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 개정판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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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생들도 읽기 어렵다는 <동의보감>을 인문고전의 관점에서 쉽게 풀이한 책입니다. 잔병치레가 잦은데 이 책에 따르면 마음의 문제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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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라디오 키드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유쾌한 빈혈토크
김훈종 외 지음, 이크종 그림 / 더난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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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는 이상하게도 라디오에서 떠드는 수다와 DJ가 틀어주는 음악이 없으면 하루가 텅 빈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난 지독한 '라디오 키드'였다. "'라디오 키드'가 라디오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좋아 죽던 일을 불혹이 가까운 나이까지, 거기다 돈도 받아가며 하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다시 한 번 나는 행운아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p.272)



<응답하라 1994>, 이른바 '응사'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응답하라 1997>의 후속격인 이 드라마는 케이블 방송으로는 드물게 자체 최고 시청률 10%를 돌파했고, 신인이나 다름없는 배우들을 일약 스타덤에 올렸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연이어 히트를 친 비결은 무엇일까? 신인치고는 괜찮은 배우들의 연기와 케이블 드라마 특유의 통통 튀는 줄거리도 한몫 했지만, 드라마 곳곳에 3040세대의 공감을 사는 요소들이 많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한 번이라도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이상민, 우지원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은 물론, 당시 유행했던 패션, 드라마, 영화, 만화 등을 회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때 고작 여덟 살이었던 나도 이럴진대, 감성 충만했던 10대, 20대였던 지금의 3040 세대에게는 얼마나 아련하고 애틋할까. 

 


'응답하라' 시리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20세기 라디오 키드>의 감성에도 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SBS 라디오 PD 김훈종, 이승훈, 이재익이 쓴 이 책에는 록음악과 영화, 만화에 열광했던 유년기부터 다사다난했던 청년기, 그리고 라디오 PD로 재직하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쓰여있다. 제목이 '20세기 라디오 키드'라서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라디오 말고도 음악, 영화, 책 등 문화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담겨있고, 요즘 유행하는 것들보다는 과거에 유행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서 (저자들에 비해 한참 연하인 나조차도)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이재익 PD의 이름이 낯익어서 찾아봤더니, 높은  청취율을 자랑하는 '두시 탈출 컬투쇼'의 PD여서가 아니라, 몇 달 전에 들은 팟캐스트 '하루키 라디오' 1부에 출연하신 분이었다(여자친구를 위해 쓴 소설이 문학사상 장편소설상에당선되는 바람에 소설가로 등단했다는 이야기가 하도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방송에서 하도 재미있게 말씀을 하셔서 드라마틱 한 삶을 사신 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을 보니 역시 그랬다. 게다가 그 드라마틱한 삶을 소설로 쓰기까지 하셨다니 참 대단하시다. 얼마 남지 않은 이 가을, 깔깔거리면서 웃을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 찍 흘릴 수도 있는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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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인 전략 - 와튼 스쿨 최고의 마케팅 명강의
조지 데이 & 크리스틴 무어먼 지음, 김현정 옮김, 이명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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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화장품 브랜드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제품을 대폭 할인해서 무작위로 판매하는, 이른바 럭키박스 이벤트를 했다가 제품 구성이 홍보 내용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환불을 해준 일이 있었다. 이벤트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했던 나도 환불을 받았는데, 불쾌하고 번거로운 경험이기는 했지만, 해당 기업이 고객들의 항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전보다 더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소비자로부터 항의를 받아도 무시하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몇 년 사이에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한정된 수요를 잡기 위한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해진 탓도 있지만,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접하거나 공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만 해도 수십, 수백 개의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블로그나 SNS 서비스 등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안좋은 바이럴이 형성되는 것을 두려워서 그토록 빠르게 대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조지 데이 교수와 듀크대학교 크리스턴 무어먼 교수가 함께 쓴 <아웃사이드 인 전략>에 따르면, 이렇게 기업이 고객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추세는 전세계적으로 대세이며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한다. '아웃사이드 인 전략'이란 "고객의 입장에 서서 기업이 하는 모든 활동을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뜻한다." (p.17) 이는 고객 가치 리더가 되고, 고객을 위해 가치를 혁신하고, 고객을 자산으로 활용하고, 브랜드를 자산으로 활용하는 총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세번째 단계인 고객을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고객을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가치 있는 고객을 선택하고 육성하며, 경쟁 기업에 빼앗기지 않도록 지키고, 이 고객을 활용해 다른 고객을 확보하는 단계로 나누어진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 베이스 구축, 학습효과, 충성심 활용, 보상 부여, 커뮤니티 구축 등의 방법을 수행할 수 있다.책에는 주로 외국 기업의 사례가 나오지만 국내 기업 중에도 사례가 적지 않다. 나만 해도 의류, 화장품, 책 등 대부분의 소비재를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된 특정 기업에서 구입하며, 이벤트, 세일, 쿠폰, 마일리지, 커뮤니티 활동 등 적극적으로 혜택을 누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하게, 더 똑똑하게, 더 발빠르게 소비할 수 있어서 좋고,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충성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 좋다.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서 경영학, 마케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감이 없지 않지만, 아마존, 넷플릭스, 이케아, 자포스, P&G, 나이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의 사례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글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심과 끈기를 가지고 읽어본다면 큰 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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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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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에 관한 책들이 여전히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제목에 스티브 잡스의 이름이 없어서 알기 어렵지만, 제이 앨리엇의 <왜 따르는가>도 그 중 하나다. 저자는 IBM을 거쳐 인텔에 재직하던 1980년에 당시 스물다섯 살이던 스티브 잡스를 만나 애플에 입사했으며 이후 20여 년간 함께 일했다. 애플에서 인사담당 부사장, 수석 부사장 직을 역임했던 그는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리더십, 인재채용 및 제품개발에 대해 소개한다. 



먼저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명문대 출신이기는커녕 대학 졸업장도 없는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이 대학에서 배운 경영 지식이나 명문대 출신 엘리트 CEO들의 그것과는 달랐다고 회고한다. "제가 할 일은 여러 부서가 내놓은 안건들을 종합하고 핵심 프로젝트에 재원을 확보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팀이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더욱 공격적인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팀을 밀어붙이고 그들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제가 할 일입니다." (pp.22-3) 최근 유행하는 '혁신적 리더십',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삼십 년도 전인 1980년대에 스티브 잡스는 이미 구상한 셈이다. 그를 보며 저자는 "리더십은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 본인의 문제"이며 "자신의 비전에 대한 신념과 개인적인 헌신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인재채용 면에서 스티브 잡스는 보수적이고 획일화된 방식보다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방식을 선호했다. 이력서는 신경쓰지 않았고, 면접자가 하는 말보다는 질문에 대한 반응을 우선적으로 보았으며, 그동안의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심지어 면접에서 "내 시계 디자인이 어떻다고 생각하죠?" 같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질문을 묻기도 했다(운좋은 면접자는 몇 천 달러짜리 시계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런 방식을 택한 건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도 명문대 졸업자를 선호한 적이 있고,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현재의 애플은 그 어떤 회사보다 개방적이면서도 신중하고 효율적인 인재채용 시스템을 갖추었다.



제품개발 면에서는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업이 연이어 히트 상품을 만들고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면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만 치중하느라 소비자의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상황을 철저히 경계하고 "이 제품은 사용자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물으며 '최고의 소비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시간에도 전세계 수억명의 사용자들이 애플의 제품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의 공헌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원제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이끌며(Leading Apple with Stebe Jobs)"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객관적인 평전이나 전문적인 연구, 분석서라기보다는 개인의 회고록 같은 성격이 짙다. 저자도 서문에서 "현장에서 스티브가 애플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직접 지켜본 사람으로서 수많은 이야기를 소개할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러니 <왜 따르는가>라는, 다소 함축적인 제목만 보고 이 책을 택한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그를 수십 년 간 가까이에서 본 측근의 이야기가 너무 사적이고 허풍스럽게 느껴지기 보다는, 새롭게 알게되는 면도 있고 다시 보게 되는 부분도 있어서 반갑고 그리울 것이다.



나는 특히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문의 일부분을 인용한 마지막 장을 읽으며 마음이 뭉클했다. 이 글은 언제 읽어도 가슴이 벅차다.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만 해도 그가 정정히 살아 있었는데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연설 이후 그는 수많은 일을 해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도 아쉽다. 언제쯤 나는 그동안 찍어온 수많은 점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을 수 있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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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1-1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10만 분의 1의 우연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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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더 픽처>에서 주인공 벤은 운명을 바꾸어 유명 사진가가 되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렇다면 똑같이 한 사진가의 운명을 다룬 1981년에 발표된 마츠모토 세이초의 소설 <10만 분의 1의 우연>에서는 어떨까?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아마추어 사진가 야마가 교스케는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 추돌 사고를 찍은 <격돌>이라는 작품으로 '10만 분의 1의 우연'을 만났다는 극찬을 받으며 A신문 <독자 뉴스사진 연간상> 최고상을 수상하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런데 얼마 후 A신문 독자 투고란에 '카메라를 들이댈 시간이 있었으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애써야 옳지 않았느냐'는 내용의 비판적인 논조의 글이 실린다. 그리고 몇 달 후에는 다른 이름으로 신분을 가장하며 그의 주변을 캐고 다니는 수상한 인물이 등장한다. 야마가 교스케는 어떻게 '10만 분의 1의 우연'을 만난 것일까? 그는 과연 프로 사진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개인의 욕망이 타인의 행복, 사회의 한계와 충돌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1981년에 발표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보아도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보도의 사명과 인명 구조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할까?'를 묻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의적절하다.



사실 초반에 등장하는 신문 상의 찬반양론을 볼 때에는 신문사와 사진가 측의 입장에 더 공감했다. 보도의 사명과 예술가의 혼을 나같은 일반인이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렵고, 그러니 그들의 말이 옳으리라고 지레 짐작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사고 당사자의 가족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서부터는 인명 구조에 힘을 써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나같은 일반인은 신문사나 사진가와 다를 게 없다. 사진을 사진 그대로 볼 뿐이다. 그러나 사건과 관련이 생기면 어떨까? 혹시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생애 마지막 모습을, 그것도 처참한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신문에서 본다면 충격이 어떨까? 나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소설 중에서는 비교적 덜 유명한 편이지만 소설 자체의 무게와 문제 의식은 다른 작품들에 뒤지지 않는다. 팩트를 위시한 저널리즘과 예술을 가장한 개인의 공명심은 생명의 소중함과 비길 것도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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