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이보다 쉬울 수 없다
박유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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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초보에게는 추천, 전공자나 교양 수준 이상의 경제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쉬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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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 이보다 쉬울 수 없다
박유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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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분야 도서일수록 책 고르기가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대학에서 주전공으로 정치외교학을, 복수전공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두 전공 모두 읽을 책을 고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정치외교학이야 신간이 별로 없으니 그렇다 쳐도, 매주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경제학은 컨셉과 난이도 모두 내 취향에 들어맞는 책을 찾기가 참 어렵다. 기껏해야 원론 수준의 지식을 인문학을 비롯한 타 학문에 적용한 교양서나 유명한 학자가 일반인 눈높이에 맞게 시사 경제를 풀어쓴 칼럼집 정도? 진짜 문제는 전공이랍시고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무엇을 공부했는지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인지도 모르지만.

 
<경제기사, 이보다 쉬울 수 없다>는 반값 할인도 하고 평도 괜찮길래 쉬엄쉬엄 읽어보려고 샀는데, 읽고 난 느낌은 '거시경제학 교과서를 쉽게 풀어쓴 책이구나' 정도. 일단 순서부터 거시경제학 목차와 똑같고, 내용이나 풀이하는 용어도 교과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딱딱한 교과서 말투 대신 읽기 편한 문장으로 풀어썼다는 점, 정부 정책이나 시사 이슈를 약간 첨가했다는 점 정도는 특기할 만하다. 경제학을 한번도 배워본 적 없거나 기초가 탄탄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교과서 삼아 각잡고 읽어볼 만하다. 하지만 경제학 전공자나 교양 수준 이상의 경제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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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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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참 신기하다. 읽기 전에는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별 것 있겠어?' 싶고, 막상 읽어봐도 뻔한데, 도무지 그만 읽을 수가 없다. <빅 픽처>, <위험한 관계>, <리빙 더 월드>에 이어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12년 작 <행복의 추구>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무대는 미국의 장례식장. 이혼 후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케이트라는 여성이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있다. 이튿날, 그녀의 앞에 새러라는 이름의 노부인이 찾아와 부모님의 오랜 친구이며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봐왔다고 말한다. 이 노부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노부인과 케이트의 부모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새러의 이야기는 케이트를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매카시즘 광풍이 불기 직전의 혼란스런 미국 동부로 데려놓는다.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을 택한 이 소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소설들과 비슷한 듯 다르다. 독신 여성이 원나잇 스탠드로 인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다가 힘들게 이혼을 하고 삶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는 <위험한 관계>와 비슷하고, 역시 똑똑한 독신 여성이 유부남과 사랑을 하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고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다가 극적으로 돌아온다는 줄거리는 <리빙 더 월드>와 흡사하다. 한 여자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결혼을 하고, 결혼생활이 불행해지다가 파경을 맞는다는 이야기는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 외에도 수많이 변주 되었지만, 이만큼 줄거리가 비슷비슷하고, 거기에 중산층의 몰락, 금지된 사랑, 파산 또는 돈벼락, 변호사의 도움 같은 똑같은 코드가 계속 등장한다는 점은 자기복제 같은 감이 없지 않다. 뭐 또 그게 그의 팬들이 그의 작품을 계속 찾게 만드는 매력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까지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 중 이 소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읽은 케네디의 소설들은 대부분 현대 중산층의 생활을 그린 무난한 것들이었는데 반해, 이 작품은 배경도 과거인 데다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어지러운 상황과 홀로코스트, 매카시즘 광풍 같은 시대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잘 배치했다. 특히 새러의 운명의 남자 잭이 그녀와 결별할 때 한 말이 두 사람의 첫만남을 넘어 홀로코스트 문제로 연결되는 대목에서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더글라스 케네디는 그저 대중 작가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훨씬 역량있는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저자는 매 소설에서 성공 또는 행복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며, 실패나 불행의 뒷면에는 예상밖의 행운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행복의 추구>야말로 그의 생각 내지는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내가 이래서 더글라스 케네디를 막장이라고 욕하면서도 계속 읽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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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수학 -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수와 기하
EBS 문명과 수학 제작팀 지음, 박형주 감수 / 민음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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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내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과목이었다. 과학만큼 싫지는 않았지만 결코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공부를 할 때도 문제의 답을 맞추기에 급급했지 풀이하는 과정이나 원리를 알아가는 기쁨은 느껴본 적이 없다. 결정적으로 싫어하게 된 계기는 수능시험. 아무리 싫어도 평소 모의고사 1등급을 꾸준히 유지했는데 수능에서 2등급 후반의 점수가 나왔다(게다가 '물수능'이라고 불릴 만큼 난이도가 낮아서 타격이 컸다). 그 때부터 수학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고, 경제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하고도 경제수학, 경제통계 같은 과목은 피하거나 재수강을 하지 않을 만큼만 공부했다.



EBS 5부작 다큐멘터리 <문명과 수학> 제작팀이 만든 책 <문명과 수학>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학창시절에 만났더라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까?'. 고대 이집트 문명부터 그리스 문명, 인도, 아랍을 거쳐 유럽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궤적을 따라 수학의 역사를 파헤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수학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저 시험 과목의 하나로, 지긋지긋한 문제 풀이의 대상으로 여겼던 수학이, 인류 문명의 정수가 담긴 핵심이자 위대한 발명품이었을 줄이야. 대학에서 과학사 수업을 듣고 처음으로 과학에 흥미를 느꼈던 때와 똑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3500년 전 이집트 서기관이 썼던 파피루스 한 장을 근거로 이집트에서 수가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하고, 그리스 피타고라스 학파를 중심으로 수학의 체계가 만들어지고, 인도에서 이른바 '신의 숫자'라 불리는 0이 발명되며, 아랍에서 수학이 급격히 발전하고, 유럽에서 미적분이 발명되고, 현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 불리는 난제가 해결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나는 특히 유클리드가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스승이기도 했으며, 그가 쓴 <원론>이 미국 독립선언문과 스피노자의 <윤리학> 등에 영향을 끼치는 등 수학 이외의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이제까지 수학과 정치, 윤리학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위대한 수학자 중 한 사람인 유클리드가 이집트 왕의 스승이었으며, 민주주의의 출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독립선언문>, 그리고 <윤리학>의 기초가 되었을 줄이야......!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으리라.


수학은 숱한 천재들의 에너지를 극한까지 소모시킨 후라야 어떤 세계를 열어 보이는 걸까. 하지만 그곳은 그만큼 엄정한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세계일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창조 속으로 수렴되는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문명 뒤에는 언제나 수학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 이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아직도 수학에는 남겨진 문제들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p.163)


수학은 언제나 당대 최고 문명 국가에서 발전했고, 정치, 경제, 행정, 건축, 문화, 예술 등 다른 분야와 결합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런데 우리나라 수학의 현실은 어떤가. 입시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이고, 대학에서도 수학과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 2014년 8월 서울에서 '세계수학자대회'라는 큰 행사가 열릴 예정이지만 그 때까지 현실이 바뀔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이 책의 모태가 된 방송 EBS 다큐멘터리 <문명과 수학>이 2012 한국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2012 대한수학회 특별공로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등 10개가 넘는 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수학이 지금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적어도 이 방송을 본 시청자, 책을 읽은 독자라면 교과서와 문제집 너머의 '진짜 수학'의 모습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취미 삼아 수학 문제집을 푼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한번 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면 문제를 못 맞혀 아쉬울 것도 없고, 점수가 안 나와 속상할 것도 없다. 게다가 이 간단한 수식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머리를 짜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 어려웠던 수학이 한결 쉬워보일 것 같다. 심지어는 따뜻하고 뭉클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지 않을까? <문명과 수학>. 아무래도 이 책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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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힘 - 말없이 사람을 움직인다
아가와 사와코 지음, 정미애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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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부터 <라디오 천국>을 다시듣기로 듣고 있는데, 새삼 유희열의 화술에 놀란다. 그의 말솜씨야 오랜 청취자로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십대 때는 그가 하는 '말'만 들렸다면, 서른 즈음인 지금은 그가 말하는 방법, 즉 화법이 귀에 들어온다. 그의 화술은 게스트와 대화를 나눌 때 더 빛이 난다. 그는 남녀노소, 직업과 관심사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화를 나눈다.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유머러스할 때는 유머러스하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나도 좋아진다. 이 정도면 꽤 훌륭한 인터뷰어 아닌가.


일본의 전문 인터뷰어 아가와 사와코가 쓴 베스트셀러 <듣는 힘>에 따르면, 좋은 인터뷰어가 갖추어야 할 기술은 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잘하는 것도, 촌철살인 같은 질문을 하는 것도 아니요, 잘 들으면서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고 한다. 20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유명 인사들과 인터뷰한 그녀는 '말을 배우는 데는 3년이면 충분했지만 말을 듣는 것을 배우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털어놓으며 듣는 기술을 강조한다. 그러고보니 말을 하는 것만 배웠지 듣는 건 배운 적이 없다. 기껏해야 남(주로 어른)이 말을 할 때는 입다물고 조용히 들으라는 정도일까.



일대일로 나누는 대화는 의외로 섬세하다. 눈동자의 움직임 하나, 숨을 내쉬는 모습 하나로 '혹시 내 얘기가 재미없나?' 하는 의구심을 줄 수 있다. 상대에게 그런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나는 되도록 쓸데없는 것을 배제하고 대화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당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성의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대화의 기본이다. (p.50)

저자는 가능한 한 말을 줄이되 핵심적인 질문과 맞장구를 통해 상대가 편하고 자연스럽게 속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주로 인터뷰와 같은 일대일 대화를 상정하지만, 친구, 연인과의 대화, 소개팅, 면접, 회의 같은 상황에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가령 소개팅에 나가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끔 유도한다.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주고, 상대가 자기도 모르게 속깊은 이야기를 꺼내게끔 한다면 작전 성공! 잘되면 소개팅 결과도 좋을 것이고, 잘 안되더라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유희열도 방송에서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상대의 말 속에서 다음 질문을 찾으며 대화의 물꼬를 튼다. 이제 보니 유희열은 말을 하기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듣기도 잘한다. 이래서 DJ로 시작해 현재는 TV 프로그램 진행자, 심사위원 등으로 활약하는 걸까. 듣는 힘이 얼마나 큰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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