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에서 답하다 - 국제통상 전문가 김의기
김의기 지음 / 다른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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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 전문가 김의기, WTO에서 답하다>의 저자 김의기의 글을 처음 읽은 건 어느 신문 칼럼에서였다. 책에도 소개된 에피소드인데, 언젠가 일류대를 나온 친구한테 "너는 대입에서 이미 나와의 경쟁에서 졌어. 그런데 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거냐?"라는 말을 듣고 더 열심히 공부해 대학 3학년 때 행정고시에 패스, 지금은 WTO 선임 참사관으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인상에 남아 있었다.



그 칼럼을 읽은 게 몇 년 전인데 그새 저자가 쓴 여러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남들은 평생 하나도 이룰까 말까한 고시 합격과 국제기구 진출의 꿈을 둘 다 이뤘을 뿐 아니라, 이제는 글쓰기에도 매진해 작가로서도 인정받고 싶다니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과 성실성, 실행력을 모두 갖추셨다 싶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한민국 국제기구 진출 1세대로서 WTO(세계무역기구)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과 업무 내용, 후일담 등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관심 있는 저자가 쓴 책이라서 가볍게 읽었는데, 학부시절 공부한 적 있는 국제경제법에 대한 내용도 나오고(교과서로 배운 판례들이 그가 관여한 것이라니 신기했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한계(현실과의 괴리,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를 경제학과 통상 등을 공부하며 보완했다는 점에 공감해 노트를 하며 읽었다.



저자는 또한 책 읽기를 예찬한다.



사실 책 읽는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학교 공부에 대해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지적 호기심이 충만하다는 뜻이고, 지적 호기심이 많다는 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밑천이 있다는 뜻이니까. 언제고 목표를 찾아내면 할 수 있는 바탕이 있는 것이다. 물론 학교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도 공부를 하면 성과가 나고 재미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지적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다만 학교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능력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p.132)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소설, 삼국지를 섭렵하며 독서의 즐거움에 눈을 뜬 저자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더욱 열심히 책을 읽었다. 글쓰기도 오랫동안 해왔는데, 중학교 때는 저자가 쓴 글이 교지에 실렸고, 고등학교 때는 신문반 활동을 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이것도 나와 똑같다). 비록 남들이 오로지 공부만 할 때 책도 읽고 글도 쓰느라 세 배로 고생했지만, 그 때 쌓은 내공으로 정부 관료, 국제기구 직원, 작가라는 세 배의 성공을 거두었다. 나도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힘도 나고 자극도 되는 책을 만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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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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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발로 걸어다닌 곳은 자동차나 버스, 기차를 타고 지나간 곳보다 훨씬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 멋진 건물을 보아도 무언가에 탄 상태에서 본 것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반면 한걸음 한걸음 발을 움직이고 시선을 옮기면서 본 것은 어제 본 것처럼 또렷하다.


4년 전 찾은 도쿄도 마찬가지. 6박 7일 동안 도쿄와 가마쿠라, 에노시마를 아우르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걷는 쪽을 택했다(물론 먼 거리는 전차나 지하철을 탔다). 아사쿠사, 우에노, 하라주쿠, 시부야, 긴자, 이케부쿠로 같은 동네를 하루에도 몇 군데씩 걸어다닐 때는 솔직히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 때 보았던 풍경들은 저릿한 다리의 통증과 함께 오롯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강상중 교수도 도쿄라는 도시를 설명함에 있어 굳이 '산책'이라는 테마를 택한 것은 아닐까? <도쿄 산책자>의 저자인 그는 <고민하는 힘>으로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모두 유명해진 재일 한국인 2세 출신의 학자다. 그는 2013년에 낸 이 책에서 도쿄라는 도시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했다. 도쿄 또는 일본 문화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책으로는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 같은 책이 있었다. 도시를 인문학의 관점에서 연구한 학자로는 저 유명한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도쿄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도시를 일본에서 오래 산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지식과 감성, 거기에 재일 한국인 2세라는 외부자 아닌 외부자의 시선까지 더해 설명했다는 것이다. 도쿄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책이 있고, 직접 가본 적도 있어서 이 책이 새로워봤자 얼마나 더 새로울까 싶었는데, 일본의 역사와 정치, 문화, 예술 등 다방면의 지식이 녹아 있어서 예상외로 공부가 되었다.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은 사진이다. 매 장마다 저자를 모델로 찍은 사진이 있어서 학자가 쓴 인문서치고는 드물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일본의 유명 여배우 고이즈미 쿄코와의 대담이 실린 것을 보고 놀라 찾아봤더니 이 책에 실린 글이 잡지 <바일라>에 2년 간 연재된 것이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그럼 기왕 찍은 것 컬러 사진으로 실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흑백 사진으로 실은 것이 아쉽다. 총천연색 일상을 흑백으로 처리함으로서 일부러 객관적인 인상을 주려고 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발로 직접 걸으며 보았던 색색의 풍경들을 무채색의 사진으로 다시 만나는 건 썩 즐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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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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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수많은 분야 중에 어쩌다 서평 블로거가 되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글쎄, 어쩌다 그랬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알라딘 서재가 떠올랐다. 미니홈피 대용으로 쓰던 블로그를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알라딘 서재를 만났다. 나보다 훨씬 책을 많이 읽고 글도 잘 쓰는 분들이 상주하며 매일같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멋지고 따스해 보였다. 그 때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다 읽고 덮으면 그만이었던 책의 서평을 쓰기 시작한 건.

 

 

알라딘 서재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고, 실력 있고 이름난 서평 블로거는 더더욱 아니지만, 몇 년에 걸쳐 서재를 '눈팅' 하며 (글로만, 그것도 일방적으로) 자주 뵙는 서재지기들이 몇 분 계시다. 그 중 한 분이 '다락방' 님이신데, 얼마전 책을 내셨다. 서평집, 책에 대한 책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는 나는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을 했다(물론 알라딘에서^^). 다락방에서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듯한 여인의 뒷모습과 초록빛의 멋드러진 캘리그라피를 담은 옅은 미색의 표지가 멋지다. 물론 그 안의 글은 더더욱.    

 

 

다음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대목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책을 선물했던 순간들이 생각난다. 다니엘 글라타우어, 줌파 라히리, 로맹 가리,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을 선물하곤 했는데, 내가 선물한 책을 읽고 감상을 말해주었던 상대들도 떠오른다. 누군가는 그 작가의 다른 소설을 찾아 읽었다고도 했다. 그들은 내가 <어둠의 왼손>을 읽으며 그릭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 것처럼 책을 선물해준 나에 대해 생각하고 그 책을 읽으며 나를 떠올렸을까. (p.27)

 

나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의 선물 고르는 안목이 좋지 않았던 탓인지, 아니면 그들이 책을 별로 안 좋아했던 탓인지, 잘 읽었다든가 그 책의 어디가 좋았다든가 하는 말을 들은 적은 아쉽게도 없다. 언젠가는 만났으면 좋겠다. 내가 선물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

 

 

 

지하철은 시험 때문에 무언가를 외우는 것뿐만 아니라 단지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을 때도 최고의 장소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지하철을 타고 얼마나 가야 하는지 따져보는 것도 기분 좋은 설렘이고, 지리멸렬한 직장 생활도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읽는 책 덕분에 견딜 수 있다. 지하철은 책을 읽는데 집중이 정말 잘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혼자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지하철은 나만의 작은 세계다. (pp.46-7)

 

나도 지하철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한다. 대학교 때부터의 습관인데, 분당에서 신촌까지 1시간 반 가량의 등하교 시간을 때우기에(?) 책만한 것이 없었다(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분당선, 그리고 2호선에서 스탕달의 <적과 흑>도 읽고,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도 읽고,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도 읽고, 댄 브라운 시리즈도 읽었다. 그 책들은 모두 나의 책 사랑에 자양분이 되었으며 지금도 내가 읽은 최고의 책 목록에 든다.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서 지하철을 1시간 반이나 타고 갈만큼 등하교 시간이 길지 않았다면 이 모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소설을 쓰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소설을 쓰는 것보다 읽는 걸 더 잘하는 사람이었다. 소설에서 내가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나 표현이 나올 때마다, 나는 역시 소설가가 되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pp.58-9)

 

나도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게 소설을 쓰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도 소설을 쓰는 것보다 읽는 걸 더 잘하는 사람이고, 소설에서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문장을 읽거나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소설가는 하늘이 내리는 거라고 강하게 믿는다. 그래서 소설이 좋고, 소설가가 좋고, 소설 읽기가 좋다.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사는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사람들은 블로그를 하다 트위터로 옮겨가고 또 재미있게 하다가 그만두고는 했다. (중략) 그런데 나는 그대로였다. 계속 읽고 썼다.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중략) 나는 그야말로 '성실'했다. 성실함의 생생한 증거였다. '아, 나는 성실하구나'. 갑자기 머리를 탁 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하지 못하는데 나는 하고 있다면, 이거야말로 재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성실하다는 말이 어쩌면 재능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pp.84-5) 

 

나도 이 글의 마지막 세 문장과 똑같은 말을 최근에 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요,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 일을 몇 년이나, 그것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능이 아닌가. 좋아할 것, 정붙일 것이 점점 없어지는 세상을 살고, 나이를 먹다보니 무엇 하나 끈질기게 하고 있는 것에 나도 모르게 더 애착을 가지는 것뿐일까. 나의 오랜 놀이터 알라딘서재, 그곳에서 활발히 글을 쓰는 다락방 님의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무한 공감하며 읽고 있노라니 마음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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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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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블로거로서 공감 가는 대목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독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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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 촌놈들의 전성시대 응답하라
오승희 지음, 이우정 극본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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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거나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있었다.


1994년에 나는 고작 아홉 살이었지만 대한민국을 뒤흔든 '농구대잔치'의 인기는 알고 있었다. 손지창, 장동건, 심은하 주연의 드라마 <마지막 승부>도 부모님 옆에서 재미있게 보았고, 지금은 폐간된 '나나'라는 만화 잡지에 연세대 농구부 선수들이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R.e.f 같은 그룹들과 나란히 소개되어 있던 것도 기억한다. 그만큼 연세대 농구부의 인기는 '핫' 했고, 나는 멋대로 '연세대=멋있는 오빠들이 다니는 학교 =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며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을 키웠다.
 

그 때 그 시절,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나정 역시 연세대 농구부에 빠져있었다. 그것도 광적으로. 하나뿐인 딸이 이상민을 좋아하다 연세대에 입학하자 나정의 부모님은 아예 학교 앞에 '신촌하숙'을 차렸다. 그리고 이곳에 나정과 쓰레기, 칠봉이, 정대만, 해태, 장국영, 빙그레, 모두 일곱 명의 청춘들이 살을 부대끼며 살게 된다. 



소설 <응답하라 1994>의 원작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작년 한해를 휩쓴 '응사 열풍'의 핵인 동명 드라마다. 전작 <응답하라 1997>은 드라마도 보고 소설도 읽었는데, <응답하라 1994>는 드라마는 못 보고 소설만 읽었다(드라마 응사를 안 본 이유는 단 하나, 인피니트의 호야가 안 나와서다 ㅎㅎㅎ).


드라마 내용을 몰라도, 스무살 그 파릇파릇하고도 뜨거운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공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하숙을 한 적도 없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타 지역에서 서울에 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색함과 설렘을 알고 있고, 내맘처럼 안되는 첫사랑에 좌절하고, 어른이 되려고 발버둥치던 때의 고통 같은 것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좌충우돌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꼭 내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내가 아홉살 때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로 보았던 신촌에서의 캠퍼스 라이프를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 어린 시절에 <마지막 승부>, 학창 시절에 <남자 셋 여자 셋>, <뉴 논스톱> 등을 보며 키웠던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로망을 다시 불러 일으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내가 꿈꿨던 대학 생활은 밤새 술마시고 노는 것도 아니요, 스펙 열풍에 휘둘리는 것도 아니요, 부딪치고 깨져도 계속 도전하는 젊음과 좋아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청춘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걸 깨달은 사람들이 많아서, 드라마에 이어 소설까지 응사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드라마의 재미와 감동을 활자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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