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는 힘 - 버리고, 그만둘 때 시작되는 변화
마쓰다 미히로 지음, 김의경 옮김 / 위너스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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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해야 한다,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흘려보내는 시간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외국어 공부나 운동이 그렇다. 외국어 공부도 운동도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차라리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당장 하고 싶은 일, 하면 즐거운 일을 한다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마츠다 미히로의 <그만두는 힘>은 바로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포상만 바라기, 과거에 얽매이기, 푸념하기, 서투른 일하기, 움켜쥐기 등등을 그만두고, 꿈 이루어지기, 미래를 보기, 꿈을 이야기하기, 동료 찾기, 놓아버리기 등등을 시작한다면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나는 특히 움켜쥐기, 듣고 지나치기, 정보수집을 그만두고, 놓아버리기, 메모하기, 정보로부터 멀어지기를 시작하고 싶다. 얼마 전 이제까지 쓴 서평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데, 별로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 분야의 책을 왜 이리 많이 읽은 건지 모르겠다. 한 권이라도 책을 더 읽어야 한다는 생각, 알아야 한다는 생각,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움켜쥐고 있다보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놓친 것 같다. 그 시간에 차라리 좋아하는 분야, 진짜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더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리의 기본이 '버리기'인 것처럼 습관도 있는 습관을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이제부터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은 읽지 않을 것이다(사지도 않을 것이다). 듣거나 아는 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는 부담도 버릴 것이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책은 과감히 그만둘 것이다. 읽지 않은 책, 읽지 않을 책도 다 정리할 것이다. 책을 읽거나 서평을 쓰느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행동하는 시간을 늘릴 것이다. 운동을 하든 다른 취미를 가지든 말이다. 새로운 책을 읽는 데 욕심내는 대신 읽은 책을 활용하는 데 몰두해야지. 그만두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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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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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뒤늦게 일본 애니메이션 <빙과>를 보고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세계에 빠져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추상오단장>은 데뷔작 <빙과>가 나온 지 9년이 지난 2010년 작품이지만, 인물 설정이나 줄거리 상의 디테일에 비슷한 점이 엿보여서 좋았다. ​무기력한 성격의 주인공 요시미츠는 <빙과>의 '에너지 절약주의자' 호타로를 떠올리게 했고, 과거에 벌어진 어떤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해결해 달라며 찾아온 묘령의 여인 카나코의 모습은 치탄다 에루와 겹쳐 보였다. 무엇보다도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오래된 문서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이른바 '비블리오 미스터리'라는 점이 똑같고, 두 소설의 가장 큰 재미이자 매력이다.



배경은 호황이 끝나고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일본의 90년대 초. 주인공 요시미츠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대학을 휴학하고 큰아버지의 고서점에서 일을 도우며 더부살이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서점에 카나코라는 여인이 찾아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다섯 편의 소설을 찾아주면 한 편 당 10만 엔이라는 거금을 사례금으로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안 그래도 돈이 궁했던 요시미츠는 큰아버지 몰래 카나코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틈틈이 소설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요시미츠는 카나코의 아버지가 수십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제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고, 그 속사정을 결말이 없는 리들 스토리(riddle story) 형식으로나마 세상에 밝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의 제목인 <추상오단장>은 카나코의 아버지가 쓴 추상적인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를 뜻한다. 소설은 요시미츠의 이야기와 카나코의 아버지가 쓴 소설 다섯 편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의 결말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거니와 이 리들 스토리의 결말 자체가 미제 사건을 푸는 힌트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여전히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빙과>를 비롯한 고전부 시리즈이지만, <추상오단장>은 하이틴 로맨스 없이 오로지 비블리오 미스터리만의 매력으로 승부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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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1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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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깊게 보면 직업마다 끝에 붙는 글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은 '사', 농부, 어부, 광부 등은 '부'로 끝나며, 기자, 편집자처럼 '자', 마케터,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영어 '-er'로 끝나는 직업도 있다. 그렇다면 작가, 화가, 만화가, 건축가, 무용가 같은 직업에는 왜 '가'자가 붙는 것일까? 이들은 주로 창작에 관여하며, '일가(一家)'를 이루다'라는 말도 있듯이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립해 명성을 쌓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만의 영역,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직업이라. 아무리 발버둥쳐도 회사'원(員)', 직장'인(人)'일 뿐인 처지에서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뉴욕의 문학잡지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 인터뷰 중에서 국내 문예창작학과 대학생들이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36인 중 12인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12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데다가 애정하는 작가 김연수가 추천사를 썼다고 해서 읽어 보았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 경외감 같은 것마저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책에 소개된 12인 모두의 인터뷰가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필립 로스 등 평소 관심 있던 작가들의 인터뷰가 특히 좋았다.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서 말해야 한다지만, 이렇게라도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업 방식과 세계관에 대해 힌트를 준다는 것이 독자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들이 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 아둔한 머리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글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고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 특히 문학적인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를 거듭할 수록 절실하게 느낀다. 글감이 주어져 있는 글 정도는 쓴다고 해도 나 홀로 온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서 쓰는 글, 오로지 문장으로서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응하고 공명해야 하는 글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들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한편 아프다. 아무리 써도 저들의 발 끝에도 미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마음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작가란 무엇인가. 여전히 내게는 닿기 어려운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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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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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을 읽었다. 단편인지 장편인지 따져가며 읽을 만큼 어떤 소설가의 팬이거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도 무라카미 하루키만큼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기회가 닿는 대로 읽게 된다. 매우 재미있다, 고 말하기는 어렵지만(물론 매우 재미있는 작품도 있긴 하다), 이른바 '하루키 월드'라고 불리는 특유의 세계관과 문장들을 읽는 맛에 한번 중독되면 도무지 헤어나오기가 힘든 것은 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빵가게 재습격>은 같은 시기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다른 단편집 두 권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반딧불이>와 같이 샀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제일 먼저 읽었다.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그 중 마지막에 실린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장편 <태엽감는 새>의 단초가 된 단편인 듯 하다. 다른 단편들도 재미있지만, 특히 나는 처음에 실린 세 편 <빵가게 재습격>, <코끼리의 소멸>, <패밀리 어페어>가 좋았다. 하루키 특유의 일상에 대한 단조롭고도 소소한 묘사가 좋고, 거기에 역시나 하루키 특유의 기발한 무언가가 더해지는 점이 좋다. 그런 점에서 <패밀리 어페어>는 조금 재미가 덜 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 남매 간의 묘한 감정(나는 자매라서 모르지만)이 어딘가 하루키의 다른 소설 속 남녀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해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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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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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청춘에 대한 책이 많이 눈에 띈다. 출판계의 청춘 열풍에 물꼬를 튼 책 하면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떠올리는 이가 많겠지만, 나는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이 더 먼저 떠오른다. 나는 이 책을 대학교 때 중앙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읽었다. 처음엔 학생들이 하도 이 책을 많이 빌려 읽어가서 덩달아 빌렸다가 이런저런 핑계로 읽지 못하고 도로 반납했지만, 얼마 후 그 때 한창 좋아하던 사람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며 이 책 이야기를 해서 다시 빌려서 읽었을 때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사랑의 힘이란 ^^) 나중에 학교 졸업하고 다시 읽었을 때는 이 책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청춘의 문장들+>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참 반가웠다. 처음 <청춘의 문장들>을 읽었던, 풋풋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고...

  

 

<청춘의 문장들+>는 <청춘의 문장들>이 나온 지 올해로 1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여 출간된, 일종의 에필로그 같은 책이다. 저자인 소설가 김연수와 서평가 금정연이 나눈 대담을 중심으로 신작 산문 열 편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김연수의 산문을 워낙 좋아해서 열 편의 새로운 산문을 읽으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는 듯 했고, 금정연과의 대담에는 <청춘의 문장들>에 얽힌 에피소드부터 10년 사이 작가의 생각의 변화나 보충 설명 같은 것이 잘 나와 있어서 저자의 산문과 <청춘의 문장들>을 모두 아끼는 팬으로서 만족스러웠다. 이런 식으로 어떤 산문집이 오랫동안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서 재개정판이 아닌 후일담 격의 책이 나오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흔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청춘의 문장들+>가 나온 것을 보니 <청춘의 문장들>이 얼마나 특별한 책인지 새삼 알겠다(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청춘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이 작가 김연수의 청년 시절 이야기를 듣는 재미였다면, <청춘의 문장들+>는 그 시절이 현재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가령 나는 대학교 때나 사회초년생 시절에 <청춘의 문장들>을 읽었을 때만 해도 김연수는 이런 청년 시절을 보냈구나 하고 지켜보는, 관찰자적인 느낌이었는데, 어느덧 서른 가까운 나이가 되어 <청춘의 문장들+>를 읽고 <청춘의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니 청년 김연수의 모습에 나의 모습을 덧입혀보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 흠모하던 이의 갑작스런 죽음에 당황하는 모습, 내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절망하는 모습, 깊은 밤 술에 취해 우울에 빠진 모습 등등 남의 이야기인 것만 같고 먼 시절의 회고록같았던 일들이 이제는 온전히 내 이야기, 내가 보낸 시절의 회고록으로 읽히다니. 그렇다면 언젠가 <청춘의 문장들+>도 지금처럼 저자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재해석하게 되는 때가 올까? 그 때는 어떤 느낌일까? 어떤 작가 그리고 어떤 책과 함께 시대를 살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 참 오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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