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피뇽의 마녀 1
히구치 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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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숲에 있는 독버섯처럼 생긴 집에 혼자 사는 흑마녀 루나. 닿기만 해도 독버섯이 자라고, 숨만 쉬어도 독이 퍼진다는 소문이 있어서, 아무도 루나 곁에 가려고 하지 않고 가까이 간 사람은 반드시 손을 씻는다. 이렇다 보니 루나는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은커녕 다정한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없었다. 그런 루나에게 어느 날 한 남자아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앙리를 만나기 전까지 루나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혼자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앙리를 알게 된 후에는 그 어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림을 그려도 아쉬움이 달래지지 않는다. 결국 루나는 앙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 탓일까. 그 후로 앙리는 시름시름 앓고, 사람들은 흑마녀인 루나 때문에 앙리가 아프게 되었다며 루나를 비난한다. 과연 루나는 자신의 금기와 한계를 넘어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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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거면 은밀하게 1
오므 더 라이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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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와 도련님의 사랑 하면 모리 카오루의 만화 <엠마>가 떠오른다. 신분과 계급의 차이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서로에게 이끌리는 감정을 어쩔 줄 모르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냉혹한 마피아 가문의 도련님과 그를 모시는 메이드의 은밀한 관계를 그린 이 만화 <사랑을 말할 거면 은밀하게>가 마음에 들 것이다. 


이 만화의 도련님 해럴드는 메이드 미아에게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친다. 아침잠이 많은 미아가 푹 잘 수 있게 알람을 꺼두지 않나, 도련님 신분인데도 손수 홍차를 끓여주지 않나, 이렇게 다정한 애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미아도 이런 해럴드가 싫지 않지만, 메이드라는 위치와 낮은 신분 때문에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하지는 못한다. 해럴드가 애정 공세를 펼칠수록, 일부러 더 표정을 숨기고 모습을 감춘다. 


그런 두 사람에게 장애물이 나타난다. 해럴드의 어머니가 해럴드의 데이트 상대이자 장차 약혼 상대로 해럴드와 어울리는 가문의 아가씨를 데려온 것이다. 해럴드는 아들로서 어머니가 데려온 여자에게 무례하게 굴 수 없고, 미아는 메이드로서 여주인의 손님을 잘 모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 둘은 어떻게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낼까. 어서 2권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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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 5
아카사카 아카 지음, 요코야리 멘고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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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업계 이야기는 분야를 막론하고 무조건 재미있는 것 같다. 이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그린 만화 <최애의 아이>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 이 만화는 전설의 아이돌이었던 엄마를 불의의 사고로 여의고 세상에 홀로 남은 쌍둥이 남매 아쿠아, 루비가 엄마의 뒤를 이어 연예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아쿠아와 루비는 사실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다. 호시노 아이가 아직 임신 중일 때, 아이의 열렬한 팬이었던 지방의 한 산부인과 의사와 그의 환자가 우연한 계기로 호시노 아이의 쌍둥이 남매로 환생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요즘 유행하는 환생 콘셉트를 차용한 판타지 만화 같은데, 이후의 이야기는 업계의 비밀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인가 싶을 정도로 내용이 자세하다 못해 적나라하다. 


그동안 아이돌, 영화, 드라마 업계의 뒷이야기를 보여줬던 이 만화. 5권에서는 인기 만화가 원작인 2.5차원 연극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만화 업계와 연극 업계의 뒷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인기 만화 <오늘은 달콤하게>의 원작자 키치죠지와 그의 후배이자 요즘 제일 잘나가는 만화가 사메지마가 등장하는데, 이 둘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업계 동료이자 사제지간인 두 여성의 우정과 연대...! 


오랜만에 실력 있는 배우들과 연기를 하게 되어 기분이 날아오를 듯한 연기 천재 아리마 카나와 그런 아리마를 보며 초조해하는 쿠로카와 아카네의 라이벌 구도도 재미있었다. 자신은 연예계에 흥미가 없고 배우를 계속하지도 않을 거라며, 늘 제3자의 자세를 유지하는 아쿠아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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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무섭지만 - 코로나 시대 일상의 작가들
오은 외 지음 / 보스토크프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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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에도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팬데믹 이후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크게 새롭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따금 참석했던 모임이나 일상의 쉼표로서 발을 옮겼던 전시회나 콘서트, 북토크 같은 행사들이 갑자기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곳의 분위기나 소리, 향기, 온도 같은 것들이 떠오르고, 그곳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의 얼굴이나 목소리 같은 것이 그리워진다. 그 때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인간이구나,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 


<혼자서는 무섭지만>은 오은, 조해주, 송지현, 유계영, 이주란, 임승유, 황예지, 이민지, 홍종원, 김정선, 이렇게 10인의 작가가 참여한 앤솔로지 형태의 책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전부 팬데믹 이후에 변화한 일상과 그로 인해 달라진(혹은 달라지지 않은) 감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떤 글은 소설 같고 어떤 글은 에세이 같아서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논픽션인지 헷갈렸는데, 책 소개 글을 보니 '에세이와 소설의 결합을 꾀했'다고 나와 있다. 내 느낌으로는 맨 처음에 실린 오은 시인님의 글은 소설 같았고, 다른 글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형태를 띤 에세이 같았다. ​ 


오은 시인의 글 <모여서 먹는 것 '같은'>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직장인의 모습을 그린다. 장소가 집이라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면 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메신저를 켜고 회사 사람들의 상태를 체크하면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상회의에 접속해 각자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 회식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때의 '같은' 느낌은 원래의 행위를 할 때의 느낌과 얼마나 같거나 다를까. 팬데믹 시기가 지속될 경우 팬데믹 이전의 경험과 이후의 경험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어떻게 달라질까. ​ 


송지현 작가의 글 <한낮의 잠>은 p라는 애인과 보내는 일상을 묘사한다. 팬데믹 때문에 일이 많이 줄어든 '나'는 애인인 p가 직장에서 퇴근하는 시간만을 기다린다. 퇴근한 p와 가까운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어간다. ​ 이주란 작가의 글 <만약 내 삶에서>는 급증하는 확진자 수 때문에 원치 않게 학원 문을 닫고 장래를 막막해 하는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두 편의 글을 비롯해 다른 작가들의 글도 왠지 작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혀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참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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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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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들을 열심히 찾아 읽었지만 요즘은 남들이 많이 읽는다는 이유로 일부러 책을 읽는 일이 거의 없다.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읽거나 믿을 만한 독자가 권해주는 책을 읽는 편이 만족도가 훨씬 높아서, 잘 모르는 다수의 취향보다는 잘 아는 소수의 취향을 따르고 있다. 


이 책은 여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찍기 전에, 좋아하는 저자이자 믿을 만한 독자인 유튜브 '겨울서점'의 운영자 김겨울 작가님의 추천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다. 과학 교양서 같아서 읽을지 말지 고민이 되었는데,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등 다른 독자들의 후기를 읽고 단순한 과학 교양서가 아닌 것 같다는 '촉'이 왔다. 그리하여 읽게 된 이 책... 정말 대단했다. 


이 책을 쓴 룰루 밀러는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로, 15년 넘게 미국 공영라디오방송국(NPR)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논픽션 데뷔작이자 전기, 회고록, 과학적 모험담이다. 저자는 과학자인 아버지로부터 "넌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너는 먼지와 같고, 장대한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너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지만, 그 의미를 알기에는 당시 저자가 너무 어렸다. 


청소년기에 저자는 집단 따돌림, 우울증, 자살 시도 같은 일들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언니의 장애와 그로 인한 가정 폭력 등의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성인이 된 후 한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비로소 안정을 찾은 듯 보였지만, 저자의 잘못으로 그와 헤어지고 그 후 몇 년을 자책하며 은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회고록 <한 남자의 나날들>이라는 책이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한국에선 널리 알려진 이름이 아니지만, 미국에선 스탠퍼드대학교 전 총장이자 저명한 생물분류학자로서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라고 한다. 물고기에 관심이 많았던 조던은 전 세계를 누비며 어류 표본을 모았는데, 당시 그가 발견해 이름을 붙인 물고기 수는 그때까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의 약 5분의 1에 달했다고 한다. 


조던이 가족의 죽음과 화재, 중상모략 등 그의 삶에 찾아온 숱한 고난들에도 불구하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간 이유가 궁금했던 저자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 책 이외의 자료를 조사하거나 관련 인물들을 찾아 인터뷰하는 일도 불사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그동안 전혀 몰랐고 예상조차 못 했던 어떤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던 기존 과학의 한계와 미국 사회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준 말의 의미와 자신이 그토록 찾아헤맨 삶의 이유도 찾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에 전혀 몰랐던 사람의 이름과 그의 업적이 나오는데, 그에 관한 책이나 기사 등등이 (적어도 한국에는) 아직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미국에 그의 저작이 있다면 하루빨리 한국에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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