번에 한시간씩 총 12번 동안 과거로 돌아갈 시간이 주어지니 아내를 죽음 전으로 되돌려놓으라는 것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아내는 지금보다 더 처참하게 죽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이미 죽은 아내를 되살릴 수 있다. 그리고 실패하면 아내가 더 처참하게 죽는다.

닉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아내는 그에게 인생의 전부였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걸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단지 그 하나의 사건만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를 되돌린다는 것은 미래가 수시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사건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죽어도 놓지 않으려고 한다면 당신은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할 겁니다. 100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당신에게 팔지 않는다면 물건의 가치는 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가치는 내게만 의미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상자안에는 아버지의 유골 가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게는...아버지가 남긴 모든 것이죠.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겁니다. 241p

 

단순한 아내 한사람의 죽음이 아닌 200명 이상의 초대형 비행기 참사와도 연관이 되고, 또 그 너머에는 엄청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초반부터도 몰입도가 높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욱 더 빨라졌다. 언제 다 읽을까 하던 우려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정말 박진감 넘치는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었다. 그저 그런 영화가 아닌 정말 재미있게 봤던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또 그에 대적할만한 영화를 말이다. 2011년 초에 영화로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니..누가 주연을 맡을지 또 정말 이 책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멋진 영화로 재탄생할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건 남자. 그는 과연 아내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바꾼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아내의 죽음을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대부분의 영화는 부정적인 미래를 보여주었다. 소설 속에서도 끊임없이 아내는 죽었다. 되살리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욱 처참히..아내의 죽음 시간을 앞당기고..더 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닉과 메리.행복하기만 하던 그들 부부에게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난 것일까?

대답은 열 세번째 시간만이 들려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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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왕자 - 오르페우스호의 비밀 안개 3부작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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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그가 스물 여섯살 정도에 첫 데뷔작으로 쓴 "안개의 왕자"는 청소년문학공모전에 출품해 에데베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는 열서너살때 읽고 싶은책, 동시에 스물셋, 마흔셋, 심지어 여든 셋이 되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써봐야겠단 생각으로 안개의 왕자를 저술했다고 한다.
 
막스가 열세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 시계수리공이던 아버지는 갑자기 조그만 바닷가마을로 내일 이사갈 거라는 통고를 하였다. 가족들 모두 얼떨떨한 마음으로 이사를 했고, 기분 나쁜 고양이 한마리가 막스의 동생 이리나의 환심을 사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새 집은 전 주인이 아들을 잃고, 아버지도 죽고, 아내가 집을 내놔 방치되어 있다가 막스 아버지 눈에 들어 이사를 오게 된 집이었다.
 
막스의 집 근처에는 역시 기분 나쁜 조각공원이 있었는데, 조각이 움직이는 듯 하고, 집에서 발견한 영사기를 돌려보니 영화가 아닌 죽은 가족이 찍은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드는 영상들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막스는 롤랑이라는 등대지기 할아버지의 손자와 친해져, 누나 알리시아와 함께 셋이 어울리게 되었다. 오르페우스호라는 난파된 배가 있는데, 롤랑의 할아버지가 유일한 생존자이고, 막스는 난파선에서 발견한 별모양이 조각공원에서 발견한 것과 같아 자꾸만 잃어버린 퍼즐을 맞춰야만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참 사춘기인 누나와 롤랑 사이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싹텄지만, 막스는 곧 롤랑이 가을쯤 군에 입대할 거란 이야기에 마음이 씁쓸하였다.
 
할아버지가 롤랑과 막스 남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막스는 자꾸만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귀가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서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열세살이라는 어린나이였지만, 목숨을 걸고 친구를 구할 정도로 총명하고 용기있는 소년이었다.
 
안개 속에 보일듯 말듯 그 공포를 드러내는 안개의 왕자.
그는 케인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며 접근을 하였다. 대가는 자신의 충복이 되면 된다는 것.
아버지의 실직으로 자기도 모르게 복직을 빌고..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무서운 댓가를 걸고..
ㅅ람들은 너무나 쉽게 악마의 유혹에 넘어 간다.
 
그가 어떤 형상으로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기때문에..
아주 가까이에 아주 손쉽게 나타나는 여러 이름을 가진 그의 앞에..
사람들은 그 달콤한 유혹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절대 대가 없는 소원은 있지 않다는 것을 잊어버린채..
눈앞의 소원에만 급급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불러올 무시무시한 결과를 상상하지도 못한채 말이다. 악마의 유혹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결말은 너무나 끔찍하다.
 
표지, 그리고 안개의 왕자라는 제목..그리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이름이 사실 너무나 잘 조화를 이루어 (작가의 이름과 표지가 매칭이 잘된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저 책을 읽기에 급급해 항상 표지나 다른 부차적인 것들은 뒷전이곤 했는데..) 독특한 그의 이름이 내가 처음 읽은 사폰의 이 책의 느낌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해야하나?
 
20대에 지은 소설, 그것도 데뷔작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설은 탄탄한 구조와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깊은 밤 다 읽고 나니 걷어올린 소매로 소름이 끼쳐 옴을 느낀다. 하지만, 단지 무서움에 올라오는 소름만은 아니었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했음에도 그의 바램대로 30대인 내가 읽어도 정말 너무나 재미있는 작품이었고..그리고 환상적이면서도 (그 환상이라는 것은 현실과 상반적이라는 이야기지, 아름다운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어린 소년소녀의 로맨스가 가슴아프며 아름답게 그려지는 훌륭한 소설이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안개의 왕자는 내가 그의 작품으로 처음 읽은 작품이었다. 그의 데뷔작이 그와 처음 만난 소설이 되어서 더욱 기쁘다. 2001년 출간 직후부터 무려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랭크되었다는 "바람의 그림자"를 읽을 기회가 남아있고, "안개의 왕자"뒤를 잇는 안개 3부작으로 불리우는 "9월의 빛" "한밤의 궁전"등의 작품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멋진 작품을 읽었다. 오늘 밤은 그 흥분으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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