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읽어본다
장석주.박연준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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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부부' 장석주와 박연준이 6개월 동안 매일 책을 읽고 함께 쓴 독서 일기를 엮은 책이다. 이 부부가 함께 쓴 책으로는 시드니 여행기를 엮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가 있는데 이 책도 강력 추천한다(세 번째 책이 나온다면 제일 먼저 사서 읽으리...!). 


'읽어본다' 시리즈 중에 부부가 쓴 책은 모두 세 권인데, 그중에 읽다가 눈물이 찔끔 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한 번은 부부가 오키나와로 여행을 갔다가 싸운 일화를 읽고 웃겨서 눈물이 찔끔 났고(시드니에서의 부부 싸움과 마찬가지로 화해하는 과정이 극적이다. 물론 둘 다 비극이 아니라 희극!), 다른 한 번은 남편이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읽고 부러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그 편지의 한 구절이 이 책의 제목이다). 


장석주 시인은 주로 책 이야기를 하고 이따금 정치 이야기를 하고 아주 가끔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면 박연준 시인은 어디에 다녀온 이야기, 누구와 만난 이야기, 만나서 뭐 먹은 이야기 등등에 책 이야기를 곁들인다. 장석주 시인이 엄격+근엄+진지한 스타일이라면 박연준 시인은 유쾌+상쾌+통쾌한 스타일. 맛에 비유하면 짠맛과 단맛. 그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단짠단짠,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책이 탄생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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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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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는 법과 인권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법학자 홍성수가 쓴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혐오 표현의 '혐오'라는 말은 단순히 싫거나 꺼리는 감정을 뜻하지 않는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도 있듯이, 가해자는 그저 기호나 취향을 알리기 위해 쓴 혐오 표현일지라도, 피해자, 특히 생애 전체에 걸쳐 사회 전 영역에서 각종 무지와 오해, 차별과 편견에 시달린 사회적 약자는 그 혐오 표현 때문에 존재를 부정당한 느낌이 들고 사회나 집단으로부터 배제되는 듯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혐오 표현의 피해자로 주로 언급되는 집단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다문화 가정 출신 등인데, 시야를 넓히면 전라도 등 특정 지역 출신에 대한 혐오 표현, 흑형이나 짱깨, 쪽바리 같은 외국인 혐오 표현 등도 범주에 들어온다. '조선 놈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 등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혐오 표현도 있다. 이 말을 듣고 속에서 열불이 나지 않는 한국인은 없겠지만(있나?), 한국인 중에도 흑인은 더럽다, 중국인은 시끄럽다, 일본인은 전부 나쁘다 같은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꽤 많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한테도 안 하는 게 기본 매너다. 


이 책은 법학자인 저자가 법의 차원으로 각종 혐오 표현의 의미를 분석하고, 각각의 정도와 위험성을 분류하고, 전 사회에 걸쳐 이런 혐오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비롯해 맘충, 노키즈존, 퀴어 문화축제, 메갈리아 문제 등 시의성 있는 이슈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영화 <청년 경찰>, <범죄도시>가 야기한 혐오 문제도 언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양서라기보다는 학술서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저자의 논의 전개와 해결 방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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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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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읽은 소설 중에 좋은 의미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와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다. 특히 <달콤한 노래>는 다르게만 보였던 프랑스 사회와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닮았는지, 특히 여성의 삶과 하층민의 삶이 얼마나 지겹도록 비슷한지 알게 해준 작품이다.


이야기는 중년의 백인 여성 루이즈가 두 어린아이를 끔찍하게 살해한 채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둘째 아이를 낳은 후 경력이 단절된 미리암은 고민 끝에 자신은 일을 다시 시작하고 아이들은 보모에게 맡기기로 결정한다. 까다로운 면접 끝에 보모로 고용하기로 결정한 사람이 바로 루이즈다. 미리암의 아이들은 루이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루이즈를 잘 따랐고, 미리암은 루이즈가 시키지도 않은 집안 살림까지 척척해줘서 고맙기만 하다. 루이즈가 하늘이 보낸 천사 또는 요정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리암은 루이즈의 행동 하나하나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미리암의 변화를 눈치챈 루이즈는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의지할 가족 한 명 없이 불우한 생활을 영위해온 루이즈에게 미리암의 가족은 단순히 자신을 보모로 고용해준 가족 그 이상의 존재다. 완벽한 '한 팀'이었던 루이즈의 미리암의 가족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마침내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질 때 생겨난 비극...!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노래처럼 한 번 읽으면 잊기 힘든, 결코 달콤하지 않은 쌉싸름한 뒷맛을 지닌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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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숙녀들의 사회 - 유럽에서 만난 예술가들
제사 크리스핀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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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을 울렸다. 서양 문학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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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숙녀들의 사회 - 유럽에서 만난 예술가들
제사 크리스핀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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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동안 '작자 미상'으로 알려진 작품들 대부분이 여성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여성이라서 이름을 감추거나 바꿔야 했던 이들의 사례는 얼마 전까지도 흔했다. 여성임이 드러나는 진짜 이름 대신 남성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한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의 사례까지 갈 것도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여성의 이름으로 책을 내면 잘 안 팔린다는 통념 때문에 'J.K.롤링'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다(이제는 조앤 롤링이라는 본명이 너무 유명해져서 가명으로 책을 낼 정도다). 


<죽은 숙녀들의 사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감추고 존재마저 지워야 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미국의 문학잡지 편집장이자 서평가인 제사 크리스핀은 그동안 동경했던 예술가들의 자취를 찾아 모든 일을 멈추고 유럽으로 홀연히 떠난다. 그리고 '천재'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로만 알려진 노라 바너클, '위대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청혼을 거절한 모드 곤, 뛰어난 르포르타주 작가였으나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은 리베카 웨스트, 문단 권력으로부터 배제당했으나 스스로 <리틀 리뷰>를 창간해 T.S. 엘리엇, 제임스 조이스 등을 발굴한 마거릿 앤더슨 등을 소개한다. 


이 책에는 여성은 아니지만, 시대의 통념과 맞지 않는 성적 취향 때문에 고민한 남성 예술가의 사례도 나온다.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며 평생 고통받은 서머싯 몸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속한 시대와 사회에서는 결코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도피처이자 낙원은 오로지 예술뿐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지 않은 것'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나답게 살다간'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한 이 책이 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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