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게임! 화집 Fairies Story
토쿠노 쇼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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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게임!>의 공식 화집 <Fairies Story>가 잘 팔리는 건 소문으로 들어 알았지만, 오늘 오전 알라딘에서 재고를 확인해 보니 일시 품절 상태다. 초판한정 2대 특전인 마우스 패드 & 캐릭터 클리어 스탠드 덕분인가. 일본판과 사양은 동일한데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그런가. 이유가 무엇이든, 먼저 득템한 1인으로서 뿌듯하다.





<뉴 게임!>의 공식 화집 <Fairies Story>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는 <뉴 게임!>이 연재되는 일본의 만화 잡지 <망가타임 키라라 캐럿> 표지, 부록 일러스트, 컬러 원고 등이 실려 있고, 제2장에는 <뉴 게임!> 단행본 커버 일러스트, 내지 표지 일러스트, 인물 소개 페이지 일러스트 등이 실려 있다. 제3장에는 <뉴 게임!> 설정과 원작자 토쿠노 쇼타로의 롱 인터뷰 등이 실려 있다.





<뉴 게임!>은 연재 초반만 해도 지금처럼 인기가 많지 않았는데, 원작 9화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컷 하나가 뜬금없이 유행하는 바람에 잘 팔리는 만화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의(?) 컷이다. 말풍선 속 대사는 '오늘 하루도 힘내자오!' 작가도 이 컷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는 바람에 단행본이 중쇄를 거듭하고 급기야 이 컷으로 <망가타임 키라라 캐럿>의 표지 일러스트를 그리게 되어 무척 긴장했다고 한다. 긴장은 했지만, 작가에게 지금의 명성과 막대한 부를 안겨준 기적의(!) 한 컷이 아닐까 ㅎㅎ





<뉴 게임!>의 공식 화집 <Fairies Story>에는 눈이 즐거운 컬러 일러스트가 한가득이다. 수위가 높은 일러스트도 많지만 블로그에 소개하는 건 이 정도로만 ㅎㅎ 일러스트마다 해당 일러스트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가 달려 있고, 이를 통해 제작 비화나 인물에 대한 숨은 설정 등을 알 수 있어서 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부록, 클리어 파일 팬시 일러스트, 독자 프레젠트 태피스트리 일러스트 등 일본 독자 대상 일러스트는 한국 독자들에게 낯설지도.





3장에는 캐릭터 초기 설정안이 실려 있다. 말 그대로 '초기' 설정인지라 '본편과는 다른' 부분도 많다고 하니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아오바가 스무 살이라니! 코우의 성이 원래는 나츠메였다니!!). 외모와 복장, 학력과 경력, 장래희망, 가족관계 같은 기본적인 프로필 외에 통근시간, 통근 중에 하는 일 같은 설정이 있는 점이 신선하다. 사스가 오피스 만화!!





원작자 토쿠노 쇼타로의 롱 인터뷰도 흥미롭다. 독자들에게는 '오늘 하루도 힘내자오!' 한 컷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기적적으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뉴 게임!>을 연재하기 한참 전부터 고민하고 노력해온 성실파 작가라고.


고교 시절 통신교육으로 그림을 배웠고, 20대에는 콘테스트에 줄기차게 응모했지만 번번이 낙선. 게임회사 취업을 염두에 두고 전문학교에 입학했고, 2학년 때 인턴십으로 게임 회사에 취업해 2년 3개월가량을 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일러스트 쪽에서 일하고 싶었고, 저금한 돈이 떨어지면 다시 취업을 할 각오로 노력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이어진 고생담은 약 열 페이지에 달하는 롱 인터뷰에 담겨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라.





<뉴 게임!> 공식 화집 <Fairies Story>는 부록도 알차다. 첫 번째는 초판한정 2대 특전 중 하나인 마우스 패드. 일러스트 귀엽고 사이즈 큼직하고 인쇄 퀄리티도 좋다. 두 번째는 역시 초판한정 2대 특전 중 하나인 캐릭터 클리어 스탠드. 아까워서 세워보지는 않았지만, 블로그 후기를 보니 잘 세워진다고. 주인공 아오바와 인기 캐릭터 히후미의 치어리더 의상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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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게임! New Game! 6
토쿠노 쇼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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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여자아이들의 일상을 그린 인기 만화 <뉴 게임> 6권이 정식발행되었다. 솔직히 이 만화, 그림체가 귀엽고 여자만 잔뜩 나와서 그저 그런 모에 만화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용이 제대로다!!! 다들 진지하게 일하고 있어!!!!! 


월급 받기 전이라 돈 없어서 고기 못 사먹는 것도, 점심값 쓰기가 아까워서 도시락 싸서 다니는 것도, 인턴일 때 취업 당락에 영향을 줄 까봐 발언 하나 행동 하나도 조심스러워 하는 것도 지극히 현실적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이것도 '인간을 갈아넣는' 한국의 게임 업계 현실에 비하면 천국이지만...





주인공 스즈카제 아오바는 게임 회사 '이글 점프'의 캐릭터 디자이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게임 제작에 관해서는 1도 몰랐는데, 이글 점프의 캐릭터 디자이너 야가미 코우를 동경하게 되고 코우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한 끝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이글 점프에 입사했다(장하다!). 정장을 입으면 교복을 입은 것처럼 보일 만큼 아직 어린애 티가 많이 나지만,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의욕과 성실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오바. 그런 아오바에게 드디어 후배가 생기는데...





아오바의 후배가 될 사람은 인턴인 츠바메와 모미지, 연수 기간인 네네, 이렇게 셋이다. 이중에 주목해야 할 인물은 모미지다. 도쿄 게임 전문학교 재학생으로서 인턴십을 통해 이글 점프에 들어온 모미지는 출근 첫 날부터 아오바를 라이벌로 의식한다. 그도 그럴 게 캐릭터 디자이너인 것도 같고, 나이도 같고, 야가미 코우를 동경해 이글 점프에 입사한 것까지 같으니 라이벌로 보일 수밖에. 모미지는 아오바에게 대놓고 '지지 않겠다'라고 선언까지 하지만, 아오바의 성을 잘못 부르지 않나, 선배들에게 점심을 얻어먹고도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나, 크고작은 실수를 연발한다. 그런 모미지를 너그럽게 받아주는 아오바에게서 선배의 여유가 느껴진다 ㅎㅎ





6권에서 가장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 에피소드는 츠바메의 에피소드다. 모미지의 오랜 친구이자, 모미지와 함께 있기 위해 프로그래머를 지망하게 된 츠바메는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실력을 인정받아 실제 작업을 맡게 된다.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에 일을 빨리 끝내지만, 버그 확인 작업을 건너뛴 것이 드러나 회사 안에서 문제가 된다. 모미지도 츠바메도, 일을 망치려고 한 게 아니라 잘하려고 한 건데 안좋은 결과가 자꾸 나와서 불안 불안... 그래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일도 잘 마무리하고 사회인으로서도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좋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는 여자 아이들의 일상을 그린 만화 <시로바코>를 아주 재밌게 봤는데(인생 애니), 같은 선상에서 <뉴 게임>도 계속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큰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2기까지 나왔다고 하니 언제 한번 체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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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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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놓고 있는 지금도 치열하게 진실을 쫓고 있는 주기자 님을 위해 저는 책을 사서 읽기라도 하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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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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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꺼졌다. 선거가 끝났다. 대통령이 바뀌었다. 내각이 교체됐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을까. 지난 금요일,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은 '고작'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새누리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야1당이다. 행정부 수반만 바뀌었을 뿐이다. 사법부와 입법부에서 지난 정권의 입김은 여전하다. 대기업과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나기 전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를 읽는 내내 든 생각이다. 이 책은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지난 10년 동인 MB의 비자금을 좇은 기록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일찍이 BBK와 내곡동 사저 특종을 터뜨려 MB에게 두 개의 특검을 '선물한' 바 있다. BBK와 내곡동 사저는 MB가 서울특별시장, 대한민국 대통령을 거치며 '해 드신'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저자는 MB의 비자금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스위스, 독일, 케이맨제도 등 전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열심히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허탕치고 실패도 했지만,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짐작이 든다. 언제쯤 다 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음, 그건 MB의 양 팔목에 빛나는 은팔찌가 채워지면?


이명박을 쫓는 건 위험한 일이다. 

감옥 문 앞까지 끌려가기도 했다. 감옥에 가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아주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그림자를 밟는 순간도 있었다. 죽는 순간은 더 나쁜 일이지만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간 선배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돌아가신 선배들도 적지 않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그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선배들에 비해 훨씬 편하고 좋은 조건에서 싸우고 있지 않은가? 진짜 최악은 불의에 저항하지 않고, 악행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6쪽)


저자의 MB 추격기는 시사IN 기사를 비롯해 저자의 이전 책들과 라디오, 팟캐스트를 통해 여러 번 알려진 바 있다. 이 책 내용 중에도 알려진 것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에는 이 책 내용의 일부가 팟캐스트로 제작되기도 했다. (http://www.podbbang.com/ch/9938?e=22365347)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첫 번째는 전두환이다. 이 책은 '이명박 추격기'라는 제목이 붙었는데도 상당한 분량이 전두환의 부정부패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만큼 한국의 권력자들이 벌인 부정부패가 고질적이고 심각하며, 아직 뿌리뽑지 못한 폐단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인간이, 배드민턴 한 번 치러 갈 때마다 1백 명에서 2백 명의 밥값을 계산한다. 전두환의 사저를 지키는 의경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전두환이 조의금으로 1천만 원을 냈다. 자기 밑에서 일한 장관이 죽었을 때는 조의금으로 1억 원을 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돈을 뿌리고 다닐 수 있는 건 대통령 재임 시절 기업 회장이나 CEO로부터 수많은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를 한 번 만날 때마다 5백억 원이 들었다니, 조의금 1천만 원은 우스운 돈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두 번째는 당연히 MB다. 전두환은 받아챙긴 돈을 쓰기라도 하지, MB는 쓰지도 않는다. MB가 '살 집만 남긴 채' 전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청계재단이 2016년 장학 사업에 쓴 돈은 고작 2억 6,680만 원. 가수 이승환이 한 해 기부하는 액수보다 적다. MB가 돈을 '해 드시는' 패턴은 따로 있다. 1단계. 회사를 하나 만들거나 인수한다. 2단계. 회사가 돈벼락을 맞고 그 돈이 돌고 또 돈다. 그러면서 돈이 사라지고 회사가 사라진다. 3단계. 국가기관이나 은행은 그 돈을 찾지 않는다. BBK도, 농협의 캐나다 노스욕 사기 대출 사건도, MB와 관련된 사건은 죄다 그런 식이다. 애먼 사람들만 피해를 보거나 심하게는 죽는다(저자에 따르면 503 주변에 의문의 죽음이 많지만 MB 주변도 만만치 않다고).


지난 8년간 우리나라에서 조세회피처로 나간 돈이 190조인데 그중 홍콩을 제외하고는 케이맨이 제일 많다. (중략) 역외투자의 거점이라고 하는데 왜 돈이 꼭 케이맨에 들러야 하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우리 교민은 10명도 안 될 텐데... 교민이 있기는 할까? 2007년부터 한국과 케이맨의 직접교역액은 급상승한다. 매년 2배 이상 성장. 이명박 재임기하고 정확하게 일치한다. 우연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석연치 않다. (242쪽)


MB 비자금 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반인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BBK도 그렇고, 내곡동 사저 문제도 그렇고, 금융 문제, 부동산 문제라서 그런지 아무리 들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그에 비하면 50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막장 드라마 같아서 이해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이 있지만). 이 책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여러 개 있었는데 영화로 보면 쉬우려나(주진우 기자의 이명박 추격기는 <저수지>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어 오는 9월 상영될 예정이다).





이 책에는 취재원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권력자와 가깝고 권력자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죄다 입 닫고 조용히 살기를 바라는 줄 알았는데, 저자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 중에도 진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세상이 바뀌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부디 주진우 기자가 취재하는 영역에 관해 뭐라도 알고 있는 분들은 제보해주시길. 권력과 가깝지 않은 저는 책이라도 사서 읽고 몇 권 더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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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길 없는 대지 - 길 위에서 마주친 루쉰의 삶, 루쉰의 글쓰기
고미숙 외 지음 / 북드라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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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쉰을 잘 모른다. 루쉰의 책 중에 읽어본 건 <아Q정전>이 유일한데, 그나마도 중고등학교 때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루쉰, 길 없는 대지>를 읽게 된 건, 저자 중 한 사람인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을 알려면 루쉰을 읽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기 때문이다. <아Q정전>이라는 괴작을 쓴 작가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인물일까. 반쯤 의심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이 책을 직접 읽어보니 과연 루쉰은 대단한 인물이었다. 일단 그 시대 사람으로는 드물게 이동거리가 상당하다. 루쉰은 1881년 중국 저장성 사오싱에서 태어나 난징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1902년에는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 도쿄와 센다이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귀국한 후에는 중국의 베이징, 샤먼, 광저우, 상하이 등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이 책은 고미숙을 비롯해 공부공동체의 학인(學人)으로 인연을 맺은 여섯 명의 필자가 루쉰이 직접 살았던 장소들을 방문해 각 시기별 루쉰의 삶과 사상의 흔적을 좇은 일종의 기행문의 형식을 띈다. 루쉰이 한 곳에 머물러 살지 않은 덕분이다. 


일본 유학은 루쉰의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에 도착한 루쉰은 변발부터 잘랐는데, 구한말 조선인들이 단발령에 반발한 것처럼 당시 중국인들도 변발을 자르는 것을 거부하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에 루쉰이 변발을 자르자 중국인 유학생 사회 안에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루쉰은 변발이 만주족의 풍속이라는 이유로 거부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중국 문화의 하나로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느냐며 중국인의 이중성에 치를 떨었다. 


루쉰의 수난은 센다이 의학 전문학교(현재 도호쿠 의과 대학) 시절에도 계속되었다. 루쉰은 이 학교에서 후지노 곤쿠로라는 평생의 은사를 만났다. 후지노는 중국인 유학생인 루쉰이 수업 내용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루쉰의 노트를 확인하고 빠진 내용을 보충하고 틀린 문법을 바로잡아주곤 했다. 그러자 일본 학생들은 '후지노 선생이 루쉰에게 미리 시험문제를 찍어주었다'라는 루머를 퍼뜨렸고, 루쉰은 '1등도 아니고 고작 68등인 나를 시기하느냐'며 학교를 그만뒀다. 당시 일본에는 중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조선인 유학생도 있었다. 그들은 어떤 핍박을 당했을까. 루쉰보다 더한 일을 겪지 않았을까. 


문예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문예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으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정신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루쉰은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단, 그는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을 쓰지 않는다. 동시에 자신이 쓰는 글을 믿지 않는다. 루쉰의 글이 한없이 단순명쾌한 듯하면서도 버거운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지독한 자기부정과 자기환멸. 그러나 니체 말대로, 대체 자기를 환멸해 본 적 없는 인간이 어떻게 자기를 긍정할 수 있단 말인가. (225~6쪽) 


의학 공부를 그만두고 귀국한 루쉰은 이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외국 도서를 번역하면서 생계를 잇다가, 1918년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루쉰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니라 '문예 혁명'이었다. 루쉰에게 글은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정신에 파문을' 일으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어둡고 막막한 현실 때문에 절망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루쉰은 무지몽매한 대중을 깨우치기 위한 글쓰기, 이른바 계몽적 글쓰기는 지양했다. 이것이 루쉰이 대단한 작가로 손꼽히는 점이다. 


루쉰은 무너뜨리고 부수고 없애고 바로 세워야 할 대상을 바깥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았다. 루쉰은 자기 자신의 우매한 생각이나 언행의 불일치, 과거의 습속을 생각 없이 따라 하거나 게으르게 사는 태도 등을 스스로 고백하고 반성하는 글쓰기를 즐겨 했다. 그래서 루쉰의 글은 무섭다. 잽을 날리는 데 남을 때리지 않고 자기 얼굴을 때리니 무서울 수밖에. 그러나 전통이든 습속이든 사회이든 문명이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든 간에, 뭐든 무너뜨리고 부수고 없애야 다시 만들 수 있고 바로 세울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루쉰은 과연 대단한 작가다. 


문명은 부유함도 대중정치도 아니다. 혁명은 부와 권력을 쟁취하는 권력투쟁이 아니다. 사람이 서는 것[立人], 그것이야말로 문명이고 혁명이다! (231쪽) 


혁명은 부와 권력을 쟁취하는 권력투쟁이 아니라 "사람이 서는 것[立人]"이라는 문장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혁명을 통해 기득권층이 독차지하고 있는 부와 권력이 원래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대중에게 분배되면 좋겠지만, 혁명의 과실(果實)은 그것만이 아니다. 자신의 뜻과 생각을 확립하고, 같은 뜻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고, 연대를 통해 원하는 세상의 모습을 스스로 만드는 것. 그것이 혁명의 진정한 목표이고 성과다. 그러나 이제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대부분의 혁명은 권력투쟁에 그쳤다. 부디 2016년 촛불 혁명의 결과는 달랐으면 좋겠다. 적폐 세력의 일부인 판검사들, 소신 없이 산 공무원들, 억압받은 언론인들 모두 돈(특히 삼성)과 권력에 기대지 말고 자기 두 발로 섰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나는 판검사도 공무원도 언론인도 아니고 기댈 돈도 권력도 없지만 아무튼...).


사람이 사람을 먹는 기괴한 이야기나 쓸 줄 아는 작가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대단한 글을 많이 남겼을 줄이야. 루쉰의 저작이라고는 <아Q정전>밖에 읽어보지 못한 까닭에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 루쉰의 저작을 많이 만나봐야겠다. 고미숙의 말대로 중국을 알려면 루쉰을 읽고 알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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