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 회고록
스탠 리 외 지음, 안혜리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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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 회고록>은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한 마블 코믹스 작가이자 미국 코믹스 계의 대부인 스탠 리의 일생을 담은 회고록이다. 마블의 팬으로서, 마블의 창조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탠 리의 생애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이 책을 구입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책을 구입한 지 며칠 후에 스탠 리의 부고를 들어서 마음이 안 좋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스탠 리 자신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어려서부터 책을 몹시 좋아했다. 이민자 출신인 부모는 가난해서 어린 스탠리(스탠 리의 본명은 '스탠리 마틴 리버'이다)와 충분히 놀아주지도 못했고 넉넉하게 장난감을 사주지도 못했다. 다만 책만큼은 비교적 풍족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때 읽었던 수많은 문학 작품이 나중에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와 줄거리를 창조할 때 엄청난 자양분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스탠리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친척이 사무보조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간다. 그곳이 바로 훗날 마블 코믹스가 되는 타임리 코믹스였고, 스탠리는 작가들의 심부름을 하다가 나중에는 작가들의 일을 도맡게 된다. 


이 책에는 스탠 리가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수많은 인기 캐릭터를 창조한 배경과 당시의 뒷이야기가 자세히 나와 있다. 스탠 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사장은 독자들이 그걸 좋아하겠느냐며 무시하거나 조롱했는데, 결국엔 스탠 리가 밀어붙인 아이디어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다 시원했다. 자신은 그저 먹고살기 위해 캐릭터를 창조하고 줄거리를 썼을 뿐인데,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로부터 "당신이 내 인생을 바꿨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감사하면서도 민망하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은 만화의 줄거리를 쓴 작가에 불과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훌륭한 만화로 표현해준 만화가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이 돌아가야 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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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8-11-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만 보면 만화형식인가봐요. ^^

키치 2018-11-16 12:45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만화 형식입니다 ^^
 
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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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병모가 2011년에 발표한 소설 <아가미>가 새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되었다. 구병모의 소설 중에 가장 좋다는 평이 있기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서둘러 구입해 읽었다. 내가 최근에 읽고 새삼 반한 <파과>와 <네 이웃의 식탁>에 비하면 덜 과격하고 덜 현실적인 내용이지만, 구병모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섬세한 표현은 이 작품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내용은 이렇다. 식구라고는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어머니뿐이고, 이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한 여성이 어느 날 밤 다리 위를 걷다가 강으로 떨어진다. 죽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죽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그때,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강바닥 밑에서 올라와 여인을 건지고 뭍까지 데려가 준다. 여인은 인간인 것도 같고 물고기인 것도 같은, 혹은 인간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닌 것 같은 그 '존재'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여긴다.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 아름다운 존재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누군가에게 계속 말을 건다. 


여인의 말을 시작으로 이야기의 장면이 계속 바뀐다. 공통점은 이야기의 중심에 아가미를 가진 남자가 있다는 것이다. 아가미를 가진 남자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구해준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는 소년을 '곤'이라고 불렀다. 작가가 작중 인물의 입을 빌려 말하길, 곤은 장자의 첫 구절에 등장하는 북쪽 바다의 물고기의 이름이며, 그 크기는 몇 천 리나 되는지 모를 정도로 크다. 곤은 가만히 놀며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붕'이라는 새로 변신을 시도한다. 


작가는 지옥 같은 우리네 일상 곳곳에 어쩌면 아가미를 가진 남자 '곤'과 같은 순수하고 기적적인 존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 같다. 곤을 발견해 곤이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오로지 우리네 인간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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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시크릿 파일 - 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들의 인성과 사생활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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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빼놓지 않고 챙겨듣는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이 책을 쓴 박영규 작가가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를 썼다는 말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과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책은 무조건 읽을 운명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적을 기준으로 조선의 왕들을 평가했던 기존 역사서와 달리, 이 책은 가족사나 연애사 같은 개인사를 기준으로 조선의 왕들을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평가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인물이 제법 많다. 태조와 태종은 부자지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사이가 나빴다고 알려져 있지만, 왕자의 난으로 사이가 급격히 벌어지기 이전에 태조는 신하들 앞에서 태종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들 바보'였고. 태종 역시 아버지 마음에 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효자였다. 태종의 장남인 양녕대군이 삼남인 충녕대군의 비범함을 알아채고 왕위를 물려주려 포악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건 전적인 오해다. 당시 양녕대군은 국민 난봉꾼이었고, 충녕대군은 양녕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면 아버지에게 일러바치는 범생이였다. 왕위를 물려줄 정도로 둘의 사이가 좋았을 리 없다. 


이 밖에도 세조, 성종, 연산군,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인조, 효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의 개인사가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공통점은 부모와 사이좋았던 경우 드물고, 배우자와 사이좋았던 경우 드물고, 형제자매들과 사이좋았던 경우 드물고, 자식들과 사이좋았던 경우 드물다는 것. 물론 일국의 군주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가까운 가족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는 일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여야 했던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부모의 사랑을 못 받아서(명종, 사도세자), 부모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서(연산군, 광해군, 정조), 배우자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태종, 중종, 숙종, 현종), 자식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영조)인 경우가 많다. 결국은 가족 문제, 사랑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왕이나 일반 백성이나 사는 모습은 비슷비슷하고, 왕은 일반 백성과 달리 잘못이나 치부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대대로 전해지니 더 불쌍하다. 심지어 왕의 용모가 어떠했고(세종은 뚱뚱하고 영조는 고약하게 생겼다고) 성격이나 성미가 어떠했는지까지 실록으로 전해질 정도다. 이들이 생전에 벌인 만행이나 살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려나.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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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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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조선희의 포토 에세이 <내 마음의 빈 공간>이 출간되었다. 사진에 문외한인 나조차 알 정도로 유명한 작가라서 속이 꽉 찬 나날을 보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저자가 솔직하게 드러낸 '마음의 빈 공간'은 예상과 달리 넓고 휑했다. 언제나 20대로 살아가고 싶은 저자에게 나이에 맞게 살라고, 행동하라고, 너는 지금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 한 달 혹은 두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어시스턴트 친구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이 바닥.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디지털이니 뭐니 모르는 용어들... 어쩌면 이렇게 내가 가진 고민들과 꼭 닮았는지. 스쳐 지나간 적도 없는 저자가 친한 언니처럼 다정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한다. 삶에서 틀린 것이란 없다. 그저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는 남과 다른 것이지, 남보다 틀린 것이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역량이나 크기에 걸맞은 '자기 자리'가 있다. 자기 자리를 가지는 데에는 약간의 흔들림과 뒤틀림이 필요하다.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며 자리를 찾듯, 사람의 들고남도 저마다 자리를 찾는 데 필요한 과정일 뿐이다. 그동안 살면서 괴롭고 불안하지 않았던 시절은 없었다. 어쩌면 그 괴로움과 불안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괴로움과 불안에 짓눌리지 말고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자.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은 물론 몸도 가벼워져야 한다. 저자는 스님이 된 친구 효원의 말을 인용한다. 효원은 늘 지금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집에 돌아가면 두 켤레의 신발만 남기고 정리하라고 말한다. 물론 저자는 두 켤레의 신발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 어쩌면 영영 두 켤레의 신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싹 다 정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에 신발 두 켤레만 남기는 법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제 그들을 '마음의 빈 공간'에 들이고 그들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며 살겠다고 말하는 저자는 여전히 멋지고 새롭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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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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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활동하는 작가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다작하는 작가가 또 있을까. 발표하는 작품의 수와 작품의 완성도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 모양인지 점점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언젠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뛰어난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테면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백야행>을 뛰어넘는 놀라운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은 역시 대단하다. 전남편과 이혼하고 도시락 집에서 일하며 중학생 딸 미사토를 키우고 있는 하나오카 야스코는 어느 날 끔찍한 사건에 휘말린다. 야스코의 전남편 도가시가 야스코의 집으로 찾아와 돈을 내놓지 않으면 딸을 괴롭히겠다고 협박하며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참다못한 미사토가 우발적으로 도가시의 목을 졸랐고, 딸의 모습을 본 야스코도 함께 도가시를 살해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옆집 남자 이시가미가 야스코를 찾아와 야스코 모녀를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야스코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이기도 한 이시가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시가미의 청을 받아들이고, 그 즉시 이시가미는 모녀의 완전 범죄를 위한 알리바이를 마련한다. 


천재 수학자이기도 한 이시가미가 단 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교수의 등장이다. 사건의 수사를 맡은 구사나기 형사는 테이토 대학 물리학과 소속의 유카와 교수에게 자주 조언을 구하는데, 사건 관련자 중에 이시가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유카와가 평소와 다르게 사건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테이토 대학의 2대 천재라고 불렸을 만큼 지능이 뛰어나고 자신이 몸담은 학문에 대한 열정도 엄청난 유카와와 이시가미는 오랜만에 사건을 계기로 재회해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의문의 살인 사건을 사이에 두고 한 판 승부를 벌인다. 


그저 한 여자를 사랑했을 뿐인 남자와 그저 여러 남자에게 사랑을 받았을 뿐인 여자가 뜻하지 않은 우연이 겹치고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중대한 일들을 저지르면서 점점 나락으로 빠져들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고 비극적이다. 그렇다고 애초에 이시가미가 야스코 모녀의 일에 개입하지 않았기를, 야스코 모녀가 도가시에게 속절없이 당했기를 바랄 수도 없다. 그랬다면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은 것이 되고, 그렇다면 살인으로 시작된 이 소설이 사랑으로 끝나는 일도 없었을 테니. '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가장 아름다운 한 편의 서사시'라는 홍보 문구가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작품 자체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부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작품을 뛰어넘는 작품을 꼭 다시 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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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 2023-01-2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미유키도 다작 작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