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데보라 잭 지음, 이수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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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들은 특별한 사람들, 즉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도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들을 위해 집필되었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전체 인구 중 겨우 30~50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이제껏 그런 성격이 대다수인 양 다뤄진 것은, 틀림없이 저자들이 그 나머지 사람들을 외면했기 때문이리라." (p.8) 



힘들고 피곤하고 속이 상하면 나는 방에 홀로 앉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술도 마셔보고, 친구도 만나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춤도 춰보았지만 나에게는 이게 최고다. 데보라 잭의 <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은 나처럼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보다 혼자 있을 때 활력을 얻는 '내향형' 인간을 위한 인간관계 매뉴얼이다. 이제까지 사회는 감정을 드러내길 좋아하고, 말이 많고, 행동이 큰 외향형 인간을 우대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과 자기계발서 역시 외향형 인간 위주였다. 자기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틈날 때마다 자기자랑을 하라', '식사는 절대로 혼자 하지 말라' 같은 경구들만 떠올려보아도 세상이 얼마나 외향형 인간 위주인지를 알 수 있다. <콰이어트> 를 비롯해 내향형 인간 대상의 자기계발서가 최근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런 경향의 반동이라고 볼 수 있다. 



말이 없다, 소극적이다, 소심하다, 우유부단하다, 비밀스럽다 등등의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내향형 인간에게도 물론(!) 장점은 있다. 말을 신중하게 하기 때문에 실수가 없고, 집중력이 뛰어나며, 일의 끝맺음도 확실하다. 사람을 사귈 때에는 소수의 사람과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정이 깊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나서기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수가 많고, 한번에 여러 사람에게 정을 주다보니 깊이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것과 비교하면 내향형 인간의 장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말이 좀 없더라도 진실하고, 잘 나서지는 않지만 약속은 꼭 지키는 친구, 연인이 더 좋은 것처럼 말이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취업이나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외향형 인간이 주목받기는 쉽지만,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성실하게 일을 하는 내향형 인간이 빛난다. 자신이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억지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려고 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래도 인맥 쌓기가 어렵고 두렵다면 어떻게 할까? 저자는 여러가지 팁을 제시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감각적 자극이 쏟아지는 것에 취약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거나 큰 일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이 되면 주변을 한 바퀴 돌거나,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들러서 기분을 전환하자. 모임이나 공적인 자리에 나서는 게 두렵다면 자원봉사를 해보자. 내향형 인간은 총무나 회계, 사회 등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성향이 있다. (멍석이 깔려야 빛을 보는 성격이라고나 할까?) 일부러라도 역할을 맡아서 적극적으로 임해보자. 일행 없이는 못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기 쉽고, 그만큼 인맥을 넓힐 기회도 늘어난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대화가 두렵다면 질문을 해라. 직업이나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거창한 질문이 아니어도 좋다. 옷이 예쁜데 어디서 샀는지, 머리는 어디서 했는지, 오늘 나온 음식 중 무엇이 제일 좋았는지 등 별 중요하지 않은 질문도 괜찮다. 이렇게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이고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부딪친다면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 못지 않은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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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자가 되는 법 -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괴짜 칼럼니스트의 여자 생태보고서
케이틀린 모란 지음, 고유라 옮김 / 돋을새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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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도 이렇게 하나?'는 내가 부르카를 입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사용했던 질문이다. 그렇다. 부르카는 당신의 정숙함을 보증하고, 사람들이 당신을 성적 대상이 아닌 인간 존재로 여긴다는 것을 보장한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당신은 누구로부터 보호될 필요가 있는가? 남자들이다. 그리고 (당신이 규범에 따라 올바르게 옷을 입는 한) 누가 당신을 남자들로부터 보호하는가? 남자들이다. 그리고 누가 처음 본 당신을 성적 대상이 아닌 인간 존재로 간주하는가? 남자들이다. 글쎄, 전부 남자가 결부되어 문제다. 나는 이 문제에 '100퍼센트 남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째서 여자들이 머리에 부르카를 뒤집어 써야 하는가. 당신이 진심으로 부르카를 좋아해서, 혼자 드라마를 보면서도 부르카를 굳이 뒤집어쓰고 싶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pp.127-8) 

 

"역사는 '남자들'의 것이었다. 여자들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제국, 군대, 도시, 예술작품, 철학자, 독지가, 발명가, 과학자, 우주인, 탐험가, 정치인, 유명인사 등은 모두 1인용 가라오케 부스 하나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에게는 모차르트도, 아인슈타인도, 갈릴레이도, 간디도 없다. 비틀즈도, 처칠도, 호킹도, 콜럼버스도 없다. (중략) 지금까지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명예나 우월함이나 성공은 모두 남자들만의 것이었다. 여성들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로 패배했다. 사실, 우리는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다. 시작조차도.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p.193) 

 

   

한 소녀가 있다. 아버지의 군용 코트와 어머니의 팬티를 물려받아 입은 이 소녀는 열세 살의 나이에 몸무게가 80킬로그램에 육박해서 남자 아이들이 '사내새끼', '거지발싸개'라고 놀리며 돌을 던져도 빨리 도망칠 수 없다. 집에는 어머니가 동생들이 자그마치 일곱명이나 있는데, 소녀를 언니, 누나로 대접해주기는커녕 하나같이 무시하고 놀려댄다. 학교에서는 물론 동네에도 친구 한 명 없다. 말벗이라고는 아버지가 술집에서 주워온 강아지 한 마리와 라디오, TV가 전부다. 어느날 소녀의 팬티에 빨간 피가 묻었다. 월경이 시작된 것이다. '진짜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우중충하기 그지 없던 소녀의 삶에 한줄기 빛은커녕 비구름을 몰고 오는 일이나 다름 없었지만, 소녀는 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기로 결심했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우상인 저메인 그리언을 따라 소리내어 말했다. "나는 여성주의자다." 몇 년 후 열여섯이 되던 해 소녀는 음악주간지 <멜로디 메이커>의 기자가 되고, 2년 후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BBC 채널4 <네이키드 시티> 진행자가 되면서 유명세를 얻었고, 1992년부터는 영국 <타임스>의 '셀러브리티 워치'라는 코너의 연재를 맡았다. 그로부터 19년 후인 2011년에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논픽션 책 한 권을 썼다. 제목은 <진짜 여자가 되는 법>. 그녀는 바로 영국에서 지금 가장 핫한 인기 칼럼니스트 케이틀린 모란이다.

 

 

몇 장을 채 읽기도 전에 나는 이 책에 푹 빠져들었다. 일단 재미있다. 영국 논픽션 하면 재미있기로 유명하지만, 이 책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발적이고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동안 남자의 일생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여자의 일생에 관한 책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연애와 결혼, 임신과 출산 등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월경, 음모, 자위, 성희롱, 낙태 등등 이제까지 여성들이 쉬쉬하던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까발렸다. 학창시절 좋아하던 남자한테 뚱뚱하다는 이유로 고백도 못하고 차인 이야기라든가,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남자 저남차 추파를 던지고 다니다가 남자 상사한테 성희롱을 당한 이야기라든가, 취재를 위해 스트립 클럽에 갔다가 창녀로 오해받은 이야기 등등 여자로서 창피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이야기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읽고나면 가슴 한켠에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저절로 여자의 일생과 여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가상인물이기는 하지만)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가 연애와 결혼에 천착했다면, 케이틀린 모란은 연애와 결혼뿐만 아니라 여성의 삶과 사회와의 관계 전체를 조망했다고나 할까? 게다가 그것을 어려운 지식이나 딱딱한 설교 대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유머로 승화했다. 저자의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는 남성들만 비판하지 않고, 여성 문제에 무관심하고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일갈한다. '여성들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로 패배했다'는 말에 선덕여왕, 테레사 수녀, 잔 다르크,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여성들의 이름이 목밑까지 차오르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남성에 비하면 그 수가 턱없이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실망할 것 없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업적이 남성들의 공이라면, 1,2차 세계대전을 포함한 크고 작은 전쟁과 대량학살, 흉악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들도 대부분 남자다. 게다가 남성은 마녀사냥을 당하지도, 조혼을 강요받지도, 강간을 당하지도, 대를 이을 아들을 낳을 의무를 부여받지도 않았다. 만약 여성에게 역사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의 굴레와 억압이 사라진다면 다른 역사도 가능하다. '진짜 여자'가 된다는 것은 여자라는 사실을 원망하고 비하하는 것도 아니요, 가부장적인 사회제도를 개탄하며 남자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아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할 일은 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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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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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라는 동생의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고서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졌지, 결코 느려지지 않았다.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대학 졸업 후 의류회사 직원, 청년 해외 협력대 대원, 고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에 전전하다가 서른 살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했다는 그녀의 이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작(秀作)이다. 아니, 그동안의 이력과 다양한 경험 덕분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일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교사로서의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고백>의 배경은 학교이고, 한 명의 교사와 세 명의 중학생, 한 명의 어머니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어느 여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 중에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여러분은 열세 살이지요. 그렇다면 연령이란 대체 뭘까요?" (p.29) 여교사의 고백 부분을 읽으면 소설 전체가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의 허점을 이용한 소년범죄의 증가를 지적하고 소년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인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고백 부분을 읽으면 그렇지만도 않다. 미즈키, 나오키의 어머니, 나오키, 슈야로 이어지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애초에 죄는 무엇이고 벌은 무엇인지, 선과 악은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묻게 된다. 

 

 

먼저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 본다. 미즈키는 미즈키대로,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 어머니대로, 나오키는 나오키대로, 슈야는 슈야대로, 심지어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여교사 유코마저도 같은 현실을 두고 자신이 보고 싶은 면만 보고 자기 식대로 해석한다. 그러고는 자기 나름의 판단으로 타인에게 멋대로 죄를 씌우고 멋대로 처벌한다. 과연 누가 선인이고 누가 악인인가? 완전한 선인, 완전한 악인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소설에 수차례 등장하는 단어 '제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딸이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살인을 당했다는 사실이 분명한데도 여교사 유코는 경찰에 알리지 않고(공적 제재를 거부하고) 사적 제재를 실행한다. 미즈키는 몰래 약품을 마련하는 식으로 사적 제재를 꿈꾸고, 나오키의 어머니는 아들의 살인을 알고나서 경찰에 알리지 않고 스스로 벌하려 했으며, 슈야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을 역시 사적 제재로서 해소하려고 했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왜 공적인 제재에 의존하지 않고 사적으로 제재하려고 하는가? 공권력을 믿을 수 없어서? 공적 제재 수단이 그들 생각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내 생각에는 공적 제재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사적 제재를 하려는, 개인적인 증오를 복수라는 행위를 통해 해결하려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이 문제인 것 같다. 일본 소설 중에는 유난히 사회 제도의 그늘, 체제의 사각지대를 비판하는 소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런 류의 소설이면서도 궁극적으로 사회로 문제를 돌리지 않고 인간 본성과 부정적인 본성을 다스리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 유약함에 대해 이야기한 점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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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콤플렉스 - 내 인생의 치명적인 약점
전경원 지음 / 아주좋은날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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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두뇌는 처음에 새롭게 보이는 활동이라도 며칠 지나면 그것을 곧 지루해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른 지루하지 않은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창의력은 필수 요소이다. 창의력을 키운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몸속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p.7)

 

"인터넷에 이런 이야기가 떠돈다. '80년을 산 스위스의 한 노인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계산을 해봤더니, 잠자는 데 26년, 일하는 데 21년, 먹는 데 6년, 차나 사람을 기다리는 데 5년, 담배 피우는 데 3년을 보냈는데, 행복했던 시간을 헤아려보니 불과 46시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괴테는 일생에서 정말 행복했던 시간은 15분이 채 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천하를 호령했던 나폴레옹 역시 진정으로 행복했던 시간은 일주일도 안 된다고 했다.' 자,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자. 지금까지 살면서 행복했던 시간은 모두 몇 시간이나 되는가?" (p.48) 

 

 

아침에 뭘 입을지 고민하는 게 귀찮아서 매일 똑같은 옷을 입거나,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게 귀찮아서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을 때가 있다. 모처럼만의 휴일에도 뭘 할지 정하는 게 귀찮아서 다른 일 안 하고 방에 쳐박혀 멍하니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귀찮아서,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창의력 콤플렉스>의 저자 전경원은 '창의력'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이라도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과, 이렇게 향상된 창의력을 업무, 인간관계, 일상생활 등에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흔히 창의력 하면 미술이나 음악 등 예술 창작 영역에서 주로 필요한 능력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학생, 직장인, 전업주부 등 평범한 사람에게도 창의력이 필요하며, 누구나 창의력을 가질 수 있고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전에는 창의력이 예술가나 디자이너, 기획자에게나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력은 적극성, 진취성, 도전, 아이디어 등과 치환될 수 있고, 일상이 지루하거나 주어진 일에 안주하고, 점점 평범하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딱 이런 상태인 내가 꼭 필요한 책을 만난 셈이다.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일상에 적용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도 특히 시간관리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바쁘다, 시간없다는 말을 하는데, 오며가며 버려지는 시간이나, 스마트폰으로 SNS서비스 체크하고 인터넷 서핑하고, 다른 생각하는 시간을 모두 더하면 시간이 없기는커녕 남아돈다. 창의적인 사람은 이렇게 버려지는 시간, 남아도는 시간도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안다. 당장은 빡빡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나중에 늙어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았는데 바빠서 못했다'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머리 굴려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밖에도 메모하기, 어제까지의 습관 버리기,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일 하기, 아마추어 예술가 되기, 운동하기, 휴식하기 등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가지 조언들이 나와있다. 창의력 하면 예술가에게나 필요한 능력인 줄 알았는데 나같은 사람에게도 필요한 능력이라는 걸 깨달은 게 첫번째 수확이요, 운동이나 휴식, 습관 바꾸기 같은 아주 쉬운 노력을 통해서도 쉽게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게 두번째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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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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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아니라 펜을 놀려 싸우는 평화로운 전쟁터는 지성과 감성이 다투는 터전이다. 거기에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주장하느라고 무리수를 두었던 애국적 필자들은 이제 인기가 시들하다. 교과서적인 명성을 날리던 저술도 죽을 쑤고 있다. 한때 박식한 사가들은 위증을 위한 증거 자료처럼 방대한 책을 써냈고, 이런 책들은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다국어로 번역되곤 했다. 그런데도 한 세기도 안 된 지금은 헐값에도 찾는 사람이 없이 비만증에 걸려 병상에 누운 거물처럼 서가에 처박혀 있다." (p.208)

 

"번역은 다른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것이므로 번역서가 번창하는 시대는 상호 이해에 더 다가설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그치지 않는 곳에서 상호 공존을 이야기할 수 있다. 영어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우리로서는 번역을 더욱 다변화해야 하는데도 되레 경시하는 풍조야말로 불길하기 짝이 없다. 모국어와 동시에 여러 외국어를 이해하는 번역가들이 많은 사회야말로 균형 잡힌 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외국어 잘하기보다는 모국어 죽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pp.270-1)

  

 

정진국이 쓴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는 제목 그대로 스위스, 프랑스, 독일, 베네룩스3국,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각지에 산재해 있는 책마을을 저자가 직접 방문하고 그곳의 역사와 실정을 기록한 책이다. 책마을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파주에 위치한 헤이리 출판문화단지가 유명한데, 저자는 이런 산업적인 목적으로 건설된 출판문화'단지'보다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거나 자생적인 책'마을'에 주목했다. '마을'이다보니 대부분이 책마을의 운영 방식과 각 서점의 성격, 취급하는 책의 종류 등이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특색이 있다. 

 

 

나라별, 지역별 특색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는 예로부터 인접 국가의 사상범, 망명자들이 피난처로 즐겨 찾았던(?) 나라라서 사상에 관한 책이 유난히 많다. 예술로 유명한 프랑스와 베네룩스 3국은 화첩과 화가들의 일생을 다룬 책들이 많다.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동화, 환상문학 등이 발달한 나라답게 동화책, 판타지 문학책이 많다. 책마을이라고 해서 다 비슷비슷한 중고책들을 팔 줄 알았는데 각각 특색이 있어서 재미있고 신기했다. 여행기 형식인만큼 유럽에는 어떤 책마을이 있고 외국의 책마을은 어떤 모습인지 감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는 것도 좋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마을'이라는 테마를 통해 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보며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저자 역시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감상만 늘어놓지 않고, 책마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인기있는 서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이 손님으로 오는지 등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좋은 책이란 무엇이며, 좋은 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문화적 토양, 사회적 환경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뼈있는 말을 남겼다. 가령 시류에 편승하고 당대에만 주목받는 책보다는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든가(), 한국의 출판문화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번역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대목이 그렇다. 번역에 대해서는 고인이 된 요네하라 마리도 같은 논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고, 그 중에서도 영어, 일본어 번역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출판계에, 나아가 문화계와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출판계까지 갈 것도 없이, 프랑스어나 독일어, 스웨덴어 같은 유럽 지역의 언어를 모르는 내가 유럽의 책마을에 간들 얼마나 볼 것이고 얼마나 느낄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 책이 처한 문제는 책 자체나 책마을보다도, 책 이전의 국민들의 문화적, 언어적 소양의 부족, 나아가 사회적 환경의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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