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마감식 : 내일은 완성할 거라는 착각 띵 시리즈 22
염승숙.윤고은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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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종종 듣는다. 모든 코너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소설을 소개해 주는 <소설 북클럽> 코너를 가장 좋아한다. <소설 북클럽> 코너지기 중 한 분이 염승숙 작가님인데, 윤고은 작가님과 염승숙 작가님이 함께 쓴 책이 나와서 읽어보았다. 제목은 <소설가의 마감식 : 내일은 완성할 거라는 착각>. 같은 음식도 소설가가 먹으면, 그것도 마감을 앞두고 먹으면 뭔가 다른지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이 책은 공복, 차, 식탁, 펑크, 작업실, 전투식량, 냉장고, 만찬 - 이렇게 총 8개의 키워드에 대해 두 명의 작가가 각각 한 편씩 글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염승숙 작가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즐겨마시는 음료는 차, 그중에서도 보이차다. 보이차는 카페인 함량이 미미해서 물 대용으로 마시기에 좋고, 마시면 허리부터 아랫배까지 따뜻하게 데워져 오랫동안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도 이제 커피 대신 보이차를 마셔볼까. 


윤고은 작가가 아침에 거르지 않는 습관은 따뜻한 물 한 컵 마시기이다. 그다음에는 유산균, 홍삼, 들기름, 블루베리, 꿀, 오트밀 등등 그 계절에 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공복 친구' 삼아 먹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친구'는 포도다. 포도철이 되면 매일 아침 한 송이씩 먹는다. 무항생제, 유기농, 무설탕 같은 단어에 약하지만, 마감이 가까워지면 정크푸드도 잘 먹고 배달 주문할 때 디저트도 꼭 챙기는 모순적인 식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고...(작가님 저도요 ㅎㅎㅎ) 


염승숙 작가는 공복을 선호할 정도로 음식을 잘 안 드시는 분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건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윤고은 작가는 지방에 있는 맛집도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찾아가서 먹을 만큼 음식을 좋아하는 분 같은데, 웬만해선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아 큰맘 먹고 산 냉이를 냉장고에서 키웠을(?) 정도다. 비슷한 나이대의 같은 소설가라도 다른 점이 재미있다. 다른 소설가분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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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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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의 첫 산문집인데 주제가 음식이다. 권여선 작가의 소설에는 술 마시는 장면이 꼭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안녕 주정뱅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을 내기도 했다) 권여선 작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술인데, 그래서인지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책 제목이 원래는 <오늘 안주 뭐 먹지?>인데 '안주'가 생략된 거라며 어떤 음식이 나오든 곁들여 먹는 술을 떠올려 달라고 한다. (이 정도면 후속편으로 <오늘 뭐 마시지?>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ㅎㅎㅎ) 


이제는 술도 잘 마시고 술과 함께 먹는 음식 모두를 사랑하는 저자이지만, 어릴 때는 편식이 아주 심한 편이었다. 고기 특유의 냄새를 못 참아서 순대는 물론이고 만두나 고깃국물도 못 먹었다. 그랬던 저자가 대학에 입학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식성이 급격히 변했다. 고기는 물론이고 순대나 만두는 없어서 못 먹는다. 반대로 어릴 때 저자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부단히 애썼던 어머니는 종교적인 이유로 엄격한 채식을 하고 계시다니 모녀간의 역전이 놀랍다. 


저자는 음식을 잘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 해먹기도 한다. "오늘 뭐 먹지?"라는 즐거운 고민이 "오늘 뭐 해 먹지?"로 바뀌는 순간 무거운 부담이 되지만, 잘 해먹는 사람 치고 잘 먹지 않는 사람도 없다. 저자는 주로 한식을 즐겨 해먹고, 젓갈도 직접 담가 먹는다. 봄에는 제철 바지락을 사서 조개젓을 만들고, 가을에는 천연 생굴을 사다가 어리굴젓을 만든다. 낙지젓, 오징어젓도 직접 만들고, 앞으로 명란젓, 멸치젓, 갈치속젓에도 도전할 거라고.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돈다. 


음식에 얽힌 추억하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이 책에도 저자의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아버지 월급날이 되면 어머니가 식구 수에 맞춰서 사 왔던 고로케 맛도 궁금하고, 어디서도 맛보기 힘들다는 마른 오징어튀김 맛도 궁금하다. 단식의 경험도 나온다. 단식을 하고 나면 미음조차 꿀맛이고, 간장만 먹고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맛이 새로워진다니 이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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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 12
아카사카 아카 지음, 요코야리 멘고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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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B코마치'의 호시노 아이는 슈퍼 아이돌로 활약했지만 이른 나이에 살해당했다. 그전에 아이는 비밀리에 쌍둥이 남매를 낳았는데, 사실 이들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 존재들이다. 아들인 아쿠아마린은 전생에 아이의 출산을 도왔던 지방 병원의 산부의과 의사였다. 아이의 팬이기도 했던 아쿠아는 아이를 죽게 한 범인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 연예계에 진출한다. 


<최애의 아이> 12권에서 아쿠아는 호시노 아이의 실제 인생을 다룬 영화 <15년의 거짓말>의 제작을 준비하는 중이다. 인기 아이돌 호시노 아이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제작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수의 제작사, 기획사, 배우들이 관심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영화가 개봉되면 가장 큰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한 주인공 호시노 아이 역을 누가 연기할 것인지를 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직전에 아리마 카나가 메인인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에 아리마 카나가 맡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져서 놀랐다. 아리마 카나는 아역 배우 출신이라서 연기력이 뛰어나기도 하고 신생 'B코마치'에서 센터로 활동한 이력도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호시노 아이 역할을 맡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리마 카나보다 적격인 인물이 있을 줄이야! 게다가 그 인물의 사연이 엄청 애틋해서 이번 12권 또한 눈물 없이 보기 힘들다. 어서 13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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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2
미카미 사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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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지간인 두 학교 사이에서 커플이 탄생할 수 있을까. 미카미 사카의 만화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유서 깊은 부잣집 아가씨 학교에 다니는 카오루코와 양아치가 많기로 소문난 남학교에 다니는 린타로가 서로 좋아하게 되고 각자의 친구들이 두 사람을 방해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스 만화다. 


린타로와 카오루코는 린타로의 엄마가 운영하는 케이크 가게에서 만났다. 린타로는 종종 케이크 가게에 와서 맛있게 케이크를 먹고 가는 카오루코가 좋았고, 카오루코는 엄마를 도와 성실하게 일하는 린타로가 좋았다. 하지만 린타로와 카오루코의 친구들은 그들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린타로의 친구들은 아가씨 학교에 다니는 카오루코가 린타로의 기를 죽일 거라며 말리고, 카오루코의 친구들은 린타로가 카오루코에게 나쁜 물을 들일 거라며 경계한다. 


2권에서는 카오루코의 친구들 중에서도 카오루를 가장 아끼는 호시나 스바루가 등장한다. 스바루는 어릴 때부터 가장 동경한 존재였던 카오루코가 린타로 때문에 다치는 일이 없도록 지키고 싶은 마음에 린타로와 따로 만나기까지 한다. 그런데 린타로는 겉모습과 다르게 착하고 순박해서 카오루코가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고, 이 녀석이라면 카오루코를 맡겨도 좋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 - 그럴 수 없는 마음은 뭘까(이것은 사랑?). 


린타로의 친구들도 린타로가 카오루코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한 탓인지 평소와 다르게 축 쳐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본다. 린타로를 위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린타로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게 진정한 우정일까. 사랑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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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원의 지적 여정
데버라 워런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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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듀오링고로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 작년에 듀오링고로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프랑스어를 배워보니 영어와 비슷한 듯 달랐다. 다른 부분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하다 독일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독일어를 배워보니 이번에도 영어와 비슷한 듯 달랐다. 이번에는 다른 부분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하다. 이 책에서 PIE(원시인도유럽어)라는 용어를 봤다. 아마도 이것이 영어와 프랑스어에는 없고 독일어에도 남지 않은 언어의 조상 아닐까.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런 식으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유럽의 언어를 배우는 중이고 앞으로도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을 배울 생각인데, 오랫동안 곁에 두고 참고할 만한 책을 만났다. 미국의 언어 전문가 데버라 워런이 쓴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이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한 후 라틴어와 영어 교사로 활동했고, 소트프웨어 엔지니어로도 일했다. 지금도 라틴어와 프랑스어 책 읽기를 취미로 하며, 시로 상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언어로 된 책을 번역하고 언어에 대한 글을 쓴다. 


이 책은 영어 사용자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영어 단어들의 기원을 파고든다. 영국을 뜻하는 영단어 england는 덴마크의 낚싯바늘처럼 생긴 반도, angeln(앙겔른)에 사는 사람들이 바다 건너 섬을 자꾸 침략하다 보니 그 땅 이름이 angle-land가 되고 england로 정착했다. 가을을 뜻하는 영단어 autumn은 '큰 수확'을 뜻하는 라틴어 auctumnus에서 유래했다. 경매를 뜻하는 영단어 auction과 어원이 같다.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는 독일어 uber에서 왔고 이는 '위'를 뜻하는 영단어 upper, over, above와 같다. 


이 과정에서 어원을 몰랐다면 평생 오해했을 단어들의 의미가 밝혀지기도 한다.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는 원래 털 구두였다. 프랑스어로 '털가죽'을 의미하는 'vair가 구전되면서 프랑스어로 '유리'를 의미하는 동음이의어 'verre'로 바뀌어 그대로 정착했다. 영어의 달(month) 이름이 로마에서 온 건 알았는데 요일 이름의 일부가 북유럽 신화에서 온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Tuesday는 전쟁의 신 튀르(Tyr), Wednesday는 주신 오딘(Odin), Thursday는 천둥의 토르(Thor), Friday는 사랑의 여신 프레이야(Freyja)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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