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맨처음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지만 작품을 여러 권 읽었고 좋아하는 것도 있다. 이 작가의 특징은 대표작 <빅 픽처>를 비롯해 대부분의 소설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밑바닥으로 추락해 죽을 고비를 넘나드는 모습을 그리는, 소위 '막장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줄거리라는 점. 작가가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렇게 긴박감 넘치다 못해 심장이 쫄깃해지는 소설을 쓸까 궁금했는데 그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빅 퀘스천>은 더글라스 케네디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다.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직면하게 되는 일곱 가지 '큰 질문(big questions)'에 작가가 답하는 형식이다. 짐작한 대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삶은 그가 쓴 소설 못지 않게 불행이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만나면 싸웠고 아들의 성공을 기뻐하기는커녕 시기하고 돈만 타 쓸 궁리를 했다. 아내는 불평을 그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아들은 자폐아로 태어났다. 애인은 떠났고, 존경하던 스승은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그가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일수록 그에게 못되게 굴고 그를 힘들게 했는지. 오랜 시간 혼자서 투쟁하듯 살아온 그가 안쓰럽고, 꼭 나처럼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처럼 한때는 더글라스 케네디도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 이끄는 사람들을 원망했다. 인생이 힘들고 고달픈 건 부모 때문이고 아내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친구나 지인들이 위기에 몰렸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삶이라는 이야기를 비극으로 만드느냐 희극으로 만드느냐는 주인공인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깨달았다. 삶의 문제를 푸는 해답은 부모도 배우자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이는 유명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는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에 갇혀 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야기는 우리의 관점이 만들어낸 허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얼마든지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p.112)


부모와의 관계도 망치고, 결혼 생활도 망치고, 연애도 망친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끈 건 아마도 자폐증에 걸린 아들을 케어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는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사실을 알고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섰다. 최상의 스태프로 팀을 짜 전심전력을 다해 서포트했다. 그는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상황을 비관하지도 신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들을 케어하는 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을 두고 괴로워할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인생의 구렁텅이에 몇 번이나 빠졌던 더글라스 케네디가 삶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작가가 <빅 픽처>, <인생의 베일>, <파리 5구의 연인> 등을 쓰던 당시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점도 독자로서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작가가 자신의 삶을 토대로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 삶의 교훈을 배우며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했다는 점이다. 책이 없고 글이 없었더면 그가 그동안의 고통을 견딜 수 있었을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막장이라고 치부했던 이야기가 실화에 근거한 것임을 알고나니 더 애틋하다.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막장 작가로 치부했다니...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 ^^; 


p.17
사람은 왜 책을 읽을까? 혹시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p.56 
삶이란 결코 원하거나 꿈꾸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후회를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생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암울한 현실을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암울한 현실을 만들어낸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절망감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p.105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도 성공의 환상만을 품었던 윌리 로먼에게는 죽어서도 그 환상만이 남게 된다. 20세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의 모습을 가장 불안하게 그린 아서 밀러는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에드워드 올비와 더불어 개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밖에 없는 미국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꿰뚤고 있다. 미국 사회의 문제는 청교도적 윤리, 열심히 일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정신 그리고 성공 신화로 대표될 수 있다.


p.300 
가장 커다란 '의심'은 자기 자신에 대해 품는 의심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잘 다스려 '내일에는 내일의 해가 뜬다.'는 낙관주의를 지켜갈 수 있을까? 바로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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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결혼하지 않은 30대 여성에게 독서는 독(毒)일지 모른다. 화장품과 옷을 살 돈으로 책을 사고, 모처럼 쉬는 날도 데이트를 하거나 소개팅에 나가는 대신 방에서 책을 읽으니 시집 가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조차도 이러다 책만 읽다 늙어버리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도 계속 책을 읽는다. 책보다 멋지고 재밌는 남자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그냥 책이 재미있다. 읽을수록 재미있다. 최근에는 술술 읽히는 소설이나 말랑말랑한 감성의 에세이도 성이 안 차고 고전이나 인문서에 눈이 간다. 나, 정말 이렇게 계속 책만 읽어도 될까?


최근 후기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적인 가치가 필요해졌다. 그것은 바로 노와이(Know-why)다. 노와이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일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정확하게 아는 능력이다. 따라서 노와이를 아는 사람은 뚜렷한 삶의 철학이 있는 사람이 된다.... '노와이'의 능력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왜'를 통해 본질을 찾게 하며 변화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진실을 찾는 학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즉, '사람'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다. 그냥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해답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인문고전을 읽으면 스스로 해답을 찾는 힘이 길러진다. (pp.113-4)


베스트셀러 <말공부>의 저자 조윤제의 신간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나의 이런 의문을 해소해주었다. 이 책은 논어, 맹자, 중용, 사기, 춘추, 손자병법 등 50여 권의 고전에서 뽑은 명언과 고사를 바탕으로 고전 속 지혜가 현대인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경영, 자기계발 등 실용적인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굳이 고전에서 배우는 이유는 창조와 혁신의 본질이 전혀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융합하고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나온 신간이 수천 년 동안 전해내려온 고전에 대적할 수 없음은 뻔한 이치다.  


문제는 고전을 한두 번 읽어서는 문제에 적용하고 해결하는 힘, 즉 사고력과 통찰력이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고전을 읽기만 하지 말고, 읽은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의 제목이 <내가 고전을 '읽는' 이유>가 아니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인 까닭이기도 하다. 공부(工夫)는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익히고 체득해 가지고 놀 정도가 됨을 이른다. 이는 책을 들입다 읽기만 하고 실천하는 데에는 소홀한 내가 늘 반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늘 쉬운 책만 읽고 고전을 가까이 하지 않아서일까. 고전 공부, 되도록 빨리 시작해야겠다. 

  

고전을 읽는다면 그 고전이 삶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이론으로만 아는 것은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철학적인 내용을 내 사고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열심히 읽어봤자 정말 '옛사람의 찌꺼기'가 될 수 있다. 고전은 현재 내가 하는 일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겪을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말하는 법, 일을 잘할 수 있는 요령, 공부하는 방법, 부자가 되기 위한 지혜 등 우리가 오늘날 자기발전을 위해 읽는 많은 책들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모두 고전에서 발견할 수 있다. (p.7)


소설가 김영하는 신작 <말하다>에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몇 년째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해 '자기 안에 남아 있는 인간다움,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고 평한다. 외모 꾸밀 돈으로 책을 사고 틈만 나면 책을 읽는 것이 나의 인간다움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면 그건 아마도 내가 현재 결혼보다 자립이 시급한 탓일 것이다. 자립을 하려거든 일에만 집중하면 될텐데 굳이 책을 읽고 고전을 찾는 것은 내가 찾는 길이 현실에는 없어서일 것이다. 이렇게 책은 내게 질문과 답을 준다. 재미없는 몸치장, 답 안 나오는 연애보다 독서가 좋은 이유다. 고전 아닌 책도 좋은데 수천 년을 살아남은 지혜가 담긴 고전은 얼마나 좋을까(점점 나이든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이유와 같은 이치?). 아무래도 나, 독서에 단단히 중독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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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モア) 2015年 06月號 (雜誌, 月刊)
集英社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모어 2015년 6월호 구입했습니다.

구성은 잡지+빵과 커피 미니북+파우치입니다.





파우치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지퍼도 있고 내부 수납 공간이 나누어져 있어서 요긴하게 쓸 것 같네요.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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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문한 알라딘 보틀이 도착했습니다. 보틀을 주문한 게 아니라 책을 주문했는데 보틀이 온 거죠ㅋㅋㅋ
어제 저녁 늦게 주문했는데 오늘 배송되었습니다. 알라딘 총알배송 굿굿굿bbb 항상 고맙습니다 ^^





알라딘 보틀은 총 다섯 가지 버전이 있는데 제껀 오렌지색인 <셜록홈즈> 버전입니다.

파우치에 담겨 있고 뽁뽁이로 한번 더 포장되어 있어 깨지지 않고 안전하게 배송되었습니다.
원래 강화유리라서 깨질 염려가 적긴 하지만요 ㅎㅎ


이번 알라딘 보틀이 마음에 드는 게 보틀만 주는 게 아니라 파우치만 주는 거였습니다.

보틀을 사용하면 내용물이 뜨겁든 차갑든 병에 물기가 생기기 마련이라서 보틀 파우치가 필요한데
마음에 쏙 드는 보틀 파우치 찾기가 영 어려운 게 아니더라구요.
(이전까지 쓰던 건 다이소에서 2천원 주고 산 건데 오래써서 꼬질꼬질ㅠㅠ)

이번 알라딘 보틀은 보틀도 예쁘지만 파우치가 예쁘고 튼튼해서
파우치에 보틀 말고 다른 음료수통을 넣고 다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병은 이런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크지 않고 슬림합니다.
용량은 360ml입니다. 나중에 결명자차를 담아보니 머그잔 두 개 분량 정도 들어갔습니다.



결명자차를 끓여서 담아보았습니다. 뜨끈뜨끈하니 좋으네요. 다음엔 차가운 음료를 넣어봐야겠습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인쇄가 잘못 된 건지 원래 그런 건지 글씨 부분에 결락이 있더라구요ㅠㅠ
몇 번 닦으면 인쇄된 글씨가 떨어져 없어지지 않을까 그게 좀 걱정되네요. 
그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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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진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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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소설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100만 부를 파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책을 읽고 감상을 끼적이는 게 좋고,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터넷 상으로나마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 뿐이다. 허나 이대로 좋은 걸까. 뭔가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취미를 그저 취미로만 간직해도 될까. 애초에 내 글은 어떤 수준일까. 괜히 읽는 사람의 시간만 뺏는 것은 아닐까.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일은 재미없고, 돈은 없고, 비는 내리고, 기분은 울적했던 오늘. 퇴근길 지하철 창 밖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블로그에 서평을 쓴다고 해서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파워블로거로 뽑아주는 것도 아니다.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 당장 책을 낼 것도 아니고 그럴 수준도 아니다. 퇴근하면 방에 틀어박혀 글 쓰고 남들 놀러 나가는 주말에도 책만 읽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걱정하신다. 다른 집 딸들은 벌써 시집 가서 애가 몇이고, 그게 아니면 너 책 읽을 시간에 투잡 뛰며 돈 번다고 채근하신다. 나라고 그럴 마음이 없겠는가. 그런데도 책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글을 쓸 때가 가장 짜릿하고 재미있는데 어쩌나.


진짜 공부는 학교를 그만두면서부터였다. 선생님도 교과서도 정답도 없는 진짜 인생 공부. 이 책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면서 알게 된 것들을 짤막하게 모은 것이다. 방황을 하고, 여행을 하고, 잡지를 만들고, 결혼을 하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다 소설가가 되었다. 어린이를 가르치고, 청소년도 가르치고, 조카도 가르치고, 대학생을 가르치고, 어르신들도 가르쳤다. 그리고 기타를 배우고, 피아노를 배우고, 작곡을 배웠다. 실수도 있었고 성공도 있었다. 하지만 서른 즈음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학교 밖에서 배운 것들을 통해 나는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구나.' 당연한 말이지만 경험을 통해 확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신이 몇 살이든 간에 조금 더 일찍 그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수록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pp.4-5)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의 저자 서진도 그랬을까. 저자의 전작 <파라다이스의 가격>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서 신간도 읽어 보았는데 역시 좋았다.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하다가 포기하고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 저자는 '진짜 공부는 학교를 그만두면서부터였다'고 말한다. 소설을 써서 돈이 안 되면 에세이나 칼럼을 쓰고, 그래도 안 되면 글쓰기를 가르쳐서 돈을 벌었다. 그걸로 결혼도 하고 강아지와 고양이도 거두고 여행도 다니고 취미 생활도 즐기며 산다. 남들 일하는 시간에 집에 있는 게 심심하면 취미를 만들면 된다. 저자는 피아노를 배우고 기타를 배우고 작곡을 배웠다. 그걸로 혼자 놀기도 하고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학교에선 공부 잘해서 취직하고 돈 버는, 한 가지 삶의 모습밖에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회에 나와 세상엔 정말 많은 직업이 있고 돈 버는 길이 있고 삶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 그걸 모르고 한 가지 삶의 모습만, 정답이라고 배운 삶만 고집한다면 나만 손해 아닐까?


그런데 나도, 내게 조언을 해준 사람들도 몰랐던 것이 있다. 어떤 장래희망이든 자기가 진정 좋아해서 시작한다면, 꾸준히 한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의 기준에서 안전하다는 길도 따지고 보면 전혀 안전하지 않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길은 재능도 없고, 하기도 싫은 일을 안전하다는 이유로 하는 것이다. (p.46) 

 

저자가 계속 글을 써서 다행이라고 느낀 것처럼 나 역시 글쓰기를 놓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돌이켜보면 글쓰기는 나의 가장 오랜 벗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시고 동생은 그림 그리느라 바쁘면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학교에 다니면서 글쓰기는 취미이자 특기가 되었다. 글쓰기 대회에 곧잘 불려 나갔고 큰 상도 여러 번 탔다. 방송반에서 대본을 쓰고 교지편집부에서 기사를 쓰고 편집하는 일도 도맡았다. 가장 좋아한 건 역시 친구들에게 편지 쓰기였다. 많으면 하루에 너다섯 통씩 썼다. 생각해보면 일기도 안 쓰고 글쓰기 교육을 따로 받지도 않은 내가 하루에 한두 편씩은 너끈하게 글쓰는 습관이 생긴 건 다 그 시절의 편지 덕분이다.


글쓰기는 나의 유일한 비빌 언덕(?)이었다. 대학교 시절 취미로 만든 블로그로 대회에 나갔다가 엉겁결에 최우수상을 탔다. 그걸 계기로 IT 기업에서 인턴도 하고, 웹진 기자도 하고, 정부 부처 기자단도 했다. 사교적인 성격이 아닌 내가 대학 시절에 사귄 사람들은 모두 그 인연이다. 졸업과 함께 일체의 활동을 접고 고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글만큼은 계속 썼다. 시험에 떨어지고 학원비와 교재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썼다. 덕분에 고시를 포기하고 뒤늦게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가 수월했다. 국문과를 나온 것도 광고홍보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영업이나 기획 경험은 전무하지만 몇 년 째 블로그에 글을 썼다는 것은 꽤 괜찮은 스펙이 되었다.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걸까? 나는 인생에서 무얼 바라는 걸까? 사춘기에 해야 할 고민을 나는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했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6년...... 18년 동안 나는 무얼 공부했던 걸까? 이 질문에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할 수 없었더. 고등학교를 내신 1등급으로 졸업했는데 갑자기 꼴찌 등급의 인생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니. 진짜 낙오자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p.67)


글쓰기는 삶의 낙이자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미술을 하는 동생이 부러웠고, 동생처럼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며 사는 사람을 동경했다. 내가 쓰는 글은 비록 예술의 끝자락에도 못 미치지만 이렇게라도 내 생각을 펼치고 조립해서 남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나로서는 즐겁다. (극히 드물지만) 어쩌다 마음에 쓰는 글이 나오면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들뜨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나라면 어떻게 쓸까 상상할 때 행복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지 않다면 결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진짜 낙오자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고 박사 과정을 포기했고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삶의 루트로부터 벗어났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나도 원하는 대학에 떨어졌고 고시를 포기했고 남들보다 늦게 취업해 여태껏 독립하지 못했다. 저자처럼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진 못해도 원하는 것은 확실히 안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그건 내가 서른이 되도록 크고작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알게 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이유는 필요 없다. 계속 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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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1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겟다고 하기 보다 하다보니 되어져 있는 것.^^.

키치 2015-05-12 22:53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2015-05-13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치 2015-05-13 19:52   좋아요 0 | URL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쌩 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015-05-13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보다금동 2015-05-1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일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취미가 어떠한 결과물, 돈?으로 연결되어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해요. 내가 즐거우면 그 자체로 충분하겠죠?^^; 저는 키치님 책이야기가 좋아요~ 계속 읽은 책 이야기 같이 나눠요

키치 2015-06-10 17: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 책이야기가 좋다는 말씀을 들으니 힘이 나네요^^!! 계속 읽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2015-06-27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8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