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박람강기 프로젝트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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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가 90년대 중후반에 <소설 신초>에 쓴 연재물을 묶은 것이다. 현대 미스터리로 유명한 저자는 에도 시대가 무대인 작품도 더러 쓰는데, 그 때마다 당시의 풍경과 감각을 재현하기 위해 직접 운동화를 신고 숄더백을 매고 걸으면서 에도 시대를 상상해본다고 한다. 그 내용을 쓴 글이 <소설 신초>에 '후카가와 산책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는데, 이게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고정 연재물로 시작되었고, 저자뿐 아니라 출판사의 편집자, 사진 기사 등이 동행하는 식으로 몇 년에 걸쳐 이어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경숙 한양 산책>, <김영하 한양 산책> 같은 격인데 실제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만 믿고 구입했다가 끝까지 못 읽고 포기했다는 인터넷 서점 리뷰를 읽고 호기심이 일어 구입했다. 미미 여사가 쓴 소설이 아닌 최초의 책, 이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실망스러웠다면 무엇 때문일까? 읽어보니 알겠다. 이 책은 제목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에서 '미야베 미유키'에 방점을 두면 안 되고 '에도 산책'에 방점을 둬야 하는 책이다. 즉, 미야베 미유키만 알고 일본은 모르는 사람, 일본의 문화와 역사, 언어에 문외한인 사람은 이 책을 읽어도 무슨 소린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일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다행히 일본어도 할 줄 알고, 일본에 가 본 적도 있고, 일본 방송 중에서도 여행 방송을 즐겨봐서 대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시대극(사극)을 많이 봤더라면 역사에도 더 바삭했을텐데, 역사를 잘 몰라서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쉽다.



저자가 에도 시대의 흔적을 찾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내용도 재미있지만, 유적을 직접 눈으로 본 뒤 당시 시대상을 상상하는 대목이 특이 인상적이었다. 가령 과거의 에도, 즉 지금의 도쿄에는 당시 사형장이나 교도소 같은 수형 시설로 쓰인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를 보며 저자는 에도 시대, 즉 도쿠가와 막부가 다스리던 당시의 일본이 말하자면 군정국가, 경찰국가였기 때문에 당연히 치안이 삼엄하고 형벌이 엄격할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공포정치 상태였다고 평가한다. 에도에서 한참 떨어진 하코네에서도 경찰국가의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행정보다도 경찰과 사법권의 흔적이 많은 것은 강력한 군주가 다스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권이 안정적이었던 왕권국가 조선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p.63)

 


또한 저자는 당시(1997년) 소년 범죄 같은 흉흉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로 신사나 사찰 같은 종교적인 공간이 일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들었다. 일신교보다 다양한 신을 믿는 다신교 사상이 발달한 일본은 이들을 모시는 신사나 사찰이 마을의 입구나 중심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층 빌딩 건설과 재개발, 리모델링 등으로 이처럼 종교적 역할을 하는 공간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저자는 이로 인해 사람들이 악을 해소하거나 정화할 기회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조건 선하고 옳은 것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남아 있는 악을 다스리고 흡수하는 역할을 해줄 만한 것이 필요하다니, 언뜻 듣기엔 미신같고 생뚱맞게 느껴지지만, 게임을 통해서나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의 악한 마음과 폭력성이 마구 분출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기는 한 것 같다. 무얼 보더라도 이런 식으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을 보니 역시 미미 여사는 다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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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3 - 새잡이꾼 편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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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82년《양을 둘러싼 모험》

1985년《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987년《노르웨이의 숲》

1994년《태엽 감는 새》

2005년《해변의 카프카》

2009년《1Q84》

2013년《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제 하루키의 '대표작'(출간된 작품은 이보다 훨씬 많다) 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만 빼고 다 읽었다. <양을 둘러싼 모험>과 <해변의 카프카>는 읽은 지 하도 오래 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다시 읽어볼 생각이고, 대표작을 다 읽고나면 그 외 작품과 에세이들을 빠짐없이 읽어야지. 현존하는 작가 중에 이렇게 작품 목록을 기록해 하나하나 지워가며 읽을 작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

 

 

 

책 표지 소개글에서 다른 건 다 알겠는데

'해체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 존재의 가치와 사랑, 그리고 성性의 궁극적 의미를 모색한' 작품이라는 대목은

왜 이렇게 이해가 안 되는지 모른다. 정말 이 작품에 그런 게 나왔던가?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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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2 - 예언하는 새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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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은, <1Q84>에선 '전공투'로 불리는 일본의 60년대 학생운동의 잔여세력과 신흥 종교 단체의 위험성을 중점적으로 그린 잔면, <태엽감는 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만주와 몽골, 소련 등지에서 벌인 만행과 그로 인한 군인, 민간인들의 피해를 그린다는 점이다. 하루키 하면 역사적, 사회적인 메시지보다는 개인의 내면 세계나 환상을 주로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역사적, 사회적 메시지가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엽감는 새>만 보아도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전쟁 상태의 인간들이 얼마나 극적인 행동과 선택을 하는지,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에게 전쟁의 비극이 어떻게 전해지는지 등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전전 세대의 피해자는 마미야 중위와 너그메트이며, 이들의 고통을 계승한 전후 세대의 피해자는 도루와 구미코, 시나몬 등이다). 하루키는 다만 그것을 환상 또는 문학적 은유로서 빗대어 표현할 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강도는 다른 작가들의 그것에 비해 약하지 않다.

 

 

<태엽감는 새>는 하루키 월드를 여지없이 드러낸 소설, 역사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소설로도 읽을 수 있지만, 하루키 하면 떠오르는 개인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 묘사 또한 뛰어나다. 나는 특히 주인공 오카다 도루에 감정이입이 잘 되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처럼 나이가 서른 즈음이고, 잘 다니던 직장에는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마음도 들지 않아 고민하는 처지까지 나와 같기 때문이다(다만 나한테는 아직 집 나갈 남편은 없다^^). 거창한 인생의 목표도, 사회에 대한 관심도 없고, 그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기에 급급한 모습이 어찌나 나같던지(아, 나도 우물에 들어가고 싶다!). 그런데 하루키는 이런 무력하고 소시민적인 느낌을 결코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세탁소 주인과 오카다의 외삼촌처럼(게다가 이 오카다의 외삼촌이라는 인물은 소설가가 되기 전 하루키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 대단한 부와 명예는 없어도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소설에는 더러 등장하며 작가가 이들을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반대로 부와 명예만 앞세우며 사는 구미코의 아버지와 오빠 와타야 노보루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우물에 들어간다든가 태엽을 감는다든가 하는 표현도 지루하지만 성실한 삶을 사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 같다. 어쩌면 이런 현실감을 잃지 않는 느낌이 대중들, 특히 젊은 세대들의 깊은 공감을 얻어 하루키가 인기 작가로 성공한 것은 아닐까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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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1 - 도둑까치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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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나온 이 소설을 <1Q84>보다 늦게 읽은 것은 득일까 독일까. 나는 득이라고 생각한다. 친절하기 그지 없는 <1Q84>를 읽고 나서 읽었기에 망정이지, <태엽감는 새>를 먼저 읽었다면 이 때만 해도 거칠고 덜 다듬어진 듯한 느낌의 '하루키 월드'를 즐겁게 받아들였을지 의문이다. 줄거리부터 간략하게 설명해 보자면, 법률사무소를 그만둔 서른의 오카다 도루는 잡지사에 다니는 아내 구미코와 자녀 없이 단둘이 살고 있다. 그는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외삼촌의 집을 싸게 빌려 살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키우던 고양이가 사라지고 태엽감는 소리를 내며 우는 새가 사라지는 등 이상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아내 구미코가 집을 나가고, 오카다는 흔적 없이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줄거리만 보면 미스터리 소설 같은데 실제로 읽어보면 '하루키 월드' 그 자체다. <1Q84>와는 어찌나 비슷한지. 쌍둥이까지는 아니고, <태엽감는 새>가 언니라면 <1Q84>가 여동생이랄까. 먼저 <태엽감는 새>의 오카다 도루와 구미코 부부는 <1Q84>의 덴고와 아오마메 커플을 닮았다. 오카다는 실직자이고 덴고는 학원 수학 강사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정적인 성격이고 변화를 주도하기 보다는 다가오는 변화를 맞이할 뿐이라는 점이 같다. 그리고 오카다에게는 가사하라 메이, 덴고에게는 후카에리라는 미소녀가 곁에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우시카와와 만난다는 점도 같다. 구미코는 아오마메만큼의 비중을 가지는 인물은 아니지만(<1Q84>의 '슈퍼 히로인' 아오마메는 정말 멋지다!), 아오마메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무력으로 복수함으로써 극복한다는 점이 같다. 게다가 운명 공동체인 두 사람이 어느 날부터 서로 다른 세계에서 떨어져 살게 되고, 남자는 여자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 두 개의 평행한 세계가 등장하며 정치 권력과 종교적 권위를 모두 지닌 단체로부터 방해와 협박을 받는다는 점까지. 어떤가.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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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티스트
손보미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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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한 번 뉴욕에 가보고 싶다. 뉴욕에 다녀온 사람 중에 비싼 물가와 언어, 문화 등의 차이로 고생하지 않은 사람 없고 힘들지 않았던 사람 없는 거 다 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 성공하지 않은 사람 없고 뉴욕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없다. 힘들지만 그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도시, 꿈이 있고 노력하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공평한 도시, 세계의 중심, 온갖 인종과 민족의 샐러드볼. 그곳에 가보고 싶다. 언젠가 꼭 한 번.

 

 

손보미가 쓴 신간 도서 <뉴욕 아티스트>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뉴욕에 가보고 싶은 열망이 들었다. 저자 손보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약 3년 간 존슨앤드존슨에서 마케터로 일했으며, 5년 동안 25개국을 여행하고 6개국에서 봉사 활동을 한 경험을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이라는 책을 냈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2012년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20대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은 어마어마한 경력의 소유자다. 모두가 부러워 할 '스펙'을 지닌 그녀는 현재 문화예술 마케팅 전문 기업 '프로젝트 에이에이'를 창업해 CEO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 책은 문화예술 산업에 관심이 많은 그녀가 뉴욕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고 취재한 결과물이다. 멋진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그녀도 멋있지만, 그녀가 만난 뉴욕의 아티스트들은 또 어찌나 멋있던지. 뉴욕, 아 정말 꼭 가보고 싶다.

 

 

나는 저자가 하는 일은 물론 예술과도 관계 없는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공감가는 대목이 예상외로 많았다. 첫번째는 디올에서 VMD로 재직 중인 한국인 이유나씨의 멘트. 자신의 일을 무척 사랑하지만, '내 존재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일을 해내는 것이 문제인 곳'에서 나름의 쓸쓸함과 고독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그녀의 말을 읽으며, 나 역시 내가 하는 일과 공부를 사랑하지만 나의 존재따위 중요하지 않은 이곳에 계속 남아야 할 의의를 찾지 못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떤 일을 어느 정도로 해야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비슷한 이유로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광고 아트 디렉터 토미 케인의 멘트에도 깊이 공감했다. 주변 사람들이 칭찬해주니까 신이 나서 계속 그림을 그렸지만, 막상 예술학교에 입학해 쟁쟁한 친구들과 재능 있는 사람들을 겪고 보니 나는 천재가 아니라 그저 조금 잘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분. 그 기분이 지금 내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림을 그리다보니 우연한 계기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찾는 작가가 되었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재미교포 3세 작가 샤론은 내가 좋아하는 故 스티브 잡스의 명언 "경험이 하나의 점(connecting the dots)"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녀는 재미교포로서의 정체성과 전업작가가 되면서 해야 했던 모든 경험들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의 경험들은 지금 어떤 운명으로 나를 이끌고 있는 걸까? 명문대생에서 외국계 기업 마케터, 여행가, 작가, 그리고 문화예술 기업 CEO로 거듭 변신하고 있는 저자 손보미의 삶처럼 내 인생도 또 한번 탈피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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