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은 예측불허다. 그래서 괴롭지만 그래서 즐겁기도 하다. 백수린의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에는 인생의 예측불허한 면 때문에 기대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온다. <아주 환한 날들>의 70대 여성 '옥미'는 사위가 맡기고 간 앵무새 때문에 뜻밖의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사이도 좋지 않은 딸 부부가 혼자 사는 자신의 집에 낯선 새를 맡기고 간 게 마뜩잖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정성을 다해서 생명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니 오래전 딸을 키우던 때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 앵무새와의 산책 시간이 스스로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빛이 다가올 때>의 '나'는 뉴욕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대학교수인 여덟 살 위의 사촌 언니도 마침 뉴욕에 오게 되어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늘 비교 대상이 되었던 언니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아픈 엄마를 간병하느라 젊은 시절을 다 흘려보낸 언니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도 있다. 그런 언니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외국인 남성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나'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언니가 힘들게 찾은 사랑을 지지해 주고 싶지만 지지해 주고 싶지 않은, 지지해 줄 수 없는 이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봄밤의 우리>의 '나'는 프랑스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유학 시절 '나'는 한 일본인 남성과 가깝게 지냈는데, 그는 부모님 간병을 이유로 유학 생활을 접고 급하게 귀국했다. 당시 '나'는 창창한 미래를 포기하고 떠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자신도 반려견을 무지개다리 너머로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고 나니 그의 선택이 이해가 된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으로 소중한 존재가 생긴 사람에게는 돈이나 커리어 같은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가치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의 이야기로 읽혔다. 


<흰 눈과 개>도 비슷하다. 이 소설의 화자인 중년 남성은 스위스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간다. 오래전 그는 딸이 결혼하겠다는 남자가 마다가스카르 출신 입양아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고, 그 때문에 오랫동안 딸과 소원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딸 부부의 집을 방문했지만, 여전히 딸과는 어색하고 사위는 마뜩잖다. 그런 그가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다리 하나가 없는데도 하얀 눈밭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개를 보고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삶에는 내 마음에 드는 일만 있을 수 없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그런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삶은 유한하고 불행은 도처에 있으므로 기쁨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그만큼 귀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은 이어지는 작품들에서도 읽힌다. <호우>의 '소희'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집의 노인이 고독사했다는 말을 듣고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눈이 내리네>의 '다혜'는 대학 시절 하숙을 했던 이모할머니 집을 오랜만에 방문해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의 대학 친구 넷은 네 살 된 딸을 잃은 주미가 독일 체류 중에 겪은 기묘한 사건에 관해 듣는다. 어두운 벽장 안에서 소음을 일으키는 어떤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날 일을 모두 알 수 없고, 안다 해도 그 의미를 깨닫는 건 나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울한 날엔 어떤 옷을 입을까? - 다섯손가락 이두헌 노래시 필사집
이두헌 지음 / 이은북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감정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네요. 읽어보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권으로 끝내는 미국 ETF 투자 -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미국 ETF 투자 공식
이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보자도 알기 쉽게 미국 ETF 투자 방법을 알려줘서 유용하고 유익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웃집 킬러 양 1
제이 카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쿄 싱글벙글 상점가의 인기 빵집 '따끈따끈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있는 '야마다 A코'는 사실 킬러 집단 '오로치'의 멤버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흉악하기로 소문난 전설의 킬러다. A코는 현재 조직으로부터 동년배의 트렌드를 배우고 익히라는 명을 받고 정체를 숨긴 채 빵집 소녀로 살고 있는데, 살인 임무 외에는 해본 일이 별로 없는 데다가 커뮤증이 심해 매일 실수 연발이다. 그런 A코 앞에 어느 날 한 여자애가 다가온다. 도시 전설을 좋아해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로도 활동 중인 여고생 '모리노 노노'는 이 마을에 엄청난 실력을 지닌 킬러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뭔가 아는 게 없느냐고 A코에게 묻는다. 


제이 카토의 <이웃집 킬러 양>은 평범하고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사실은 무시무시한 킬러라는, 사실 그렇게 드물지 않은 설정의 만화다. 이 만화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사실은 킬러인 A코는 평범한 여자애인 모리노를 동경하고, 또 다른 킬러인 '미나기 사라'는 킬러 중에서도 최고 실력자인 A코를 동경하는 식으로,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신에게 없는 면을 가진 다른 사람을 동경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들이 서로를 동경하는 감정을 잘 들여다 보면 애정이나 욕망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백합물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킬블루 9
후지마키 타다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설의 킬러 '오오가미 쥬조'는 수수께끼의 생물병기인 벌에 쏘여 남자 중학생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보스의 딸이 다니게 될 예정인 중학교에 잠입해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는 쥬조는 2학기가 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또 다른 조직인 'JARDIN'의 보스 '오카 요이치로'와 그의 부하들이 각각 교장과 교사들로 학교에 부임한 것이다. 쥬조는 오카가 만든 특수 학급인 '유니콘 레어 클래스'에 속한 '도메키 진타', '야츠루기 히지리'와 마상 시합을 치르게 된다. 만능 스포츠맨이지만 승마에는 익숙지 않은 쥬조는 의외의 고전을 보인다.


후지마키 타다토시의 만화 <킬 블루> 9권은 마상 시합 에피소드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일상 에피소드 쪽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 작은아버지의 라멘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정 실습부원들에게 들킬 위기에 처한 노렌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었고, 인기 애니메이션 ('프리큐어'의 패러디인 듯한) '후와큐어'에 푹 빠져 일상에 집중을 못 하는 쥬조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문화제에서 매출 1위 자리를 놓고 가정 실습부와 메이드 집사 연구부가 한 판 대결을 벌이는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했다. 친숙한 설정을 교묘하게 비틀어 웃음을 이끌어 내는 솜씨가 절묘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