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과 유카리 1
시로 우라야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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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성 간의 조합뿐 아니라 동성 간의 조합을 그린 만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엔과 유카리>도 그중 하나다. 모험자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유카리'는 숲속을 걷다가 마물에게 공격당하기 직전, 때마침 숲으로 마물을 토벌하러 온 모험자 '엔'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유카리는 엔이 자신을 구해준 순간 느낀 설렘을 잊지 못하고 자신도 모험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는데... 


모험자가 되겠다고 해서 바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유카리는 마을에 머무르며 모험자가 되기 위한 수련을 한다. 마술을 연습하기도 하고, 퀘스트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여자 캐릭터가 다른 여자 캐릭터를 동경하거나 그로부터 영향을 받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야기가 너무나 재밌고 자극이 된다. 엔과 유카리가 멋진 모험자 콤비가 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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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당쇠르 7
조지 아사쿠라 지음, 나민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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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에 빠진 무술 소년 준페이의 좌충우돌한 일상을 그린 만화 <댄스 댄스 당쇠르> 7권이 나왔다. 짧은 발레 경력에도 불구하고 오이카와 발레학교의 장학생으로 선발된 데 이어 발레단 정규 공연에도 참가하게 된 준페이.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는 바람에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장학생 자격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몰린다. 


바로 이때 단장님의 호출을 받은 준페이. 단장 왈, 매년 여름방학에 열리는 오이카와 발레단 어린이 발레 공연에 참가해 관람객 앙케트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를 120% 이상 받으면 장학생 자격을 유지하게 해주겠다고. 준페이는 신이 나서 어린이 발레 공연을 하러 가지만,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준페이를 괴롭게 만든다. 과연 준페이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7권에서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준페이보다도 준페이가 어린이 발레 공연에서 만난 다른 발레 무용수들이었다. 나이가 많아서(그래봤자 서른), 결혼을 해서, 주역이 되기에는 매력이 부족해서 등등의 이유로 성인 발레단에서 제외되어 어린이 발레단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발레를 사랑하고 현역 못지않은 기량을 갖추고 있는 그들. 어리고 매력적인 천재들의 이야기만 보다가 내 나이 또래의 범재들을 보니 공감이 되고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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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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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 '구수정'이 방석에 엉덩이를 대기도 전에 합격할 대학을 알려준다는 용한 점쟁이 '북두'를 찾아갔다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들으면서 시작되는 소설이다. 나라면 다른 점집으로 가거나 어차피 죽는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학교부터 때려치웠을 것 같은데, 수정은 열아홉 살에 죽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죽음을 피해 북망산의 반대쪽인 남동쪽으로 도망치기로 한다. 


이때부터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 편의 환상 동화 같기도 하고 어릴 적에 읽은 전통 설화 같기도 하다. 수정은 가방에 백설기를 가득 채우고 길을 떠나기가 무섭게, 하늘을 나는 커다란 개 '내일'과 수정과는 반대로 죽고 싶어서 죽음을 찾아다니는 소년 '이안'을 만난다. 이들과 함께 다니면서, 수정은 이토록 열심히 죽음을 피해 달아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이 필연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소설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책 뒷부분에 실린 윤경희 문학평론가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이 글에 따르면 이제까지 연명담의 주인공은 (대를 잇기 위해, 가문을 지속시키기 위해 등의 이유로) 천편일률적으로 미성년 남성이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여자아이들의 연명담을 거의 알지 못한다." (137-8쪽) 그러니 미성년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명을 늘이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 소설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러 번 소설을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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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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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이 2019년 7월부터 40일에 걸쳐 남미 여행을 하고 쓴 책이다. 최민석의 또 다른 여행기 <베를린 일기>를 읽으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엄청 웃길 거라고 기대했는데, 역시나 읽는 내내 엄청 웃었다(<베를린 일기>에 나왔던 조선인 양경종이 이 책에도 나온다). 특히 후반부가 웃긴데(24시간 동안 신발만 세 켤레 산 이야기, 영영 못 잊을 거야...!), 이 작가님은 일상이 소설 같아서 소설을 안 쓰시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곧 소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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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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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17쪽) 


조해진의 소설 <단순한 진심>은 어릴 때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 '나나'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서영'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서영은 나나의 오래전 이름인 '문주'의 기원을 알고 싶다며, 한국으로 와서 이름의 의미를 알아내는 과정을 함께 영화로 찍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나나는 임신 사실을 안 직후라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베일에 싸인 과거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다. 


입양된 아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정성을 다해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던 나나. 그런 자신에 대한 혐오는 양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연락이 뜸해진 양어머니, 한때 자신을 거두었으나 결국 버린 고아원 수녀님과 기관사 아저씨(와 그의 어머니), 종국에는 맨 처음 그를 버린 생모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나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고, 그런 자신이 뱃속의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 영화를 찍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나나는 과거의 자신이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복희와의 만남이 강력했다. 키우던 아이를 입양 보낸 경험이 있는 복희는, 나나의 사연을 안 후 나나를 마치 자신이 키웠던 아이인 양 살뜰히 돌본다. 그런 복희가 갑자기 쓰러지고, 복희의 보호자를 찾는 과정에서 나나는 자신에게만 슬픈 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그 시절 각종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사연을 알게 된다. 


아마도 나나는 복희를 만나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나나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불과 며칠 전까지 본명조차 몰랐던 복희. 그런 복희가 쓰러져 입원했을 때, 나나는 그를 간병하면서 자신이 비록 친부모의 사랑은 못 받았어도 친부모 아닌 사람들로부터 크고 작은 관심과 보호, 호의와 환대를 받으며 여기까지 왔음을 깨닫는다. 그러니 아버지 없이 자라게 될 자신의 아이도 괜찮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게 된다.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태어난 나라 안에서도 거두어 키워줄 이를 찾지 못해 낯선 외국으로 입양된 여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처럼 보였던 나나가 실은 누구보다 운이 좋았다는 결말은, 거의 신데렐라 스토리나 환상 동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사는 일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그때까지 그를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운 존재가 최소 한 명 이상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살면서 당한 차별과 혐오 대신, 받고도 갚지 못한 친절과 호의를 헤아리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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