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좌의 우르나 1
이즈 토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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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치바 테츠야상 대상을 수상한 일본 만화계의 귀재 이즈 토오루의 작품이 얼마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출간된 작품은 이즈 토오루의 첫 단편집 <변경에서>와 장편 연재작 <총좌의 우르나>다. <변경에서>가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은 것과 달리, <총좌의 우르나>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정통 SF 대작이다. 두 작품을 함께 읽으며 이즈 토오루의 작품 세계가 어느 정도 범위인지 가늠해보는 것도 좋겠다.





1년 내내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든 눈과 바람의 섬 리즐. 이 작은 섬은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자연환경이 가혹한 탓에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리즐 남단에 위치한 케니티 기지는 원래 학술 기관이었는데 현재는 군사 거점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 이제 막 배치된 병사가 '우르나 트롭 용크', 약칭 우르나다.




우르나는 원래 케니티 기지에서 한참 떨어진 트롭 마을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르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이 전쟁에 끌려가 전사했다. 그것도 적지 한복판에서, 사람의 형체로는 보이지 않는 몰골로 죽음을 맞이했다. 우르나는 사체의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친구의 복수를 하기 위해 스스로 입대했다. 사격 실력은 동기들 중 최고.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전선에는 투입되지 못하다가 우르나가 간곡하게 청하자 겨우 허락이 떨어졌다.





우르나가 케니티 기지에 도착한 날. 화장실에 들를 새도 없이 비상소집 사이렌이 울리는 바람에 우르나는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우르나의 임무는 치르모 산에서 내려오는 '만약'을 저지하는 것. 만약이 뭔지 알기도 전에 우르나의 눈에는 갈가리 찢긴 아군의 사체와 무시무시한 형상을 한 적군이 들어온다. 생긴 게 끔찍하거니와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적을 보고 우르나는 크게 놀란다. 전선에 오기 전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음에도 불구하고.





1권은 우르나가 케니티 기지 생활에 적응하며 전선의 상황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아직 도입부에 불과해서 전체적인 줄거리를 짐작할 순 없지만, 주인공인 우르나가 우여곡절 끝에 임무를 완수하는 수준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고, 그 과정에서 우르나가 살고 있는 세계의 비밀이나 아군이 숨기는 진실, 적의 실체 등등이 드러나면서 줄거리가 한층 복잡해질 것 같다. 1권 마지막 부분이 꽤 충격적이어서 다음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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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에서 - 이즈 토오루 작품집
이즈 토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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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에서>는 일본 만화가 이즈 토오루의 데뷔 초기작부터 최신 단편까지 망라한 첫 단편집이다. 이즈 토오루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 게 이번이 처음이다. 이즈 토오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 웹은 물론 일본 웹에서도 검색해봤지만 만족할 만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2006년 치바 테츠야상 대상을 수상했고, 만화액션 신인상, 소학관 신인코믹대상 등에 입상했으며, 대표작으로는 <꿀벌의 키스>, <에이스>, <총좌의 우르나> 등이 있다는 게 현재로서는 알려진 전부다.


표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즈 토오루의 만화는 일반적인 상업 만화와 거리가 멀다. 작화는 실사에 가깝고 데포르메가 거의 없으며, 내용 또한 현실과 유리되지 않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마저 담고 있다. 다니구치 지로나 오이마 요시토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즈 토오루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변경에서>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단편 하나가 끝날 때마다 작가의 코멘터리가 실린 페이지가 나온다.


<STEEL BLUE>는 졸업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는 미대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마카스는 그래픽과 출신으로는 드물게 철제 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다. 밤낮없이 작업에 매달리지만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가 없다. 교수는 취직할 마음이 없냐고 비웃고, 친구는 예쁜 얼굴 다 상했다고 놀리고, 애인은 작업 따위 집어치우고 같이 자자고 한다. 과연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아마카스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아마카스가 울음을 참으며 망치질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라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신발끈을 묶어라!>는 또래보다 조숙한 열두 살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마카스(이름이 같은 걸로 보아 <STEEL BLUE>의 주인공 아마카스의 어린 시절인 듯하다)는 내년이면 중학생인데 여전히 유치한 장난을 하는 또래 남자아이들을 바보 취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에 등교거부 중인 같은 반 남자아이 에토를 만나게 되고, 에토와 함께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게임을 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중에서 가장 산뜻하고 유쾌한 작품이다.





표제작 <변경에서>는 인적이 드문 변경에서 철도가 놓일 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막노동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는 막노동꾼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는 가운데, 등골이 서늘해지는 반전을 마련해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돋운다. 이 밖에도 <신발끈을 묶어라! 겨울>, <넘치다 가라앉은 이야기들>, <NO TITLE> 등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고 내용도 묵직해서 한 번 읽어봐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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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부와 엑소시스트 1
이시하라 케이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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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케이코의 신작 <새 신부와 엑소시스트>는 저연령 대상의 엑소시스트 물이다. 주인공 안네는 태어나자마자 대악마 메피스토의 짝으로 점지되어 17세가 되면 악마의 신부가 될 운명이다. 안네는 어차피 악마와 결혼할 몸, 이것도 저것도 다 포기하고 막 살다가 1년 전 집을 뛰쳐나와 거리에서 지내고 있다.





안네가 17세가 되는 생일날. 악마의 부름을 기다리던 안네는 한 소년에 의해 납치된다. 소년의 이름은 할 베르만. 퇴마가 생업인 베르만 가의 차기 당주이자 그 자신이 뛰어난 퇴마사, 즉 엑소시스트다. 할은 악마 메피스토를 잡기 위해 '악마의 신부'인 안네를 자신의 신부로 맞고 싶다고 밝힌다. 그러니까 안네는 어디까지나 악마 메피스토를 잡기 위한 유인책, 즉 미끼에 불과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악마의 신부가 될 각오로 살아온 안네로서는 악마의 신부가 되든 할의 신부가 되든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따로 있다. 안네를 신부로 맞겠다고 당당히 선포한 할이 이제 겨우 12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안네는 자기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데다가 아이 티가 폴폴 나는 할을 남편으로 맞기가 영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결국 할의 청혼을 거절한다.





안네가 할의 감시를 피해 도망치기 직전에 하필이면 베르만 가 사람들이 할의 저택으로 몰려온다. 베르만 가 사람들은 악마의 신부를 끌어들인 할을 비난하고 안네를 꽃뱀이라고 욕한다. 그러자 할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맞설 뿐 아니라 몇 번 본 적 없는 안네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안네는 도망칠 마음을 접고 할의 곁으로 돌아와 할과 함께 베르만 가 사람들에게 맞선다. 더 이상 할을 괴롭히면 악마의 신부로 점지된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그리하여 안네는 할의 신부가 되는데, 열두 살 어린애인 줄로만 알았던 할을 상대하기가 만만찮다. 영락없는 어린애처럼 굴다가도 이따금 성인 남성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매력을 풍기니 안네는 해롱해롱... 하지만 삼십 대인 내 눈엔 아무리 봐도 어린애다. 작가님은 애초부터 연하남이 나오는 작품을 구상하셨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열두 살은 좀... 만화 자체는 템포도 빠르고 그림도 예뻐서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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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게임 소장판 8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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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게임>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코우가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었는데 어느덧 졸업을 앞둔 3학년이 되었다. 코우로서는 올해가 갑자원(고시엔)에 도전하는 마지막 해. 코우가 속한 세이슈 고등학교 야구부가 북도쿄대회에서 승리를 거듭하는 가운데, 이제는 갑자원 진출을 단 한 경기 앞둔 상황에 이른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코우는 한 살 어린 아오바와 비교해 실력이 한참 부족했는데, 연습을 거듭하고 아오바한테 특훈까지 받은 결과 이제는 아오바를 진작에 제치고 고교 야구계에서 손꼽히는 투수가 되었다. 아오바는 그런 코우를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복잡하다.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코우처럼 야구부에 들어가서 원 없이 야구를 했을 텐데. 잘하면 고시엔에도 나갈 수 있었을 텐데. 내 마음이 다 안타깝다.





한편, 갑자원 진출을 한 경기 앞둔 상태에서 아카네가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카네는 어려서부터 몸이 안 좋아서 병원 신세를 많이 졌는데, 요즘은 몸이 좋아졌나 했더니 다시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입원을 했다. 와카바와 닮았다는 이유로 아카네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던 코우와 아카이시는 당연히 마음이 좋지 않다. 특히 아카네를 진지하게 좋아하고 있었던 아카이시는 틈만 나면 병원에 들르며 아카네의 안부를 묻는다. 이런 순정남이 복을 받아야 할 텐데...





아카네가 병원에 입원하자 아오바 역시 마음이 좋지 않다. 와카바 언니처럼 아카네마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날까 봐 불안해한다. 그런 아오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오바를 지켜보던 선배 하나가 "(와카바가) 그때 그대로 자랐다면 아카네보다 지금의 아오바가 훨씬 닮지 않았을까" 하는 말을 던진다. 과연 어떨까. 와카바가 살아 있었다면, 어릴 때 모습 그대로 자랐다면 아카네를 닮았을까 아오바를 닮았을까. 생각만 해도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북도쿄대회 결승 날 아침. 코우는 아오바에게 폼을 체크해달라고 부탁하고, 둘은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아오바가 코우에게 와카바와 아카네 둘 중에 누가 더 좋은지 묻는데, 코우는 "죽어버린 녀석과는 이제 비교할 수가 없겠지."라며 냉정하게 대답한다. 그러자 아오바가 "나랑은?"이라고 묻는데, 과연 코우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결승전 결과보다 코우의 대답이 나는 더 궁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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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비 6
모리시타 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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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인 남녀 관계를 다룬 만화만 계속 보다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의 풋풋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정통 순정 만화를 보니 마음이 참 편했다. 남녀 주인공 모두 비주얼이 훈훈하고 행동이 귀여워서 꼭 나의 첫 연애를 보는 것 같았다(거짓말).





학교 최고의 미소녀 스이렌은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스이렌은 같은 학교 공수도부 소속의 카와스미를 짝사랑하는데, 실은 카와스미도 남몰래 스이렌을 좋아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귀기로 한두 사람. 하지만 둘 다 첫 연애라서 사귄다는 게 뭔지, 데이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 일단 다가오는 일요일에 만나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만나면 대체 뭘 해야 할까. 대책 없이 시간만 흐른다.





일요일이 되고 스이렌의 집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일단 거리를 걷기로 한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기로 한다(학생이라서 돈 없을 때 하는 데이트 패턴 ㅋㅋ). 하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길을 걷다가 카와스미의 공수도부 선배들을 마주친다. 쩔쩔매는 카와스미와 부끄러워하는 스이렌. 눈치 없는 선배들은 카와스미한테 여자친구 발에서 피가 난다고 알려주고 자리를 떠난다. 


그제야 카와스미는 스이렌이 익숙지 않은 구두를 신고 걷다가 발에서 피가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 남자친구한테 잘 보이려고 익숙지 않은 구두를 신고 나온 스이렌도 귀엽고, 여자친구가 구두를 신고 온 것도 모르고 하염없이 걷게 만들었다고 자책하는 카와스미도 귀엽다(어쩐지 부모 마음 ㅋㅋ).





첫사랑의 설렘이 가득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드물게 폭소가 터졌던 대목이 있다. 두 사람이 사귀기로 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스이렌은 카와스미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데 뭘 줘야 할지 몰라서 고민 고민하다가 따뜻한 장갑을 선물한다. 카와스미도 스이렌과 같은 마음으로 스이렌을 위한 선물을 골랐다며 선물을 내미는데...





선물의 정체는 수.학. 참.고.서! 카와스미 딴에는 스이렌에게 필요한 게 뭘까 고민 고민하다가 스이렌이 수학을 잘 못하니 수학 참고서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선물로 줬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학 참고서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줄이야. 


나라면 낭만이 없다며 다른 선물을 요구했겠지만, 아직 어린 데다가 처음 사랑에 빠져서 콩깍지가 제대로 씐 스이렌은 이제까지 수학 참고서보다 더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아본 적이 없다는 표정을 지을 따름이다. 카와스미가 나를 이만큼 생각해줬다니! 학교에서도 수학 참고서를 보면서 싱글벙글 웃는다(이러다 수학 전국 1등할 기세 ㅋㅋ).





스이렌과 카와스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내가 이들 또래였을 때의 일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눈만 마주쳐도 기뻤던 그때. 그 아이가 나한테 말을 걸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던 그때. 그 아이가 준 선물을 보물처럼 간직했던 그때. 그 시절 그 순수했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아득하게 먼 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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