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마음 마음산책 짧은 소설
서유미 지음 / 마음산책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보는 사람>으로 시작해 <보내는 마음>으로 끝나는 이 책. 읽는 내내 참 좋았다. 좋았던 이유는 현실과 멀지 않고 닮아 있어서. 나는 내 건강 챙기는 것도 힘든데 고양이 밥까지 챙기는 친구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여자(<돌보는 사람>), 너무 많이 산 옷들을 너무 많이 걸어서 결국 한밤중에 무너진 행거를 보며 헤어진 남자친구를 떠올리는 여자(<무너지는 순간>), 오랜만에 조카와 밥을 먹으려고 번화가에 갔다가 달라진 세상을 경험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여자(<변해가는 것들>), 일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북 카페에서 기력을 충전하는 부부(<숲과 호수 사이>) 등 온전히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쩌면 있었을 법하고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이 담담한 문체로 적혀 있어 몰입하기가 어렵지 않고 공감이 되었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상황을 그리지만 결국 '관계'의 문제로 수렴되는 점도 좋았다. 직장에서 부당한 사유로 휴직 통보를 받고 한동안 해변 근처의 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한 여자(<어떤 여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동안 아이를 돌봐준 아주머니와 헤어지게 된 여자(<지금은 우리가 헤어져도>), 신입 직원과 마찰을 빚고 충동적으로 휴가를 떠난 여자(<우리는 무엇에 기대어>)층간소음 때문에 이웃과 마찰을 빚는 여자도 그렇다(<리치빌>). 동경하던 인플루언서의 남편을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친 여자(<다정한 밤>), 미용실에 갔다가 너무 닮은 사장님 모녀를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와 자매의 얼굴을 떠올리는 여자(<닮아가는 사람들>) 등이 그렇다.


인물들이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인물들을 돕거나 구하는 것도 결국 관계이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여름>의 여자가 해변이 가까운 집에서 쉴 수 있는 건 기꺼이 그 집을 빌려준 친구와의 관계 덕분이다. <지금은>의 여자가 직장에 다니는 자신을 대신해 아이를 돌봐준 아주머니와 헤어지게 되어 서운한 것은 고마움이라는 감정이 다르게 표현된 것이다. <리치빌>의 여자 역시 그동안 대하기가 불편했던 이웃에게 변고가 일어났다는 걸 알고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를 피해 도망치듯 이사를 결정할 정도였는데 막상 그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하니 안도감이나 시원함이 아닌 다른 감정이 드는 이유는 뭘까. 모르는 사이에 정이라도 든 걸까, 아니면 어떤 인간도 피할 수 없는 그것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연민일까.


자신이 일하는 카페에 종종 들렀던 연예인의 부고를 접한 여자(<미류의 계절>)와 친손주도 아닌 자신을 잠시 맡아 키워주었던 이모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하러 간 여자(<보내는 마음>)의 이야기 또한 비슷한 결로 읽혔다. 우리가 살면서 맺게 되는 관계의 대부분은 필연이 아닌 우연이고 우연히 맺게 된 관계 중에는 우리를 괴롭히는 관계도 분명히 있지만, 아주 가끔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관계를 만나기도 하고 그 관계 덕분에 지속되는 인생도 있다는 것. 그러니 항상 나를 돌(아)봐주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을 보내게 될 순간에 대비해야 한다. 더 많이 사랑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7 박문각 에너지관리기능사 필기 8개년 기출문제집 + 무료특강 - 핵심요약 + 2025/2026년 기출 + 최빈출 60제 무료특강
한국배관기능장협회 지음 / 박문각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험에 나오는 내용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시험 앞두고 최종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
김효원 지음 / 이은북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농사를 지으며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고 보면 헌법 - 알고 나면 보이는 사회 속 헌법 이야기 온 세상이 교과서 시리즈 11
전국사회교사모임 외 지음, 박은선 감수 / 해냄에듀(단행본)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헌법 초보인데 이 책은 쉽게 잘 설명되어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 피플 존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 정이현이 9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이다.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모든 작품이 좋았다. <실패담 크루>는 사회 초년생인 '나'가 각자의 실패담을 공유하는 '실패담 크루'라는 모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회원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는 자신의 실패 경험을 끄집어내 이야기로 만들어 연습까지 하는 정성을 보이지만, 정작 그들은 '나'의 실패담보다 또 다른 신입 회원의 실패담에 더 관심을 보여 질투를 느낀다. <언니>는 한때 같은 독서실에 다녔던 '언니'를 대학 조교로 만나게 된 '나'가 언니의 번역 일을 돕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두 작품 모두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 주류에 속한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다 실패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선의 감정>은 월급쟁이 의사인 '나'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환자를 상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소설의 '나'는 <실패담 크루>의 '나', <언니>의 '언니'와는 달리 사회의 주류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 또한 병원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그마저도 최근에 실적제로 전환되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처지라는 점에서 조직과 타인의 인정(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빛의 한가운데>의 '안희' 역시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된, 주류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아들이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면서 잠잠했던 일상에 파문이 일어난다. 결국 이 사회에서 못 가진 사람은 못 가져서, 가진 사람은 가졌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위태롭다는 작가의 인식이 느껴졌다. 


불안은 불신으로 이어지고 불신은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단 하나의 아이>의 대학생 '보미'는 아이 돌보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초등학생 '하우'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보미를 채용한 회사는 돌보미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정하고 있어서, 보미는 하우에게 친구가 되어주지 못하고 피상적인 관계만 맺는다. <우리가 떠난 해변에>의 방송 작가 '설'은 과거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커플이 되었던 두 사람의 현재를 알아보기로 한다. 그러나 커플의 현재는 설의 상상과 달랐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설의 전 애인 주영이 병원에 있다는 연락이 온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건 그들 자신일까 아니면 그들이 속한 사회일까. 


불안을 더 많이 느끼는 건 아무래도 강자보다는 약자, 남성보다는 여성이다. <가속 궤도>의 '소진'은 자신이 일하는 학원 블로그에서 이상한 악플을 보고 공포에 시달린다. 소진은 대학 때 사귄 남자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고, 헤어진 후에는 스토킹을 당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소진은 급기야 운전 도중 급발진인지 공황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을 겪는다. <이모에 관하여>의 '재연'은 첫째 출산 후 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되어 둘째를 임신한다. 어렵게 입주 도우미를 구하지만 업체 소개와 다른 점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재연이 느끼는 공포는 점점 커진다. <사는 사람>은 유명 입시 학원의 상담 실장인 '다미'가 학생의 부탁으로 시험지 유출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결말도 상당히 공포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