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에 있습니다 - 임종진의 사진치유 에세이
임종진 지음 / 소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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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본다. 책에서, 신문에서, 잡지에서,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에서... 하지만 카메라 뒤에 누가 있는지 궁금해한 적은 없다. 그가 누구인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진을 찍었는지 의문을 품어본 적도 없다.


'사진치유자' 임종진의 에세이집 <당신 곁에 있습니다>를 읽으며 세상에 이런 사진작가도 있구나, 이런 사진작가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종진은 월간 <말>, <한겨레신문> 등에서 사진 기자로 일했고, 캄보디아의 국제구호기관에서 활동했으며, 현재는 5.18 고문 피해자, 70, 80년대 간첩조작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문 사진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한국일보에 칼럼을 연재했고, 그중 일부를 수정하고 보완해 엮은 것이 이 책이다.


'내 사진의 쓰임새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가 25년 넘게 '사진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매달린 질문이다. 사진 기자 또는 사진작가로 일하다 보면 항상 좋은 사진, 즐거운 사진, 행복한 사진만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재해 또는 사고가 일어난 현장을 찍어야 할 때도 있고,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을 찍어야 할 때도 있고, 끔찍한 일을 경험한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어야 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저자는 자신의 사진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저들은 고통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안도감을 얻기 위한 사진으로 쓰일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저자는 캄보디아로 떠났다. 안심하고 마실 식수조차 부족한 상황에서도 웃음과 인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여유로 이어진다면 캄보디아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많이 웃고 더 큰 인정을 베풀며 살아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남과 나를 비교해 남보다 내가 우월한 점이 무엇인지 헤아리며 그것을 행복의 준거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무례하고 몰염치하다. 한편으로는 타인의 고통을 전면에 부각해 동정심을 자극하는 사진 이미지가 얼마나 유해한지도 깨달았다.


몇 년 전부터 저자는 사진을 통해 심리 상담을 하는 사진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사진 너머의 사람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70, 80년대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분들을 만나 그들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는 일을 하고 있다. 일하는 틈틈이 도시빈민촌과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무료 사진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몸은 고되고 돈도 안 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게 결국 더 나은 사진을 찍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쉰이 가까운 나이에 결혼해 귀한 딸을 얻어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이야기, 고인이 되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이야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기들과 짧은 순간 만났지만 긴 여운을 남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등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적지 않게 실려 있다. 글과 사진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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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그린 뉴딜 -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 그리고 지구 생명체를 구하기 위한 대담한 경제 계획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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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후 변화'가 아니다. '기후 위기'다." 영국의 가디언 지를 비롯한 세계 언론들은 이제 '기후 변화' 대신 '기후 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기후 변화라는 말로는 현재 인류가 당면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또한 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중대한 문제로서 기후 변화를 든다. 제러미 리프킨의 신간 <글로벌 그린 뉴딜>은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에 대비해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명체를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주창하는 '그린 뉴딜'은 미국이 1930년대에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원한 뉴딜 정책과 유사한 비상 대책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린 뉴딜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향후 10년 내에 청정 재생 가능 자원으로 내수 전기의 100퍼센트를 생산한다. 국가의 에너지 그리드 및 건축물, 교통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한다. 에너지 효율을 증대한다. 녹색 기술의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새로운 녹색 경제에 걸맞은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15쪽)


저자는 총 7장에 걸쳐 그린 뉴딜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관해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2023년에서 2030년 사이에 화석연료 산업이 붕괴되고 태양열, 풍력 및 여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탄소 제로 기술이 보편화될 예정이다. 실제로 화석연료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력 및 전기 유틸리티 부문, 운송 및 물류 부문, 건축물 부문, 정보 통신 기술 및 텔레콤 부문은 다가오는 에너지 전환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정부와 민간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금융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세계 전역의 연금 기금 기관투자자들 중 다수가 화석연료 산업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저자는 아직도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기관 또는 투자자가 있다면 멀지 않아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각국 정부 또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녹색 3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빨리 구축할수록 다가오는 기후 변화에 보다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 뉴딜을 이미 시도했거나 시행 중인 사례도 나온다. 2007년 유럽연합은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에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20퍼센트 높이고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을 20퍼센트 낮추며 재생에너지 생산을 20퍼센트 늘릴 것을 의무화하는 '20-20-20 공식'을 만들었다. 당시로서는 새롭고 파격적인 주장이었지만,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이를 인식한 유권자 수가 증가하면서 정부가 그린 뉴딜을 정책화하는 것은 물론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그린 뉴딜을 공약으로 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채식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지구상에는 14억 마리의 소가 있다. 소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의 주요 배출원이며, 인류가 생산하는 작물의 절반 이상을 먹어치우고, 소를 키울 목초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멀쩡한 산림을 파괴해야 한다. 다행히 육식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채식에 동참하는 사람의 수가 늘고 있지만, 인류 전체로 보면 여전히 육식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고 이런 추세라면 기후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자신의 경고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무겁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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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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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 빌'로 불린 연쇄살인범 제임 검을 잡은 이후 클라리스 스탈링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니발 렉터를 희대의 살인마로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양들의 침묵>의 후속편인 <한니발>을 읽어보길 권한다.


소설은 멤피스 교도소에서 탈옥한 후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듯했던 한니발 렉터가 7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된다. 계기는 물론 클라리스 스탈링이다. 어느덧 서른두 살의 FBI 특별 수사관이 된 클라리스는 마약 밀매와 불법 무기 반입 혐의가 있는 이벨다라는 여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벨다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대중은 클라리스를 비난하고, 안 그래도 전부터 클라리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FBI의 인사들은 이참에 클라리스를 FBI에서 내쫓으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니발 렉터가 7년 만에 처음으로 클라리스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달라는 내용의 편지 한 통을 보낸다. 클라리스는 이 사실을 잭 크로포드에게 알리지만, 은퇴가 멀지 않은 크로포드는 클라리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한니발 렉터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메이슨 버저는 한니발 렉터가 클라리스에게 연락해 온 사실을 알아내고, 클라리스를 이용해 한니발 렉터를 생포할 계획을 짠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클라리스는 메이슨의 '협조' 아래 한니발 렉터의 행방을 수소문하는데...


<양들의 침묵>의 주 무대가 미국이라면 <한니발>은 미국과 유럽을 오간다. 정확히는 이탈리아 피렌체. 소설의 전반부는 정체를 숨기고 피렌체의 유력 인사로 새 삶을 살게 된 한니발 렉터와 그의 정체를 알아채고 그의 뒤를 쫓는 리날도 파치 반장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소설의 후반부는 위기에 빠진 클라리스를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온 한니발 렉터가 메이슨 버저(와 그의 무리들)와 생사를 건 대결을 하면서 마무리된다.


한니발 렉터의 과거를 암시하면서 자칫하면 단순한 범죄 소설에 그칠 뻔한 이야기를 역사의 비극이 점철된 서사로 확장한 점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양들의 침묵>에서만 해도 남성 일색인 FBI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요원으로서 의지를 꺾지 않고 씩씩하게 일했던 클라리스가 남성 멘토 둘(존 브리검, 잭 크로포드)을 잃음과 동시에 일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결말은 아쉬웠다. 희대의 안티 히어로 한니발 렉터를 부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건 이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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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자이언트 슈프림 4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장지연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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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재즈에 대한 열정과 젊은 열기뿐인 다이에게 언제쯤 믿고 의지할 만한 동료가 생길까.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을 읽는 내내 궁금했는데, 마침내 4권에서 다이가 그토록 원했던 동료들이 생긴다. 2권에서 처음 등장한 베이시스트 한나 페터스에 이어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브루노와 프랑스 출신의 드러머 라파엘이다.


이들의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자유를 중시하는 드러머 라파엘을 찾아낸 건, 그와 악연이 있는 피아니스트 브루노다. 라파엘은 프로 데뷔 제안을 심심찮게 받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지만, 애초부터 목표를 가지고 드럼을 친 게 아니고 그에게 드럼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기 위한 수단이라서 거절해왔다. 어릴 때부터 프로 데뷔를 목표로 피아노를 친 브루노는 그런 라파엘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대담한 내기까지 걸며 매달린 끝에 다이, 한나와의 합주를 성사시킨다.


우여곡절 끝에 한 팀이 되기로 합의한 네 사람.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프로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연습도 더 해야 하고 새로운 곡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이가 일본에서 가져온 돈이 마침 똑떨어졌다는 것. 내가 독일에 온 이유는 재즈를 하기 위해서이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며 아르바이트도 길거리 연주도 거부하는 다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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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댄스 10 Dance 5 - B愛 코믹스 185
이노우에 사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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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기다렸던, 이노우에 사토의 <텐 댄스> 5권이 마침내 출간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재밌다. 어젯밤에 다섯 번은 다시 읽은 듯 ㅎㅎㅎ


<텐 댄스>는 일본 최고의 라틴 댄서 '스즈키 신야'와 일본에서는 최고지만 세계에서는 만년 2위인 스탠더드 댄서 '스기키 신야'가 라틴 댄스 5종목과 스탠더드 댄스 5종목을 함께 겨루는 '텐 댄스'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졌지만, 각자의 이유로 최고의 '자리'에는 오를 수 없었던 두 사람이 텐 댄스, 그것도 이성이 아닌 동성 간의 댄스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넘본다는 이야기인데, 처음엔 눈만 마주쳐도 티격태격했던 둘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상대에 대한 감정이 존경심이나 우정이 아닌 사랑임을 깨닫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5권에선 스즈키 신야가 '프리미엄 재팬 오픈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말이 대회이지, 실상 이 대회에서 스즈키 신야가 맡은 역할은 엄청난 돈을 주고 초청한 외국 선수들의 들러리다. 이제까지 신야는 이 역할을 군말 없이 잘 수행해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스기키와 만난 후 돈 때문이 아니라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춤을 춘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스즈키는, 자동 출전권을 포기하고 1회전부터 경기를 치르며 자기만의 도발을 한다.


한편 스기키 신야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기장 구석에서 스즈키 신야의 플레이를 감상한다. 라틴 댄스 부문 세계 1위인 알베르토 베메르&돌로레스 베메르 팀과 아프리카계로는 드물게 프로 사교댄스 선수로 성공한 가브리엘 윌킨스&클로에 린들리 팀이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가운데, 단순하게 보일 만큼 베이직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스즈키 신야&타지마 아키 팀은 과연 우승할 수 있을까. 참고로 나에게는 대회가 끝난 후 오랜만에 재회해 자신들만의 '승부'를 펼친 스즈키&스기키 팀(!)이 그랑프리였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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