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수업 - 컬렉션으로 보는, 황윤의 세계 박물관 여행 일상이뮤지엄 1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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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박물관에 가본 게 언제일까. 생각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오래 전의 일인 듯하다. 박물관은 사계절 내내 방문하기 좋은 곳이지만, 특히 여름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한가롭게 시간 보내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조만간 박물관에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소장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인 황윤 작가의 책 <박물관 수업>이다. 


이 책은 형식이 특이하다. 교과서처럼 단순하게 박물관의 역사와 기능 등을 설명하는 대신, 저자가 살고 있는 도시 안양에 세계 수준의 뮤지엄을 건설한다는 설정을 취한다.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이, 재원 마련 등 박물관을 세우는 데 필요한 과정을 하나씩 클리어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자가 세계 유수의 박물관의 역사와 종류, 각 박물관의 장점과 단점 등을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서울도 아니고 안양에 세계적인 수준의 뮤지엄을 만든다는 발상이 신선함을 넘어 엉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처럼 수도가 아닌 지방 도시에 뮤지엄을 만들고 세계 수준의 전시품을 유치해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다수 있다고 한다. 일본 하코네국립공원 내에 있는 폴라미술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있는 오하라미술관, 야마나시현립미술관, 나고야 보스턴미술관 분점 등이다. 


한국의 박물관이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제언도 몇 가지 나온다. 그중 하나가 세계적인 작품과 한국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추상화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한국 추상화의 대가 김환기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든가, 중국의 반가 사유상과 한국의 반가 사유상을 함께 전시하는 식이다. (334쪽 참조) 이런 전시가 열린다면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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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1 - 축하한다 세상아! 내가 왔어! 아테나 1
엘린 에크 지음, 기영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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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청소년 문학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주인공 아테나의 캐릭터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십 대 소녀 아테나는 엄마가 막내 동생을 출산하기 위해 입원하게 되면서 오빠, 남동생과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맡겨진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것만으로도 슬픈데 아빠는 바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들에게 다정한 타입이 아니라서 힘들기까지 한 아테나. 그나마 절친들과 함께 하는 환경운동 모임 '지구를 살리자 클럽(지클)' 활동이 아테나의 삶의 낙인데, 이마저도 여러 변수들로 인해 어려움에 부딪힌다. 


가족과 친구 문제로 갈등을 겪고 학업을 걱정하며 장래를 고민하는 모습은 여느 십 대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데, 아테나가 특별하다고 느낀 건 특유의 당당함과 솔직함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 속 지혜와 전쟁의 여신의 이름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는 아테나는, 자신의 똑똑함을 주저 없이 드러내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오면 물러서지 않고 싸운다. 이런 아테나를 불편하고 피곤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아테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산다. 덕분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지는데, 이 모습은 스웨덴의 유명한 동화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똑똑하고 당찬 아테나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문제가 환경 문제라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테나의 부모는 페미니스트이고, 아테나의 조부모 역시 70년대 사회 운동의 주역이었던 진보적인 사람들이지만,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경각심이나 실천 면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아테나는 지적한다. "예컨대, 70세 이상의 스웨덴인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잘 안 알려져 있어요. 분리수거를 가장 덜 하고 비행기는 가장 많이 타고, 고기는 우걱우걱 먹어 대면서 유기농 식품은 가장 덜 소비하는 연령층이에요." (133쪽)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는 10대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지 않을까. 어른으로서 뜨끔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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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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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들에게 일 잘하는 비결을 물어보면, 영혼 없이 일한다거나 부캐를 만든다거나 하는 대답을 종종 듣는다. 사람은 하나의 인격만으로 살기 힘들고, 혼자 있을 때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의 인격이 다른 것은 불가피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인격을 만들어놓고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연기하듯 살아가는 것이 가식적이고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페인트>의 작가 이희영의 신작 <나나>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버스 사고 후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고등학생 수리와 류는 일주일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영혼 사냥꾼 선령을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학교 성적 우수하고 교우 관계 원만하고 SNS 관리까지 잘하는 모범생 수리는 하루 빨리 육체를 되찾고 싶어하는 반면, 어려서부터 몸이 아픈 동생을 위해 또래보다 일찍 철들어야 했던 류는 육체가 없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지금이 훨씬 편하다고 느낀다. 


주어진 일주일 동안 수리와 류는 육체만 있고 영혼 없이 사는 자신의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수리는 그동안 자신이 남들에게 잘 보이는 것만 중시한 나머지 정작 자기 자신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류 또한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자신에게는 소홀한 부모님에게 미움과 원망을 느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란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나를 가장 잘 알고 잘 돌봐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왜 남들만큼 나를 알려고 하지도, 돌보려 하지도 않았을까. 둘은 그제야 지난 날을 반성하고 자기 자신에게 용서를 구한다. 


영혼 없이 살고, 남들 눈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잘 챙기지 않는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가혹하게 대하고 내 감정을 무시하니까, 남도 가혹하게 대하고 남의 감정도 무시하는 건 아닐까. 내 영혼이 온전하고, 내 감정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다면, 일할 때 영혼을 빼놓는다거나 부캐를 연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게 어려우니까 당장 따라하기 쉬운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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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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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때는 홈페이지로, 삼십 대 후반인 지금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루나파크 님의 웹툰을 꾸준히 보고 있는 팬이다. 루나파크 님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림체와 글씨체가 깔끔하고 귀엽다는 것과 더불어 N잡이 유행하기 전부터 낮에는 직장인(광고회사 카피라이터)으로 밤에는 웹툰 작가로 활동했다는 것, 민트가 유행하기 전부터 민트색 애호가였다는 것, 다꾸가 유행하기 전부터 자체 제작 다이어리를 출시했다는 것, 외국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하기 훨씬 전에 영국에서 무려 8개월을 살다 왔다는 것 등이다. 


그래서일까. 내게는 루나파크 님 하면 유행을 앞서가고 남들보다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정작 루나파크 님 자신은 스스로를 모범생 중의 모범생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오신 면이 있는 듯하다. 최근에 발표한 산문집 <고르고 고른 말>에 따르면 그렇다. 


저자는 휴학 한 번 없이 정규 교육을 마치고 대학 졸업을 하기도 전에 취업이라는 미션을 완수했다.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국내 유명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인 동시에 잘나가는 웹툰 작가인 '갓생러'였다. 큰 일탈은커녕 작은 반항이나 사고도 없이 평생을 살아왔다. 그랬던 저자에게 여러 가지 시련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번아웃이 와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전세 사기를 당해 그동안 번 돈을 모두 잃을 위기에 놓였다. 가까운 가족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결혼을 생각했던 사람과 헤어졌다. 


그즈음 시를 만났다. 직업이 카피라이터인 만큼 글쓰기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를 써보니 쉽지 않았다. 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주로 써온 저자로서는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시의 세계가 낯설고 어려웠다. 그런데 시가 자꾸 생각났다. 열심히 쓰다 보니 시가 제법 쌓였고, 쌓인 시들을 공모전에 제출했더니 덜컥 등단이 되어버렸다. 남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하거나 회사에서 높은 직위에 오르거나 집을 사거나 재산을 늘리는 나이에 생각지도 않았던 시인이 되었지만, 민망하거나 부끄럽기는커녕 자유롭고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시인이 된 것으로, 더 이상 모범생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다. 


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저자는 여전히 시가 어렵고 시인이라고 불리는 건 더 어색하지만, 시를 만나고 시로 쓸 말들을 "고르고 고르"면서 보낸 시간 덕분에, 이제는 예전처럼 완전무결함을 곧 행복이라고 믿지도 않고, 불안과 강박으로 정신줄이 팽팽해져 눈 앞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덜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와 비슷한 나이이고 성향이라서, 저자의 이야기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시를 만나면 지금의 불안을 한결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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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1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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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와 함께 서도로 간 마오마오. 예상한 대로 황해가 본격화되어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낸다. 누구보다 일찍 황해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한 진시이거늘, 서도의 백성들은 진시가 서도에 와서 이런 난리가 일어난 거라며 진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이러한 백성들의 배후에는 놀랍게도 진시를 서도로 초대한 교쿠오가 있었고, 급기야 교쿠오는 석탄 채굴권을 걸고 이웃나라와 전쟁을 벌이겠다고 해서 진시를 당황시킨다. 


황해로 인한 피해가 아직 완전히 복구된 상황도 아닌데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하는 지도자라니. 심지어 (자신보다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황제의 동생인 진시가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에 와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교쿠오를 보면서 무슨 일이 나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후반부에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사건의 전모를 안 후, 그동안 교쿠오의 이야기인 줄 알고 읽었던 대목들이 교쿠오가 아닌 '이 사람'의 이야기임을 깨닫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서 12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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